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741 - Chapter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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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1화

하지만 다음 순간, 정비가 다시 몸을 들이밀며 바짝 다가왔다.한 손으로 수민의 머리채를 잡고, 다른 손은 그녀의 볼을 쓸었다.“이렇게 예쁜 얼굴에 마음은 썩었네. 어디서 굴러온 건지 말 좀 해봐?”수민은 입안에서 피 맛이 번지는 걸 느끼며 이를 꽉 물었다.한 글자 한 글자 짜내듯 말했다.“나, 너희 보스랑 얘기할 거야.”“하하하...”정비는 마치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니가 뭔데? 보스를 니가 원한다고 볼 수 있는 줄 알아? 뭐야, 나 꼬시는 건 실패해서 이제 우리 보스를 노려? 노력이 가상하네. 야망 있는 여자야, 그치?”수민이 낮게 쏘아붙였다.“말했지. 나 지금 당장 보스한테 데려가. 안 그러면... 넌 어떻게 죽을지 모를 거야.”“와, 입 한번 진짜 걸다. 나한테 저주라도 퍼붓는 거야?”정비는 비웃었다.‘이 여자, 보면 볼수록 예뻐. 아깝다.’아까까진 그냥 예쁜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민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가 불씨처럼 빛나며 살아 있었다.‘진짜, 미친 듯이 예쁘네.’ 정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정비의 손끝이 수민의 뺨에서 눈가로 천천히 흘러내렸다.“어차피 몸으로 해결하러 온 거 아냐? 난 상관없는데. 벗어.”정비의 시선이 수민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 가슴께에서 멈췄다.쿵!수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정비가 방심하자마자 팔을 번쩍 올려 그대로 정면에 한 방 날렸다.정비는 수민의 스피드를 예상조차 못 했다. 힘도 꽤 있었고, 정확히 코라는 급소를 노린 주먹질.딱 봐도 ‘싸움을 배운 사람’의 움직임이었다.“씨X!”순간의 통증에 정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곧 붉은 피가 정비의 코에서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정비는 손바닥에 묻은 끈적한 피를 내려다봤다.이런 건... 2년 만의 일이었다.2년 동안 누구에게도 피 한 방울 안 보였는데, 그걸 이 여자가 해냈다.“미친년... 내가 진짜 봐주니까 기어오르네?”정비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아무렇게나 얼굴을 훔치고는 그대로 달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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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2화

정비는 어디서든 순식간에 일을 벌일 수 있는 인간이었다.뭐든 더럽고 구질구질한 건 다 받아먹는 놈. 주선은 속으로 ‘진짜 역겹다’고 혀를 찼다.주선이 문을 살며시 닫는 동안, 동건은 이미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그때,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너희 보스한테 꼭... 말해... 씨X, 날 죽여라! 아니면... 백 배... 윽!”마지막은 누군가 아마도 정비가 입을 막은 듯 완전히 끊겼다.문이 꽝 하고 닫혔다.주선은 바로 동건을 따라갈 생각이었는데, 불과 몇 미터 앞을 걸어가던 동건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그대로 되돌아왔다.주선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건의 표정을 보았다.동건의 걸음이 너무도 급했고, 얼굴에는 조급함과 분노가 뒤섞인 ‘불길한 기운’이 확 올라왔다.“보스...”주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동건은 이미 문 앞에서 그대로 발을 올렸다.쾅!!문이 한 방에 날아가듯 열렸다.따라서 안에서 정비의 욕설이 들렸다.“아니, 주 실장! 눈치 좀 챙기라니까?!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안 보...”“그래?”동건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뚝 떨어졌다.정비의 등골이 순간 와락 식었다.‘씨X... 방금까지 여름이었는데, 갑자기 한겨울이 된 느낌인데?’“보, 보스...!”정비는 급하게 일어나 바르게 섰다. 윗옷은 아예 벗어 던져져 있었고, 벨트도 반쯤 풀려 있었다.그는 도저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평소라면 보스는 이런 일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는데...’‘여자만 안 죽이면, 무슨 짓을 하든 알아서 하라는 주의였으니까.’주선도 고개를 갸웃했다.‘아까까지만 해도 보스의 태도는 ‘신경 안 쓴다’였는데...’‘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그것도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올 정도로?’‘솔직히... 정비는 상반신 알몸이고, 그 여자는 옷이 거의 다 찢긴 상태에서...’‘보스가 들이닥친 상황이라 여러모로 꽤... 난감하잖아.’하지만 동건은 두 사람의 혼란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동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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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3화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다.정비는 반항은커녕, 살려달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을 줬다 한들... 감히 피할 용기 따위 없었을 것이다.“아!”피가 터져 나오는 순간, 정비의 찢어지는 비명도 함께 터졌다.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눈을 감았다.주선은 튀는 혈흔을 보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옆으로 재빨리 비켜서서 피가 자기 몸에 닿는 걸 피했다.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주선은 쓰러진 정비를 내려다보았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 끝에, 결국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정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했다.“쳇, 정 실장도 이런 날이 오네.”그래도 운은 좋은 놈이었다.숨이 아주 끊어진 건 아니었다.“너희...”주선은 손짓해 경호원 둘을 불렀다.“정 실장 의무실로 옮겨.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못 살리면 바로 묻어버려.”“예!”두 경호원은 즉시 움직였다.한 명은 어깨 쪽으로 가고, 한 명은 다리를 들려고 했다.주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짓이야?”“아, 아니에요... 의무실로 옮기라고 해서...”각자 맡은 부위를 잡을 준비까지 끝난 상태였다.주선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병신들아, 들것부터 가져오라고.”저렇게 질질 끌듯 들고 가면, 정비는 의무실 도착 전에 죽을 판이었다.“아, 아... 네!”두 경호원은 그제야 사태를 깨닫고 허둥지둥 들것을 찾으러 갔다.주선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동건은 수민을 그대로 안아 사무실로 데려왔다.책상 위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한 손으로 쓸어버리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수민을 앉혔다.여러 번 깊게 숨을 들이쉰 뒤에야 동건은 수민을 감싸고 있던 외투를 천천히 벗겼다.그리고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 드러났다.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자신이 미친 듯 찾고, 밤마다 떠올리고,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던 그 사람.그 여자가... 정말로 눈앞에 있었다.그 진실 하나로 동건의 손이 떨렸다.그 떨리는 손이 수민의 목덜미를 천천히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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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4화

그 순간, 옆에 내려져 있던 동건의 두 손이 천천히, 아주 서서히 주먹으로 말려 들어갔다.조이스는 수민의 말을 가장 잘 들었다... 조수민은 그걸 당연하다는 듯 말했고, 말투엔 묘한 친밀함마저 스쳤다.‘씨X.’동건은 갑자기 손을 들어 수민의 뒤통수 아래 목덜미를 꽉 잡았다.차가운 눈빛이 수민의 두 눈을 깊게 파고들었다.마치 수민의 영혼을 뒤집어보려는 듯이.“그놈 사랑해?”수민은 망설임 하나 없이 바로 답했다.“안 사랑해.”고작 한 마디.그 짧은 말에 동건의 심장이 놀랄 정도로 쉽게 흔들렸다.수민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 그냥 살기 위해 던지는 대사일지도 모른다는 거... 동건도 안다.그런데도 그 사실 하나가 동건을 비웃듯 달콤하게 만들었다.‘그래도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해주네.’“좋아. 약속하지. 근데...”수민이 눈을 찌푸렸다.“뭔데.”“네가 그놈이랑 헤어지는 거,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해.”“미쳤냐.”“이 정도면 양반이지? 전엔 날 변태라고 욕했잖아.”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동건은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들어와.”문이 열리고, 여직원 둘이 들어왔다.한 명은 구급함을 들었고, 다른 한 명은 여성용 새 옷을 가지런히 들고 있었다.“보스.”“놓고 나가.”“예.”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조용히 물건을 내려놓고 퇴장했다.문이 닫히자 넓은 사무실엔 다시 둘만 남았다.동건은 곧바로 손을 뻗어 수민의 속옷 고리를 건드렸다.수민이 몸을 뒤로 빼며 눈을 치켜떴다.“뭐 하는데?”“내 손 타기 싫으면, 네가 알아서 벗어.”“변태!”수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동건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래. 너한테서 욕 들으니까 기분 좋네. 그럼... 내가 해줄까?”“꺼져!”어쩔 수 없었다.상황은 수민의 편이 아니었다.강제로 벗겨질 바엔, 차라리 스스로 하는 게 덜 굴욕적이었다.수민이 옷을 풀고 있는 동안, 동건의 시선은 뜨거운 쇳덩이처럼 그녀의 몸을 따라 움직였다.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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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5화

수민은 잠깐 멈칫했다.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무슨 말이야?”“말 그대로지. 집에서 내가 국내 못 들어오게 막았어도... 너는 외국에 있었잖아? 내가 널 보려고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았지.”동건은 입꼬리를 올렸다.말은 다정한데, 들리는 온도는 정반대였다.등골이 식을 만큼 섬뜩한 미소.“네가 매일 지나가는 길일 수도 있고, 자주 가던 그 카페일 수도 있고... 아니면, 네 아파트 침대 밑이나... 옷장 안일 수도 있고.”“고동건, 너 진짜 미쳤어!”“어쩌겠어. 너만 안 보이면 생각나. 머리도, 몸도, 온 신경이 다... 너만 찾더라.”수민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저도 모르게 몸이 작게 떨렸다.동건은 팔목의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너 A국에서 바로 날아왔지?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을 거고. 자, 옷 갈아입어. 밥 먹으러 가자.”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너 위 약하잖아. 굶으면 바로 아프고.”말을 끝내며 방금 직원들이 놓고 간 원피스를 수민 쪽으로 내밀었다.수민은 받지 않았다.동건은 미소인지 조롱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아니면... 지금 이 상태로 나랑 식사하겠다는 뜻이야? 나는 문제없는데? 식당 하나 통째로 비우면 돼. 그럼 차라리 다른 것도 가능하고.”“입 닥쳐!”수민은 확 치받듯 드레스를 낚아챘다.“뒤돌아.”동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수민은 바로 발을 들어 동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못 알아들어? 돌아서라고.”그 발길질에 동건은 황홀하기까지 했다.두 손을 들어 항복한다는 의사를 보여주고, 미소를 머금은 채 뒤돌았다.잠시 후, 수민이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왔다.가슴과 목선을 드러내는 드레스 위로 정비가 남긴 손자국이 그대로 붉게 찍혀 있었다.약을 발랐어도 바로 가라앉기엔 너무 짙고 선명한 상처들이 남았다.동건의 눈이 그 자국들을 타고 내려갔다.순간적으로 폭력적이고 차가운 기운이 그의 눈에 번졌다.그러다 수민의 칼같은 말이 날아왔다.“언제까지 쳐다만 볼 건데?”그제야 동건은 눈을 내리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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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화

‘수민이가 왜 여기 있는 거지’?‘나 때문에 수민이까지 끌어들인 건가?’‘어떻게 해야 수민이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할 수 있지?’‘...’수많은 생각이 조이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단 하나, 조이스가 상상조차 못 한 가능성만은 동건이 비웃듯 말했다.“수민아, 봐. 나 약속 지켰지? 네 애인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조이스가 못 알아들을까 봐, 그는 굳이 영어로 덧붙였다.조이스는 멍해졌다.수민은 아무런 표정 없이 굳어 있었다.오직 동건만이 모든 상황을 지배하는 사람처럼 가장 밝게 웃고 있었다.승리를 확신한 왕처럼, 혹은 모든 전황을 손바닥 위에 놓고 조종하는 장수처럼 이 모든 판세는 그가 이미 정해 놓은 수순 같았다.“수민아, 할 말 있다며? 빨리 끝내. 그래야 이놈도 얼른 나갈 수 있지?”조이스는 수민을 바라봤다.입술이 떨렸고,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거의 소리도 되지 못했다.“수민아... 나 때문에 그러지 마... 나 필요 없어...”조이스는 이미 눈치챘다.그리고 주마등처럼 곧 벌어질 일까지도...“수민이가? 너한테?”동건은 냉소를 흘리며 조이스의 한 손을 구둣발로 짓밟았다.예상치 못한 통증에 조이스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터뜨렸다.그러나 곧 이를 악물고, 턱을 굳게 다물어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려 버텼다.수민은 손을 꽉 쥐어 주먹이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동건이 손목을 잡아오는 순간, 수민의 손은 힘이 풀린 듯 툭 하고 내려갔다.동건이 의아한 듯 수민을 바라봤다.“왜 욕 안 해? 아니면 이놈 좀 봐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지? 아니면 둘이 붙어 안기든가? 뭐, 비련의 주인공 커플 연기라도 해볼래?”수민은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그 미소는 눈에 조금도 닿지 않았다.“멜로 드라마 너무 많이 봤냐? 아니면 로맨스 영화에 세뇌됐어?”“하하하하...”동건이 큰소리로 웃었다.그 반응은 그가 기대했던 정답이기라도 한 듯 만족감으로 가득했다.수민은 알고 있었다.조이스에게 조금이라도 동정, 혹은 애틋함을 보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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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7화

지시를 끝내자마자, 동건은 바로 밖으로 뛰어나갔다.보폭이 크고 걸음이 빠르기까지 해서, 금세 수민을 따라잡았다.그리고 한 손으로 수민을 거칠게 끌어안았다.그는 제일 먼저 수민의 얼굴을 확인했다.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픔도 없는 얼굴을 보니 동건의 기분이 좋았다.그는 수민의 그런 표정을 보고 싶었다.그제야 동건은 완전히 만족한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조이스의 목숨은... 살려냈다.“뭐 하는 짓이야.”수민이 차갑게 물었다.“축하한다. 다시 싱글 됐네.”수민은 말도 받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좁힌 채 주변을 둘러봤다.“여기... 너무 어두워. 난 이런 데 싫어.”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그대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수민의 몸이 허공에 떴다.동건이 그대로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내가 데리고 나가줄게.”수민은 몸부림치지 않았다.그녀는 알고 있었다.‘발버둥 쳐도 소용없어.’‘이 남자는 자기가 갖겠다고 마음먹은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니까.’반항해도 의미 없다면, 차라리 힘 빼고 가만히 있는 게 낫다.“참 착하네. 그리고... 참 무정하다.”동건이 씩 웃으며 말했다.“헤어졌다고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리네? 너 그놈 그렇게 사랑한 것도 아니었나 보다?”그 말이 끝난 순간이었다.수민의 눈에서 눈물이, 아무 예고 없이 또르르 흘러내렸다.동건의 입가에서 웃음이 그대로 멈췄다. 굳어버렸다.수민은 비웃듯 말했다.“이제야 만족해?”“너...”“화났냐? 내가 안 울면 무정하다고 비난하고, 울면 또 기분 나쁘고. 고동건, 진짜... 병원 좀 가봐라. 너 병 진짜 심하다.”“누가 화났대.”동건은 이를 꽉 물었다. 턱 근육이 굳어 있었다.“울지 마. 특히 그놈 때문에 우는 건 절대 안 돼. 알아들어?”수민은 건조하게 대답했다.“응...”동건은 허공을 치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주먹을 휘둘러도 솜을 맞은 것처럼 힘만 빠져나갔다.그래도 수민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그 사실 하나로, 동건은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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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8화

[딸! 드디어 전화했다!]백지영은 거의 받자마자 큰 목소리로 딸을 불렀다.“엄마...”[지금 어디야? 조이스는 만났어? 루메라 간 거 우리야 뭐라 안 해. 근데 왜 말을 안 해? 지언이가 네가 이상하다고 해서 겨우 알았잖아. 너희 아빠랑 난 하루 종일 미친 사람처럼 너를 찾고 있었다고!]백지영이 이렇게 다급하게 말을 쏟아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평소의 백지영은 늘 느긋하고 단정했다.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교육받은 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그 원칙을 늘 지켜온 사람이다.하지만 하루 밤낮을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지낸 뒤에는 그 침착함 따위 이미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민은 눈가가 뜨겁게 시큰거렸지만, 목소리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죄송해요, 엄마. 제가 좀 경솔했어요. 아빠랑 엄마 걱정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잠시의 정적.그리고 백지영의 입에서 억눌린 감정이 섞인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됐어... 우리가 괜히 난리 친 거지.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무조건 우리한테 먼저 말해. 알았지?]“네, 알겠어요.”[조이스는 괜찮고? 거기 사람들 혹시 조이스한테 뭐라고 한 건 없고? 돈 부족하면 말해. 바로 보낼게.]수민은 옆을 힐끗 봤다.동건은 무심한 미소를 지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겉보기엔 전혀 무신경한 표정.하지만 수민이 전화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그는 자연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있었다.두 사람 사이는 사실상 밀착된 상태였다.전화 속 모든 말이 동건의 귀에 그대로 들어가고 있었다.“조이스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었어요. 그쪽에서 좀 오해가 있었는데... 제가 다 설명했어요.”[그래... 다행이다...]백지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언제 들어올 거야? 아빠 공항으로 마중 보내게.”“아뇨, 엄마. 저희... 이미 M국으로 돌아갔어요.”“뭐라고?”백지영이 얼어붙었다.“엄마, 저 지금 바로 탑승해야 해서... 이틀 뒤에 다시 전화할게요.”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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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9화

집을 나선 동건은 그대로 ‘청운 카지노’로 향했다.정비가 없는데도, 이곳은 평소처럼 굴러가고 있었다.누군가 사라져도 또 다른 누군가 그 자리를 바로 대체하는 것이 이곳의 방식이었다.“보스.”새로 임명된 책임자가 급히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특이한 일?”동건이 무심하게 물었다.“없습니다. 전부 정상입니다.”“좋아.”이곳에서는 누구도 대체 불가능하지 않았다.정비가 쓰러지면, 그 뒤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여기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주선을 불러올려. 내 사무실로.”“예,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주선이 들어왔다.“보스.”동건은 책상 모서리에 느긋하게 기대 있었다.셔츠 단추는 두 개쯤 풀려 있었고, 손에는 와인 잔이 들고 있었다.향 좋은 와인의 냄새가 공기 중에 은은히 퍼져 있었다.“죽었어?”동건은 마치 ‘저녁 먹었냐 정도의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주선은 잠시 멈칫했다가 그제야 동건의 질문이 정비에 대한 것임을 깨달았다.“운이 좋아서...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최소 석 달 이상은 침대에서 못 일어날 겁니다.”동건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정비의 목숨이 이렇게 질긴 건 예상 밖이라는 표정.“깨나긴 했어?”“아직입니다.”“음.”짧은 반응.그리고 그 반응 하나로 분위기는 이미 결론이 났다.‘살려두기로 한 건가.’생각해 보면 당연했다.동건이 정말 정비를 죽이고 싶었다면, 애초에 의무실로 옮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의료팀이 손대는 것도 막았을 테니까.“정 실장 보러 가시겠습니까?”주선이 조심히 물었다.“예.”살려두긴 했지만, 마음 편히 용서한 건 절대 아닌 듯했다.‘정비가 목숨을 건진 건...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명줄이 길어서인지...주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A국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 정말로 나쁜 놈은 천 년을 산다더니.’...한밤중, 달빛이 깊게 번지고 있었다.수민은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숨소리도 잔잔했고,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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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0화

갑자기, 동건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아니면... 사람이 달라서야?”목소리가 낮게 일그러졌다.“내가 이렇게 하는 건 싫고, 그놈이 하면 좋아? 조이스? 아니면 또 다른 남자가 있어?”“자기야... 이렇게 오래 살았으면 좀 철들었어야지.”동건은 손을 뻗어 수민의 턱을 꽉 잡았다. 수민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나만 좋아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왜 이렇게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해? 왜 절대 충성도 못 하고?”수민은 단번에 남자의 손을 쳐냈다.그리고 똑같은 톤으로 되돌려줬다.“나를 안 좋아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왜 못 놔줘? 왜 못 비껴가? 딴 여자를 좋아해 봐.”“내가 다른 여자 좋아하기를 그렇게 바라는 거야?”“그러면 진짜 감사해서 매일 기도라도 할 거야.”“씨X... 꿈도 꾸지 마. 절대 안 돼.”남자의 분노가 방안을 흔들어도 수민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그저 무표정한 ‘네’ 한마디처럼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함.그 평온이 오히려 동건을 꺾었다.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동건의 어깨가 눈에 띄게 처졌다.“좋아. 안 건드린다.”수민은 속으로 아주 작은 숨을 내쉬었다.‘됐어... 일단 한숨 돌렸다...’“근데...”동건의 목소리가 다시 가라앉았다.다음 말은 예고 없이 바뀌었다.“오늘... 꼭 안고 잘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팔을 뻗어 수민을 순식간에 끌어당겼다.이어서 강제로 품에 가둬 버렸다.두 사람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고,동건은 이불을 덮어썼다.“자자.”그러고는 정말로 눈을 감고 잠들어 버렸다.동건의 팔은 숨이 막힐 만큼 꽉 조여져 있었고, 뜨거운 체온까지 밀려와 수민은 불편함에 몸을 조금 움직였다.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낮고 축축한 남자의 목소리가 떨어졌다.“또 움직이면... 지금 바로 할 거야”섬뜩한 경고였다.수민은 몸을 굳혔다.움직일 수가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억지로 긴장이 풀리고, 수민 역시 잠에 빠져들었다.그리고 그때, 동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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