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다.정비는 반항은커녕, 살려달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을 줬다 한들... 감히 피할 용기 따위 없었을 것이다.“아!”피가 터져 나오는 순간, 정비의 찢어지는 비명도 함께 터졌다.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눈을 감았다.주선은 튀는 혈흔을 보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옆으로 재빨리 비켜서서 피가 자기 몸에 닿는 걸 피했다.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주선은 쓰러진 정비를 내려다보았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 끝에, 결국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정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했다.“쳇, 정 실장도 이런 날이 오네.”그래도 운은 좋은 놈이었다.숨이 아주 끊어진 건 아니었다.“너희...”주선은 손짓해 경호원 둘을 불렀다.“정 실장 의무실로 옮겨.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못 살리면 바로 묻어버려.”“예!”두 경호원은 즉시 움직였다.한 명은 어깨 쪽으로 가고, 한 명은 다리를 들려고 했다.주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짓이야?”“아, 아니에요... 의무실로 옮기라고 해서...”각자 맡은 부위를 잡을 준비까지 끝난 상태였다.주선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병신들아, 들것부터 가져오라고.”저렇게 질질 끌듯 들고 가면, 정비는 의무실 도착 전에 죽을 판이었다.“아, 아... 네!”두 경호원은 그제야 사태를 깨닫고 허둥지둥 들것을 찾으러 갔다.주선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동건은 수민을 그대로 안아 사무실로 데려왔다.책상 위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한 손으로 쓸어버리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수민을 앉혔다.여러 번 깊게 숨을 들이쉰 뒤에야 동건은 수민을 감싸고 있던 외투를 천천히 벗겼다.그리고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 드러났다.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자신이 미친 듯 찾고, 밤마다 떠올리고,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던 그 사람.그 여자가... 정말로 눈앞에 있었다.그 진실 하나로 동건의 손이 떨렸다.그 떨리는 손이 수민의 목덜미를 천천히 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