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화는 그 일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아직 병중이라,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는 이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태도였다.겉으로는 누구도 뭐라 말하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만약 정은이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늪에 빠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것이다. 불운이라 여기고 넘길 수도 있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정은이 미리 알렸다는 데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그런데도 이조화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정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연구팀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여기에는 ‘경고를 무시한 책임’, 그리고 ‘팀원의 의견을 짓밟은 잘못’이 분명히 있었다.겉으로 드러나는 책임이 전부가 아니었다.사람들의 눈빛 속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원망이 숨어 있었다.정은이 ‘앞에 늪이 있다’, ‘가지 말자’라고 했을 때 단호하게 막았다면, 지금의 고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조화는 오히려 앞장서 걸었고, 모두를 그 길로 끌고 갔다.결과는 뻔했다. 진짜 늪에 빠진 것이다.누군가는 기겁했고, 누군가는 병에 걸렸다.한마디로, 아찔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셈이었다.전해산, 주광빈, 만춘미, 그리고 연구센터에 남아 식사 준비를 하느라 간신히 위험을 피했던 두 명의 교수까지.직접 늪에 빠지진 않았어도, 다른 팀원들의 병시중과 대혼란 속에서 진이 다 빠졌다.이 모든 고생이 이조화와 무관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이들은 겉으로는 차분했다.앞에서는 큰소리로 따지거나 다투지도 않았다.사건이 터진 뒤 지금까지, 누구도 공개적으로 이조화를 비난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이조화의 자만심, 그리고 정은을 향한 사사로운 감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그 모든 게 겹쳐, 이조화는 연구팀 안에서 서서히 신뢰를 잃어 가고 있었다.이조화를 책임교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었다.단 하나의 작은 계기만 있으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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