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1321 - Chapter 1330

1346 Chapters

제1321화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고수연을 바라봤다.“수연 씨 부모님 괜찮은 거 맞아요? 형수 상황에 무슨 또 새로운 상대를 찾아요?”“수호 씨가 몰라서 그렇지 언니를 쫓아다니던 남자가 지금까지 언니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쉽게도 형수가 그때 진동성을 선택해서 안 이어졌지만. 지금 언니가 이혼했다는 소리 듣고 바로 엄마 찾아가서 예물 1억 6천만 원 주겠다고 했대요.”‘젠장.’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위기감이 확 올라왔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상대가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내놓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상대가 몇 살인데요? 조건은 어때요?”“나이는 좀 있어요. 40 좀 넘어요. 공장 운영하고 아들 하나 있어요.”역시!만약 결혼도 안 한 데다 젊다면 그렇게 순애보인 남자는 극히 드물다.나는 얼른 반박했다.“수연 씨 부모님은 분명 동의 안 할 거예요. 형수가 실패한 결혼을 경험했는데 상대 나이도 있고 아이도 가졌다면 결혼하고 나서 분명 모순이 많을 거예요.”그 말에 고수연이 고개를 저었다.“틀렸어요. 우리 부모님 엄청 좋아해요. 상대가 자그마치 예물로 1억 6천만 원을 준다고 했잖아요.”“수연 씨 부모님도 참 속물이네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그러자 고수연이 말했다.“속물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누가 나한테 예물 1억 6천을 주면 나도 결혼할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애 둘 키우고 있어 아마 다시 찾기는 어려울 거예요. 아연이는 비혼주의자이기도 하고.”“그러니 부모님이 언니한테 희망 품을 수밖에 없어요.”나는 화가 나서 수건을 세면대에 내던졌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게 어디 딸 결혼시키는 거예요? 딸 파는 거지.”고수연은 내 모습에 흠칫 놀라더니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결혼시키든 팔든 두 분 생각은 그래요. 그러니 얼른 결혼하든가 아니면...”“아니면 뭐요?”나는 귀찮은 듯 물었다.고수연은 헤실 웃었다.“아니면 그대로 포기하고 나랑 결혼해도 돼요. 난 예물 필요 없어요.”“끔 깨요!”나는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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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이건 참 어색한 대화의 시작이었다.다행히 나는 뻔뻔해질 준비를 하고 와 큰 타격이 없었다.나는 웃으며 고태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버님, 잘못 말하셨어요. 제가 형수를 꼬신 게 아니라 어려운 생활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거예요.”고태식은 내가 내민 손을 맞잡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결국 나는 싱긋 웃으며 손을 다시 내렸다.하지만 어색한가 묻는다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충분히 뻔뻔하면 무서울 것도 없다.나도 이미 충분히 비바람을 겪어 보았고, 갓 사회에 나온 사회 초년생이 아니기에 부끄럽고 어색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고태식은 나에게 자리도 권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네놈이 아니면 태연이가 진동성과 이혼할 리 없었어. 그런데 뭐 잘했다고 우쭐거려?”나는 상대가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아 빈 잔에 물을 채웠다. 그러고는 물을 마신 뒤 입을 열었다.“진동성이 어떤 사람인지 수연 씨가 다 말했을 텐데요. 형수가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평생 행복할 수 없어요.”고태식은 바로 내 말에 반박했다.“그럼 네놈과 있으면 행복할 수 있어? 네가 고작 몇 살인데? 무슨 성과가 있어? 태연이 너랑 만나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그때 고수연의 어머니 한영순도 방에서 나왔다. 다만 말하는 태도는 고태식보다 조금 부드러웠다.“맞아. 태연이가 너보다 나이가 그렇게나 많은데 둘이 만나면 사라들이 웃을 거야.”나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뭘 웃는데요? 남자가 자기보다 어린 여자를 만나면 능력 있는 거고, 여자가 자기보다 어린 남자를 만나면 안 돼요? 누가 규정했는데요?”“이 애가 왜 이렇게 고집이 센지. 우리도 다 두 사람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나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정말 우리를 위한 거면 형수에게 40살 넘은 데다 애까지 딸린 남자를 찾아주지 않았겠죠.”그 말이 떨어진 순간 두 분의 시선이 고수연에게로 향했다.그러자 고수연은 혀를 날름 내밀었다.“이 일은 언젠가 알게 될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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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나도 따라서 분노해 벌떡 일어났다. “형수는 등신 아니에요. 형수는 아주 좋은 여자예요. 두 분이 형수 마음대로 휘두르는 거 못 봐요.”“그리고 저 형수 계속 돌볼 거예요. 그 황 사장이 그것도 괜찮다고 하나 보자고요.”고태식은 내 말에 화가 나 얼굴이 시퍼레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손가락질로 나를 삿대질했다.하지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고태식의 손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아버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그러다 병나겠어요. 제가 대신 맥 짚어 드렸는데 건강 상태가 썩 좋지 않아요.”“그리고 어머님, 어머님도 여인이면서 어떻게 자기 딸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아요? 만약 어머님 부모님이 어머님을 아이 딸린 늙은 남자한테 시집보내려 하면 동의할 거예요?”한영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그때 정신 차린 고태식이 나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고수연이 다급히 달려 나왔다.“뭐예요? 왜 또 싸워요? 가요. 우리 가요. 우리 아빠 성격 안 좋아요. 사람 때릴지도 몰라요...”고수연은 나를 강제로 끌어냈다.나는 화가 치솟았지만 두 분 모두 웃어른인 걸 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연 씨 아버지 참 이기적이고 고리타분하네요. 본인이 한 짓을 말도 못 하게 하다니.”고수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왜요? 우리 아빠한테 화났어요?”“화 안 나게 생겼어요? 무슨 말 하는지 봐 봐요. 형수를 등신이라고 하다니 그게 아빠가 딸한테 할 소리예요?”“형수가 그렇게 된 게 본인 탓도 아닌데. 피해자면 관심과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수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언니는 그나마 나아요. 나랑 아연이는 더 처참해요. 내가 이혼했다고 아빠가 항상 남자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한다고 쓸모없다고 하거든요.“내가 아이들 데려가서 봐달라고 하니까 얼마나 잔소리하던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냥 못 들은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요.”나는 문득 의아했다.그럼 고아연 씨는요? 아연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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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아직도 그런 농담이 나와요?”나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고수연은 자꾸만 나를 놀려댔다.그때 고수연이 의자에 기대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 농담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어떤 여자가 자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싫겠어요? 난 평생 팔자가 안 좋아 인생에서 만난 남자 둘이 모두 이기적인 사람들이에요.”“두 남자요? 결혼 두 번 했어요?”나는 한 간 고수연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그러자 고수연이 나를 째려봤다.“그 개자식 전에 남자 친구 한 명 사귀었어요. 내 첫사랑이라 몸과 마음을 다 바쳤는데 상대는 나랑 결혼할 마음도 없더라고요.”“솔직히 말해서 그냥 공짜로 나랑 잠만 잤던 거죠. 그러면서 자기가 무슨 사랑꾼인 것처럼 포장하다니. 웃긴 건, 난 그때 너무 어려서 그 남자 말 믿고 3년이나 사귀었어요.”“그런데 그 결과 상대가 잠수 이별해서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요.”“그런 놈이 사람이에요? 짐승이지.”듣고 있던 나마저 상대의 쓰레기 같은 행동에 기가 찼다.내 말에 고수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 나서 만난 게 진용진이에요. 사실 내가 진용진과 결혼하기 전에 서로 충분히 알아갈 시간도 없었어요. 바로 결혼에 골인한 셈이죠.”“그때 금방 이별하고 얼마 안 돼서 진용진을 만났는데 능력도 있고 재능도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그때는 확실히 나한테 잘했거든요.”“그러다 나중에 내가 임신해서 얼떨결에 결혼하게 됐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보니 내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참았어요. 둘이 함께 노력하면 그래도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데...”고수연은 묵묵히 눈물을 닦았다.나는 옆에서 듣다가 티슈를 뽑아 고수연에게 건넸다.“나도 무슨 말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내 말에 고수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무 말도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원망 좀 한 것뿐이에요. 예전에는 하늘을 원망했어요. 심지어 하늘은 왜 나한테만 불공평한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알았어요. 사실 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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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하지만 그렇다고 정 사장님처럼 너무 착하기만 해도 안 돼. 좋은 사람이 되되, 나쁜 사람들보다도 더 독하고 강해져야 해.”민우와 현성은 내 관점에 동의했다.“맞아. 수호야. 네 말이 맞아!”“나도 찬성이야!”“수호, 너 이번에 갔다 오더니 많이 변했다. 이렇게 멋진 말도 할 줄 알고.”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나도 소설에서 본 거야.”예전에 그 구절을 봤을 때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 나는 인터넷 소설에도 좋은 문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방금 관점에 매우 동의한다.한 사람이 자기 안전도 보장할 수 없으면서 남을 도와줄 수는 없는 법이다.우리 셋은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어, 수호야. 저기 봐.”현성이 눈빛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그래서 고개를 돌려 봤더니 연승호가 눈에 들어왔다.‘저 자식은 왜 왔지?’“내가 없는 동안 저 자식이 가게에 와서 소란 안 피웠지?”나는 민우와 현성에게 물었다.그랬더니 둘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안 피웠어.”그렇다면 더욱 이상하다. ‘저 자식이 왜 먼저 우리를 찾아왔지?’연승호는 우리를 보더니 헤실 웃었다.“정수호, 돌아왔어?”연승호는 말하면서 의자를 끌어내 그 위에 앉았다. 나는 그런 그를 꿰뚫을 듯 노려봤다.“왜? 무슨 일로 찾아왔어?”“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냥 수다 좀 떠는 것도 안 돼?”‘누굴 속이려고.’나는 연승호 손에 있는 술잔을 빼앗았다.“무슨 수다?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있었던가?”“왜 없어? 너 전에 우리 협력하자던 거 잊었어? 같이 돈 벌자며?”“그건 업무 얘기니까 업무 시간에 해.”나는 연승호의 말을 잘랐다.그러자 연승호가 갑자기 내 손을 잡으며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정수호. 나 협력하고 싶어. 우리 협력에 관한 얘기 제대로 해보자. 나도 내 생각이 있어.”보아하니 연승호는 확실히 자기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결국 나는 연승호에게 슬잔을 돌려주었다.“그래, 먼저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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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화

“우리 협력 파트너잖아. 그래서 너희가 오면 무료야.”연승호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너무 잘했다. 그런 그를 보니 조금은 대단하게 느껴졌다.음식점에서 나온 뒤 나는 민우와 현승에게 물었다.“내가 없는 동안 푸른솔 장사 그렇게 잘 됐어?”현성이 말했다.“당연하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도 마. 예전에는 아침에만 죽을 팔았는데, 지금은 저녁까지 팔아.”“하. 돈맛 좀 보니까 저렇게 좋은 태도로 나오는구나. 그럼 너희가 볼 때 연승호 태도가 진심인 것 같아? 아니면 거짓인 것 같아?”민우가 말했다.“내가 볼 때 진심인 것 같아. 아까 웃는 것 좀 봐. 우리가 무슨 자기 친아빠라도 되는 것처럼 웃잖아.”하지만 현성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내가 볼 때 연기인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한테 뽑아먹을 게 있으니까 아부하는 거겠지.”“나도 현성의 말에 동의해. 뭐가 됐든 절대 경계를 늦추면 안 돼. 무조건 조심해야 해.”그때 현성이 민우가 물었다.“그럼 앞으로 정말 푸른솔에서 밥 먹을 거야?”“가야지. 왜 안 가? 공짜 점심이 생겼는데. 낭비하면 안 되지.”우리는 키득키득 웃으며 한의관으로 돌아갔다.내가 없는 동안 한의관 업무는 현성과 민우가 책임졌다. 하지만 약재 구매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날 오후, 특별히 나를 찾아온 환자들도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 한의관으로 찾아왔다.그 결과 우리는 오후 내내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빠 핸드폰도 그렇게 6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환자분을 돌려보낸 나는 겨우 차 한 잔 따라 휴식을 취했다.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문자 몇 통이 도착해 있었다. 그중 일부는 형수가 보낸 것이고, 일부는 애교 누나, 심지어 하나는 소여정이 보낸 거였다.소여정의 이름을 본 순간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지난번에 소영정이 가게에 찾아온 뒤로 벌써 1달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임천호가 강북을 떠났나 모르겠네.’소여정은 아주 간단한 문자를 보내왔다.[강북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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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뭐가 무서워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이러면?]소여정은 갑자기 옷을 벗어 검은 속옷만 남겼다.그 모습에 나는 하마터면 힘을 흘릴 뻔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급히 핸드폰 액정을 몸으로 막았다.‘이 여자가 정말 죽으려고 이러나?’우리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데, 소여정이 이렇게 했으니 만약 임천호한테 들키면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될 수 있다.나는 살짝 화가 나서 말했다.“당장 옷 입어요. 계속 이러면 전화 끊을 거예요.”그 순간 전화 건너편에서 소여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 정도 배짱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임천호는 한동안 나 안 찾아왔어. 그런데 뭐가 그렇게 두려워?]나는 그제야 핸드폰을 다시 들어 물었다.“임천호는 어디 갔어요?”[서나연이 강북에 왔잖아. 아내 곁에 있어 주러 갔어.]소여정은 가볍게 말했다.그 마을 들으니 나는 문득 의아했다.“임천호와 서나연은 서로 감정 없지 않아요?”[감정 없긴 하지. 하지만 서나연네 집은 아직 임천호에게 쓸모가 있거든. 그래서 서광진이 오라고 하면 안 갈 수 없어.]소여정은 이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했다.심지어 자기 머리카락을 살살 넘기는 모습은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솔직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근질근질했다.소여정은 내 눈빛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물었다.[나 예뻐?]나는 흠칫 놀라 바로 화제를 돌렸다.“유미 사모님 남편 사고 났는데 가서 위로해 주지는 않고 여기서 나를 놀려대요?”소여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런 일은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도 방법이 없어.]“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소여정은 반박했다.[틀렸어. 난 생사에 연연하지 않는 거야. 세상에 안 죽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사람은 언젠가는 죽어. 정수호. 네가 말해 봐. 사람이 왜 사는 것 같아?]“그건 너무 심오해서 소여정 씨랑 통화하고 싶지 않아요.][그럼 가게에서 기다려. 내가 찾으러 갈게.]그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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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그건 확실히 골칫거리다.서나연의 주요한 문제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서나연은 임천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자기적으로 우울함을 유지해 마음의 병이 생겼다. 물론 문제는 반드시 사건 장본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장본인이 문제가 될 때 환자에게는 아주 불리하다.나는 결국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전 서나연 씨 몸은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은 저도 어떻게 못 해요. 가족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요.”내 말에 서지예는 행동을 우뚝 멈추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정말 다른 방법은 없어?”“전 한의사지 정신과 의사가 아니에요. 아니면 정신과 의사한테 데려가는 게 어때요?”나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내 능력은 한계가 있다.내 말에 서지예가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좋은 정신과 의사도 소용없어. 오히려 언니한테 새 남자를 찾아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언니가 어릴 때부터 자기보다 강한 남자를 좋아했거든. 게다가 한번 좋아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해.”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그 말을 듣고 분석했다.“사실 서나연 씨 그거 병이에요. 하지만 제가 심리학은 몰라서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없어요. 서씨 가문 인맥 넓잖아요. 정 안 되면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전문가를 찾아봐요.”서지예는 미간을 찌푸렸다.“국내에서는 다 찾아봤는데 소용없어. 정 안 되면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국내에도 심리학 영역에서 뛰어난 전문의가 많은데 왜 해외로 나가요?”‘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해외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좋다고 생각하나?’서지예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그냥 해본 소리인데, 뭘 또 그렇게까지 따져? 진짜.”“B시 혹은 S시에 가 봐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 서나연 씨와 임천호를 더 이상 못 만나게 해야 해요.”나는 이 일을 끝까지 책임질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했다.내 말에 서지예가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우리 아빠가 불러온 거야. 아빠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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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용천호텔에서 처음 만났잖아. 그때 너 정태곤한테 쫓겨 다니다가 칼까지 맞았잖아.”나는 바로 설명했다.“그때는 확실히 무서워했어요. 그때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저 동준 형님 제자예요. 제가 우리 스승님 얼굴에 먹칠할 리 있겠어요?”양동준은 서지예가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서지예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서지예는 발그스름한 얼굴로 말했다.“그 목석같은 인간은 언급하지 마. 이미 끝냈으니까.”“왜요? 스승님이 또 화나게 해요?”나는 두 사람의 일에 관심이 많았다.서지예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화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내 성질을 긁었어. 난 맹세컨대 그 인간 다시는 상대하지 않을 거야.”“말해 봐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서지예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렇게 우리는 서나연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문을 열고 들어서니 임천호와 서나연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며칠 동안 보지 못했더니 서나연의 안색은 훨씬 좋아졌고 더욱 활기차 보였다. 그녀는 임천호를 위해 사과를 깎고 있었고, 임천호는 전화를 치고 있었다.그때 마침 우리의 시선이 맞닿았다. 임천호의 시선은 나에게 고정했다. 다만 나는 그를 담담하게 한번 보고는 더 이상 관여치 않았다.‘본인이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내가 왜 만날 때마다 무서워해야 하지?’나는 이제 임천호가 두렵지 않다. 때문에 임천호에게 나 정수호는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서지예는 언니 서나연 옆에 앉았다.“언니, 정수호 씨 왔어. 언니 상태 한 번만 더 확인하게 해 봐.”서나연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여긴 왜 왔대? 가라고 해.”‘이 여자는 참 사리분별을 못하네.’전에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진작 황천길 건넜을 텐데 고마움도 모르고. 이런 게 바로 전형적인 배은망덕이다.내가 서광진의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면 아마 당장 뒤돌아 떠났을 거다.하지만 나는 결국 서나연 옆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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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앞으로 서나연 씨와 임천호 만나지 못하게 해요. 끊어내려면 완전히 끊어내야 해요.”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예가 말했다.“안 돼. 우리 언니 예전 상태 알잖아...”나는 살짝 난감했다.“우선 내 말끝까지 들어 봐 줄래요?”서지예는 마치 잘못을 한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그래. 그럼 말해 봐.”“첫째, 난 서나연 씨의 마음을 끊어내려고 그러는 거예요. 임천호는 필요할 때만 돌아오고 필요 없으면 뭐 하는지 관심도 안 가지잖아요. 임천호는 서나연 씨를 뭐로 생각한대요? 이용 가치가 있는 물건 정도겠죠.”“서씨 가문은 그래도 명문가인데. 이런 모욕을 참을 수 있어요?”“당연히 못 참지.”서지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나는 이내 말을 이었다.“둘째, 서나연 씨가 임천호에 대한 마음을 끊으면 정신적 지주를 끊어내는 것과 같아요. 그럴 때 새로운 정신적 지주가 필요해요.”“난 이럴 때 새 연애를 시작하는 건 권하지 않아요. 항상 희망을 남자한테 걸면 어떻게 자립하고 어떻게 강해져요?”서지예는 입을 삐죽거렸다.“말은 쉽지. 정말 그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나는 조금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나한테 방법이 있어요. 다만 가족분들이 마음 독하게 먹을 수 있는지에 달렸어요.”“무슨 방법인데? 우선 말해 봐.”“한 사람이 죽음도 두렵지 않는다면 진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지예 씨는 언니가 평소에 뭘 가장 두려워하는지 생각해요.”“그 두려움을 확대해서 생존 욕구를 자극하면 생존 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서지예는 살짝 아리송한 표정이었다.“뭐라는 거야?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 없어?”“예를 들어, 서나연 씨가 개를 무서워한다면 개를 풀어 서나연 씨를 쫓게 해서 두려움을 안겨주는 거예요. 그때 서나연 씨가 도망치면 여전히 생존 욕구가 있다는 뜻이죠.”“그렇게 하면 생존 욕구를 자극할 수도 있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요.”서지예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말했다.“무슨 뜻인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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