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26화

Author: 임공
“그렇긴 하지.”

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양하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너를 보면 또 기절할지도 몰라.”

“고유건!”

지하의 얼굴이 즉각 굳어졌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괜찮아. 진아한테까지 재수 없는 말은 하지 마.”

유건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

“그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왜 도망친 거야? 진아 씨 부모님도 이미 다 용서했잖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살로 되어 있는 법이다.

지하가 지난 일 년 넘게 해 온 일들만 봐도, 사람 하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었다.

지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진아가... 나에 관해서 물어본 적은 있어?”

유건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없었네.’

지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들어 올려 목을 젖혀 단숨에 비워냈다.

“내가 떠난 건 맞는 선택이었어.”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유건이 말했다.

“진아 씨가 너를 안 찾으면, 평생 안 만날 거야? 정말로 놓을 수 있어?”

“못 놔.”

지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빛이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못 놔. 언제 가능해질지는... 나도 모르겠어.”

“참...”

유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지. 네가 진아 씨를 위해 한 일들... 네 마음은 결국 진아 씨가 알아야 해.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진아 씨 몫이고.”

그 말을 듣고 지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야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릴게. 이제 막 깨어났잖아.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고.”

‘내 욕심 때문에 회복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

“시간은 많아.”

지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기다릴 수 있어.”

“허...”

유건은 그를 힐끗 보며 비웃듯 말했다.

“아직은 젊지만, 더 기다리다간... 진짜 평생 솔로 된다?”

...

일주일 후.

퇴근을 마친 시연은 병원으로 진아를 보러 갔다.

“시연.”

진아는 병실 안을 천천히 걸으며 재활 중이었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8화

    진아는 고개를 뒤로 젖혀 컵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하지만 그런 일들은 모두 지나간 이야기였다....일주일 후.진아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와 요양에 들어갔다.당장 해야 할 일도 없었고, 그야말로 한가한 신세였다. 마침 그날은 시연의 휴무일이어서, 진아는 시연에게 연락해 같이 쇼핑도 하고 머리도 하자고 약속했다.두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맞춰 집을 나섰다.그런데 첫 행선지는 뜻밖에도 쇼핑몰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진아는 책을 빌리러 온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전공 서적들이었다.“너 참...”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제 막 깨어났는데, 벌써 이렇게 자신을 굴리면 어떡해?”“굴리긴 뭘.”진아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밤새워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 날 때 조금씩 보는 거야.”그러면서 관자놀이를 가리켰다.“내가 느끼기엔, 여기 안이 다 비어 있는 것 같아. 책도 안 들여다보면 진짜 녹슬 것 같거든.”“그래, 알겠어.”시연은 타이르듯 말했다.“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아직 몸 회복 중이잖아.”“알았어.”도서관을 나온 뒤에야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쇼핑하러 갔다.주로 진아가 이것저것 골랐고, 시연은 딱히 살 게 없어 보였다.“너는 안 사?”진아가 물었다.“계절 바뀌는데, 옷장 정리 안 해도 돼?”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집에 옷이 너무 많아서.”“아...”진아는 금세 알아차린 듯 콧등을 찡긋했다.“알겠다. 고 대표 있으니까, 네가 직접 옷 살 필요가 없는 거지?”틀린 말은 아니었다.시연은 평소에도 일이 바빴고, 그녀의 옷장은 시즌마다 맞춤 숍에서 알아서 채워줬다.남편이 지나치게 부자인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이 들어오지만, 태그도 안 떼고 지나가는 옷들이 수두룩했다.“그럼 나만 사야겠어.”진아는 웃으며 한 원피스를 바라봤다.매장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저 이거 한번 입어보고 싶은데요. 제 사이즈 있을까요?”“잠시만요.”직원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7화

    ‘부 대표’라는 명칭을 듣는 순간, 진아는 잠깐 멍해졌다.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마치 그 사람을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다 이내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아, 맞다. 그 집이랑 고씨 가문, 원래 계속 거래하고 있지 않았어?”“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진아의 표정을 살폈다.혹시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하지만 진아는 그 말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지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곧바로 화제를 돌려 시연에게 물었다.“근데 너랑 고 대표, 둘이 결혼식은 안 해?”시연은 속으로 ‘묘하네’ 하고 생각했다.며칠 전, 똑같은 질문을 지하가 유건에게 했었으니까.“결혼식은 안 하려고.”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적당한 날 잡아서 가까운 사람들만 모아서 한 번 제대로 떠들면 그걸로 충분해.”“와.”진아는 숨김없이 부러워했다.“그럼 나도 끼워 주나?”“당연하지.”시연은 눈을 흘기듯 보며 말했다.“여태까지 미룬 거, 다 너 기다리느라 그런 거잖아.”“하하!”진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웃었다.“그럼 난 완전 네 베프네.”아직 수술이 남아 있어 시연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진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을 나섰다.진아는 막 의식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동안 병문안 온 사람들이 많았다.병실 한쪽에는 꽃다발이며 과일 바구니, 건강식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혼자서는 도저히 다 소비할 수 없어 일부는 간병인에게 나눠 줬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았다.진아는 남은 것들을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나눠 주기로 마음먹었다.저녁 무렵, 병동은 비교적 한산했다.간호사들은 간호 스테이션에 모여 느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다가가자마자,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부 대표님, 요즘은 통 안 오시네.”“그러게. 그분 안 오면 ‘레드’ 디저트도 못 먹는데.”“난 며칠째 두리안 못 먹었어.”동료가 웃으며 놀렸다.“네가 직접 사 먹으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6화

    “그렇긴 하지.”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양하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너를 보면 또 기절할지도 몰라.”“고유건!”지하의 얼굴이 즉각 굳어졌다.“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괜찮아. 진아한테까지 재수 없는 말은 하지 마.”유건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그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왜 도망친 거야? 진아 씨 부모님도 이미 다 용서했잖아.”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살로 되어 있는 법이다.지하가 지난 일 년 넘게 해 온 일들만 봐도, 사람 하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었다. 지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진아가... 나에 관해서 물어본 적은 있어?”유건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역시나... 없었네.’지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들어 올려 목을 젖혀 단숨에 비워냈다.“내가 떠난 건 맞는 선택이었어.”“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유건이 말했다.“진아 씨가 너를 안 찾으면, 평생 안 만날 거야? 정말로 놓을 수 있어?”“못 놔.”지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빛이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적어도 지금은 못 놔. 언제 가능해질지는... 나도 모르겠어.”“참...”유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지. 네가 진아 씨를 위해 한 일들... 네 마음은 결국 진아 씨가 알아야 해.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진아 씨 몫이고.”그 말을 듣고 지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야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릴게. 이제 막 깨어났잖아.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고.”‘내 욕심 때문에 회복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시간은 많아.”지하는 담담하게 말했다.“기다릴 수 있어.”“허...”유건은 그를 힐끗 보며 비웃듯 말했다.“아직은 젊지만, 더 기다리다간... 진짜 평생 솔로 된다?”...일주일 후.퇴근을 마친 시연은 병원으로 진아를 보러 갔다.“시연.”진아는 병실 안을 천천히 걸으며 재활 중이었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5화

    잠시 후, 모두가 숨소리까지 낮추며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채숙희와 임병지 부부가 가장 앞에 섰고, 침대 곁을 지키고 있던 간병인은 바로 옆으로 물러났다. 침대 머리 쪽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진아는 반쯤 기대 누운 상태였다. 길게 자란 머리는 두 갈래로 나뉘어 느슨한 피쉬본 브레이드로 땋아져 가슴 위에 얌전히 내려와 있었다.부모를 보자 진아는 입술을 조금 열었다.“아빠... 엄마...”아직 몹시 쇠약한 상태라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진아가 말을 꺼내는 순간, 참아 왔던 감정이 터진 듯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랐고, 끝내 소리를 삼키지 못했다.“으응...”“딸아.”채숙희는 서둘러 딸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 역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모녀는 그대로 서로를 붙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자, 그만 울어라.”임병지는 자기 역시 눈가가 붉어져 있으면서도, 아내와 딸이 너무 흥분할까 봐 애써 침착한 척했다.“진아가 깬 건 좋은 일이잖아, 이렇게 계속 울 일은 아니야.”그는 목소리를 더 낮춰 아내를 달랬다.“당신 마음은 알겠는데, 진아 입장도 생각해야지, 아직 몸이 약한데 이렇게 울면 어떡해? 교수님도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맞아요.”그 말을 듣고서야 채숙희는 급히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진아, 이제 울지 말자, 깨어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니? 몸은 천천히 회복하면 돼.”“네.”진아는 힘겹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선을 옮겨 임태권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오빠.”“그래.”임태권은 곧바로 다가가 동생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진아는 다시 눈을 들어 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진아.”이번에는 시연이 앞으로 나와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진아... 정말 대단해, 정말 잘 버텼어.”“히히...”병실 문 가까운 쪽에, 지하는 조용히 서 있었다. 침대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진아는 모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그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4화

    “진짜예요?”그 한마디에 지하가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심장이 순식간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숨까지 가빠졌다. 그는 두세 걸음에 진아 앞까지 다가가 손을 들었다가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멈춰 섰다.“지금, 내가 뭘 하면 돼요?”“주철민 교수님을 불러야죠!”시연은 울 듯 웃으며 말했다.“주치의부터 불러요!”“아, 알겠어요!”지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걸음은 빠르고 급했지만, 방향 감각은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지하!”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건이 급히 불렀다.“그쪽 아니야, 거긴 식당이야!”“아, 아!”지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방향을 바꿨고, 겨우 병실 밖으로 나갔다.“정말...”시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다가, 문득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아, 맞다! 진아 부모님께 전화해야겠다!”‘혹시라도 정말로 진아가 깨어난 거라면...’...“어떻게 됐어?” 임병지와 채숙희가 거의 뛰다시피 도착했다. 주말이어서 임태권도 회사에 가지 않고 함께 왔다.“시연!”채숙희는 시연의 손을 꽉 붙잡았다.“진아 깬 거야? 정말이야?”“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시연은 채숙희의 손을 토닥였다.“주철민 교수님이 안에 계세요. 조금만 있으면 나오실 거예요.”“그래, 그래...”채숙희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병실 복도가 조용해졌다. 진아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시간은 느리게 흘렀다.기다리는 매 순간, 초 단위마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때, 안쪽 병실 문이 열렸다.“나오셨어요!”지하는 눈꺼풀을 번쩍 들며 앞으로 나가려다가 이상하게도 발걸음을 멈췄다. 단 한 순간의 망설임 사이, 임병지가 채숙희를 부축하며 이미 주철민 교수 앞에 서 있었다.“교수님, 제 딸은 어떻습니까?”주철민 교수는 마스크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끄덕인 뒤 시연을 한 번 바라보았다.“지 선생님, 판단이 맞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23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지하가 막 진아의 세면과 정리를 끝내고 나왔을 때 시연이 도착했다. 유건도 시연과 함께였다.“왔어?”지하는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연 씨, 마침 잘 왔네요. 시연 씨가 잠깐 진아 좀 봐 주세요. 저는 그사이에 아침 좀 먹을게요.”“네, 알았어요.”시연은 안으로 들어가 진아 곁에 앉았고, 유건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지하와 함께 밖에 남았다. 지하는 간단히 아침을 먹었고, 유건은 커피를 마셨다.“조이는?”지하가 물었다.“집에서 자고 있어.”유건이 말했다.“애들은 잠이 많잖아. 조금 있으면 깰 거야. 오후에 데리고 나가서 놀 생각이고.”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벌써 1년인데, 두 사람 결혼식은 안 할 생각이야?”“나는 하고 싶지. 하지만...”유건은 병실 안쪽을 한 번 흘끗 보며 말했다.“시연 말로는 예전에 했던 결혼식도 너무 힘들었대. 다시 한번 하는 건 너무 지친다고 하더라고.”“그럴 만도 하지.”지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진아도 예전에 결혼식은 정말 힘들다고 했어. 특히 신부는 화장만 해도 몇 시간이잖아.”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려고.”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지난 1년은 진아 씨 일 때문에 시연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병원에 복귀하느라 정신도 없었으니까.”유건은 시연과 이미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식을 다시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다. 지금도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것과 공식적으로 알리는 건 의미가 달랐다.한편 병실 안에서는 시연이 진아 곁을 지키고 있었다.뭔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지하는 정말 빈틈을 남겨 두지 않았다. 진아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말끔했고, 은은한 향까지 남아 있어 굳이 손댈 곳이 없을 정도였다.시연은 귤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껍질을 벗겼다. 껍질이 갈라지자 상큼한 향이 퍼졌다.시연과 진아는 둘 다 귤을 좋아했다.시연은 진아를 바라보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