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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261 - Chapter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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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정주현은 석연란의 말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 눈을 꼭 감았다.사실 그의 옆에 서 있던 주상철은 그때 정양철이 풀어준 게 아니라 단지 중간에 사고가 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사람이었다.물론 주상철도 여태껏 죽은 사람처럼 살다가 작년에 뉴스에서 정양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원래 신분을 되찾게 되었다.맨 처음 정주현은 주상철이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를 말해줬을 때도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그에게 있어서 정양철은 언제나 자애로운 아버지였기 때문이다.가끔 엄격한 요구를 해온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변태적인 살인까지 저지른 사람이란 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나 오늘, 석연란의 폭로로 그의 환상이 한 번에 깨졌을 뿐만 이 또한 석연란의 가장 큰 허점으로 남게 되었다.구승훈이 코웃음을 치며 석연란에게 물었다.“그때 심미현 씨를 납치했던 범인중 한 명인데 이 사람을 석 여사님께서 어떻게 알아보시고 또 죽었을 거라고 확산해서 말할 수 있죠?”순간 석연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이를 꽉 깨물고 답하려 했지만 구승훈은 당연히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주상철 씨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경찰에게 알려드렸습니다. 아무리 석 여사님께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준호의 변호 능력이 어떤지, 그쪽이 제일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석연란은 구승훈의 마지막 한 마디에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증거가 있으면 뭐? 난 납치한 적이 없다니까? 미현이가 잘못을 저질러서 자초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 그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그녀는 소리를 지르다가 갑자기 또 웃기 시작했다.“왜 너희들은 하나 같이 다 미현이가 아무 죄도 없고 억울하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얼굴이 예뻐서? 명성이 자자한 집안의 딸이라서?”“그리고 대체 미현이는 뭐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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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정주현이 멈칫하더니 한껏 당황한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이 와중에도 그가 차분하게 저걸 물어볼 수 있다는 거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그러나 지금 석연란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아픈 것보다도 눈앞의 구승훈이 너무 무서웠다.그리고 그의 말뜻을 겨우 알아듣고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 비밀을 알게 되면 똑같이 죽을까 봐 미처 물어보지도 못했어. 구 대표, 그래도 내가 네 할머니가 되는 사람인데 한 번만 살려주면 내가...”그러나 석연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은 단번에 그녀를 바닥으로 패대기쳤고 다시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소매를 걷어붙이고 손목의 관절을 하나씩 꺾으며 다가오는 구승훈의 모습에 석연란은 겁에 질려 통증도 잊은 채 빠르게 정주현에게로 기어갔다.이때, 구승훈이 큰 소리로 정주현에게 물었다.“이 여자가 사람을 시켜서 당신 아버지를 죽였는데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석연란은 그의 목소리에 살기를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정주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아니야, 내가 아니라 시연이야! 진시연... 그 애가 나한테 만약 내가 가만히 있으면 양철 씨가 그때의 일을 모두 말할 거라고 협박했어! 진시연이야...”심문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들리는 건 오직 석연란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뿐이었다.정주현은 한껏 심란한 얼굴로 눈앞의 석연란을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꼭 감더니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구승훈은 바닥에 한껏 웅크린 채로 누워있는 석연란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옆에 서 있던 경찰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도 빠르게 자리를 떴다.현장에 있던 두 경찰은 눈빛을 서로 주고받더니 단번에 석연란을 일으켜 세웠다.“지금부터 석 여사님께서는 사건의 모든 경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 보탬이 없이 말해주시길 바랍니다.”...심준호는 한껏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이게 지금 오늘 저녁에만 몇 대째인지 그도 잘 몰랐다.늘 침착했던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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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석연란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곧 B시의 상류층에도 빠르게 퍼졌다.하여 그녀가 심미현의 납치 사건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면서 순식간에 상류층 전체를 흔들어놨다.정양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그가 폭로되었을 때는 사람들이 그다지 놀라지 않았는데 심미현과 석연란의 관계를 알게 되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하여 심씨 가문의 별장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심문석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화가 난 나머지 피까지 토해냈고 주치의는 냉큼 수액 하나를 걸어주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할아버님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요.”“원래도 심장이 안 좋으신 데다가 저렇게 화를 내게 되면 오늘처럼 피를 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안정을 되찾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자극받으시면 안 됩니다.”강하리는 한껏 어두운 얼굴로 옆에 서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문 어구 쪽에서 심연청이 하염없이 울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달려와 별장 입구에서 석연란을 대변해 사정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던 강하리는 재빨리 심문준에게 알렸다.“끌고 나가주세요.”심문준이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심연청에게 다가갔다.“연청 씨, 오늘에는 우선 먼저 돌아가 주세요. 할아버님께서 만약 이 모습을 보게 되면 오히려 더 화를 낼까 두렵네요.”그러자 심연청은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강하리를 쏘아보더니 이를 꽉 깨물고 답했다.“싫어! 뭐라고 해도 난 절대 안 갈 거고 누구도 날 함부로 내쫓을 수 없어! 그리고 난 심씨 가문의 사람인데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날 내쫓아?”심문석이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으로 보내야겠네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웬 덩치가 커다란 경호원 두 명이 다가오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 끌어냈다.그러자 심연청은 더욱 세게 몸부림쳤다.“당신들이 대체 무슨 근거로 날 쫓아내냐고! 강하리, 넌 심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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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구승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차 문을 부서질 듯 거칠게 닫고는 살기를 마구 뿜으며 심연청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심연청은 계속 욕설을 내뱉으려다가 구승훈과 심준호를 발견하고는 다시 말을 삼키고 한껏 경멸의 눈빛으로 강하리를 쏘아보기만 했다.“심연청 씨가 경찰보다 더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경찰 쪽에서는 이미 석 여사님이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 체포해 갔는데 연청 씨는 여전히 하리가 당신 어머니를 모함했다고 하네요. 혹시 필요하시면 제가 연청 씨랑 같이 경찰서에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릴까요?”구승훈은 비록 웃으면서 말했지만 듣는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특히 저 아무 감정 없어 보이는 삭막한 눈빛.순간 심연청은 자기도 모르게 섬뜩해졌다.그러다가 문득 이건 심씨 가문의 일인데 외부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그의 차가운 눈빛 때문에 도무지 이 말을 내뱉을 용기가 없었다.하여 고민 끝에 그녀는 다시 심준호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준호 오빠, 전 그냥 우리 엄마의 무죄를 밝혀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우리 엄마가 누명을 쓴 게 분명하다고요.”그러자 심준호가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누구한테 모함을 당했는데? 하리한테?”심연청이 울먹거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심준호는 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며 다시 말을 이었다.“말끝마다 하리는 우리 심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 네가 진짜라고 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해줄게. 오늘부로 너, 그리고 네 어머니는 더 이상 우리 심씨 가문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야. 만약 네 아버지가 너랑 네 어머니랑 확실히 선을 그어준다면 여전히 셋째 삼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게 만약 싫다면 네 아버지도...”심준호가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한껏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경고했다.“모두 같이 죽여버릴 거야!”순간 심연청은 몸을 한껏 움츠렸다.그리고 막 뭐라고 답하려는데 심준호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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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강하리는 구승훈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고개를 저었다.“그냥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래.”구승훈은 사실 강하리가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모습을 제일 싫어했다.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구승훈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가장 진실한 면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그럴 수가 없는 처지인 것 같다.하여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그녀 때문에 구승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물었다.“아침은 먹었어?”강하리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구승훈은 가볍게 잘했다고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나랑 삼촌은 아직 못 먹었는데 아주머니께 좀 부탁해 줘.”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구승훈은 곧바로 심문석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가 들어가자마자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로 집중되었지만 구승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납치 사건에 대해 누구 한 명도 빠짐없이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어두운 안색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중 심금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고마워.”그러자 구승훈도 가볍게 답했다.“당연한 일인데요.”말을 마치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심문석에게도 한 마디를 건넸다.“할아버지, 예전에 제 철없는 행동으로 많이 실망하셨다는 거 잘 알아요. 오늘 제가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도 할아버지께 용서를 구하기보다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예요.”침대에 누워있던 심문석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빨개지더니 힘겹게 심준호를 가리키며 말을 내뱉었다.“내 서랍에 있는 그 상자를 갖고 와.”심준호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구승훈을 빤히 쳐다보다가 심문석의 말대로 서랍에서 30년도 넘은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저 애한테 줘.”심준호는 아무 말도 없이 나무 상자를 구승훈에게 넘기려다가 문득 물었다.“진짜로 받게?”구승훈이 눈살을 찌푸리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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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거기에는 심미현의 예전 일을 밝혀낸 사람에게 심씨 가문의 절반 자신을 넘겨준다는 내용이었다.두 개의 다른 공증서는 희망이 파멸되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구승훈은 자기도 모르게 공증서를 손에 꼭 쥐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사실 조사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었고 또 방금 사람들 앞에서 약속까지 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아까 심준호가 물었던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진짜로 받게?”강하리가 사고 난 뒤, 심씨 가문에서는 그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조시욱과 다시 맺어질 수 있도록 떠밀어주기도 했다.그러나 구승훈은 이 모든 걸 굳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래도 심씨 가문은 사리에 밝은 사람들이 많아서 강하리만 이제 잘 달래주기만 하면 다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들은 절대로 강하리와의 사이를 가로막는다던가 또 그녀를 핍박해서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의 오산이었다.심씨 가문은 그의 예상대로 사리에 밝은 사람들이 맞다.그리고 절대 강압적으로 강하리와의 관계를 갈라놓지도 않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구승훈이 기꺼이 심미현을 조사하는 걸 허락하는 동시에 강하리에게는 알아서 물러설 수 있도록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이 보상이 곧 그들의 태도이자 조건이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구승훈은 그걸 덥석 받아버렸다.사람 다루는 수법이 노련한 걸 보면 역시나 짬밥은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맞듯이 심문석에게 소리 없이 한 방을 얻어맞은 느낌이었다.순간 구승훈은 두통이 몰려왔다.공증서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그런데 지금 보니 왠지 모르게 들고만 있어도 손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당장에라도 이걸 다시 방 안으로 밀어 넣고 싶었다.“덥석 받은 걸 후회해?”뒤에서 심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승훈은 그를 힐끔 바라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심준호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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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강하리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 오영숙도 그녀더러 그만 들어가 보라고 했지만 여전히 걱정되는지 계속 안 가겠다고 버티고 있었다.이때, 구승훈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방으로 들어왔는데 설령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고 해도 피곤한 기색이 하나도 없이 여전히 멋있었다.그리고 셔츠 소매를 조금 말아 올리니 안에 단단하고 늘씬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단번에 오영숙이 들고 있는 그릇을 가져가면서 말했다.“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이제 이거 저 주세요.”그러자 오영숙은 한껏 원망스러운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오늘 강하리의 안색이 계속 안 좋았는데 여기에는 분명 석연란의 영향도 있겠지만 오영숙은 자꾸만 구승훈이 어젯밤 그녀를 늦게까지 힘들게 했으리라 생각했다.게다가 지금은 그녀더러 밥상까지 차리라고 하니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그걸 기다리고 있었어요.”오영숙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그에게 넘겨준 뒤 빠르게 강하리를 데리고 주방을 떠났다.강하리는 사실 석연란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구승훈은 이미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오영숙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다가 주방에서 나오자마자 강하리에게 물었다.“아가씨, 남자들은 너무 버릇 들이면 안 돼요. 그리고 지금 몸도 성치 않은데 그렇게 모든 걸 다 맞춰주니까 얼마나 힘들어요?”강하리는 지금 머릿속에 온통 석연란의 일과 심문석에 대한 걱정으로 꽉 차 있어서 오영숙의 말을 듣고도 한동안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했다.‘내가 뭘 맞춰줬고 뭐가 힘들다는 거지?’그러나 오영숙이 여기서 한마디를 더 했다.“이렇게나 빨리 용서해 주지 말아야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대놓고 아가씨 방으로 넘나들잖아요.”“...”그제야 오영숙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은 강하리는 또다시 두통이 몰려왔다.‘아니, 요즘 어르신들의 마인드가 이렇게 개방적으로 변했다고?’그러나 확실히 어제 그녀한테 그런 낯부끄러운 장면을 들켰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하여 강하리는 한껏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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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스킨쉽은 고사하고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다.“맞다. 아가씨, 조씨 가문 쪽에도 지금 난리래요.”오영숙의 말에 강하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슨 일인데요?”오영숙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조씨 가문 첫째 아들의 약혼녀가 저번에 유산된 뒤로 갑자기 그 큰아들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대요. 그 말에 그 집 어르신이 화가 나서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거든요.”순간 강하리의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조명현이 파혼하겠다고 했다고?’‘왜?’‘고작 유산된 것 때문에?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걸까?’‘혹시 아름 언니랑 관련이 있나?’갑자기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막 천아름에게 전화를 걸어보려는데 부엌에서 두 부녀가 요리를 들고 걸어 나왔다.노연정은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다 놓은 뒤 다시 구승훈의 귀에 대고 속삭이더니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강하리에게 다가와 말했다.“엄마,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해요.”그러자 강하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엄마는 아까 이미 먹었으니까 아빠랑 둘이 먹어.”노연정은 그녀가 거절하자 한참 동안 고민 끝에 다시 답했다.“밥 잘 먹어야 착한 사람이랬어요.”“아니면 엉덩이 주사 맞아야 해요!”마지막에 약간의 겁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자기 계획대로 되지 않자 노연정은 얼굴이 잔뜩 구겨진 채 눈에는 화가 잔뜩 나 있어 보였다.그 모습에 강하리는 겨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구승훈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는 한창 테이블 옆에 서서 두 사람의 모습을 팔짱 끼고 여유롭게 보고 있었다.강하리는 난감한 얼굴로 애꿎은 입술만 뜯었다.이렇게 요리를 한 것도 순전히 그녀를 위한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구승훈이 갑자기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허리를 굽히고 그녀의 얼굴까지 가까이 다가왔다.알 수 없는 압박에 강하리가 뒤로 물러서자 구승훈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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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조시욱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강하리는 살짝 놀랐다.아까 오영숙한테서 조성진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증조할아버지랑 상태가 비슷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줄이야?강하리는 한참 동안 고민 끝에 답했다.“이따 갈게요.”이때, 강하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승훈은 신경질적으로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밥부터 먹어.”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목소리를 조시욱도 들었는지 갑자기 강하리에게 물었다.“지금 구승훈 씨랑 같이 있어?”그러나 강하리는 그저 가볍게 답한 뒤 아무 해명도 하지 않았다.“그럼 먼저 끊을게요.”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역시나 아무 해명도 없이 젓가락을 들자마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구승훈도 아무렇지 않은 척 맞은편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조시욱 씨는 이제 자기 할아버지까지 이용해서 널 끌어들이려는 건가?”그 말에 강하리가 움찔했다.“할아버지께서는 예전에도 날 많이 예뻐해 주셨어.”지금 할아버지를 빌미로 그녀를 불러들이려는 심산이란 건 지나가는 똥강아지도 알겠는데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그녀가 너무 답답해 구승훈은 당장에라도 그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그러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다시 삼켜버려야 했다.이런 행복한 분위기를 고작 조시욱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여 그저 묵묵히 다시 젓가락을 들어 새우 두 개를 그녀의 밥 위에 얹어줬다.강하리는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답했다.“고마워.”노연정은 옆에서 자기 밥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큰 눈을 굴리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 사이의 분위기가 아까보다는 많이 냉랭해졌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하여 입을 삐쭉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싸우면 안 돼요.”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수그리고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엄마, 아빠, 싸우면 안 돼요!”갑자기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강하리와 구승훈 두 사람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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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그렇게 네 사람은 같이 복도에 들어섰다.그러나 조시욱은 왠지 모르게 자꾸만 화목한 식구들 사이에 눈치 없이 끼어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하여 가는 동안 내내 그의 얼굴이 어두웠고 게다가 방금 구승훈이 경고까지 더해지자 강하리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노연정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구승훈에게 안기면서 그의 목을 꽉 끌어안은 동시에 혹시나 조시욱이 강하리에게 들이대지는 않는지 도끼눈을 뜨고 지켜봤다.그 모습에 조시욱은 어이없는 나머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승훈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과 약속했던 건 꼭 지키겠는데 오늘은 진짜 특별한 상황이고 할아버지가 꼭 하리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부른 것뿐입니다.”구승훈은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보다가 그저 가볍게 웃었지만 조시욱은 그 웃음의 의미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좋기는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이어야 한다는 뜻이다.순간 조시욱도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그도 이러기 싫지만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으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회사 일이었다.그리고 강하리는...조시욱은 다시 눈길을 강하리 쪽으로 돌렸는데 그의 눈빛에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어쩌면 이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게 있다.조시욱은 겸손한 사람도 아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의 할아버지는 줄곧 그를 지혜롭고 현명하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했다.그러나 그와 반대로 그는 자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수법을 강하리한테도 써먹었다.사실 구승훈의 말이 맞았다.강하리가 그때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도 그는 머뭇거리고 있었다.그녀가 진짜로 떨어져 다쳐야만 구승훈과의 사이가 완전히 끝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미 두 사람은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강하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구승훈이 있다는 게 조시욱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하여 강하리가 완전히 단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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