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1581 - Chapter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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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1화

저녁을 먹기로 한 레스토랑은 내가 예약했다. 바로 집 근처로 말이다.레스토랑에 모인 뒤, 나는 잔을 들고 세 누나한테 말했다.“누나들, 지난 1년 동안 돌봐줘서 고마워요. 그동안 도와준 것도 고마워요. 고마움을 담아 내가 먼저 원샷할게요.”나는 말하면서 세 사람과 잔을 부딪쳤다.그때 남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난 너 도와준 거 없어. 욕구 해소한 것밖에는.”“하...”남주 누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장난기가 심했다.“네가 우리 애교랑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의외네. 아쉽다.”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를 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하지만 정작 애교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아쉬울 거 뭐 있어. 수호 씨는 내가 가장 절망스러울 때 곁을 지켜줬어. 난 그것만으로도 기뻐.”“그리고 나도 결혼이 가장 좋은 귀결점이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는 예쁘게 만나다 평화롭게 헤어졌어. 이거면 좋은 거 아닌가?”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았다.“우리 자기 언제 갑자기 말을 이렇게 잘했지? 그동안 책 많이 봤나 봐?”“하하. 맞아. 많이 보긴 했지.”애교 누나는 웃으며 맞장구쳤다.그때 형수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번에 우리 셋만 짠하자, 수호 씨는 빼고.”“왜 빼는데요?”나는 살짝 어이없었다.“이건 우리 여자들 일이니 남자가 끼는 건 적합하지 않아.”세 사람은 뭔가 말하며 서로 잔을 부딪쳤다.‘이젠 완전히 미움 샀네.’‘하.’하지만 나는 전혀 괴롭지 않다. 세 누나가 나를 상처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다.우리의 관계는 현재 아주 편했다.마음껏 농담도 하고, 다른 건 연연하지 않고 마음 터놓고 대화도 했다. 세 사람도 예전처럼 내몸만 바라지 않고 말이다.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1년 전처럼 함께 노래하러 갔다.노래방에서 우리는 카드 게임과 주사위 게임을 하면서 진 사람이 옷을 벗기로 했다.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한 덕에 나는 1년 전처럼 처참하게 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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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형수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무지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어... 어쩌다가?”형수는 얼른 애교 누나 손을 꼭 잡았다.“언제 적 일이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1달 전에 검사받고 알았어. 뭐 좋은 일이라고 너희한테 말하겠어.”“혹시 이것 때문에 수호 씨랑 헤어진 거야?”형수는 계속해서 캐물었다.“그 이유도 있지만 다는 아니야. 이런 몸 상대로 수호 씨랑 결혼할 수는 없어. 수호 씨는 아직 젊고 미래도 창창한데, 해칠 수는 없잖아.”“그리고 나도 요즘 냉정하게 생각해 봤는데, 나랑 수호 씨는 다른 세상 사람이야.”“우리 아빠가 부시장이고, 엄마가 대학교수잖아. 두 분은 내가 공무원이거나 교사와 결혼하길 바라셔. 그래야 수준이 맞다고 생각하시나 봐.”“우리 아빠가 얼마나 고리타분한지 너희도 알잖아. 글쎄 수호 씨더러 1년 동안 자신을 증명해 보이라고 했대. 하지만 1년 뒤에 수호 씨를 인정할지도 몰라.”“난 수호 씨가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아. 부담 주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 헤어지는 게 맞아.”형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순간 마음이 너무 무거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헤어져도 괜찮겠어? 안 아쉬워?”형수는 마음 아픈 듯 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처음에는 나도 아쉬웠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도 이제 받아들였어.”“너희처럼 자신을 위해 한번 살아보고 싶어. 그래야 사는 보람이 있잖아.”“그리고 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같이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하면 그거로 충분해. 다른 건 뭐 될 대로 되라지.”“무엇보다 지은 씨는 사람도 좋고 수호 씨랑 잘 어울리잖아.”“하!”형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수호 씨한테 너무 잘해주네. 수호 씨는 대체 전생에 무슨 공을 세웠기에 이번 생에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한창 말하던 형수는 걱정스러운 듯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그 병은 심각한 거야? 생명이 위험한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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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하지만 남주 누나는 형수에게 옮았는지 따라서 슬퍼했다.“내가 더 아쉽거든. 우리 애교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야. 내가 뭘 하든 나무란 적이 없어.”“너희가 떠나면 난 어떡하라고?”남주 누나는 말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에 애교 누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아픈 사람은 나인데, 너희가 왜 울어?”형수와 남주 누나는 애써 꿋꿋한 모습을 보이는 애교 누나를 보니 더 슬퍼졌다.두 사람은 차라리 애교 누나가 조금 슬퍼하기를 바랐다.‘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운명이 왜 이렇게 기구하지?’‘처음에는 왕정민 같은 쓰레기를 만나더니, 어렵게 이혼했더니 이젠 또 난소암이라니!’‘너무 불공평해!’“됐어. 아직 초기라 치료에 협조만 잘하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대.”“완치할 수 있어?”형수가 대뜸 물었다.이에 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완치는 어려울 거야.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난소암을 완치하는 경우가 없었거든.”“그럼 항상 기쁜 마음을 유지해. 사람이 기분 좋으면 장수할 수 있고, 병을 물리칠 수 있대.”형수가 다급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남주 누나도 얼른 맞장구쳤다.애교 누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하지만 오늘 일 수호 씨한테는 비밀로 해 줘. 알리고 싶지 않아.”“이제야 드디어 행복을 찾았는데, 그냥 행복하게 내버려둬.”애교 누나는 너무 착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나는 집으로 가는 내내 오늘 밤의 분위기에 취해 들떠 있었다. 심지어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졌다.집에 도착한 뒤, 나는 오늘 일을 윤지은에게 공유했다.나는 윤지은이 나중에 알고 또 화낼까 봐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조용히 내 말을 듣던 윤지은은 대뜸 나에게 물었다.“너 예전에 세 사람과 모두 그렇고 그런 사이였잖아. 그 셋과 함께 있을 때 정말 딴마음 품지 않았어?”나는 다급히 맹세하는 자세를 취했다.“아니요. 절대 그런 적 없어요. 지은 씨와 결혼하기로 한 순감부터 내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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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내가 여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바람은 안 피워요.”게다가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사귀어 본 적 없던 때라 여자의 몸에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나는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책임을 지는 성격이다.다만 윤지은은 나를 반신반의했다.아직 믿음을 얻지 못했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윤지은이 나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다음 날.나는 윤지은과 함께 부모님을 마중하러 열차역으로 향했다.역에서 약 10분 정도 기다렸더니 부모님은 모습을 드러냈다.나는 두 분을 보자마자 흥분에 겨워 손을 흔들었다.“어머니,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두 분은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워 힘껏 손을 저었다.연초에 집을 떠난 후 지금까지 거의 1년 동안 집에 가지 못한지라, 나는 부모님이 너무 그리웠다.때문에 만난 순간 두 분을 꼭 끌어안았다.“너무 보고 싶었어요.”두 분은 워낙 수줍음이 많은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살찐 것 같다며 역시 도시물은 다르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한참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윤지은을 두 분께 소개했다.“어머니, 아버지, 이쪽은 제 여자친구 윤지은이에요.”“지은 씨, 여긴 우리 어머니, 이쪽은 우리 아버지예요.”“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윤지은은 예의 바라게 인사했다.두 분은 윤지은을 보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그래. 안녕해. 안녕하고말고.”어머니는 특히 입이 귀에 걸렸다.아버지도 말수는 적었지만 윤지은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버지, 어머니, 우리 차로 가서 얘기해요.”나는 두 분의 짐을 빼앗아 들고는 두 분을 차로 안내했다.우리는 윤지은이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었다.다만 윤지은은 이곳 vip 회원이라 예약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안 그래도 도시에 올 일이 거의 없던 부모님한테 이렇게 호화로운 레스토랑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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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두 분이 여기서 안 지내겠다고 해도 돈은 못 돌려받아요. 그러면 낭비잖아요.”나는 거짓말을 살짝 섞었다.시골 사람들은 낭비를 가장 싫어하니까.아니나 다를까 돈을 이미 냈고, 안 지내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어머니는 마음 아파했다.이런 곳에 하룻밤 묵는 건 적어도 수십만 원인데, 그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결국 두 분은 우리를 따라 호텔에 들어섰다.두 분을 방으로 안내해 잠깐 쉬게 한 뒤, 나는 두 분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지은 씨는 먼저 가요. 오늘 저녁 지은 씨 부모님도 모시고 같이 식사해요.”나는 먼저 윤지은에게 제안했다.그도 그럴 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대더러 미래 시부모님 가이드 노릇을 하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게다가 시대 차이도 나는 사람끼리 대화가 통할 리가 만무했다.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은 윤지은의 부모님과는 다르다.윤지은은 알았다고 대답하더니 저녁에 연락하겠다고 말하고는 떠나버렸다.윤지은이 예약한 방은 스위트룸이라, 나는 두 분더러 안에서 쉬라고 당부했다.하지만 두 분은 기어코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나를 잡아끌었다.“수호야. 엄마는 잠이 안 와. 너 지난 1년 동안 여기서 잘 지냈어?”나는 두 분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말했다.“봐요. 엄청 잘 지냈어요. 잘 먹고 잘 입고 살까지 쪘잖아요.”“내 말은 그게 아니라...”어머니는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문득 의아했다.“어머니,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하고 싶으면 해요. 뭐 하러 저한테까지 내외해요?”어머니는 그제야 나를 소파에 앉히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말할게. 너도 솔직한 애니 거짓말하지 마.”“알았어요. 솔직하게 대답할게요.”“너 진동성이랑은 지금 어떻게 된 거야?”나는 어머니가 갑자기 진동성을 언급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동성 얘기는 왜 꺼내요?”“동성이 엄마가 그러는데 아들이 실종됐대. 그게 다 네 탓이라더라. 수호야. 너 동성이랑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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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수호야, 그게 사실이야?”어머니는 진동성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좀처럼 믿지 못했다.“제 말 한마디 한마디 모두 사실이에요.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 저도 진동성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하지만 우연히 진동성이 쓴 일기를 봤는데, 그 안에 어떻게 저를 꼬드겨 강북에 오게 했는지, 저를 누구한테 넘겨주려 했는지 모든 과정이 적혀 있었어요.”“그 일기장이 아니면 저도 진동성이 그런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이 사실을 두 분께 말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했어요. 안 그러면 마을 사람들 앞에서 제 명성을 더럽히겠다고 했어요.”“그리고... 할아버지가 저한테 남겨준 의서가 집에 없었잖아요. 그게 어디 간 줄 아세요? 진동성이 훔쳐 간 거였어요. 심지어 저 몰래 그 의서를 다른 사람한테 팔았더라고요...”나는 진동성이 했던 일들을 하나둘 나열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여전히 분노가 치밀었다.부모님은 더욱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점잖아 보이기만 하던 진동성이 그런 짓을 벌였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이 일들을 직접 겪지 않았다면 나 역시 믿지 못했을 거다.이건 진동성이 너무 잘 숨기고 위장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그럼 진동성은 지금 어디 있어?”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진동성이 형수님과도 사이가 틀어졌거든요. 둘이 싸우다가 형수가 교통사고로 하마터면 깨지 못할뻔했어요.”“그 뒤로 진동성은 감쪽같이 사라져서 소식조차 들리지 않아요.”“아마 형수를 살해하려던 게 들켜서 잡혀갈까 봐 겁먹은 것 같아요.”나는 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지만 부모님께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두 분을 안심하게 하기 위해 나는 진동성의 일을 상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한참 동안 듣고 있던 어머니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진짜 생각지도 못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사람 속은 몰라요. 이번 일은 상관하지 마요. 걱정하지도 말고요.”나는 어머니를 위로했다.하지만 어머니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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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나는 우선 더 분을 데리고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좋은 옷이라도 사드려야 고향에 돌아가 면이 설 테니까.백화점에는 모두 비싼 옷들뿐이었다. 맨 처음 형수와 누나들과 함께 이곳에 왔을 때. 나 역시 이런 곳에서 소비하는 게 돈이 아까웠다.옷 한 벌에 수십만 원은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제는 직접 사업도 하고 사장이 된 데다, 또 수입도 높아져 몇십만 원짜리 옷은 그다지 비싸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부모님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두 분께 각각 옷 한 벌씩 골라드린 뒤 계산해 보니, 어머니 옷은 60만 원이 조금 넘었고 아버지 옷은 160만 원이 넘었다.그런데도 어머니는 시골에서 밭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비싼 옷을 입을 기회가 없다며 아까워하셨다.“입을 기회가 없으면 그냥 뒀다가 명절 때 꺼내 입어요. 친척들한테 어머니 아들이 이제 잘나간다는 거 보여줘야죠.”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내 기뻐하셨다.우리 집은 친척이 꽤 많다. 하지만 서로 왕래가 잦지 않다.이유는 별거 없다. 우리 집은 가난하고 친척들은 부유하니까.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은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다.어릴 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 내 등록금조차 내지 못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친척들한테 돈을 빌리러 다녔는데, 매번 어두운 얼굴로 돌아오곤 했다.그때는 몰랐지만 점차 셈이 들면서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아버지가 매번 어두운 얼굴로 돌아왔던 건, 친척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아주 적게 빌려줬기 때문이라는 것을.하지만 아버지는 자존심이 센 분이셔서 남들한테 무시당하면서까지 돈을 빌리지는 않으셨다.이제 내가 잘나가니 친척들한테 보여줄 때가 되었다.이건 뽐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부하는 거다.나는 두 분의 자랑거리니까.옷을 산 뒤, 나는 두 분을 데리고 백화점을 둘러봤다.다만 백화점이 너무 큰 탓에 두 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어머니는 머리가 어지럽다며 손사래를 쳤다.“안 되겠어. 어지러워서 못 돌겠어. 차라리 호텔에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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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아니야. 우리는 도시 생활이 적응 안 돼.”어머니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가끔 놀러 오는 건 괜찮지만 여기서 살라고 하면 못 살겠어.”“우리가 도시로 내려오면 밭과 집은 어떡해? 이웃사촌들한테는 뭐라고 해? 도시는 다 좋은데 인정미가 너무 없어.”아버지 역시 옆에서 거들었다.사실 나도 두 분을 이해할 수 있다. 시골에서 평생 사셨으니, 진작 그곳 생활에 적응했을 테지.뭐니 뭐니 해도 자기 집이 가장 좋다는 말이 맞나 보다.“그래요. 저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나는 두분더러 알아서 즐기라고 하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두 분은 온데간데없었다.광장을 빙 둘러보며 찾아다녀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두 분은 이곳에 익숙지 않아 절대 함부로 돌아다닐 리 없다. 게다가 가더라도 나한테 미리 말했을 거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불안감이 밀려왔다.왠지 자꾸만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아버지께 연락드려 봐도 여전히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안 그러면 두 분이 동시에 연락 두절될 리가 없어.’’나는 초조한 마음에 얼른 윤지은에게 전화해 강한나한테 도움을 청해달라고 부탁했다.강한나가 교통경찰 동료한테 도움을 청하는 동안, 30분이 훌쩍 흘렀다.교통경찰의 도움으로 근처 CCTV를 확인한 결과 두 분은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을 따라갔다.그 남자를 본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강용재예요!”강용재의 실루엣은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정태곤과 임천호보타 몇 센티나 더 컸으니까.게다가 대낮에 이렇게 꽁꽁 싸맨 걸 보면 CCTV를 피하려고 한 게 분명했다.‘강용재가 우리 부모님을 속여 데려간 목적이 뭐지?’임천호가 지난번에 나한테 보였던 태도를 떠올리니 순간 가슴이 조여 왔다.임천호가 이번에 나 대신 부모님께 손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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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윤지은의 분석은 일리가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맞아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요. 임천호는 분명 먼저 연락해 올 거예요.”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인내심 있게 임천호의 연락을 기다리는 거다.이건 내가 잡혔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임천호가 부모님께 무슨 짓을 했을지, 부모님이 겁을 먹지는 않았을지 아무것도 모르니까.내 부모님은 평범하고 성실한 분들이다. 평생 이런 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다 내 탓이야. 내가 너무 부주의했어.’끝없는 후회와 자책 때문에 나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내 핸드폰이 드디어 울렸다.자신들의 가르쳐 주는 대로 임천호와 대화하라고 말하는 두 경찰을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설정했다.“여보세요? 임천호?”[하하하. 정수호, 내 목소리가 너무 알기 쉬웠나? 단번에 맞추네?]나는 애써 분노를 집어삼키며 입을 열었다.“임천호, 우리 부모님은 왜 잡아갔어?”[하하. 잡다니? 모셔 온 거지. 난 두 분 모셔서 대화 좀 하려던 것뿐이야.]“내 부모님 어디로 데려갔어? 대체 원하는 게 뭐야?”뚝!전화는 갑자기 끊어졌다.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해 있는 사이, 경찰 한 명이 나더러 다시 전화를 걸어 보라고 지시했다.하지만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아주 교활한 놈이네요. 아마도 우리가 위치 추적할까 봐 일부러 짧게 통화한 모양이에요.”경찰의 말에 내가 물었다.“그럼 어떡해요? 그냥 기다려요?”“지금으로써 더 좋은 방법이 없어요. 기다리는 수밖에요.”‘젠장.’‘이 너구리 같은 자식!’‘잡히기만 해 봐. 절대 가만 안 둬!’20분 정도 기다리니 임천호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경찰은 나더러 침착하게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그 말에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을성 있게 말했다.“임천호, 네 목적이 나라는 거 알아. 나랑 얘기해. 하지만 조건이 있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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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임천호의 말에 우리는 모두 경악했다.‘임천호가 어떻게 내가 경찰과 같이 있다는 걸 알지?’그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임천호는 나를 감시하는 게 틀림없다.나는 얼른 두 경찰과 윤지은을 내보냈다.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난 남을게.”“안 돼요. 임천호가 보면 부모님을 해칠까 봐 그래요. 얼른 가요. 다 나가요.”나는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다시 임천호에게 전화했다.“시킨 대로 했어. 옆에 있는 사람 다 내보냈으니 이제 말해도 돼.”[하하. 봤어.]임천호는 역시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그걸 확인하고 나니 더 이상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임천호가 눈치채면 부모님을 해칠 수 있었으니까.나는 한시 빨리 부모님을 만나 무사한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에 임천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이제 말해. 대체 원하는 게 뭐야?’[정수호, 내가 뭘 원하는지 설마 몰라?]임천호는 오히려 되물었다.“적어도 주소를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러면 내가 어떻게 찾아가?”[네가 올 필요 없어. 내가 찾아갈 테니까.]‘임천호가 찾아온다고?’‘간덩이가 부었나?’내가 어리둥절해할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임천호?’‘정말 온 거야?’나는 밖에 있는 사람을 경계하며 문 앞에 다가갔다.“누구세요?”“누구일 것 같아?”더 생각할 것도 없이 임천호가 맞았다.얼른 문을 열었더니, 임천호가 캡 모자를 눌러쓴 채로 손에 핸드폰을 들고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간덩이가 부었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경찰이 가자마자 나를 찾아올 수 있지?’나는 얼른 몸을 피해 임천호를 안으로 들였다.임천호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이 순간 나는 마음이 평온했다. 강용재와 정태곤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임천호 혼자 왔으니까.만약 임천호만 상대해야 한다면 나는 그래도 자신 있었다.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천호를 노려보는 동안, 임천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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