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 위에 찻잔을 덜컥 내려놓으며 말했다.“‘부탁’이니 뭐니 그런 게 아니라, 이건 나라를 위해, 학교를 위해 나가는 거야.”한중기의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렸다.“총장님, 제발 그런 말로 사람 좀 묶지 마세요. 요즘 학생들, 그런 명분에 낚이지 않습니다. 자기 확신은 넘치고, 무례함엔 단호하게 ‘노’라고 하고...”“가스라이팅 당하는 건 바로 차단할 거예요. 요즘 애들은요, 자기 주도, 감정 존중, 선택 존중... 쉽게 말해, 순리대로 해야 해요.”송영한이 말문이 막혔다.‘그러니까 그 순리라는 게 도대체 뭔데...’오후 3시 정각.정은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총장실 앞에 도착했다.“들어와요.”노크 소리 후, 안쪽에서 이 말이 들려오자 정은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총장님, 부총장님, 안녕하세요.”말끔한 인사와 함께 정은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쭈뼛거림? 긴장감? 전혀 없었다.‘딱 봐도 긴장은커녕 누굴 보러 온 건지도 잊은 표정이네.’송영한은 살짝 당황했다.그는 한중기와 눈빛을 주고받고, 송영한이 먼저 입을 뗐다.“소정은 학생, 오늘 우리가 왜 부른 건지는 대충 알고 있겠지?”“에이.”한중기가 서둘러 말을 끊었다.“정은 학생, 일단 앉아. 앉아서 편하게 얘기하자. 차 줄까? 보이차도 있고, 아니면 생수라도...”정은은 더위에 지쳐 약간 땀이 났고, 입이 마르던 참이었다.“그럼 생수로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그래, 여기. 천천히 마셔.”한중기는 생수를 건네며 부드럽게 웃었다.송영한이 한중기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됐다. ‘야, 너 부총장이야, 부총장. 뭔... 비서야? 너무 살갑잖아?!’한중기는 송영한의 눈빛 따윈 무시하고 말했다.“총장님, 저는 그냥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을게요.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요. 오늘은 어디까지나 소통이 목적이니까요.”‘오? 분위기 완전히 다르네?’정은은 본능적으로 송영한과 한중기의 톤 차이를 느꼈다.‘한쪽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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