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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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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오양련의 죽음은 호원아에게 있어 실로 참담한 충격이었다.보정 대신들 중에서도 그녀들과의 사이는 가장 돈독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이 일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져 호원아는 아무런 대비조차 하지 못했다.시녀가 조심스레 답했다."소녀가 알기로는 오 대인께서 독약을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합니다."호원아는 믿지 않았다.멀쩡히 잘 지내던 오 대인이 어째서 자결한단 말인가?"누군가 오 대인을 해친 게 틀림없다! 이 일을 폐하께서는 아시느냐?"시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 대인께서 변을 당하셨을 때 폐하께서 오양부에 계셨습니다."호원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몸에 상처를 입은 탓에 직접 나서 철저히 조사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오양련의 죽음은 호원아만을 놀라게 한 것이 아니었다.조정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다음 날 조정 회의 때 신하들이 거론하는 대부분의 사안은 오양련에 관한 것이었다.삼대에 걸쳐 충성을 바친 노대신. 공이 없어도 고생한 바가 있으니 마땅히 추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일부는 호원아가 습격당하고, 오양련이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은 것이 모두 적국 간첩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순식간에 조정엔 불안이 가득 찼다.용상 위에서 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짐도 이 비보를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오양련이 생전에 근면성실하고 충성스럽게 직무를 다했음을 생각하여, 특별히 문충후로 추서하고 태묘에 배향하게 하노라."신하들은 일제히 조심히 예를 올렸다."예, 폐하!"궁 밖.오양부.오양련은 이미 관에 안치되어 있었고, 문무백관들은 차례로 와서 조의를 표했다.집안 식구들은 모두 삼베옷을 입고 통곡했다.장례식 날 보정 대신들도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했다.심지어 호원아도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오양련을 배웅하러 찾아왔다.그녀의 절망에는 거짓이 없었다.오양련마저 떠나고 나면, 그들 중 누구도 더는 황제를 붙잡아 둘 방법이 없었다.이제 정말로 차선책으로 봉장미를 불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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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보정 대신들은 모두 선제의 심복이었다.조정의 중심을 떠받치는 기둥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그녀들은 각기 나이도 달랐지만 모두가 충성심에 가득 차 있었다."황제 폐하를 뵙기를 청합니다!"봉구안은 어전의 용상에 앉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전각 밖에 서 있는 대신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눈빛엔 흔들림 없는 결의와 함께 어딘가 서글픈 빛이 섞여 있었다."들여보내라."곧이어 몇몇 대신들이 차례차례 안으로 들어왔다.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중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온 호원아였다.봉구안은 손에 들고 있던 상소문을 내려놓고, 대신들을 한 차례 훑어보았다."무슨 일인가."호원아가 고른 숨을 내쉬며 말했다."폐하, 신은 이미 오 대인께서 왜 목숨을 끊으셨는지 알아냈습니다."호원아의 숨소리는 안정되어 있었다.상처는 심각해 보였으나 내상은 그리 깊지 않은 듯했다.이어 다른 대신들이 입을 모았다."오 대인은 서여국의 사직을 지키고자, 자신의 죽음으로 황제 폐하께 이 나라에 남아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봉구안은 말없이 그들의 말을 들었다.그 눈빛은 한없이 고요했다.호원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봉구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신은 죄인입니다. 신이 이 지경이 된 것도, 황제 폐하를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다른 대신들도 호원아가 처벌당할까 염려하여 급히 거들었다."폐하, 호 장군 또한 오 대인과 다름없이 모두 서여국을 위한 뜻이었나이다!""폐하, 만일 폐하께서 서여국을 떠나신다면, 신들 또한 오 대인처럼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그렇습니다. 신들은 죽을 각오로 지금 폐하 앞에 나아왔나이다!"그녀들은 하나같이 비수를 꺼내어 자신의 가슴께를 겨눴다.하지만 봉구안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보아하니 너희는 미리 짜고 짐을 협박하려는 것이로구나."호원아는 서둘러 부인했다."어찌 감히 황제 폐하를 협박하겠나이까.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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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어전 밖.소욱은 어두운 얼굴로 서 있었다.보정 대신들이 오양련을 본받아 죽음으로 봉구안을 압박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수법은 실로 비열하기 그지없었다.그녀들이 무사히 나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소욱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몇몇 대신들은 소욱을 못 본 척 지나쳤지만, 호원아만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남제의 황제까지 친히 서여국에 온 것은 아마도 황제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남제를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결국 이 점에 있어서는 서로 다를 것이 없었다.그들 모두 황제의 진심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정말이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니, 호원아는 오히려 담담해졌다.무엇보다 황제가 방금 전 그들에게 한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뼈아팠다.그녀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결국 단 하나의 세대일 뿐이었다.이는 마치 의원이 병을 치료할 때, 근본은 다스리지 않고 겉만 손보는 것과 다름없었다.방금 황제께서 들려주신 말씀을 떠올리면, 서여국이 강해지지 못하는 근본은 결국 내부에 있었다.남성들을 과도하게 억압한 탓에 남녀 간 반목이 심해져 결국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다.작은 위기만 닥쳐도 서여국은 조정부터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특히나 남성들이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외부의 위기보다 내부의 내란이 먼저 터질 것이었다.이는 그녀의 외조모가 집권했을 때 궁궐 내 반란이 일어난 근본 원인이기도 했다.그러니 외부의 적을 물리치려면 먼저 내부를 안정시켜야 했다.호원아는 황제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속으로 다시금 되새겼다.그 말들은 따스한 봄바람처럼 그녀의 가슴속을 맑게 해주었다.……어전 안.소욱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마음속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대신들이 너를 곤란하게 하였느냐?"그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사실 그는 봉구안이 그 무례한 대신들을 어떻게 처벌할 생각인지 더 알고 싶었다.봉구안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이미 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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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나의... 아이를 낳겠다고?" 서왕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앞의 완부옥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대체 어쩌다 갑자기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설마 황후와 한집 식구가 되려고?완부옥은 여전히 그의 옷깃을 움켜쥔 채, 마치 높은 자리에 선 듯한 태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저흰 부부예요. 아이 하나 낳는 게 뭐 어때서요?”“오히려 전하께서 까다롭게 굴고 있잖아요?"서왕은 굳어버린 채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냥..." 이건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서왕은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누군가가 나타나 이 완부옥의 광기를 말려주기를 말이다.아이를 낳는다는 게,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니란 걸… 이 여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아무하고나... 그러는 사람이 아니다." 서왕은 억지로 침착한 척, 그녀를 떼어내고는 뒤돌아 멀리 시선을 던졌다."아무하고나?" 완부옥은 어이없어 웃었다.‘나를 그렇게밖에 생각 안 하는 거야?’‘개 같은 남자. 말도 참 독하게하네.’"그럼, 전 다른 사람을 찾아볼게요!"완부옥은 말하면 행동하는 사람이었다.서왕은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미쳤느냐?!"그녀는 엄연히 그의 왕비였다. 감히 바람을 피우다니!완부옥은 그런 그를 보며 더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지.뭘 그리 질질 끌고 우물쭈물하는지.그러나 서왕의 조급한 눈빛을 보는 순간, 완부옥은 눈치챘다.‘이 사람…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구나. 다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을 뿐.’완부옥은 갑자기 그의 귓가로 다가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오늘 밤, 깨끗이 씻고 제 방으로 오세요."서왕은 그 자리에서 그만 굳어버렸다. 마치 모래알로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결국 그는 매우 굳은 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완부옥은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턱을 살짝 올리고, 신이 난 듯 한껏 웃어댔다."뭘 그렇게 겁먹으시는 거죠? 제가 전하를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인가요?"사실 비록 소환과 가족을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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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완부옥은 가벼운 비단옷만 걸친 채 스스럼없이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 서왕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바닥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하, 하지만 아직 할 일이..." 그는 정사를 한 경험이 없었다. 뭔가 참고서라도 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런 말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완부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그를 노려보았다."공문이요? 그냥 도망치려는 게 아니고요?"그녀는 성큼 다가오더니 거칠게 그를 밀어 붙히며 말했다."이미 제 방에 발 들였으면 빠져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말을 마치기 무섭게 완부옥은 서왕을 번쩍 들어올렸다.서왕은 도무지 상상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말이다!거꾸로 매달린 채, 피가 머리로 쏠리면서 정신이 아찔해졌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사내 대장부가 아니던가!쿵!완부옥은 서왕을 침대에 거칠게 내팽개쳤다.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그녀는 순식간에 서왕의 허리띠를 풀어버렸다.서왕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옷깃을 움켜쥐었다."잠, 잠깐만..."이 여자는 너무 급했다!완부옥은 그의 허리 위에 올라앉아, 양손으로 그의 손목을 침상 머리맡 양옆에 두었다.평소에는 늘 냉정하고 차분한 그 남자. 지금은 당황해 허둥대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없었다.완부옥은 그런 그를 보며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겁나세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아껴드릴게요~"그녀는 입을 벌려 굶주린 늑대처럼 그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서왕은 움찔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러다 목숨이라도 잃는 게 아닐까.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곧이어 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암흑 속에 그는 완부옥에게 삼켜졌다.뜰에서는 호위 유화가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무언가 들리는 듯 했지만,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다.고개를 숙이니 왕비의 애완 뱀이 문지방 위에 기어오르고 있었다.그 둘은 잠시 눈이 마주쳤다.예전 같으면 뱀만 봐도 다리에 힘이 풀렸을 유화였지만, 지금은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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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남제가 북연과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제국들이 남제를 포위 공격했던 전쟁에서 이미 양측은 막대한 병력을 잃었고, 지금은 휴식과 회복이 필요한 때였다. 북연이 남쪽으로 진군할 수 있었던 것은 도중에 아무런 저항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병사도 잃지 않고 소주와 정국을 점령했으니, 남제가 아무리 분노해도 함부로 선전포고를 해서는 안 됐다.서왕은 어젯밤 충분히 쉬지 못했지만, 정신만큼은 여전히 맑았다. 그는 출병하여 북연과 싸우는 것을 단호히 반대했다. 이에 이 장군은 크게 불만을 품었다."전하, 감히 여쭙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서왕이 우유부단하게 굴어서는 안 되었다. 중대한 결정은 반드시 황제가 내려야 했다. 자리에 앉은 서왕은 느긋하게 말했다."이 장군, 나도 그대가 북연을 미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오. 하지만 이번 일은 본래 남제가 나설 문제가 아니오. 서여국과는 동맹국이었기에 소주와 정국의 대군을 막기 위해 출병했던 것이지, 북연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면 대체 무슨 명분으로 하겠소?"이 장군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북연은 지나치게 오만합니다! 당연히 그들을 토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서왕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한다면, 남제가 오히려 강한 힘을 믿고 약한 나라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것이오. 알아야 하오. 전쟁이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았소. 각국은 전후 배상과 영토 문제로 이미 남제에 불만을 품고 있소. 남제는 몸을 낮추고 조심해야 할 때지,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일으켜 불필요한 재앙을 초래해서는 안 되오."이에 몇몇 대신들도 서왕의 의견에 동조했다."소주와 정국은 남제의 속국도 동맹국도 아니지 않습니까. 남제가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맞습니다. 괜히 출병했다가는 오히려 타국 영토를 탐내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이 장군은 기세등등하게 반박했다. "그게 어쨌단 말이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오. 소주와 정국이 북연 땅이 된 걸 보면서,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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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봉구안은 이미 두 달 전, 소욱이 소주와 정국을 물리치기 위해 수공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표면적으로는 그가 하류 홍수 피해를 키운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 전부터 이미 범람한 물이 논밭을 집어삼켰고, 백성들 또한 피난을 마친 뒤였다.봉구안은 침수된 들판을 바라보며, 그곳에 있는 백성들의 심정을 이해했다.논밭은 그들 삶의 전부였고, 수많은 이들이 그 몇 마지기 땅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해왔다.그들에게는 누군가를 탓할 이유가 그리고 살길을 열어줄 출구가 필요했다.하늘이 내린 재앙은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면,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소황부가 물길을 터뜨려 적을 무찌른 일은 짐이 허락한 일이야.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하늘을 탓하고 사람을 탓하는 건 아무 의미 없지 않겠느냐.”“난 약속할 것이다.”“조정은 온 힘을 다해 복구에 나설 거야. 무엇보다 급한 건, 물을 빼내는 일이겠지.”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즉시 지방 관리들을 불러, 백성들 앞에서 문책했다.“짐은 이미 물길을 내라고 명을 내렸다. 그런데 어찌 아직까지 침수된 상태란 말이냐!”관리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폐하, 이 지역의 지세가 매우 복잡합니다.”“여긴 세 강줄기의 하류에 위치해 있어, 아래에서만 수로를 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아랫마을에서 아무리 밤낮없이 물을 퍼내도, 윗마을의 물이 내려오면 그야말로 도루묵입니다.”“신도 하루라도 빨리 물을 빼고 싶사오나, 윗마을 주민들이 각자 살길만 찾고, 아래쪽 사정은 돌아보지 않으니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봉구안은 이 지역의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그녀가 굳이 이런 문책을 한 이유는 백성들 앞에서 조정이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그 때문인지 백성들의 원망도 한풀 꺾였다.봉구안은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홍수 피해는 한두 마을이 아니라, 성 몇 곳이 피해를 입은 일이다. 각 성이 제 살길만 찾고, 서로를 원수처럼 대한다면 어찌 재난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그리고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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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백성들은 봉구안이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머뭇거리며 물었다. "폐하, 소주와 정국은 이미 북연에게 거의 점령당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저희가 어찌 그리로 이주할 수 있겠습니까?"북연이 강성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하지만 봉구안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조정의 지시에 따라 인구 조사를 받고, 이주 준비를 하는 것이지. 때가 되면 조정이 땅을 나누어 줄 것이다."백성들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관료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소주와 정국은 이미 북연에게 넘어간 땅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서여국이 그 땅을 분배한단 말인가?설마 서여국이 북연과 전쟁을 벌이려는 것인가?이건 중대한 국정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황제는 이전에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아무리 황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해도 이건 조정과 상의해야 마땅했다.관료들은 제각기 복잡한 생각에 잠겼지만,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는 못했다.다만 소욱만이 봉구안의 결정을 믿는 눈치였다.그는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잡았다.조정에서 몇몇 보좌대신들이 급히 입궐을 청했다.어전 안.그들은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폐하, 현재 서여국의 병력으로는 북연과 싸워 이기기 어렵습니다!""폐하, 단지 수재를 입은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병사들을 희생시켜선 아니 됩니다!""폐하께서 다시 생각해주시옵소서! 수해는 하늘이 내린 재앙입니다. 조정이 그들을 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탓받을 일은 아닙니다."마지막 말에 봉구안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 말은 짐이 명분만 챙긴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나?""신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만 폐하께서 성급히 결정하지 않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북연은 남제에겐 패했지만, 아직은 건재합니다. 지금의 서여국이 감당할 상대는 아닙니다."각자의 말에 일리는 있었고, 그만큼 충심도 느껴졌다. 그들은 봉구안이 서여국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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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황궁.봉구안은 국사를 돌보느라 과로에 시달렸고, 그 탓에 몸이 많이 지쳐 있었다. 소욱은 언제나 그녀와 뱃속의 아이를 가장 걱정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단 마음을 정하고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하면, 그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결국 그는 잔소리를 줄이고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매일 올라오는 상소문은 그가 먼저 검토하고 정리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그녀를 더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그는 일부러 그녀의 글씨체까지 익혔다. 그녀의 식사 또한 직접 챙기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이처럼 살뜰한 부군이라면 누구라도 칭찬할 만했다. 하지만 궐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출신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보다는 송려가 더 친근하고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이제는 그가 정성껏 황제를 돌보는 모습마저도 '아첨'으로 치부되었다.후궁 안 몇몇 환관들이 소리를 낮춰 수군거렸다."지금까지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 난 황부들은 참 많이 봤지만, 지금 저 새로 온 황부도 만만치 않다니까.""아니 그러니까 황제 폐하께 사랑을 받는 게 아니겠어? 전쟁에서 한 번 이겼다고 바로 황부가 되다니.""그 말은 좀 아니지. 저 자가가 황부가 된 건 다 황제 뱃속 그 아이 때문 아니었어?""맞아, 맞아. 자식 때문에 아버지도 호강하는 거지 뭐!"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 뒤에 진한길이 서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진한길은 음식 상자를 들고 있었고, 그의 눈빛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이 자들이... 감히 황제 폐하를 모욕해?!'황후 마마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실까? 생각에 잠긴 그는 결단을 내리고 어전으로 향했다. 황후의 식사는 거의 매번 황제가 직접 준비하셨다. 지금도 황제는 수라간에서 국을 끓이는 중이라, 음식이 식을까 봐 자신이 먼저 가져오라는 명을 받았던 터였다.그는 황제의 어전 호위로서, 황제가 이렇게까지 몸을 낮추는 모습을 차마 보기 힘들었다.그래서 음식을 차려놓자마자 봉구안에게 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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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진한길이 눈을 크게 뜨고 오백을 노려보았다."흔들린다니 무슨 말인가?"오백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서는 의리를 너무 중히 여기시는 분이시네. 선황 폐하와의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려 하실 거야.""게다가 이제는 군주의 큰 권력까지 갖게 되셨으니... 아, 권력에 현혹되셨다는 말이 아니네." "그저 어느새 백성들의 짐을 스스로 짊어지시게 되어, 점점 더 내려놓지 못하고 계신 거지.""바로 이것이 오양련 그 늙은 여인의 교묘함 때문이네. 죽기 전에 마마께 이 나라의 백성들을 보게 한 것은 마마를 서여국에 진정으로 융화시키려는 속셈이었던 거지."진한길의 눈썹이 단단히 맺혔다."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지?"오백은 어깨를 으쓱했다."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지? 당신이 폐하께서 재해 지역을 순시하는 걸 막을 수 없었듯이 나 또한 그랬네.""게다가, 마마께서 스스로 이 모든 것을 모르실 거라 생각하는 건가?""현실은 서여국의 재해 상황이 심각하고, 마마께서는 오양련의 속내를 아시면서도 기꺼이 가셨을 걸세."진한길은 그가 황제를 그토록 잘 이해한다는 것에 놀라, 자신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겸손하게 물었다."우리가 어떻게 해야 마마께서 빨리 남제로 돌아가시게 할 수 있을까?"오백이 "푸핫" 하고 웃었다."이제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가?"진한길이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이 일은 매우 심각한 문제네. 그러니 장난치지 마시게."오백은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지었다.잠시 후, 그는 천천히 말했다."말은 간단하지만, 실행하기는 복잡하겠지. 그건 바로 빨리 현명한 인재를 찾아 황제의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네."진한길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네."그가 막 떠나려는 순간, 오백이 다시 친절하게 당부했다."그리고, 황제께서는 강압적인 것보다 부드러운 방식을 좋아하시니, 만약 폐하와 마마 사이에 틈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면, 더 이상 좋은 뜻으로 나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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