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린은 가슴 깊은 곳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도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한이준은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임혜린을 향해 낮은 소리로 포효하듯 중얼거렸다.“임혜린, 거기 서. 가지 마!”하지만 임혜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났다.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탔다.차 안에서 임혜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현 오빠, 또 이렇게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목걸이도 수리가 끝나지 않은 마당에 차까지 부숴버렸으니 말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그 차 얼마였어요? 제가 물어드릴게요.”허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갑자기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혜린아, 너 귀국하려고?”임혜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저렇게까지 난리를 치니 창피해서 더는 여기에 있을 수가 없어요. 일단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요.”허도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혜린아, 가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 돌아가면 걔는 널 더 심하게 휘어잡을 거야.”“여기선 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그 녀석이 제멋대로 굴진 못할 거야. 정 안 되면 다른 나라로 가도 돼. 북유럽에도 묵을 곳이 많아. 걔가 절대 못 찾을 만한 곳으로 가자, 그리고 현지 정부에 요청해서 출입국 제한을 걸면 넌 안전해질 거야.”임혜린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빼냈다.“도현 오빠, 마음은 고마워요. 근데 그 사람 성격, 오빠도 잘 알잖아요.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오빠 곁에 있으면 오빠까지 위험해져요.”“기억나죠? 어릴 때 오빠가 저한테 우유 사탕 하나를 줬는데 그 사람이 그걸 보고는 기분 나쁘다며 초콜릿을 건넨 거 말이에요. 내가 그 초콜릿을 조금 늦게 먹었다는 이유로 오빠네 공장을 통째로 인수해 버렸잖아요.”“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친구들도 제가 잘해주는 거 같고 가까워지는 거 같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든 떼어놓으려고 난리 쳤잖아요. 나랑 가까이 지낸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괴롭히곤 했죠. 오직 오빠만이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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