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연이 족보를 꺼내 문아름에게 건넸고 문아름은 두툼한 책을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고 있던 모두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몇 분도 안 되어 문아름은 족보 뭉치를 거의 다 훑어버렸다.윤씨 가문의 족보는 무려 천 년의 기록을 담고 있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문아름은 근대 인물들까지 샅샅이 확인한 끝에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자 하미연이 그녀를 족보 전문 보관실로 안내했다.“아름이가 설마 아무 조상 이름이나 대충 고르고 넘기려는 건 아니겠지?”윤상현이 소리를 죽여 윤구주에게 말했다.“글쎄요. 하지만 제가 아는 문아름이라면 절대 그런 짓은 안 해요.”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근데 족보에서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제 생각엔 이미 조상의 이름이나 생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그걸 확인하려고 족보를 보는 것 같아요.”“그럼 그냥 우리한테 이름을 말하고 같이 찾으면 되잖냐.”윤상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아마 그 조상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관심이 있는 모양이에요. 문아름은 자기가 집착하는 인물이나 물건엔 절대 남이 끼어드는 걸 허락 안 하거든요.”그렇게 세 사람은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그러다 결국, 문아름이 실망한 얼굴로 서재에서 나왔다.“이상하네. 왜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지...”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없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윤씨 가문은 원래 고대 화진에서 시작됐지만, 중간에 몇 번이나 쇠락을 겪어서 지금 남은 족보 중 제일 오래된 것도 고작 천 년 전 기록이야. 혹시 네가 찾는 사람이 천 년 전 인물은 아니겠지?”하미연이 물었다.“아뇨, 그렇게 오래전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혹시 윤씨 가문에서 예전에 어떤 금기를 어기거나, 가문 규율을 위반해서 추방당한 사람은 없었나요?”문아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윤상현과 하미연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윤구주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받은 윤구주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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