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곤은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걸 표정으로 팍팍 티 내고 있었고, 강용재는 계속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건 내가 고개를 들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다.나는 순간 어이없었다. ‘저들은 남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개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웃는 거지?’나는 적어도 스스로 창업한 자영업자이다. 그런데 정태곤과 강용재는 임천호에게 빌붙어 목숨까지 내걸고 일하는데 임천호는 두 사람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그런 처지인데도 두 사람은 대체 어디서 나온 우월감인지 매번 자신들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굴곤 한다.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등신’이라고 말하고 싶다.배불리 먹은 나는 그제야 임천호를 바라봤다.“임 회장님, 윤 사장님한테서 들었는데, 제 인간관계를 조사하라고 했다면서요?”나는 준비했던 자료를 임천호 앞으로 내밀었다.“이건 다 제 인맥이에요. 천천히 봐요.”임천호는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정수호, 며칠 안 봤더니 많이 컸네? 나한테 그런 태도로 말하고?”“안 돼요? 제가 임 회장님 부하도 아닌데, 굽신거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임천호는 ‘하하’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좋아. 아주 좋아.”나는 임천호가 대체 무슨 뜻인지 의아했다. 이게 대체 뭐가 웃기다고 웃는 건지.하지만 그때 임천호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싸늘해졌다.“나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잊었어?”임천호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그를 처음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그때 임천호를 처음 만난 나는 그의 이름을 듣는 것도 두려움을 느꼈었다. 나는 비천한 벌레처럼 조심스럽게 임천호의 비위를 맞춰 주고, 모욕을 당하고 조롱당했다.그러다 결국 한 마디 반항도 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임천호가 나를 오해하지 말고, 목숨을 살려주기를 바랐었다.그때의 기억은 나한테 흑역사는 다름없고,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다.하지만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면 직접적으로 마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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