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구승훈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고개를 저었다.“그냥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래.”구승훈은 사실 강하리가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모습을 제일 싫어했다.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구승훈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가장 진실한 면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그럴 수가 없는 처지인 것 같다.하여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그녀 때문에 구승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물었다.“아침은 먹었어?”강하리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구승훈은 가볍게 잘했다고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나랑 삼촌은 아직 못 먹었는데 아주머니께 좀 부탁해 줘.”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구승훈은 곧바로 심문석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가 들어가자마자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로 집중되었지만 구승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납치 사건에 대해 누구 한 명도 빠짐없이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어두운 안색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중 심금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고마워.”그러자 구승훈도 가볍게 답했다.“당연한 일인데요.”말을 마치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심문석에게도 한 마디를 건넸다.“할아버지, 예전에 제 철없는 행동으로 많이 실망하셨다는 거 잘 알아요. 오늘 제가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도 할아버지께 용서를 구하기보다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예요.”침대에 누워있던 심문석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빨개지더니 힘겹게 심준호를 가리키며 말을 내뱉었다.“내 서랍에 있는 그 상자를 갖고 와.”심준호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구승훈을 빤히 쳐다보다가 심문석의 말대로 서랍에서 30년도 넘은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저 애한테 줘.”심준호는 아무 말도 없이 나무 상자를 구승훈에게 넘기려다가 문득 물었다.“진짜로 받게?”구승훈이 눈살을 찌푸리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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