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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211 - Chapter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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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수왕의 봉지는 황성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황후의 명령을 받자마자 세자 소동은 그날로 출발했다. 닷새 후, 소동은 황궁에 도착해 곧바로 어전으로 가 황제를 알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황성에 온 것은 3년 전, 조묘의 난이 일어났을 때였다. 당시 그는 황제로부터 중책을 맡아 잠시 황위에 올라 천룡회와 적군의 이목을 혼란시켰다.그때 그는 매우 놀랐었다. 황제의 유언에 자신이 황태자로 지명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황후가 그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유언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황성에 오기 전, 부왕도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제 황후가 황자를 낳았으니, 한때 유언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황자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이번 황성 방문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었다.소동은 마음속으로 여러 의심 거리가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고 침착했다. 그는 본래 황위에 뜻이 없었고, 결코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만약 황후가 그에게 결심을 보이라 한다면, 그는 스스로 한쪽 팔을 자를 수도 있었다. 신체에 장애가 있는 자는 황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소동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두었고, 그의 얼굴에는 또래보다 훨씬 침착한 기색이 감돌았다. 그가 어전에 들어서자, 전각 안에 시중드는 궁인들이 매우 적었다. 아마도 모두 황후 마마의 심복들일 것이다.용좌 위에 황후는 산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 있었고, 황권의 상징인 황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소동은 즉시 머리를 숙여 예를 올렸다. “세자 소동… 명을 받들어 나아왔나이다.”그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가 아는 바로는 황제가 실종된 후 황후가 갓 태어난 황자를 데리고 즉위하여 잠시 황제의 지위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치상으로는 그녀 품의 아이가 황제이어야 하고, 그녀는 태후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조정과 후궁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황후 마마, 황자라고 부르고 있어 실로 이해하기 어려웠다.어쨌든, 대세를 따르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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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용상 위, 소동은 이미 황제의 기세를 갖추고 있었다.“짐은 황숙의 조서를 받들어 당분간 제왕의 직무를 대리할 것이다. 여러 신하들은 아뢰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말하라.”조정 신하들은 어리둥절하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일부는 소동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황후가 가진 수완을 두고 보았을 때, 누가 함부로 왕위를 넘보겠는가?후궁.봉구안은 두 아이와의 이별이 몹시 아쉬웠다.아직 꿈나라에 있는 아이들은 무척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레 아이들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시녀 만추는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마마, 정말 가셔야 하나요…?”어찌 낳은 자식을 두고 떠날 수 있으랴.봉구안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여정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길.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그녀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죽음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었다.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너무도 아프지만, 차라리 이렇게 떠나는 게 나을 터였다.궁에 남아 희망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것보단 백배 나았다.“마마, 녕비 마마께서 도착하셨습니다.”봉구안은 마음을 다잡고 내실에서 나왔다.녕비를 부른 것은 바로 그녀였다.만일 그녀가 이 길에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두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했다.……“황후 마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녕비는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듯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봉구안은 주위에 압도적인 기운을 뿜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나 차분하고,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이번에 나가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소첩도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황자님을 소첩에게 맡기시다니요?”녕비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멍해졌다.자신이 좋은 성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예전에 황후와 대립도 했었다.그런데 황후가…“난 그대를 믿는다. 그걸로 충분하다.”봉구안의 믿음은 마치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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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섣달 그믐이 다가오던 날,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얼어붙어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봉구안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눈보라 속을 오랫동안 달렸다. 길을 나서면서부터 허리 통증과 식은땀이 끊이지 않았고, 밤이면 어깨가 시리고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오백은 그녀의 안색이 계속 좋지 않자 조심스레 권했다. “황후마마, 대체 왜 이렇게 버티십니까. 의원을 찾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봉구안은 하루라도 빨리 소욱을 찾고 싶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오백은 단호했다.“황후마마, 설령 자신은 아끼지 않으신다 해도…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도 병을 키워선 안 됩니다. 지금 쓰러지면 일이 더 지연될 수 있습니다.”그 말에 봉구안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지금 몸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터였다.그리하여 국경 근처의 작은 의관을 찾았다. 노의가 맥을 짚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이보시오 부인, 이건 전형적인 산후풍이오. 관절 통증이 잦고, 요즘 같은 눈비 섞인 날씨엔 더 고통스럽지. 젊을 땐 참을 수 있어도, 나이 들면 크게 고생할 것이오. 하루 약을 달여 먹으며 천천히 조리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오.”하지만 봉구안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길 위에서 약을 달일 수 없고, 시간을 투자할 틈도 없었다.큰 병이 아니라 고작 산후풍이라면 참을 수 있었다.의관을 나서며 봉구안은 곧장 삿갓을 눌러쓰고 다시 눈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오백이 다가왔다.“황후마마, 의원께선 뭐라 하셨습니까?”“별일 아니라더구나. 계속 가던 길을 가자.”그녀는 망설임 없이 말을 몰았다.하지만 오백은 차마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뒤늦게 의원에게 들어가 사정을 묻자, 병명이 ‘산후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병, 단번에 나을 수도 없는 병이었다.오백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황후마마의 일생은, 평온한 날이 몇이나 되었던가.’강호를 떠돌고, 전쟁에 뛰어들고, 황후가 된 이후에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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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진한길은 한 사냥꾼에게 구조되어 치료 중이었지만, 부상이 깊어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그가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사냥꾼은 봉구안 일행이 진한길을 알아보자 안도한 듯 말했다.“정말 곤란했습니다. 생명이 붙어 있으니 버릴 수는 없었지만, 부상자 하나를 먹이고 치료하는 데에도 꽤나 손이 가서 말입니다…”사냥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백에게 은전을 내주도록 지시했다.오백은 눈치 빠르게 대응하며 사냥꾼과 금세 친해졌다. 어깨를 척 걸고는 웃으며 말했다.“형님, 정말 덕분입니다! 우리 형님을 살려주셨으니 이 은전은 감히 감사의 뜻도 못 됩니다. 그런데 혹시 형님, 우리 형님을 어디서 발견하셨는지 기억나십니까? 또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요.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없었습니까?”“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저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한 자가 궁금할 뿐입니다. 이 억울함을 풀 곳이 없어 원통한 아우의 마음을 알아주세요…”오백의 말은 누가 들어도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정황 확인이었다.사냥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북쪽 낙하강 둑 근처에서 발견했소. 주변엔 아무도 없었지.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오.”봉구안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어느 강둑인가?”사냥꾼은 그녀의 기세에 눌려 무의식적으로 몸을 바로 세우며 답했다.“북쪽 낙하강 언저리입니다.”봉구안은 곧바로 서여국 북부의 지도를 떠올렸다.낙하강은 서여국 북단에 위치한 강이지만, 서여국의 영토에 속하지는 않았다.서여국, 정국, 북연을 관통하며 이어진 국경 상업용 수로로 평소에는 세 나라가 공동으로 관리하지만 주도권은 북연에 있었다.봉구안은 침대에 누운 진한길을 바라보며, 사냥꾼의 증언을 토대로 상황을 유추했다.낙하강은 소욱이 실종된 장소에서 약 십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진한길이 그곳에 있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그렇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은 그가 소욱이 자객들에게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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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북연.선의 공주는 새로 하사받은 저택으로 누구보다 먼저 이삿짐을 들였다. 모든 공주가 개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는 명백히 황제의 총애를 받는 증거였다.그보다도 그녀를 더욱 기쁘게 한 건, 남제 황제가 그 신설된 공주부로 이송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황제가 엄중히 감시 인력을 붙여, 그를 가둔 밀실에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도록 했지만… 어차피 이곳은 그녀의 저택이었다. 틈을 찾아 그와 접촉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어둠이 짙게 깔린 밤. 소욱은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철저히 가려진 상태로 이송되었다. 행선지는 물론, 경로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기에 누가 알아챈 이는 없었다.선의 공주는 밀실 문 앞에서 직접 그를 기다렸다. 마치 사냥꾼이 스스로 만든 새장 안으로 먹잇감을 들이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그가 그녀 곁을 지나칠 때, 선의는 즐거운 듯 한마디를 던졌다. “남제 황제야, 앞으로 우리에겐 시간이 많단다? 그럼 난 네 생각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게.”소욱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차디찬 냉담함으로 일관하는 그에게 선의는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이토록 고고하고 제어되지 않는 남자. 그녀는 그런 그가 좋았다.공들여 만든 밀실은 적어도 암실보단 훨씬 깨끗했다. 선의는 제멋대로이고 오만한 공주였지만, 그에 대한 마음만큼은 꽤나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소욱이 오기 전, 그녀는 이미 지시를 내려 밀실 내부를 정돈해 두었다. 침상과 목욕 공간은 물론이고, 옷장에는 마치 금옥장랑이라도 하려는 듯 다양한 옷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소욱에게 이곳은 지옥이었다. 그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암실보다 더 괴로운 장소가 되었으니까. 게다가 밀실 외부에는 더욱 철저한 경비가 서 있었고, 스스로 탈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문이 닫히고, 남은 건 희미한 촛불 하나. 그 빛조차 유일한 위안이었다.그래도 쇠사슬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이 여기서 그가 얻은 유일한 이점이었다.소욱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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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연지는 어린 시절부터 궁에 들어와, 선의 공주를 모시고 자랐다. 원래는 명문가의 자제였으나, 집안이 죄를 지어 연좌되면서 천한 신분으로 전락했다.공주의 곁에서 시중을 들며 자랐지만, 연지는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스승이 공주에게 가르친 거문고, 바둑, 글씨, 서책까지. 공주는 번번이 익히지 못했으나, 연지는 단번에 습득했다.내궁의 상궁들은 종종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했다. “연지야, 네가 천한 신분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공주보다 더 이름을 떨쳤을 거야.”하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연지는 분명 영리한 아이였지만, 이름을 떨치진 못했다.그녀의 재주는 소욱 같은 인물 앞에 서면, 그저 '잔재주'에 불과했다. 물이 반쯤 찬 통이 가장 흔들리기 쉽듯 얕은 영민함은 때로 독이 된다. 연지에게는 바로 그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몇 마디 말로 남제 황제의 신뢰를 얻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소욱은 이미 마음속에 커다란 덫을 하나 설치해둔 상태였다.눈앞의 고결한 황제를 바라보며, 연지의 마음은 점점 어지러워졌다. 심장이 요동치고 잡생각이 밀려들자 그간 갈고닦았던 영민함은 땅 속 깊이 묻혀버렸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사춘기 소녀 같은 설렘이었다.“소첩은 천한 신분이지만... 언젠가 남제 황궁에 들어가 폐하와 황후 마마를 섬기는 것이 소원입니다.”연지는 아직 이성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감정이 치솟는 와중에도 끝내 이성의 끈은 놓치 않았다. 공주를 오래 모시며 가장 먼저 배운 건 욕망은 숨겨야 산다는 것이었다.소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무엇을 바라든, 내 모두 이루어주도록 하마.”그 순간 연지의 가슴은 터질 듯 뛰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토록 차갑고 범접할 수 없던 황제가 자신에게만은 따뜻한 얼굴을 보여주다니.그는 공주 앞에서조차, 늘 냉혹한 눈빛만을 보였는데...연지의 마음은 활짝 핀 꽃처럼 환해졌다. 늘 자신만 알고 있었던 꽃이 마침내 누군가의 눈에 띄었다는 그 기쁨은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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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새해가 밝자마자 북연군이 남제 국경선을 넘어 진격해왔다.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잃어버린 성을 되찾겠다는 결의에 찬 함성이 남제의 변방을 뒤흔들었다.이번 전투의 총사령관은 북연의 칠황자였다. 군대를 통솔하게 된 그는 이번 전쟁을 통해 실로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다.출정 전, 북연 황제는 직접 여러 차례 당부했다. “아들아,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 황태자 자리는 네 것이다. 네 형제들도 더는 불만을 품지 못할 것이다.”칠황자는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바마마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습니다.”북연 황제는 흐뭇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남은 자식들 가운데, 제왕의 기질을 가진 이는 칠황자 하나뿐이었다.그 광경을 사황자는 무리 속에서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남제 황제의 말대로였다. 북연 황제는 과연 칠황자만 총애하는 듯했다...어느 누가 총사령관이 되었든, 전쟁에서 승리만 하면 공을 독차지하게 되는 법이었다. 황제는 그 기회를 굳이 칠황자에게 준 것이다. ‘그럼 나는? 나는 왜... 왜 아무리 노력해도, 아바마마의 눈에 들지 못하는 거지?’사황자의 눈빛에는 얼음처럼 서늘한 적의가 어렸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엔 반드시 이 부당한 굴레를 깨고 말겠다고…북연 황제 역시 그 시선을 느낀 듯, 일부러 아들들에게 경고했다. “이번 전쟁은 이전처럼 남하하여 소주나 정국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 이건 곧 북연의 운명을 가를 싸움이다. 누구든 뒤에서 손을 쓰는 자는, 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황자들은 그 말에 품고 있던 야심을 잠시 거두었다. 하지만 북연 황제가 국내의 자식들은 통제할 수 있어도, 북연 밖에 있는 자식들까지는 통제하지 못했다.이번 북연군의 침공에서 그들이 처음 맞닥뜨린 적장은 다름 아닌 이전에 궁을 장악하고 황위를 찬탈하려다 실패한 북연 황제의 적자, 이황자였다. 그는 과거 황제로부터 총애를 받았고, 세 살에 태자로 책봉될 정도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실수와 패역을 거듭하면서 결국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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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칠황자는 이미 출정한 상태였다. 봉구안이 야심한 밤에 황자부를 수색했을 때, 경비는 그다지 삼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흘 밤을 연달아 뒤져봐도,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나오지 않았다.오백과 다른 은위들이 조사한 다른 황자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궁 내에서도 여전히 감금 가능한 장소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그 와중에 은육이 사황자부를 정탐하다가 중요한 대화를 엿들었다. 바로 사황자가 측근과 함께 울분을 토로하는 장면이었다.“아바마마께서는 아우만 총애하시니, 내가 어떻게 이기겠느냐! 예전엔 그래도 남제 황제가 조언이라도 해줬었는데… 이젠 그 자조차 보이지 않잖아!”은육은 이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감을 잡았다. 곧장 객잔으로 돌아와 봉구안에게 보고했다.“마마, 틀림없습니다. 사황자는 황제 폐하께서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봉구안은 은육보다 훨씬 냉정했다. 그녀는 여러 번 확인하듯 물었다. “사황자가 정말 그런 말을 했느냐.”은육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오백은 그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 “마마! 당장 사황자를 납치해서 몰래 심문하면 됩니다! 그놈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고문 앞에선 입을 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하지만 봉구안은 손을 들어 오백을 제지했다. “그럴 수 없다.”그녀의 얼굴엔 한겨울 서리보다도 깊은 냉기가 어렸다. 겨우 찾아낸 실마리. 절대 서두르다 망쳐선 안 됐다.오백보다 더 급했던 건 은육이었다. “마마, 황제 폐하가 그들 손에 있는 이상, 시간이 하루 지날수록 위험도 커집니다. 지금이야말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하지만 봉구안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 “폐하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 알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섣불리 행동했다간 영영 폐하를 잃게 될 수도 있어.”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착하게 명했다. “예물을 준비하거라. 내일 내가 직접 사황자부를 찾아가겠다.”오백은 놀란 얼굴로 나섰다. “마마!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북연이 남제 사람들을 벼르고 있는 판국에 황후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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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선의 공주의 매서운 시선 아래, 연지는 마음속으로 죄 지은 사람처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진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자신을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줄 사람은 오직 남제 황제뿐이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남제 황궁에 입궁해 황후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그 꿈, 그 모든 희망을 선의 공주가 망치게 두어선 안 됐다.연지는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충성을 다하는 듯이 말했다. “소첩은 오직 공주마마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만약... 공주마마께서 소첩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사람을 시켜 남제 황제께 접근하시지요!”중도에 사람이 바뀌면, 남제 황제는 분명 의심할 것이다. 선의 공주도 그 정도 어리석지는 않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연지란 계집, 어딘가 마음속을 감추고 있는 듯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그럼에도 공주의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는 그녀의 부지, 그녀의 공주부였다. 하찮은 천민 하나가 무슨 수로 반란을 일으키겠는가?무엇보다 연지는 줄곧 복종적이었고, 그녀를 배신할 용기 따위는 없을 터였다.한밤중. 선의 공주가 깊은 잠에 빠진 사이, 연지는 몰래 밀실로 향하는 지하 통로를 지나왔다.몸이 전부는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머리만 밀실 안으로 들이밀 수 있었다.남제 황제는 아직 깨어 있었다. 연지는 숨을 죽이며 급히 말했다.“폐하... 공주마마께서 소첩을 의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폐하를 구출하려면... 소첩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그녀는 며칠 동안 공주부의 경비 동선을 모두 파악했고, 그것을 전부 소욱에게 전달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소욱은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짐에게 필요한 건, 연약산의 해독제다.”내력을 되찾아야만, 탈출할 실낱같은 가능성이 생길 터였다.연지는 평범한 궁녀라 독이나 해독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상류로 올라가겠다는 일념으로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소첩이 반드시 구해오겠습니다.”연지가 떠난 뒤, 소욱은 벽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았다. 차가운 표정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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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사황자는 '기회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봉구안을 붙잡아 두었다. 일단 그녀가 무슨 계책을 들고 왔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산이었다. 봉구안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눈빛은 여유로우면서도 침착했다.“지금 칠황자가 남제 변방을 공격 중이지요. 병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칠황자의 이름이 나오자, 사황자는 미리 방어부터 했다. “이번 전투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누구든 뒤에서 수작을 부리면 그 즉시 죽여버리겠다고요.”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대군이 전부 남쪽으로 향한 지금, 북연은 소주와 정국을 완전히 포기한 셈입니다. 이미 그곳에 남은 병력으론 서여국의 역공을 버틸 수 없습니다.”사황자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서, 어쩌란 말입니까?”그의 눈빛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봉구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라면 북연 황제께 자청해 서여국과 싸우겠다고 나서겠습니다. 소주와 정국을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하면 칠황자의 작전에 전혀 방해되지 않으면서, 마마께선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황제를 도와드리는 충신의 형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소주와 정국은 기름진 땅입니다. 북연 황제께서도 분명 그 땅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실 겁니다. 다만 지금은 양쪽을 다 챙길 여력이 없을 뿐이죠.”사황자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저더러, 그곳에 가서 공을 세우라는 말입니까?”옆에 앉아 있던 참모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남제 황후라는 여자가 무슨 대단한 계책이라도 내놓을 줄 알았더니. 이런 얘기야 이미 수도 없이 건의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 폐기한 방안이었다.사황자는 고개를 젓고 단호히 말했다. “안 됩니다. 서여국은 소주와 정국을 반드시 차지하려 들 것입니다. 게다가 남제 서방군까지 그들을 돕고 있으니, 병력 차이가 너무 큰 상황입니다. 제 병력으로 그들을 치는 건 자살행위일 뿐. 오히려 병력을 낭비했다는 비난만 받을 것입니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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