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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작가: 임공
이제는 진아의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알았어요!”

진아는 성가신 듯 소리치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내려오실래요, 아니면 제가 가져다드릴까요?”

“옷 갈아입고 바로 내려갈게요.”

“예, 임 선생님.”

어쩔 수 없이 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에 숄을 둘러 걸치고 간단히 세수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오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지하는 바로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에 잡혀 있던 술자리도 전부 취소했다.

짐을 정리한 지하는 전화를 걸었다.

“뭐 하고 있어?”

[내가 뭘 하겠어... 그냥 누워 있지.]

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늘어져 있었다.

“심심해?”

지하가 웃음을 흘렸다.

“나 이제 끝났어. 바로 갈게.”

지하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30분이면 도착할 거야. 기다려.”

[응.]

그때, 사무실 문이 두드려졌다.

“대표님, 오설아 씨 오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아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지하와 설아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설아가 본사에 드나드는 걸 막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지하가 지시해 둔 일이었다. 설아가 오면 보고 절차 필요 없이 바로 들여보내라고.

지하는 핸드폰을 서둘러 끊으며 말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지하.”

“설아.”

지하는 눈에 띄지 않게 미간을 좁혔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설아는 지하의 준비된 모습에 잠시 머뭇거렸다.

“혹시 나가려고 했어? 중요한 약속 있지? 그럼... 다음에 올까?”

“아냐.”

지하는 손을 내저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중요한 약속 아니야. 앉아. 말해 봐.”

“응.”

설아는 지하 말대로 앉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지하는 설아의 주저하는 눈빛을 보고 웃으며 다독였다.

“나한테는 뭐든 말해도 돼. 괜히 예의 차리지 마.”

“예의가 아니라...”

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가가 벌써 붉어졌다.

지하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인데? 설마... 윤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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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238화

    “오설아 씨 물건이라고요?”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근데 이건 지하 씨가 위에서 가져온 거잖아요.”“어... 네.”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제가 지하한테 부탁한 거예요. 분명 제 물건이에요.”“그래요?”“진아!”지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굳어졌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단단했다.“그거 당장 설아한테 줘. 장난치는 거 아니야!”‘이렇게까지 화낼 줄은 몰랐네.’기억을 더듬어도, 지하가 진아에게 이렇게 매섭게 대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진아는 속으로 조용히 냉소를 흘렸다.‘봐라. 진짜 사랑과 대타의 차이란 이런 거지.’‘진짜 사랑이 바로 옆에 서 있으니, 난 아무것도 아니네.’하지만 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도발적인 웃음을 띠고 서류봉투를 꼭 쥐며 말했다.“안 줄 거예요. 이제 어쩔 건데요?”그러더니 봉투 입구를 벌렸다. 손을 깊숙이 넣어 무언가를 찾으려는 순간...“안 돼요!”“진아!”지하와 설아가 동시에 소리쳤다. 지하는 재빨리 손을 들어 진아의 손목을 꺾어 잡았다.“아...”손목뼈가 딱 소리를 내자, 진아가 찡그리며 손을 뗐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다른 팔로 봉투를 굳게 껴안아 가슴에 집어넣었다.“흥!”진아는 비꼬는 듯 웃음을 흘렸다.“설아 씨, 여기엔 뭐가 들었죠? 보면 안 되는... 부끄러운 증거 같은 거예요?”지하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로워졌다. 동공이 흔들리는 듯했다.“진아, 무슨 소리야?”“내가 틀린 말을 했나?”진아는 눈꼬리를 슬쩍 내려 설아를 힐끗 보았다.“부지하, 당신이 한 짓을 책임질 자신은 없지? 오설아 씨한테 무슨 마음을 품은 건지, 내 입으로 일일이 설명해야겠어?” “그만해!”지하는 굳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평소엔 네가 장난치는 것도 얼마든지 참아줬어. 하지만 내가 널 챙기고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상황도 분간 못 하고 지나치게 굴면 안 되는 거라고!” ‘당신도 참...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237화

    그뿐만이 아니었다.진아는 자리에 앉아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풀어놓는 건 불편했는지, 테이블 밑에서 머리끈 하나를 꺼내 머리를 대충 묶어 뒤로 넘겼다.너무도 자연스러운 동작, 분명 처음이 아닌 듯했다.그 모습을 본 설아는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 무심코 물었다.“여기... 같이 사는 거예요?”“네?”진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 말에 설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임진아랑 지하가... 동거한다고? 믿을 수가 없어.’그동안 지하는 늘 혼자였다. 곁에 훌륭한 여자들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지하는 늘 무심했다.그런데, 겨우 몇 달 만에 사귀기 시작한 진아와는 벌써 함께 살고 있다니.설아는 진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얼굴.‘도대체... 이건 뭐지?’복잡한 마음이 설아의 가슴을 억눌렀다.잠시 후, 지하가 계단을 내려왔다.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마침 순자가 부엌에서 물컵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던 참이었다.지하는 그 물컵을 힐끗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임 선생님 물이에요?”“네.”“제가 가져갈게요.”지하는 자연스럽게 받아서 들었다.“제가 직접 주면 되니까요.”“아, 네.”지하는 한 손에 물컵을, 다른 손엔 서류봉투를 든 채 다가와 테이블 위에 봉투를 내려놓았다.그러고는 물컵 뚜껑을 열어 진아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순자 이모님이 참 세심하시지? 네가 물 잘 안 마시는 걸 알고 계셔. 오늘도 한 모금도 안 마셨지? 조금이라도 마셔.”“아...”진아는 컵을 받아서 들고 싶었지만, 지하는 허락하지 않았다.“그냥 이렇게 마셔.”결국 진아는 지하의 손에 맞춰, 조금씩 물을 삼켰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설아의 마음은 뒤섞여 어지러웠다.지하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설아에게 이번이 처음이었다.게다가 지하가 다른 여자에게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라니.지하가 얼마나 세심한 사람인지 설아는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를 챙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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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진아는 지하 비서의 말을 들었다. 오설아 씨가 왔다고...‘오설아 씨, 오설아...’“칫...”진아는 거울을 향해 비웃듯이 웃었다.부지하와 오설아, 끊어지지도 않고 이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헤어지지도 못하고 붙어 있지도 못한 채, 결국 아무 상관도 없는 진아만 괴롭힐 뿐이었다. 지하가 다시 올라왔을 때, 진아는 이미 누워 있었다.지하가 샤워를 마치고 누웠을 때, 진아는 벌써 잠들어 있었다.“자기야.”지하가 다가와 진아를 품에 안았다.진아는 사실 깊이 잠든 게 아니었다. 지하의 움직임에 금방 깨어날 수 있었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그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다.“자?”지하가 손을 들어 진아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자, 잘 자.”...이틀간 요양하고 나니, 진아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그때 지하가 다시 말을 꺼냈다.“이번 주말에, 네 집에 가자.”진아는 과일 볼을 들고 망고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었다.‘말하고 싶지 않아.’‘알겠다고 말하는 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고...’‘거절한다고 해서 부지하가 물러날 리도 없어.’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락한 거야?”진아가 대답하지 않자, 지하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였다.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대고 키스하며 말했다.“다 준비했어.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집에 말만 해두면 돼.”‘마음이 죽어가는 것 같아. 이 운명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그렇게 또 이틀이 흘렀다.주말이 다가왔는데도 진아는 여전히 가족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내가 인정하지도 않는 약혼자를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주말인데...’...진아는 강울대에서 나와 마크힐스로 돌아왔다.하순자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거실에서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진아는 놀랐다.‘부지하가 벌써 돌아왔나? 게다가 손님까지?’하순자는 진아의 표정을 읽고는 웃으며 설명했다.“대표님이 먼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2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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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2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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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233화

    병원에서 이틀을 보낸 끝에, 진아는 퇴원했다.그동안 지하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진아 곁을 지켰다. 낮에는 진아가 링거 치료를 받는 동안 재명과 함께 업무를 처리했고, 밤에는 간병인을 두지 않고 직접 곁에서 지냈다.지하의 체력은 원래 좋은 편이었지만, 병원이라는 곳은 밤낮이 뒤바뀌고 의사나 간호사가 수시로 들락거려 쉬는 시간이 자꾸 잘려 나갔다.불과 이틀이었지만, 결국 지하도 피로가 묻어났다.집으로 돌아와 마크힐스에 도착했을 때, 지하는 진아를 침대에 눕히고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됐다.”그는 진아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역시 집이 제일 편해. 뭐든 하기 좋고, 너도 푹 쉴 수 있고.”진아는 지하를 바라보며, 씩 웃지도 않은 웃음을 흘렸다.“당신은 좀 쉴 수 있겠지.”지하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도 맞네.”“왜?”진아는 옆눈으로 지하를 흘기며 말했다.“고작 이틀인데, 지겨워졌어?”‘지겨워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더는 날 돌보지 않고, 놓아주겠지.’지하는 난감한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언제 지겹다고 했어? 내가 그런 것 같아 보여? 난 전혀 안 지겨워. 오히려 네 곁에 있는 게 좋아. 널 돌보는 게 좋단 말이야.”그 말에 진아는 힘이 빠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말투도 매섭게 바뀌었다.“부 대표님, 의외네요. M 기질이 있으셨나 봐.”“뭐라고?”지하는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용어엔 익숙하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됐어, 말해봤자 소용없네.’진아는 대충 얼버무렸다.“칭찬한 거야. 당신은 돌보는 데 선수시잖아.”“그래?”지하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네가 만족한다니 다행이네.”그러곤 말을 이었다.“잠깐 회사에 다녀와야 해. 점심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대신 저녁엔 최대한 일찍 들어올게.”진아가 연달아 병원에 있었던 터라, 회사는 이미 일이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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