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721 - Chapter 1723

1723 Chapters

제1721화

“외계인 닮은 것 같아.”민지가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보며 말했다.서준은 바로 표정을 굳혔다.“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거든?”“응? 그럼 나는? 나는 몇 등이야?”서준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말문이 막힌 그는 잠시 멍하니 민지를 쳐다보다가,“너랑 우리 딸, 공동 1등.”...한편, 강서원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재석과 정은은 당분간 결혼식을 미루기로 했다.혼인신고는 이미 마쳤지만, 양가 모두 식을 미루겠다는 두 사람의 결정을 존중했다.다만, 소진헌만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그는 며칠째 거실을 초조하게 걸어 다니며 중얼거렸다.“아니, 혼인신고를 했는데 결혼식을 안 한다고? 그럼 누가 알아? 세상에 알릴 방법이 없잖아. 이건 말이 안 돼...”“이건 내가 정은이한테 얘기해야겠어. 아니, 조 교수한테 먼저 말하는 게 낫나?”“아니 근데, 둘 중 누가 결혼식 하기 싫다는 거야?”이미숙은 그런 진헌을 바라보며‘저 사람, 진짜 가만히 못 있네...’ 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젊은 사람들 일에 당신이 왜 그렇게 신경을 써요?”진헌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내가 신부 아빠인데 당연히 신경 써야지!”“그 말이 아니라, 둘이 분명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결혼식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잠깐 미루겠다는 거잖아요.”“그래도 난 찜찜해. 결혼식 한 번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안 되겠다, 내가 직접 도와야겠어. 기획부터 내가 맡으면 되겠네.”이미숙이 피식 웃었다.“당신이요?”“왜, 내가 하면 뭐 어때서?”“당신 그 촌스러운 미적 감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방해될 것 같은데요?”진헌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말 좀 곱게 해주면 안 되나...”그는 상처 입은 표정으로 거실을 나갔다.이미숙은 그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나이 들수록... 점점 애가 돼가네, 정말.”...결혼식 이야기를 두고, 조기봉은 재석을 한번 따로 불러 얘기한 적이 있었다.“혼인신고만 하고 이렇게 결혼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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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2화

“정은아!”낯익은 목소리가 공항 로비를 가르며 들렸다.다음 순간, 누군가가 달려와 정은을 꽉 끌어안았다.“보고 싶었어! ...왜 그래, 나 몰라보겠어?”눈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 수민이었다.정은은 잠시 얼이 빠진 채 멍하니 서 있었다.수민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놀라? 나 수민이야, 조, 수, 민.”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를 높게 묶은 포니테일.발에는 운동화, 입가에는 여름 햇살 같은 미소가 번졌다.그 웃음은 뜨겁고, 밝았고, 거의 눈이 부실 정도로 마주보기 힘들었다.출국 당시, 병색이 완연하고 창백했던 수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지금의 그녀는 건강하고 단단했다.볼에는 혈색이 돌았고,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했다.정은은 순간 말이 막혔다.‘이게... 진짜 수민이 맞아?’예전에도 수민은 운동복을 즐겨 입었지만, 늘 풀 메이크업에 향수를 뿌렸고, 흘러내리는 땀조차 ‘미모’의 일부였다.하지만 지금의 수민은 조금 달랐다.조금 더 자유롭고, 거칠고, 그리고 훨씬 더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다.’그러던 중, 수민이 손을 들자 뒤에서 금발의 서양 남자가 성큼 다가왔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민의 허리를 감싸안고, 정은과 재석이 보는 앞에서 가볍게 입을 맞췄다.정은의 눈이 동그래졌다.“소개할게. 내 남자친구, 조이스.”정은이 살짝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반가워요.”‘역시 수민이답다... 이번엔 진짜 글로벌하네.’정은이 속으로 감탄했다.조이스는 키가 훤칠했고, 눈동자가 투명할 정도로 맑았다.영화에서 막 걸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재석이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조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안녕하세요, 형님.”재석은 순간 굳었다.“네?”“형님?”조이스는 머쓱하게 코를 문질렀다.“그거... 맞는 호칭 아니에요? Oh, baby, 너 또 나 놀렸지?”수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아니야, 진짜 맞아. 국내에선 내 남자친구가 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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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3화

아파트는 생각보다 깔끔했다.백지영이 미리 가사 도우미를 정기적으로 불러 청소를 시켜둔 덕이었다.조이스는 실내를 둘러보다가 벽 한쪽의 전신거울 앞에 섰다.좌우로 몸을 돌려보며 얼굴 각도를 체크하듯 유심히 바라봤다.“그만 봐, 충분히 잘생겼어.”수민이 툭 내뱉었다.“Baby, 근데 이 거울 위치가 침대랑 마주 보잖아. 우리가 침대에서... 그럴 때, 되게 섹시한 화면 나올 것 같지 않아?”그 순간, 머릿속 어딘가에서 짧고 흐릿한 기억 조각들이 번쩍 지나갔다.숨소리, 손끝, 낯선 그림자들.수민의 눈빛이 단번에 식었다.“아니, 전혀.”“응?”“버려. 우리나라에선 거울이 침대랑 마주 보면 안 좋아.”수민이 거울을 가리켰다.조이스는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Oh, 진짜? 알겠어. 바로 치울게.”그는 늘 그랬다.말보다 행동이 빠르고, 특히 수민의 말이라면 더더욱.조이스는 수민보다 다섯 살 어렸다.광장에서 처음 봤을 때, 그는 수민의 미모보다 먼저 그 안에 깃든 ‘이야기 같은 공기’에 끌렸다.성숙하고, 깊고, 어딘가 아픔을 간직한 신비로운 여자.거울을 밖으로 옮기고 돌아왔을 땐, 조이스의 목덜미에 땀이 맺혀 있었다.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수민이 흰색 샤워가운 차림으로 나왔다.젖은 머리칼이 어깨에 닿고, 물방울이 흘러내렸다.조이스가 다가와 드라이기를 들었다.“내가 말려줄게.”수민은 아무 말 없이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이런 사소한 온기가 나쁘지 않네.’바람이 부드럽게 머리를 스쳤다.조이스의 손끝이 조심스레 움직였다.“다 됐다.”그가 드라이기를 내려놓자 입술이 따라왔다.수민은 피하지 않았다.짧은 숨이 섞이고, 수민의 손끝이 남자의 팔을 스쳤다....“수민이 말이야, 어딘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집에 돌아오자마자 정은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재석은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 들고나왔다.“어디가?”“분위기?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어. 근데 또 묘하게, 더 차분해졌고.”정은은 손가락 끝으로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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