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입을 열었다.“만나보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안진이 영화궁으로 인도되어 들어왔다.정전 안.봉구안은 주석에 앉아 있었고, 화를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풍기는 위엄이 있었다.두 사람은 친남매였지만, 혈연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 정은 없었다.봉가에서 그녀가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는 이는 오직 봉장미뿐이었다.봉안진은 관복을 갖춰 입고,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께 문안드립니다.”그는 신하로서 충직했고, 직무에 충실한 인물이었다.봉구안도 그가 외실을 둔 일로 굳이 불쾌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어차피 그의 아내이자 자신의 형수인 주씨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불화를 만들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앉으십시오.”“감사합니다, 마마.”봉구안은 본론으로 곧장 들어갔다.“궁에 들어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봉안진은 자세를 바로하며 말했다.“어제 집사람이 황후 마마의 명을 받들어 서당의 사숙 선생을 하겠다고 했습니다.”“그 말씀이 사실이옵니까?”봉구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렇습니다. 다만 명을 내린 것이 아니라, 형수님 본인의 자원으로 결정하신 일입니다.”봉안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 부디 신의 직언을 용서해주십시오.”“이 일은 부적절합니다. 집사람을 서당의 사숙으로 보내시는 일도, 여자 서당을 세우시겠다는 일도 모두 타당하지 않습니다.”“남제 건국 이래 이런 전례는 없었습니다. 더욱이 백성들은 여전히 쌍둥이 사건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고, 홍수로 인한 재해도 막 지나간 상황입니다.”“지금은 전력을 다해 재건에 힘써야 할 때이며, 아직도 수많은 백성들이 유리걸식하고 있는 형편입니다.”“그런 와중에 마마께서 서당을, 그것도 여자 서당을 세우신다면, 민심은 반드시 흔들릴 것입니다. 부디 다시 생각하여 주십시오!”봉구안은 흥분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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