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릉풍은 원 노인의 속내를 이미 꿰뚫어본 듯 태연히 입을 열었다.“만약 원비마마의 일을 물으러 오신 거라면, 두 분은 헛걸음을 하신 것이오.”원 노인의 눈썹이 깊게 찌푸려졌다. 원담은 현릉풍을 똑바로 응시하며 공손히 손을 모았다.“어르신, 저희는…”현릉풍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막았다.“제게 그런 무거운 예를 갖출 것 없습니다. 저는 이미 세상일에 등을 돌린 몸. 여러분들이 찾는 답은 제가 줄 수 없습니다.”원담이 다시 묻고자 했으나, 원 노인이 먼저 나섰다.“예의도 모르는 것이냐! 어르신께서 모르신다 하셨으니, 더 캐물어 무엇 하겠느냐!”원담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예, 조부님.”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챈 소무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스승님, 아까 밥 먹으러 가자 하셨잖아요! 저 배고파 죽겠어요!”현릉풍은 자애로운 눈길로 소무를 바라보았다.“이놈, 밖에서 오래 지냈다더니 어찌 살만 더 찐 게냐.”소무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잡히고 끌려다니기는 했어도, 먹을 것만은 모자라지 않았던 까닭이었다.스승과 제자가 앞장서 걸어가고, 원담과 원 노인은 그대로 자리에 남았다. 원담이 낮게 물었다.“조부님, 정말 더는 안 물으실 겁니까?”그 현릉풍이라는 자,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었다.원 노인은 담담히 대꾸했다.“더 물을 게 뭐가 있느냐. 본래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잊지 마라, 우리가 무애산에 온 까닭은 살 길을 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너와 소무를 위해서 말이야. 나는 이미 다 늙은 몸이라 오늘 쓰러져도 미련이 없지. 하지만 너희는 다르다. 젊고,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느냐.”원담은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속엔 여전히 가시가 남아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담대연이 행한 모든 일이 결국 남제를 위해 닦아놓은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이제 남제가 천하를 통일했으나, 그 대가로 동산국이 무너졌고,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무엇보다 그의 부모가 희생되었다…원 노인은 손자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깊이 가라앉은 눈빛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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