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의 망설임은 결코 남제 황제의 후궁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저는... 저는 더 이상 종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봉구안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소욱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짐이 사람을 붙여 너를 남제로 보내겠다. 또한 금 일만 냥을 하사하마.”이 말이 나온 순간, 그녀가 다시 궁에 들어올 일은 없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연지는 비록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예... 폐하. 폐하의 깊은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그때, 봉구안이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금 일만 냥을 주는 이유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자, 네 입을 막기 위한 용도이다.”겉보기에는 담담한 그녀의 눈빛이었지만, 그 안에는 예리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연지는 그 시선을 마주친 순간, 곧장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그래, 한 나라의 군왕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외부에 알려져선 안 될 중대한 기밀이었다. 더구나 그 과정의 세부 내용이 새어 나간다면, 이는 황권의 위엄을 심각히 손상시킬 일이었다.“예, 소녀.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방 밖. 은육이 오백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연지라는 여자 말이야. 대체 무슨 사연이야?”오백도 사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나름 눈치가 빠른 인물이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폐하께서 궁에 갇혀 계셨잖아. 그 와중에 옥새도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래도 그 궁녀가 도운 모양이야. 근데 그 정도 위험을 감수했다면, 뭔가 바라는 게 있었겠지.”은육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염도 없는 턱을 쓰다듬었다.“여자가 바라는 거야 뻔하지. 좋은 사내 만나서 편히 사는 거잖냐. 근데... 우리 마마께서 질투하시지는 않으시겠지?”오백은 짧게 흘겨보며 말했다.“마마께서 그런 속이 좁은 분이셨으면 진즉에 어전을 다 박살 냈을 거야. 폐하야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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