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11 - Chapter 20
331 Chapters
제11화 너한테도 부족하지는 않았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신유리가 팔찌를 질려한다는 건지, 서준혁이 신유리를 질려한다는 건지 말하기 어려웠다.떠날 때, 서창범은 하정숙과 함께 대문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준혁은 단번에 신유리의 차를 보게 되었다. “안 데려다줘도 되지? 마침 저녁에 일이 있어서.”애초에 서준혁의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송지음 만나러?”“응.” 서준혁은 고개를 숙이더니 핸드폰을 확인했다. “생리가 앞당겨져서 케이크가 먹고 싶데.”그의 말에 신유리가 대답했다. “정말 관심이 엄청나네.”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너한테도 부족하지는 않았어.”맞는 말이다.솔직히 말하면 신유리가 서준혁을 따라다닌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통이 컸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서창범이랑 인사를 하고는 혼자 차를 몰아 저택을 떠났다.다음날 회사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됐을 때, 그녀의 목에는 다이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신유리는 눈썰미가 좋았다. 그녀는 그 목걸이가 서준혁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점심시간, 신유리는 물을 받기 위해 탕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안에서 전해지는 말소리를 듣게 되었다.송지음의 말랑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특히 더 잘 들렸다. “다들 장난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떡해요.”“게다가.” 조금 고민이 섞인 말투였다. “유리 언니가 알면 엄청 화내겠죠?”신유리의 이름에 주위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 신유리는 화인에서 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신유리는 문 앞에서 잠깐 서 있더니, 이내 커피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후, 그녀는 평소처럼 출근했고 프로젝트팀은 신유리에게 자료 하나를 올려다 주었다.자료를 확인하던 신유리의 이마는 점점 더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서류를 다시 덮으며 말했다. “도표가 너무 난잡하네요. 다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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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날 외간 남자로 만들고 싶은 거야?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그녀의 말투는 평소와 똑같았다. “송지음 대신 말 전해주러 왔어?”그것 말고는 서준혁이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서준혁은 고개를 들더니 대답도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제 와?”신유리는 송지음의 도표를 고치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반 시간이나 늦게 퇴근했다.그녀는 몸에 있는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따뜻한 물을 한 잔 받았다.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편하게 늘어놓으며 마치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된 듯 나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신유리가 입을 열었다. “야근 좀 했어. 밖에 비도 오고 그래서 좀 늦어졌지 뭐.”“너 송지음 마음에 안들지.” 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확신이 가득한 말투였다.신유리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순간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송지음 얘기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네 마음에 들면 되는 거 아니야? 내 태도가 중요한가?”그녀의 말투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다른 볼일 더 있어?”그때, 탁자에 올려놓은 서준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서준혁은 평온한 눈동자로 신유리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자신의 눈빛을 거두었다.그는 탁자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는 다시 시선을 한 줌이 안 되는 신유리의 가녀린 허리에 멈추었다. 그는 풉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슨 일 때문인 것 같은데?”성인 사이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게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단지 신유리가 오늘 밤 집중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그 모습에 서준혁은 그녀의 허리를 꼬집으며 입가에 입을 맞추었다. 낮은 목소리가 마치 그녀를 달래주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야, 협조 좀 해줘.”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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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신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서준혁의 말에 대답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라는 뜻이야. 그럴 필요 없으니까.”서준혁은 펜을 들어 시원시원하게 사인을 했고 이내 서류를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쓸데없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 “그래. 네가 걔한테 설명해 줘.”신유리는 그의 말에 응답하고는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서준혁의 손에 들려 있던 펜이 멈칫했다. 그는 신유리를 불러세웠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송지음보고 오라고 해.”그 말에 신유리의 발걸음이 멈칫했고, 서준혁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넌 이제 오지 마.”서준혁이 송지음한테 무슨 말을 한 건지, 다음날 신유리가 송지음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서준혁의 팔짱을 끼며 그녀에게 인사하는 송지음의 눈빛에도 어제의 의심이 사라져 있었다.아직 어려서인지 송지음은 감정이라는 것을 숨길 줄 몰랐다. 마침 동기들끼리 서로 연애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다들 서로를 조금씩 놀리고 있었다.송지음과 서준혁의 일은 온 회사에 퍼지게 되었다. 신유리가 자리에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은근히 장난 몇 마디를 던지고 있었다.어제 서준혁에게서 다짐을 받은 건지, 송지음은 예전처럼 신유리를 피하고 꺼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그 화제를 이어 신유리에게 말을 걸었다.“유리 언니, 남자 친구 생긴 거예요?”그 말에 마우스를 클릭하던 신유리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서준혁이 그랬어?”“아니요.” 송지음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언니 사생활이라고 했어요. 근데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송지음의 눈빛은 무척이나 솔직했다. 아무래도 신유리의 몸에 남은 흔적이 사라지진 않았으니까.신유리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곧이어 고개를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떠보는 듯한 감정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혹시라도 자기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될까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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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걔가 굳이 따라다닌 거야
송지음은 고개를 숙이며 수줍음과 두려움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옆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야유하기 시작했다. “준혁아, 왜 그래. 왜 이렇게 잡혀 살아?”그 말에 서준혁은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흑요석이 담긴 듯한 눈동자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투는 조금 나른했다. “어리잖아. 내가 많이 아껴줘야지.”야유는 점점 더 커졌다. 그때, 누군가가 질문했다. “난 준혁이가 신유리 같은 스타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순식간에 룸은 조용해졌고, 송지음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도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서준혁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나른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한 적 없어. 걔가 굳이 따라다닌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입을 연 사람이 바로 말을 보태었다. “그러게 말이야. 몇 년 지기 친구지만, 준혁이가 여자 때문에 전화까지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야. 제수씨, 당신이 준혁이한테 유일한 존재에요.”그 말에 서준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고 제수씨래? 선 넘지 마.”웃고 떠들며 한바탕 소란이 지난 후, 갑자기 누군가 입을 열었다. “맞다, 연우진도 이따 온다던데. 준혁아, 우진이 귀국한 거 알고 있었어?”송지음은 궁금했는지 조용히 서준혁에게 물었다. “연우진이 누구예요?”서준혁은 가볍게 대답했다. “아무도 아니야. 그냥 친구.”송지음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친구라고 말하는 서준혁의 안색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송지음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이 말하는 착한 여자로 살았다. 그녀가 제일 잘하는 짓이 바로 착한 척하는 것이었다.하지만.그녀는 옆에 앉아있는 서준혁을 몰래 훔쳐보았다. 심장 박동은 또 제멋대로 빨라지기 시작했다.그녀의 조건은 사실 서준혁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옆에는 신유리처럼 훌륭한 여자도 있었다.하지만 신유리 생각을 할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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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의 몸에 멈추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는 길에 차가 망가졌어.”그녀는 서준혁이 건넨 술잔을 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술 마시고 싶은 거면 내가 대신 마셔줄게.”“대신 마셔준다고?” 서준혁은 말꼬리를 잡으며 검은 눈동자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맡투는 조금 나른했다. “둘이 무슨 사이길래 신 비서가 대신한다는 거야?”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서준혁의 말투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마침 그때, 줄곧 아무 말 없던 송지음이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연우진 씨, 설마 그쪽이 유리 언니 남자 친구예요?”신유리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막 입을 열려는 그때, 서준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거야?”그는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유리 곤란하게 하지 마.” 연우진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의 얼굴에는 봄바람 같은 웃음이 걸려있었다.“그냥 친구야.” 그가 신유리 대신 상황을 무마했다.연우진이 나서자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신유리는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를 하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연우진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는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고, 파티가 있다며 같이 가겠냐고 그녀에게 물었다.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신유리를 그를 따라왔다. 그가 말한 파티가 서준혁네 파티일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는 복잡한 마음으로 손을 씻었다. 그녀는 밖에 잠깐 앉아 있다 연우진에게 먼저 간다고 문자를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화장실 문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의 의해 가로막히게 되었다.서준혁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고, 신유리가 나오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연우진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연우진이 신유리를 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서준혁 무리에서 그나마 신유리가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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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안 본데가 어딨다고
신유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럴게.”송지음은 서준혁을 다시 게임으로 끌고 갔고, 그도 그런 그녀를 따랐다. 그는 신유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바를 나선 후,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연우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까는 고마웠어.”연우진의 말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나한테 무슨 예의를 차려. 집에 데려다줄게.”“됐어…” 신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우진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밤에 폭우 내린데. 여자 혼자는 너무 위험해.”흔치 않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신유리도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연우진의 차에 올라탔다.연우진은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신유리를 집에 데려다준 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신유리는 그의 외투를 들고 있었다. 그 옷은 오후 차가 견인될 때 실수로 옷이 더러워져 연우진이 빌려준 것이었다.깨끗하게 씻은 후에 그에게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저녁 내내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한밤중이 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천둥 번개가 싫었던 신유리는 미리 창문을 닫아버렸다.단지 새벽 2시가 되었을 때, 도어락 소리가 유난히 더 선명하게 들릴 뿐이었다.그녀는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그녀는 이내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서준혁은 이미 외투를 벗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본인이 마실 물을 따르고 있었다.그의 몸에는 여전히 바깥의 차가운 한기가 묻어있었다. 그 모습에 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왜 왔어?”서준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컵을 내려놓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손을 뻗어 셔츠 단추를 풀며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드러냈다.곧이어 그는 아무렇게나 벨트를 벗었고, 바지 단추도 마음대로 널브러지게 했다.그는 그제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갈아입을 옷 좀 가져다줘. 샤워할 거야.”신유리의 집에 서준혁의 옷이 있긴 했다. 모두 그가 예전에 두고 간 옷들이었다.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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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정식 여자 친구
”말할게 뭐가 있다고.” 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우유를 데울 생각이었다. 곧 생리라 커피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마실래?” 그녀가 서준혁에게 물었다.대답 대신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서준혁의 뒷모습과 닫힌 문이었다.어젯밤엔 비가 내려서 그런지 바닥은 많이 축축했다. 신유리의 차는 정비소에 끌려갔다. 택시를 타고 회사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아래로 내려갔을 때, 그는 서준혁을 마주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얼굴을 하며 마치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고, 신유리도 눈치 빠르게 그의 차를 타고 회사에 간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신유리는 평소보다 몇분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낮은 웃음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역시나 동료 몇 명이 송지음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송지음의 책상에는 아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의 포장 봉투가 놓여있었다. 안에는 커피 몇 잔이 들어있었다.신유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송지음은 미소를 지으며 천진난만하게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빨리 와서 아침 드세요.”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이미 먹고 왔어.”“하지만 제가 특별히 사 온 커피인데… 계산도 준혁 씨가 했고요.” 송지음은 이제 준혁 씨라는 말이 입에 붙은 듯했다. 그녀는 커피 한잔을 신유리에게 건네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유리 언니가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시럽은 안 넣었어요.”신유리는 젖살이 아직 덜 빠진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신유리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고마워. 근데 내가 요즘 커피 생각이 없어서.”그 말에 송지음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어색하게 손을 거두며 연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유리 언니.”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 휴식 시간, 휴게실을 지나가던 그녀는 우연히 동기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신유리 무슨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거야? 송지음이 서 대표 정식 여자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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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내 남자 친구가 되어줄래?
신유리는 회사를 나서기 전에 먼저 화장실을 들렀다. 역시나 생리의 징조가 조금 보였다.화인 그룹의 건물 아래에서는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몇백 미터 정도 걸어야 했다.그때 서준혁의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더니, 서서히 여자의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더니 서준혁의 준수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무심하게 신유리에게 물었다. “오늘 운전 안 했어?”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정비 맡겼어.”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어젯밤에 이미 차 정비 맡겼다고 말했는데… 보아하니 제대로 안 들은 것 같았다.“집에 가는 거야? 아니면 어디 가는 거야?” 그가 또 물었다.“집에.”“타.”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신유리는 의식적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송지음을 쳐다보았다.그녀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무척이나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서준혁을 타일렀다. “우리 뭐 사러 가기로 했잖아요. 유리 언니한테 약속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요? 우리가 괜히 방해하는 거 아니에요?”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좀 기다려야 하는 데 괜찮아?”안 괜찮을 건 또 뭐야.하지만 그녀는 송지음의 눈에 담긴 방어심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됐어. 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마침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연우진이었다.연우진이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유리는 담담한 얼굴로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전화 왔네.”그 말에 송지음은 바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꾸짖었다. “봐요. 제가 약속 있을 거라 말 했잖아요.”안도하는 말투였다. 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화를 받았다.서준혁의 시선은 줄곧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 송지음이 소매를 잡아당기자 그는 그제야 서서히 시선을 거두었다.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신유리의 모습을 쳐다보았다.그녀는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긴 머리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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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배려인 줄 알았는데 그냥 귀찮은 거였어
신유리의 말은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연우진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싫다고 해도 상관없어.” 신유리는 고개를 숙였다. 자기가 생각해도 좀 별로였다. “그냥 한 말이야.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연우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유리야, 미안해. 근데 이유는 물어봐도 될까?”“아무것도 아니야.” 신유리가 입을 열었다. “솔로인지 너무 오래라 연애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그녀는 서준혁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연우진도 딱히 더 묻지 않았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연우진은 여전히 다정하게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다.결국 그들은 집 앞에서 서준혁을 만나게 되었다.검은색 벤틀리는 바로 연우진의 차 옆에 멈춰 섰다. 서준혁은 담담하게 차에서 내리는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곧이어 시선을 자연스럽게 연우진에게 옮겼다.연우진은 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서준혁은 그의 말에 대꾸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신 비서 수완이 일 쪽에서만 대단한 게 아니었네.”신유리는 그의 말 속에 숨은 조롱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가 먼저 송지음을 옆에 둔 것이다. 그는 혹시라도 송지음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할까 그녀보고 남자 친구를 찾으라며 은근히 암시까지 했었다.또 뭘 비꼬고 있는 거지?신유리의 시선은 아래도 떨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연우진과 작별을 고했다. “번거롭게 했네. 옷은 잘 빨아서 나중에 돌려줄게.”그 말에 연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어. 입던 옷인데 뭐.”신유리는 그 말이 예의 차리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사실 오늘 그녀가 한 말은 조금 경솔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발언은 연우진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을 것이다.연우진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준 것도 그가 어릴 때부터 받은 훌륭한 교육과 매너 덕분이었다.신유리의 예상대로 생리는 앞당겨졌다. 한밤중이 되자 밀려오는 아픔에 식은 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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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대체 얼마나 걱정하는 거야
송지음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신유리는 자신의 표정을 아주 잘 감추었고 있었다. 그녀는 가벼운 목소리로 송지음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송지음은 오늘 특별히 꾸몄다. 안 그래도 어리고 앳된 얼굴에 블러셔까지 올라가니 무고함이 한층 더 깊어졌다. 옆집에 사는 여동생 같았다.“유리 언니, 하 부장님이 고쳐야 한다면서 서류를 하나 보냈어요. 저는 오늘 약속에 안 가고 집에서 서류를 수정한다고 말했는데, 그런데…”말을 하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제야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준혁 씨가 언니 오늘 안 간다고, 언니가 도와줄 수 있다고 했어요.”신유리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에 있는 서류를 확인했다. 그녀가 틀림없이 승낙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네 뜻이야?”“우서진이랑 녀석들이 우리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어차피 넌 안 가잖아. 야근이라고 생각해.” 서준혁의 눈빛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야근 수당 챙겨줄게.”아랫배에서 갑자기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미안. 내가 몸이 안 좋아서.” 그녀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서준혁의 인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신유리가 서준혁이 뭐라고 말하려 한다고 생각하던 그때, 송지음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언니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준혁 씨, 역시 내가 가서 고치는 게 좋겠어요. 무슨 일이든 다 유리 언니한테 부탁할 수는 없잖아요.”그녀의 말투에는 고민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 그 말에 신유리를 고개를 숙인 채로 한참을 침묵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줘. 내가 할게.”단지 그녀가 손을 뻗어 서류를 받기도 전에 뱃속의 통증이 다시 한번 그녀를 찾아왔을 뿐이었다.순간 신유리는 참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고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때, 힘 있는 손 하나가 그녀의 팔을 부축했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었고, 서준혁이 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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