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몇 시간을 넘게 날아와, 정은은 마침내 호주 땅을 밟았다.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순간 멈칫했지만 곧 ‘그렇구나’ 하고 수긍했다.출국 전, 정은이는 교통이며 숙소며 호주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현빈에게 물어봤으니, 그가 미리 눈치채고 공항에 마중 나온 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오빠, 내가 탄 비행기 편은 어떻게 알았어요?”현빈은 자연스럽게 그녀 손에서 캐리어를 받아 들고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할아버지, 할머니께 여쭤봤지.”“근데 난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현빈은 미소를 지으며 짧게 답했다.“두 분은 다 방법이 있으시잖아.”정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역시 그렇지.’더 묻고 싶었지만, 현빈은 대화를 그쯤에서 끊고 정은이 예약해 둔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이것도 알고 있었어요?”“내가 추천해 준 곳 중 하나잖아.”‘추천은 세 군데나 했으면서...’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서자, 현빈은 짐만 내려놓고는 정은의 방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긴 비행에 피곤할 텐데 오늘은 푹 쉬어. 내일 내가 시내 구경 시켜줄게.”“응, 알았어요.”샤워 후, 정은이는 짐 풀 새도 없이 커튼을 닫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올 거로 생각했는데, 눈만 감았을 뿐인데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 잠은 아침까지 이어졌다....정은이 눈을 떴지만 방 안은 아직 어둑했다. 그래서 순간 밤인 줄 착각하고 몸을 돌려 다시 눕다가 몸에 닿는 시트와 베개, 낯선 공기의 감촉에, 비로소 실감이 났다.‘아, 내가 이제 한국에 있지 않구나.’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자, 창밖에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발밑까지 닿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정은은 호주에서 맞는 첫 일출을 바라봤다.따스하고 부드러운 햇빛이 몸 위로 흘러내리며, 낯섦과 두려움을 조금씩 지워주었다.창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풋풋한 풀내음이 코끝을 스치자, 마치 고향에서 맡던 새벽 공기 같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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