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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구주, 왕의 귀환: Chapter 2431 - Chapter 2440

2440 Chapters

제2431화

정가희가 그렇게까지 순순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건 윤구주가 화진의 중기 구주정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물건의 진짜 가치를 아는 건 고신도 사람들뿐이었다.아득한 옛날, 바로 이 구주정이 사라졌기에 고신도가 부상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자 윤구주는 더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성력을 제단에 흘려보냈고 잠시 후 제단이 천천히 빛을 띠며 깨어나기 시작했다.제단이 완전히 활성화된 순간, 세상과 단절된 또 다른 공간이 열렸다.입구 너머로, 그 안에 봉인된 방대한 고대의 에너지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 양은 가히 압도적이었는데 윤구주의 수련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하지만 동시에 문제가 터졌다. 고대의 에너지가 틈새로 넘쳐흘러 나오고 있었고 윤구주조차 그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이건 화신전의 섬과 연결된 거야. 지금 섬 전체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어. 모두 서둘러!”윤구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이들이 제단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안의 고대 에너지를 전력으로 삼켜 올렸다.섬의 반대편, 화신전의 화공두목은 화신대를 흡수하던 중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기운을 느끼자마자 상황을 깨달았다.그는 곧바로 화신전의 생존 수련자들에게 음성을 날렸다.“모두 준비해. 구주가 무사히 돌파한다면 곧장 검도로 향한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해.”그 말의 무게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무도가 방해하러 온다면 그땐 목숨을 걸고서라도 윤구주를 지켜야 했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일곱째 날 해질녘이 되었고 화공두목은 마침내 화신대의 수용을 끝마쳤다.손바닥 위의 화신대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작은 산처럼 거대했지만 이제는 손에 쥘 만큼 작아져 있었다.화신전은 사방에 정찰 수련자들을 배치해, 이상이 생기면 즉시 화공두목에게 보고하도록 했다.그 뒤로 또다시 보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제단은 여전히 잠잠했고 화신전 아래의 고대 에너지는 이미 경계를 넘어 외부로 흘러나가고 있었다.영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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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2화

이 정도의 성장 속도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전주님, 전에 빙신전은 이미 선배님에게 귀속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설마 그자들이 선배님을 배신한 겁니까?”곁에 있던 화신전의 수련자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모르겠다. 하지만 삼환 소성 따위로는 큰 파도는 못 일으켜.”화공두목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빙신전의 인마가 아무리 많다 한들, 이 정도 전력으로 윤구주의 길을 막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건 화신전을 터무니없이 얕잡아 본 것이다.멀리서 화공두목의 전의가 끓어오르는 것을 감지한 황보웅은 서둘러 음성을 날렸다.“선배님! 저는 협조 명을 받고 온 겁니다. 윤구주는 제 왕이십니다. 이미 투명장까지 올려 맹세했는데, 어찌 그분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그러나 곤륜 구역의 가장 오래된 세대 중 하나인 화공두목이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었다.“날 설득할 이유를 대. 누구의 명령으로 왔나.”화공두목은 단호히 전음을 날리며, 빙신전 인마가 더는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섰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화신전의 정찰수련자들 역시 곧바로 창끝을 돌려 빙신전 쪽으로 겨눴다.황보웅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마침내 자신의 배경을 내세웠다.“오행성인의 명령입니다!”그 말에 화공두목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한낱 후배에 불과한 황보웅이 무슨 수로 그 성인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인가?그 이름이 입에 오르자 화신전의 수련자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오행성인은 곤륜 구역의 최상위 강자들이었다. 백 년 전 세상과 단절하고 은거한 뒤, 이제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존재이기도 했다.그러나 화공두목이 진정으로 경계하는 건 그들의 힘이 아니었다. 그 다섯은 언제나 옳고 그름의 경계에 서 있는 자들이었다.그들은 역사 속에서 고신도를 거듭 도우면서도, 또 여러 차례 배신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한쪽에 서는 ‘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혹여 이번에도 고신도의 제안을 받아 윤구주를 치러 온 것이라면 황보웅은 그저 잡혀 온 졸개일 뿐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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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3화

화공두목 쪽은 감히 걸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 번만 잘못 판단해도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어쩔 수 없이 명을 받고 온 황보웅은 화신전 밖에 머물었는데 만약 무도가 쳐들어온다면 빙신전이 가장 앞줄에서 포탄받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고 윤구주가 폐관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고요하던 제단에서 마침내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화공두목은 신념으로 제단을 주시하다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움직임이 있다!”한 달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출관의 기운이 감지된 것이다.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시선이 제단으로 향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건 임홍연이었다.그 순간, 화공두목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내공을 감지했다.‘극 진경... 성인 경지에 오르기까지 이제 한 발짝 차이군.”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흠, 들어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게 없구나. 천부적 자질의 문제지. 아무리 염황, 인황의 혈맥을 지녔다 해도 기초가 약하니 한계가 명확해.”화공두목은 임홍연이 이미 수련을 마치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올 때를 기다리며 제단 안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역시 화공두목의 예상대로였다. 임홍연은 이미 오래전에 수련을 마쳤다. 고대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이라도 깨달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헛일이었다.“한 달 넘게 갇혀 있다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임홍연은 문을 나서자마자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곤륜 구역으로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화진을 그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녀에게는 곤륜 구역이 아무리 좋아도 고향만은 못한 모양이었다.그때 문아름도 출관했다. 그녀의 내공을 느낀 화공두목은 크게 놀라며 감탄을 터뜨렸다.“대단하구나! 아름이가 제단 안에서 성경을 깨닫고 소성으로 올랐어! 비록 이제 막 소성 1환에 오른 단계라지만 이건 운명을 바꾼 거다. 누가 문씨 가문에서 다시 한 번 육신 성인의 성자를 볼 거라 상상이나 했겠나!”문아름의 앞날에는 분명 찬란한 미래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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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4화

“봉황의 혈맥이 깔려 있는 이상, 채은이는 수명이 최소 만 년은 거뜬하지. 만 년이면 대성에 오르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야.”화공두목이 낮게 중얼거렸다.이론적으로는 자원이 충분하고 시간이 보장되기만 하면 천부적인 재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성경에 도달할 수 있다.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은 언제나 그 사이를 잔혹하게 갈라놓았다. 수련자는 도를 닦는 길에서 수많은 변수와 위험을 맞닥뜨리고 아무 사고가 없더라도 내공이 한계에 이르기 전에 수명을 다해 늙어 죽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그러나 소채은은 그 첫 번째 벽을 아예 뛰어넘은 존재였다. 봉황의 혈맥이 그녀의 생명을 붙들고 있는 한, 수명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거기에 윤구주의 손에 달린 막대한 자원이라면 소채은에게 맞는 최고의 성지를 마련해 주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녀의 앞날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잠시 후, 윤구주가 제단을 걸어나왔다.하지만 다른 이들이 출관할 때 퍼져 나가던 기세와 달리, 그가 한 발 내디디는 순간 화공두목은 섬뜩한 공허를 느꼈다.윤구주의 기운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느껴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신념에서 증발한 듯했다.“이게 뭐지? 잠깐만...! 그렇군. 내공의 격차가 너무 크면, 신념으로는 아예 포착조차 할 수 없지. 도대체 구주 네 내공은 지금 어디까지 올라간 거냐?”지상으로 돌아오자마자 화공두목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금 네 경지, 대체 어느 수준이냐?”내공에 대해 질문을 받자, 윤구주는 참다 못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막 소성에 들어섰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첫 고리에도 못 미쳐요.”“뭐라고? 설마 제단의 영기가 모자란 거냐?”화공두목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그럴 리가요. 영기는 남아돌았지만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채은이더러 전부 삼키게 했어요.”“그런데 왜 겨우 소성에 이른 거냐?”“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막힘이 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뚫리지 않았어요. 영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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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5화

황보웅이 앞으로 나와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오행성인이었다니, 그 노인네들이 가장 먼저 응답한 건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곁에 있던 화공두목이 조용히 일렀다.“구주야, 그자들은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어. 전적으로 믿어선 안 돼.”“하하, 걱정 마세요, 스승님. 전 그분들과 잘 맞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뭘 원하는지도 뻔히 알고 있죠. 이 세상에서 오행성인의 수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저 윤구주뿐이니까요.”“지금쯤 그분들도 내공이 병목에 걸렸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저를 돕는 거겠죠. 제 내공이 더 높아져야만 성수인을 통해 계속해서 성수골을 흡수하며 수련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윤구주는 담담히 말했다. 예전에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성수인의 비법을 그 다섯에게 전수했고 그 대가로 그들은 오행비술을 모두 가르쳐 주었다.하지만 그때의 윤구주는 내공 수준이 낮아, 그들이 갈고닦은 고차원의 성수인은 정체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윤구주가 돌파를 이루고 더 높은 단계의 성수인을 손에 넣은 이상, 다시 그것을 나눠주면 그들의 수련에도 다시 길이 열릴 터였다.“그랬군.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화공두목은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뒤늦게 황보웅을 흘끗 돌아보았다. 그는 비록 심약하고 아첨에 능한 자지만 하늘이 도운 것처럼 운은 참 좋았다.당시 윤구주 곁에는 곤륜 구역에 남은 이가 거의 없었기에, 오행성인이 윤구주를 돕고자 했을 때는 자연히 빙신전을 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헤헤, 오행성인이 저를 도와 내공을 높여주셨다는 건, 오히려 제가 왕께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황보웅은 비위를 맞추듯 낄낄 웃으며 말했다.“됐고, 이제 폐관도 마쳤으니 곧장 검도로 향해야지. 지금쯤이면 상황이 한창일 거야.”윤구주는 한시가 급하다 판단하고 제단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검도로 향하려 했다.“그래. 바로 전송진을 가동하마. 다만 이 진법은 검도 근처까지만 전송이 가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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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6화

기린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신이 나서 곧장 검도를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화공두목은 달랐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구주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무도가 우리 쪽으로 병력을 돌리지 않았다면 거의 모든 힘이 지금 검도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네가 가면 그 화살이 전부 네게 꽂힐 거다!”“걱정 마세요, 스승님. 저도 생각이 있어요.”윤구주의 목소리가 전음으로 울렸다.화공두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신전과 빙신전의 병력을 이끌고 검도 주변으로 흩어졌다.윤구주는 대군이 떠난 뒤에도 사방으로 전음 부적을 흩뿌렸다. 혹시라도 스승님들 중 누군가 도착하면 즉시 검도로 옮겨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마침내 사람들을 이끌고 검도로 향했다.그 시각, 검도가 자리한 산맥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과거 곳곳의 요새마다 설치된 방어 진법은 모조리 무너졌고 무도의 수련자들이 산을 뚫고 들어와 검도의 잔존 세력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방어선은 완전히 갈라졌는데 멸망은 단지 시간문제였다.검도의 심장부, 대산의 정상에 위치한 검관만이 아직 버티고 있었다. 검도의 마지막 정예가 그곳에 모여 최후의 힘으로 칼끝을 세우고 있었다.하늘 위에서는 검도 도주 김도현이 홀로 무도의 십대 강자들과 맞서고 있었다.이들은 무도의 근본이었고 곤륜 구역 어디를 가도 그들 중 한 명만 나타나면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내공이 가장 낮은 자조차 소성 3환, 최강자는 이미 소성의 절정에 올라 있었다.반면 김도현의 내공은 소성 5환에 불과했고 절정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다.하늘에서 그가 피를 토하며 버티는 동안, 아래의 검관도 벼랑 끝이었다.진법 대가인 견이영이 마지막 방어진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것마저 무너지면 검도는 끝이었다.그때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다.“사부님! 방금 삼영 사부가 전사했습니다! 청등검객님도 함께...”그 한마디에 견이영의 눈이 번쩍 떨렸다.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리듯, 뜨거운 피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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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7화

갑작스러운 한 줄기 신음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검도 산맥 전체가 진동했다. 멀리서 성수의 화신으로 변한 기린수가 마침내 검도에 강림한 것이다!작은 산만큼 거대한 몸집의 기린은 곧장 검관 위로 떨어졌다.하지만 무너져 가던 검관은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린 성력이 흘러들며 진법이 단숨에 에너지를 되찾았다.그 순간, 견이영은 온몸에 힘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고 사방으로 끝없는 검의가 퍼져나갔다.콰아아앙!검관을 중심으로 수천 미터의 대지가 검의로 휩쓸렸고 무도 수련자들이 그 한 줄기 검기에 산산이 베어 나갔다!화진에서는 그를 아는 이가 없었지만 곤륜 구역에서 기린수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모두가 두려워하는 미친 짐승, 살신을 따르는 괴물. 기린수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윤구주가 가까이 있다는 뜻이었다.그 소식이 퍼지는 순간, 꺼져가던 검도의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올랐다.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반대로 무도 수련자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살신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숨이 막혔다. 단 한순간에 수만의 정예가 베어 나가자 그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드디어 왔군!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 검도의 진법은 끝장날 뻔했어!”견이영이 검관을 뛰쳐나오며 기린수를 향해 소리쳤다.기린수가 천천히 머리를 돌리는 순간, 커다란 발톱이 번개처럼 뻗어 견이영을 낚아챘다.산처럼 거대한 짐승의 눈동자가 그를 꿰뚫듯 노려봤다.“방금 우리 왕을 욕한 게 너냐?”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고 견이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더듬거렸다.“그저 조금 푸념한 것뿐이야.”“푸념도 안 돼. 이 하늘땅 아래, 우리 왕의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있는 자는 없어!”기린수는 거대한 발톱을 힘껏 휘둘리며 견이영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견이영이 지키던 진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기린수가 성수인을 펼치자 성수의 피가 검도의 진법을 관통하며 깨어났다.순간, 수천만의 신검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기린의 성력을 머금은 검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무도 수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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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8화

그는 손가락을 검처럼 세우더니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수만 자루의 신검을 만들어냈다. 그 빽빽한 검들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려, 도망치던 무도 수련자들을 순식간에 모조리 베어 쓰러뜨렸다.그 광경을 본 무도 십대 강자들은 경악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경악한 것은 윤구주의 내공이 기린수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윤구주의 내공은 기린수 위에 있었고 괴물 같은 존재였다.곧이어 분노가 그 뒤를 이었다. 무도가 수천 년에 걸쳐 길러온 수십만 정예 수련자들이 불과 몇 분 만에 기린수와 윤구주 두 사람의 손에 몰살당했다.설령 오늘 십대 강자들이 전원 살아 돌아간다 해도 무도의 뿌리는 이미 송두리째 꺾였다. 천 년이 지나도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윤구주가 그들에게 도망칠 틈을 줄 리 없었다.“살신 구주왕, 신도 절정의 기린수, 그리고 천하제일검 김도현! 이 셋이 힘을 합쳤으니 오늘 이기기 어렵겠군!”십대 강자들은 후퇴를 포기했다. 지금 등을 보이고 달아난다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남은 길은 죽을 힘을 다해 맞서 싸우는 것 뿐이었다.열 명이 한꺼번에 피를 태워 고대의 비술을 발동하려는 순간 기린수가 돌진해 가장 약한 한 명을 통째로 삼켰는데 육신은 물론, 신혼까지 단번에 으깼다.피가 튀었고 남은 아홉 명의 강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듯 경악했다.‘이 미친 짐승은 무슨 무덕 따위는 없는 건가? 정면대결은커녕 허를 찌르다니!’“뭐야, 왜 다 날 봐?”기린수가 미친 듯이 웃으며 포효했다.“방금 그 약골은 나랑 붙을 자격도 없어! 남은 너희 아홉... 그래, 너희는 좀 할 만하겠지. 덤벼!”아홉 명은 울고 싶었다.이 고대 비술은 열 명이 전부 모여야 완성되는 것이었다. 한 명이라도 빠지는 순간 발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김도현은 거의 웃다 쓰러질 지경이었다. 수십 년 만에 이렇게 통쾌하게 웃은 적이 있었던가.그때,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린수를 힐끗 보더니 다짜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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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9화

천하제일검이 고작 기린수에게 얕보이다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김도현이 어찌 이를 참겠는가.“하하! 천하 제일검이라니, 늙은이가 허세는. 영감은 이제 천하 제이검이야!”기린수가 껄껄 웃으며 도발했다.“네 이놈!”김도현의 눈빛이 번개처럼 번뜩였다.“그날은 내가 심신이 흐트러져 서해에게 진 거다! 오늘 똑똑히 보여주마. 내가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건 허명이 아니다!”“천수!”천수성검이 하늘로 치솟았고 하늘의 깊은 곳에서 성수가 내려오며 협곡이 열렸다.그에게 천수성검은 곧 검역이었다.검역 안의 김도현은 마치 순간이동하듯 어디든 존재했고 단 한 사람의 힘으로 무도 아홉 강자를 동시에 상대했다.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피가 비처럼 흩날렸고 아홉 명은 눈 깜짝할 새 갈가리 찢겨 나갔다.“좋은 기회네.”기린수가 음산한 웃음을 터뜨렸다.기린의 법신을 거두자 그의 몸은 그림자처럼 변하며 죽음의 낫이 되어 무도 강자들을 베어 나갔다.기린수는 순수한 전투광이었다. 싸움에는 집착했지만 무덕 따위는 알지 못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상대를 죽이는 것뿐이었다.피에 젖은 어둠 속에서 중상을 입은 무도 강자 한 명이 기린수의 기습에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살점이 흩날리고 그 신혼마저 기린수의 입속으로 삼켜졌다.남은 여덟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질렸다.‘어떻게 싸운단 말인가?’하나는 천하제일검이었고 하나는 무덕을 모르는 광수였다. 이대로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모두 죽을 각오로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한 줄기라도 길이 열린다!”남은 여덟 명이 동시에 신혼을 불태웠다. 육신이 신혼의 불길에 재물처럼 사라져갔고 그 순간부터는 설령 살아남아도 다시는 온전한 무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목숨을 건 폭발적인 힘이 그들을 감쌌고 김도현 역시 최후의 검을 꺼냈다.“천수 성검!”천수성검과 김도현이 완전히 하나로 녹아들었다.그의 의식은 검혼을 타고 무형의 칼날이 되어,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무영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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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0화

남은 다섯 명도 그 기세를 잠시 거둬들이고 눈치를 살폈다. 지금은 섣불리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곧 문아름이 진법 한가운데로 걸어들어왔다.윤구주를 배신하고 수많은 화진의 강자들을 살해한 자. 그런 그녀가 다시 화진으로 돌아와 여전히 높은 자리에 앉아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다섯의 표정은 마치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문아름, 갈수록 확신이 들어. 이건 너희 문씨 가문의 계책이지? 두 편에 동시에 돈을 걸고 누가 이기든 이익은 문씨 가문이 가져가는 거!”다섯 중 가장 강한 자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내뱉었다.문창정은 무도에 충성했고 문아름은 다시 윤구주의 편에 들어왔다. 결국 누가 이겨도 문씨 가문은 손해 볼 일이 없는 셈이었다.“네가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어. 다만 너희는 지금 두 편에 걸칠 자격조차 없어.”문아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윤구주는 이미 무도 도주와 승부를 벌이고 있어. 승부가 갈린 뒤에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아무 의미 없지.”“그리고 하나 더, 설령 너희 도주가 승리하고 윤구주가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너희 다섯은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지금 너희 앞에 남은 길은 두 가지뿐이야. 여기서 신혼을 폭발시켜 모든 걸 끝내거나, 신혼을 바치고 나처럼 빚을 갚거나.”그녀의 말은 마치 병력을 모으는 장수의 선동 같았다. 사실 그것이 문아름의 의도였다.다섯은 문아름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문아름이 천상 영역에서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쳤다는 사실을. 그런데 지금 왜 그녀에게 또 다른 육신이 있는가?게다가 이번 육신은 기운이 전과 달랐는데 훨씬 단단한 도사의 근골을 타고 있었다.기린수는 문아름의 말 속에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영감, 문아름 지금 뭐 꾸미는 거지?”“하하하! 구주의 혼술에 완전히 묶인 몸이야. 윤구주가 죽으면 문아름도 같이 죽어. 뭘 할 수 있겠냐?”김도현은 태연히 웃었지만 기린수의 표정은 더 늘어졌다.혼술의 노예? 그건 백호가 흘린 소문에 불과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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