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폭우가 쏟아지자, 소욱은 민생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미리 대비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지금처럼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이.그는 한밤중에 급히 호위들에게 명령을 내려, 각지의 상황을 살피게 했다.혹시라도 지방 관리들이 재해 상황을 허위로 보고해, 구휼이 늦어질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홍수가 발생하면 무엇보다 먼저 이재민을 수용할 장소부터 마련해야 했다.소욱이 다시 침전으로 돌아왔을 무렵, 이미 날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봉구안은 아직 잠들지 않고 있었다.그가 자리에 눕자마자, 그녀는 먼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모두 잘 조치했나요?”소욱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한 곳에 닿지 않은 듯했다.“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인간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면, 이제는 하늘에 맡길 차례겠군요.”소욱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잔잔히 웃었다.“예전엔 상상도 못 했지. 네가 이렇게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일 줄은.”봉구안은 바로 반박했다.“서로 마찬가지죠.”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오히려 잔혹하고 다혈질이란 말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소욱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렇지.”“하지만, 그래도 다르다. 네가 아이들을 낳고 나서부터는… 뭔가 변했어.”“특히 애들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예전엔 수십 번 상상해 봤던 장면인데도,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또 다르더구나.”봉구안은 그 말을 딱히 곱씹지도 않고, 그의 쓸데없는 말을 잘라냈다.“조회까지 한 시진 남았습니다. 좀 주무세요.”“응.”그는 대답은 했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좀처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눈을 감으면, 저절로 홍수 피해 상황이 떠올랐다.그는 몸을 돌려 옆으로 눕고, 봉구안을 꽉 끌어안았다.“나 좀 안아 주거라, 구안아.”봉구안은 말없이 팔 하나를 들어 그의 허리 아래로 감고, 등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폭우는 며칠 동안이나 계속 내렸다.비가 너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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