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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221 - Chapter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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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1화

겉보기엔 봉구안이 단신으로 사황자부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사황자부 안팎은 이미 암위들에 의해 조용히 포위되고 있었고, 봉구안이 무사히 문을 나서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암위들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일행이 다시 객잔으로 돌아오자마자, 오백이 다급히 물었다.“마마, 사황자가 폐하께서 어디에 계신지 말해줬습니까?”봉구안은 손에 쥔 북연 황성의 전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렷한 눈빛으로 답했다.“구체적인 위치는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묻지도 않았다.물어봤자 제대로 대답해줄 리 없었다.사황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약점을 쉽게 드러낼 리가 없었다.하지만 봉구안은 덧붙였다.“확실한 건 폐하는 황성 안에 있고, 아직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 거야.”그 순간, 은육이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며 급히 말했다.“지금은 무사할지 몰라도, 며칠 후는 어떨지 모릅니다! 마마, 하루라도 빨리 폐하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야 합니다!”봉구안은 은육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북연의 사황자는 황위를 차지하고 싶은 자야. 폐하를 지렛대로 삼으려면, 반드시 폐하의 목숨을 지킬 수밖에 없을 거야.”그녀는 곧 지시를 내렸다.“지금부터 인원을 나눠 움직인다.”“한쪽은 황성 내 폐하의 행방을 계속 추적하고, 다른 한쪽은 사황자를 도와 궁성 장악을 돕는다.”“…궁을 친다고요?”은육과 오백이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눈이 커졌다.이건 그들이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황후의 이 야심, 분명 북연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으려는 계획임이 틀림없었다.사황자부.참모는 마지막까지 사황자를 뜯어말리려 애썼다.“마마, 이건 정말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궁을 치는 건 단순한 역모가 아닙니다. 실패한다면 사황자부뿐 아니라 연루된 모든 신하들이 몰살당할 것입니다.”“저희 같은 참모들까지도요.”사황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있었다.손끝으로 의자 팔걸이를 탁, 탁 두드리다가 마침내 한 마디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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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사황자는 지금 실망을 넘어선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와 증오는 오로지 자신의 아버지인 북연 황제를 향한 것이었다.저 늙은이는 정말 썩어빠졌다! 삼천 병력도 모자라, 고작 퇴역 직전의 노병들이라니. 이건 명백한 조롱이었다.사황자는 분에 못 이겨 거의 쓰러질 뻔했고, 책상 모서리를 짚고 선 채 주먹을 불끈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당장이라도 궁으로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소식을 봉구안이 듣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황자는 그녀를 다시 부르며 다급히 물었다.“그 삼천 병사들… 전부 봤습니까. 도저히 쓸 수 있는 인원이 아닙니다. 저들로… 그 일을 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마도 아바마마께선 이미 저를 의심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한 걸지도…”그는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줄줄 흘려내렸다. 절박함이 극에 달하면 사람은 수다스러워지는 법. 한참을 떠들고 나서야 겨우 찻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이마에는 식지 않는 땀이 맺혀 있었다.그에 반해 봉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했다. 마치 세상이 무너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듯한 태도. 그 냉정하고도 흔들림 없는 분위기에 사황자는 은근한 기대를 품게 되었다.찻잔을 내려놓은 그는 몸을 숙이며 물었다. “혹시… 아바마마로부터 병력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겠습니까?”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삼천이면 충분합니다.”“뭐라구요?”사황자는 눈을 부릅떴다. “저 병력들을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부 노약자와 병자들이라고요! 이런 사람들로 무슨 대사를 이룬단 말입니까!”그녀는 결국 그를 속이고 있었다. 결국 남제 황제만을 구출하려는 속셈이리라. 사황자의 인내심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그 순간 봉구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하나에, 사황자의 심장이 가볍게 떨렸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그녀가 살짝 웃자, 마치 차가운 달빛이 살짝 흘러내린 듯 사람의 심장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움이 생겼다. 조급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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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3화

선의공주부.소욱은 지금 반드시 연근산의 해독제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건 결코 혼자 힘으로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궁의 밀실에 갇힌 몸으로는 손끝 하나 뻗을 수 없었다.다행히도, 연지라는 이름의 궁녀는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그리고, 정말로 해독약을 구해왔다.“폐하, 이 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드셔보시고… 만약 효과가 없다면, 다시 구해오겠습니다.”연지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남들 발밑에서 기어다니며 살아가는 인생은 이제 지긋지긋했다.이번 기회야말로 자신이 ‘사람’이 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그녀는 그동안 아껴 모은 혼수용 은전까지 다 털어 약을 구했다.소욱은 먼저 은침으로 약을 시험했다.독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레 복용했다.그리고는 조용히 단정히 앉아 기운을 돌리며 운기조식을 시작했다.연지는 그에게 몸 상태를 묻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물러났다.공주의 침전으로 돌아가는 길, 연지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누구보다도 그녀는 남제 황후의 도착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그 여인은 북연 군대를 손바닥 위에서 놀려먹을 정도의 인물이라 했다.그렇다면 사람 하나쯤 구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하지만 요즘 들어, 선의공주는 연지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기 시작했다.이 궁녀는 하루는 배가 아프다며 궁을 나가고, 다음 날은 감기에 걸렸다며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결국 선의공주가 물었다.“그 사람은 어떤가?”“널 좀 더 믿는 것 같기는 해?”공주의 물음에 연지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공, 공주마마…”“방금도 제가 간식을 들고 갔지만… 왜인지, 폐하께서는 안 드시려 하셨습니다…”선의공주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럼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단 말이냐.”이미 손안에 넣은 남자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남자를 더욱 놓칠 수 없었다.밤만 되면 그 고결하고 잘생긴 남자가 자신의 집 안 어딘가에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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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봉구안이 소욱에게 선물했던 옥패. 그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옥패는 그녀가 준 그것이 아니었다.다만 옥패에 걸려 있던 은빛 사슬이 익숙했다.바로 그것 때문에 은육은 이 옥패가 황제의 것이라 단언한 것이었다.봉구안은 옥패를 손에 들어 조심스레 살폈다.그녀가 준 옥패는 단순한 무광의 옥석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곡선, 장식 없는 형태. 그러나 지금 손에 든 옥패는 조악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어설픈 손길로 새긴 흔적. 분명한 건 이것은 장인의 솜씨가 아닌, 누군가의 즉석으로 소욱의 옥패를 따라만든 것이었다.조각의 결이 날카롭고 불규칙한 것을 본 순간, 봉구안은 눈빛을 좁히며 판단했다.“비수로 새긴 것이야. 비수는 작지만 예리한 칼날을 지닌 단검이지. 옥을 새기기에 적합하진 않지만, 조심스레 다루면 가능해.”“다만 시간이 많이 들고 넓은 면적엔 적합하지 않아.”그녀의 시선이 조각된 문양을 스치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눈동자가 매서워지며,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도성 내 모든 공주부를 수색하라!”……은위들은 무리를 지어 각지로 움직였다.일부는 공주부 수색을 위해, 나머지는 봉구안을 호위하기 위해 남았다.소욱이 납치된 이후, 봉구안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방심하지 않게 되었다.자신이 무너지면, 소욱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은육은 남은 병력 중 하나로, 오백과 함께 있었다.“근데…” 은육이 속삭였다.“마마께선 왜 갑자기 공주부를 조사하자고 하신 거지?”오백은 어깨를 으쓱였다.“옥패에서 무언가 단서를 본 거겠지.”“하긴… 폐하께선 워낙 총명하시니, 분명 옥패에 신호를 남기셨을 거야. 근데 나 이해 안 되는 게, 마마는 도대체 어떻게 그걸 눈치챈 거야?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던데…”오백은 무심하게 대답했다.“그걸 알아챘으면, 넌 지금 궁수나 첩자가 아니라 장군이 되었겠지.”은육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북연에서 공주부를 하사받은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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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눈앞에서 병사의 목이 꺾여 쓰러지는 장면을 본 선의공주는 충격에 사로잡혀 눈을 부릅 크게 떴다.그리고 남제 황제가 이미 연근산의 독을 해독했다는 소식을 듣자, 더욱 허둥지둥 어쩔 바를 몰라 했다.세상은 모두 말했다. 남제 황제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즉위 초기에 친히 정벌에 나서 수많은 적장의 수급을 베었으며, 그 이름을 온 나라에 떨쳤다.이번에 북연이 그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기습과 비열한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연근산이라는 독약을 먹여 제압했다.하지만 지금, 그가 이미 내력을 회복했다면 그건 그들에게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이었다.선의공주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곧바로 병사들에게 소리쳤다.“잡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자를 붙잡아라! … 아니, 밀실 문부터 닫아! 어서!!”그녀는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듯, 비틀거리며 기계 장치를 향해 달려갔다.다른 병사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소욱은 몇 명의 병사를 단숨에 쓰러뜨린 뒤, 밀실을 돌파해 밖으로 빠져나왔다.오히려 그를 막으려 했던 병사들이 밀실 안에 갇혀버렸다.바깥에 있던 병사들은 이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곧바로 증원 신호를 보냈다.여기는 다름 아닌, 남제 황제를 감금하기 위해 마련된 공주부였다.처음부터 중첩된 방어망이 구석구석 설치돼 있던 것이다.순식간에 병사들은 사방에서 그를 둘러쌌다.지붕 위에는 수없이 많은 궁수들까지 포진되어 있었다.마치 철장 안의 짐승처럼, 소욱은 주전장 중심부에 홀로 놓여 있었다.선의공주는 수적 우세에 자신감을 회복한 듯, 처마 밑에 서서 위압적인 말투로 그에게 외쳤다.“남제 황제여, 마지막으로 경고하마.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하는 것이 너의 살길이다!”“그렇지 않다면 곧 죽음을 보게 될 것이다!”북연이 그를 한 번 잡은 이상 두 번 못 잡을 이유도 없다고 그녀는 믿었다.선의공주는 눈빛에 살기를 담고 그를 노려보았다.병사들도 모두 긴장된 얼굴로 검을 높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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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은위들이 시의적절하게 도착해 소욱을 둘러싸며 안전한 구역으로 옮겼다.“폐하를 먼저 보호하라!”그들 수는 적었고, 북연의 병력 전체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그때, 선의공주를 붙잡고 있던 은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격을 멈추게 해라.”선의공주는 이 자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남제에서 온 자임은 분명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네놈들이 날 붙잡아 봤자 소용없어! 폐하께서 명하신 일이야! 그 자를 죽이라는 명을 받았다고!”그녀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은이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이윽고 그는 선의공주를 억지로 마당으로 끌고 나와 활에 맞을 수밖에 없는 자리에 세웠다.화살을 준비하던 병사들은 당황했다.만약 공주를 맞힌다면 그 죄는 상상도 못 할 만큼 클 터였다.하지만 그때, 지붕 위의 궁시대장이 단호하게 명했다.“쏴라! 멈추지 마라!”그는 무정하게 선의공주를 무시했다.공주라 해도, 황자라 해도, 남제 황제를 잡는 데 방해가 된다면 봐줄 수 없었다.게다가, 선의공주 때문에 죽은 병사들이 얼마인데?우리 목숨은 그렇게 하찮은가? 이제 그녀도 똑같이 느껴보란 심산이었다.슉!화살 하나가 날아와 선의공주의 어깨를 관통했다.“꺄아악!” 그녀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너희들… 네 까짓게 감히… 멈춰! 멈추라고!”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비록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를 얻지 못한다 해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었다.하지만 그게 소욱 하나 때문에 생명을 걸 일은 아니었다!설마 이런 궁병들이 그토록 대담할 줄은 몰랐다.황제가 이걸 알게 된다면 분명 모두 목이 날아갈 터였다!화살비는 점점 더 거세졌고, 은위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생겼다.그들은 끝까지 소욱을 지키며 탈출구를 뚫고자 했다.지붕 위에서 궁시를 지휘하던 자의 눈은 이미 핏발이 가득했다.“계속 쏴라! 다 죽여!”선의공주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멈춰! 나야! 나, 선의야! 아바마마! 이러다 죽겠습니다. 어서 절 구해주세요!”그 순간, 지붕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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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7화

봉구안이 데려온 인원은 충분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돌고 돌아 그녀는 마침내 소욱을 찾았다.처마 밑, 그녀는 소욱을 꼭 껴안았다. 이토록 생생한 온기만이 그간의 날카로운 불안과 두려움에서 그녀를 끌어낼 수 있었다.“아기는... 황궁에 있습니다.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쉰 목소리로 전한 말이었다.소욱은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보다 더 큰 바람은 없었다. 자신의 안위는 중요치 않았다.물론 당장 아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재회한 기쁨에 흠뻑 젖은 채, 다치지 않은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그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봉구안의 마음은 격하게 흔들렸다. 허나 본래 성정이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다. 설령 마음속에 격랑이 일더라도, 겉으로는 여느 때처럼 침착함을 유지했다.정확히 말하자면, 표정 근육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얼굴에 담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웃는 듯, 우는 듯한 모호한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욱을 다시 만난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온갖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녀는 어느 감정부터 손에 쥐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지금은 말 한 마디조차 사치인 상황이었다.“죄송합니다... 폐하, 아니... 부군…”그녀는 자신의 말투가 차갑게 들릴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정정했다.“죄송합니다, 부군.”소욱은 왜 그녀가 그토록 미안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 위에 턱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다. 경계를 게을리한 내가 어리석었지. 너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말았구나.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내가 미안하다, 구안아.”그는 스스로의 실종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짐이었을지를 잘 알고 있었다. 봉구안은 원래 위기를 흔들림 없이 수습하는 사람이었다. 남제의 황후로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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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봉구안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걸까. 왜 저리도 기를 쓰고 죽으려 드는 걸까.선의 공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저 여자는 왜 기껏 남제 황제를 구해놓고는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걸까. 그것도 제 발로 북연 황궁에 들어가려 하다니!심지어 자신까지 끌고 궁에 들어 간다니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소욱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허나 그는 봉구안의 모든 선택을 신뢰했다.이윽고 황궁 앞에 이르렀을 때, 선의 공주는 지체 없이 고함을 치기 시작하였다.“내가 여기 있다! 저들을 당장 붙잡아라!”그러나 궁문을 지키던 호위들은 그녀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오히려 봉구안과 소욱을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폐하,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선의 공주는 정신이 아찔해졌다.“너희들 뭐라고? 지금 대체 저들더러 뭐라고 부른 것이냐! 설마… 다들 미친 게냐?!”정녕 이 모든 것이 꿈이란 말인가?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이상했다.소욱은 궁문을 지키던 자들 가운데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그는 다름 아닌 오백이었다.오백은 이때 북연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제법 그럴듯했다.사실 이곳을 지키는 자들은 모두 봉구안이 데려온 비응군이었다.그러니 당연히 선의 공주의 외침 따위는 무시해도 무방했다.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선의 공주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오늘 밤 북연 황궁은 이상할 만큼 고요하였다.마치 염라대왕이 다녀간 듯, 생기란 생기는 온데간데없었다.궁문을 지키는 수문장들을 제외하면, 도중에 순찰하는 금군도… 당직 중인 궁인도 보이지 않았다.선의 공주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마음속 두려움은 점점 짙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다행히도 대전 쪽으로 향하던 중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고, 전각 바깥에는 횃불을 든 금군들이 무리를 이루어 서 있었다.선의 공주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소리쳤다.“여기다! 이 몸은 선의 공주란 말이다! 어서 이 반역자들을 잡거라!”그러나 금군들은 소리의 출처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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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자식이 반정을 일으킨 것보다, 북연 황제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은 바로 외적과 결탁한 일이었다!처음엔 그저 생각했다.이놈이 드디어 머리가 트였나 보다고.삼천의 패잔병으로 궁을 치고도 반정을 이뤄냈다니, 조금은 능력이 생겼으리라 생각하였다.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모든 수가 봉구안의 계책이었다!북연 황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가슴을 부여잡았다.“너, 그 썩어빠진 골통으로 무슨 짓을 한 줄 아느냐!”그는 벌떡 일어나 사황자를 가리키며 고함쳤다.“이 몸이 어쩌다 너 같은 무능한 자식을 낳았단 말이냐!”“이 망할 놈아! 이 개 같은 놈아!! 너, 너 따위가 감히 남제인들과 손을 잡다니…!”그 순간 북연 황제는 분노가 극에 달해, ‘풉’하고 피를 한 줌 토하고 말았다.“아바마마!”선의 공주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눈물을 흘렸다.그녀 또한 화살을 맞은 채, 몸이 축나 있었다. 이제 누가 그녀를 구해줄 수 있단 말인가.“오라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남제인과 손잡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어찌 이런 선택을 하셨단 말입니까!”허나 사황자는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그 아비와 여동생, 둘 다 얼마나 멍청한지 뻔히 보일 뿐이었다.자신은 단지 남제인을 ‘이용’하는 것뿐인데.봉구안이 남제 황제를 찾지 못한 이상, 결국 그 모든 병력과 명분은 자신의 것이 된다.그녀 또한 스스로 무릎 꿇게 될 터였다.봉구안이 조용히 눈짓을 보내자, 오백은 곧바로 천으로 선의 공주의 입을 막았다.그녀는 싫은 듯 고개를 저었지만, 어떤 말도 뱉을 수 없었다.그저 절망으로 가득 찬 눈으로 북연 황제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때 북연 황제는 심장을 쥐어뜯는 고통에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아직도 사황자를 가리켰다.입가엔 피가 섞인 침이 흐르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역자… 이 역적놈… 북연이… 네놈 손에서 망하고 마는구나…”봉구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금은 옥새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사황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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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0화

툭.머리가 굴러 떨어졌다.한 나라의 군주가… 그것도 친아들의 손에 그렇게 죽었다.사황자는 피로 물든 칼을 움켜쥐고 헐떡이며 서 있었다.“허억... 허억...”거칠게 들숨날숨을 내뱉는 가슴은 마치 당장이라도 터질 듯 요동쳤다.그는... 그는 결국 욕심에 멀어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그 편애만 일삼던 북연의 황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이다.그 늙은 놈이… 드디어 죽었다!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자신이 이황자보다 강하다고 느꼈다.이황자는 결국 마음이 약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지만, 자신은 달랐다.“황제 폐하께서 돌아가셨다!”“어서 가서 황제 폐하의 유언을 전하라! 황제 폐하의 병세가 급변하여 붕어하셨다!”“예!”한편 선의 공주는 이미 겁에 질려 말을 잃었다.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사황자를 바라봤다.‘아니야... 이럴 리 없어... 넷째 오라버니는 원래 이렇게 잔혹한 분이 아니야...’‘이게 다, 남제 황후 봉구안 때문이야! 그 여자 때문에 오라버니가 이렇게 변한 거야!’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달아나려 했으나, 사황자는 그 황좌를 얻기 위해 모든 변수를 제거해야 했다.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모두 없애야 했다.그는 칼을 휘두르며 호령했다.“저년을 당장 붙잡아라!”선의 공주는 이내 호위들에게 제압당했고,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사황자는 그녀 앞에 다가와 스스로 그녀 입을 틀어막고 있던 헝겊을 빼내었다.어지러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선의야, 이 오라비를 용서하거라. 다음 생엔 다시 오누이로 태어나자.”“그때는 정말 널 아껴주도록 하마.”선의 공주는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 안 돼! 오라버니! 제발 죽이지 마세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 말도 안 할게요!”“평생 오라버니께 잘할게요. 제발… 제발요…”그러나 그 순간… 차가운 단검 하나가 그녀의 가슴팍을 꿰뚫었다.그녀의 눈이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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