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고 싶어요? 저기 주방 있던데 지금 가서 해줄게요.”그 말에 한이준이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불고기, 두부조림, 갈비찜, 콩나물국.”이 몇 가지 음식은 지난번 임혜린이 허도현에게 해주었던 것들이었다. 그날 임혜린의 집으로 찾아간 한이준은 마침 밥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마주했다. 허도현은 몇 번씩이나 은근슬쩍 임혜린이 직접 차려줬다고 언급했고 그 탓에 화가 나 밥상을 엎은 한이준은 하마터면 임혜린에게 쫓겨날 뻔했었다. 그날 이후 임혜린이 차린 밥상에 집착하게 된 한이준은 몇 번이나 그녀가 자신에게 밥을 차려주는 꿈을 꿨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그는 그 모든 것은 전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 속의 임혜린은 한이준에게 웃어주지조차 않았다. 그러니 그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꿈이 이제 곧 현실이 된다. 그러니 한이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바로 얘기했다. 그러나 한이준의 대답을 들은 임혜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부 너무 기름진 음식이잖아요. 비록 다리 부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름진 음식은 안 좋아요. 주방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대충 해줄게여.”한이준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임혜린을 쳐다보았다. ‘허도현에게는 맛있는 걸 해주더니, 난 대충 해주겠다는 거야?’‘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거야?’인상을 찌푸린 한이준을 무시한 채 임혜린은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유럽이라 국내처럼 재료가 풍성하지는 않았다. 임혜린은 제한된 재료로 몇 가지 반찬을 준비했다. 다행히도 돼지고기가 있어 결국엔 한이준이 원하던 불고기, 토마토수프와 새우볶음을 만들었다. 죽에는 마와 소고기까지 넣어 정성을 담아 끓였다. 이미 식재료가 모두 준비되어 있었던 덕분에 편리하고 빠르게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쓰던 조미료를 찾을 수 없어 조금 싱겁게 맛을 냈다. 한이준의 병실은 다른 병실과 달리 병실을 나서야 식탁이 있는 구조였다. 임혜린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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