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준이 입술을 씰룩였다.“지금 네가 고민해야 할 건 잠시 후에 있을 질의응답이야. 교수님들의 질문이 좀 날카로우면 어떻게 대답할 건지 말이지.”“아, 아... 설마 교수님들 그렇게 까다롭게 물으시진 않겠지?”서준의 눈가가 미묘하게 떨렸다.“눈 크게 뜨고 잘 봐. 생명과학대학, 물리학부, 수리과학부, 화학·분자공학부의 유명한 교수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질문받는 거야.”민지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교수, 교수님들이 왜 이렇게까지 총출동하신 거야?”서준의 시선이 잠깐 정은을 스치더니 다시 돌아왔다.“문 앞에 몰려 있던 학생들만 경쟁자가 아니야. 교수들끼리의 세력 과시, 실력대결, 그게 진짜 신들의 싸움이지.”학부의 졸업논문 발표는 대개 형식적인 자리일 뿐, 진지하게 발표를 듣는 사람은 드물었다.교수들은 석사 논문 발표쯤 되어야 연구의 뼈대가 보인다 싶어 약간의 관심을 보인다.박사 논문 발표쯤 되면 비로소 교수들이 허리를 펴고 앉아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학문적 예의를 지키는 차원이었다.“그럼 저분들은 어느 쪽이야?” 민지가 조심스레 물었다.“어느 쪽에도 안 속해.”“뭐?”“상대 연구 발표를 들을 땐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허점이 보이면 바로 질문으로 찔러야 하거든.”민지는 눈을 크게 떴다.“잠깐, 정은 언니가 왜 갑자기 그 대상이 되는 거야?”“생각해봐. 작년에 우리 실험실에서 낸 SCI 논문 수, 특허, 연구비 규모까지 합치면 이 자리 교수님들 실적이랑 비교해도 안 밀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견제 대상이 될 만하지.”민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세상에... 정은 언니 완전 RPG 게임 주인공 아니야? 보스 레이드 혼자 들어갔다가 길드 전체한테 포위당하는 그 느낌인데...”서준의 입꼬리가 씰룩였다.“너 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너랑 나도 똑같이 무한 실험실 소속이잖아. 정은 누나랑 한 팀이라고.”“그, 그러니까...?”서준이 얄미운 듯 웃었다.“그러니까, 교수님들이 우리를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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