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조재석 씨, 잘 들어요. 난 내가 원하지 않으면, 당신이 내 앞에서 죽는다 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요.”“정은아...”“난... 충분히 고민했어요.”정은은 재석의 눈을 똑바로 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우리... 다시 시작해요.”재석의 눈가가 단번에 붉어졌다. 이 말은 분명 자신이 먼저 꺼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고, 거절당할 각오까지 했었다.“미안해요.”정은은 두 손으로 재석의 얼굴을 감싸며 속삭였다.“그동안 내 마음이... 좀 흔들렸어요.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몰라요.”“당신은 일도 있고, 가족도 있으니, 나 혼자 감당하면 돼요. 굳이 당신까지 위험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어요.”정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런데... 재석 씨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순간 후회했어요. 내 맘대로 끝내 버린 건, 내겐 단호한 정리였을지 몰라도, 당신에겐 깊은 상처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재석 씨, 잘 봐요. 난 이렇게 이기적이고, 제멋대로고, 차갑기까지 한 사람이에요. 난 늘 내가 할 일만 생각하지, 다른 사람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해요. 그래도... 그래도 나랑 다시 시작할 건가요?”재석은 조심스레 정은의 손을 잡아, 자기 손바닥 안에 꼭 감쌌다.그리고 마치 간절히 기도하는 신도처럼,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인을 우러러보았다.“사랑해. 정은이가 이기적이어도, 제멋대로여도 상관없어.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해. 난 언제나 네 선택을 지지할 거야. 설령 그 선택이... 나랑 헤어지는 거라도.”“재석 씨...”정은은 재석의 말에 놀라서 숨이 막히듯, 목소리가 떨렸다.“그러지 마요... 난 그런 사랑 받을 자격 없어...”“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남이 판단할 일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택한 거야. 내 마음이 원해서.”‘사랑이 깊어지면, 이렇게 낮아질 수도 있구나.’예전엔 정은이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지금의 재석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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