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준은 목이 멘 채 말했다.“나는 절대 잊지 못해. 너도 잊을 생각 하지 마, 임혜린. 그냥 이렇게 서로를 귀찮게 하며 평생을 살아가자.”임혜린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울고 있네요.”“고귀하신 한 대표님, 좀 값진 곳에 눈물을 흘리시지. 이러다 남들 웃겠어요.”한이준이 말했다.“임혜린, 넌 정말 차가운 사람이야. 그동안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돌아봐 줬다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임혜린의 표정엔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당신이 언제 돌아볼 기회를 줬어요? 당신은 내가 당신을 배신했다고 믿으면서 아무리 설명해도 다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웠잖아요.”그녀는 낮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한이준 씨, 난 이제 지쳤어요.”“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줄곧 동현이로 날 협박했죠. 나도 알아요, 난 힘도 없고 권력도 없다는걸. 난 영원히 당신을 이길 수 없어요. 동현이는 당신이 데리고 있어요. 당신 곁이라면 더 좋은 교육과 환경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냥 정기적으로 찾아갈게요.”한이준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얼음장 같은 서늘함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을 훑고 올라왔다.“너 지금 아들을 버리겠다는 거야? 우리를 버리겠다고?”임혜린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꼭 숨이 죽은 인형처럼 무기력하고 공허했다.“내가 뭐로 지켜내겠어요? 당신도, 한씨 가문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요. 이제는 포기할게요.”“안 돼!”한이준은 갑자기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그러면 안 돼. 동현이는 네가 낳았잖아. 그럼 끝까지 책임져야지. 나한테 떠맡기고 떠날 생각은 하지 마.”임혜린은 마치 속삭이듯 말했다.“그렇지만 당신은 날 믿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나도 이제 더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우리 사이 신뢰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아요.”한이준은 미친듯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야, 믿어도 돼.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어.”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임혜린, 말해줘. 날 좋아했던 적,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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