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거 뭐 있어? 우리 회사 자금도 부족해. 네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서광진은 이 순간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서나연은 얼른 서광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아빠, 천호가 FC그룹 프로젝트를 따내고 싶다는데 6백억이 모자라대요. 아빠도 전에 동의했잖아요. 천호가 내 곁으로 돌아오면 6백억 주겠다고. 우리 다시 잘 살기로 했으니, 이제 아빠가 약속 지킬 차례예요.”서광진은 난감한 듯 딸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애초에 서씨 가문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서나연과 임천호의 결혼을 밀어붙인 장본인이 바로 서광진이다. 하지만 그때의 결정이 오히려 서나연을 십 년 넘게 해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현재 서광진이 하는 모든 일은 그 당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임천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는 그걸 까발리지 않았다.“나연아, 아빠 담배 떨어졌는데 사다 줘.”서광진은 일부러 서나연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 하지만 서나연은 오히려 기쁘게 떠났다.서광진은 임천호 앞에서 숨길 것도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임천호, 자네가 나연이한테 잘해주는 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 알아. 내가 6백억을 주기로 했으니 그 약속은 꼭 지킬 거야. 하지만 나도 요구가 하나 있어.”“아버님, 말씀하세요.”임천호는 웃으며 말했다.서광진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돈을 받자마자 바로 나연이 곁을 떠나지 마. 자네가 요즘 나연이한테 행복한 착각을 심어줬는데, 만약 갑자기 떠나면 나연이가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네, 그럴게요.”임천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버님, 또 다른 문제 있어요?”서광진은 고개를 저었다.“없어. 난 나연이가 오랫동안 기뻐했으면 좋겠어. 다른 건 바라는 게 없어.”“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나연이한테 잘할게요.”임천호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하지만 서광진은 여전히 그를 한 번 믿기로 했다. 아마 그가 너무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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