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이 다가오던 날,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얼어붙어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봉구안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눈보라 속을 오랫동안 달렸다. 길을 나서면서부터 허리 통증과 식은땀이 끊이지 않았고, 밤이면 어깨가 시리고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오백은 그녀의 안색이 계속 좋지 않자 조심스레 권했다. “황후마마, 대체 왜 이렇게 버티십니까. 의원을 찾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봉구안은 하루라도 빨리 소욱을 찾고 싶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오백은 단호했다.“황후마마, 설령 자신은 아끼지 않으신다 해도…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도 병을 키워선 안 됩니다. 지금 쓰러지면 일이 더 지연될 수 있습니다.”그 말에 봉구안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지금 몸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터였다.그리하여 국경 근처의 작은 의관을 찾았다. 노의가 맥을 짚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이보시오 부인, 이건 전형적인 산후풍이오. 관절 통증이 잦고, 요즘 같은 눈비 섞인 날씨엔 더 고통스럽지. 젊을 땐 참을 수 있어도, 나이 들면 크게 고생할 것이오. 하루 약을 달여 먹으며 천천히 조리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오.”하지만 봉구안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길 위에서 약을 달일 수 없고, 시간을 투자할 틈도 없었다.큰 병이 아니라 고작 산후풍이라면 참을 수 있었다.의관을 나서며 봉구안은 곧장 삿갓을 눌러쓰고 다시 눈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오백이 다가왔다.“황후마마, 의원께선 뭐라 하셨습니까?”“별일 아니라더구나. 계속 가던 길을 가자.”그녀는 망설임 없이 말을 몰았다.하지만 오백은 차마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뒤늦게 의원에게 들어가 사정을 묻자, 병명이 ‘산후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병, 단번에 나을 수도 없는 병이었다.오백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황후마마의 일생은, 평온한 날이 몇이나 되었던가.’강호를 떠돌고, 전쟁에 뛰어들고, 황후가 된 이후에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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