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드디어 졸업식의 하이라이트, 석사모 술 넘겨주는 시간!송영한은 붉은 학위복을 차려입고 네모난 석사모를 눌러쓴 채, 노란 술이 흔들리도록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었다.졸업생들이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오면, 그는 직접 오른쪽에 있던 술을 왼쪽으로 넘겨주었다. ‘이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진짜 사회로 나아간다’라는 의미를 담은 순간이었다.하지만 분위기는 곧 유쾌한 장난으로 가득 찼다.두 살배기 아들을 안은 채 올라온 석사 졸업생 엄마는, 아기 머리에 씌운 미니 석사모까지 술을 넘겨 달라고 했다.또 어떤 학생은 석사 과정 동안 받은 상장과 인증서를 전부 하나로 이어 붙여 커다란 플래카드로 만들어와, 한쪽은 본인이 다른 한쪽은 송영한이 붙잡고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었다.심지어 학위복 속에 군복을 입은 채 올라왔다가, 술을 넘긴 직후 학위복을 벗고 빳빳한 제복 차림으로 송영한에게 거수경례를 붙인 학생도 있었다. 졸업과 동시에 입대, 안정적인 ‘취직자리 확보’였다.또 강아지를 데리고 올라와 술을 넘기게 하거나, 억지로 송영한을 잡아끌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려는 학생까지 있었다.송영한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래, 오늘은 내가 그냥 너희 졸업 이벤트의 일부구나.’사실 애초에 그게 맞았다.민지는 원래 이런 장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들 분위기를 즐기는데, 혼자 무덤덤하게 내려가려니 손끝이 근질거렸다.술을 넘기고 돌아서기 직전, 그녀는 불쑥 한 손을 볼에 대고 반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송영한을 향해 눈짓했다.“어?”송영한은 순간 멍해졌다.민지는 바로 조용히 말했다.“총장님, 얼른요, 저처럼요...”그제야 눈치챈 송영한은 어색하게 따라 했지만, 손 방향이 반대였다.민지도 다시 한번 말했다.“반대쪽 손이에요, 총장님!”“아, 아하!”부랴부랴 손을 바꿔 들자, 이번엔 제대로 된 하트가 완성됐다.송영한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민지가 내려가자, 이번엔 서준 차례였다. 두 사람이 스치듯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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