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사극 로맨스 / 폭군의 장군 황후 / Capítulo 1691 - Capítulo 1700

Todos os capítulos de 폭군의 장군 황후: Capítulo 1691 - Capítulo 1700

1703 Capítulos

제1691화

서왕이 다시 한번 유화를 가로막았다. 그가 손을 대는 순간, 곧바로 호위병들까지 열무신을 상대로 나설 터였다.열무신의 눈빛에는 서릿발 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 서왕은 온화한 얼굴로 그를 타이르듯 말했다.“세상일이 어찌 흑백으로만 가를 수 있겠느냐.”“소황이 죄를 많이 짓긴 했으나, 그 또한 선을 행한 적이 있지 않느냐.”“자네가 벗의 원수를 갚으려 한 일이 의로운 뜻인 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대 스스로 완전한 선인이라 장담할 수 있느냐?”서왕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저자를 죽여 원한을 풀 수는 있겠지. 하지만 끝없는 고통을 주는 건, 결국 그대 자신을 더 갉아먹는 일이 아니냐.”“내가 동정하는 건 그자가 아니다. 천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발버둥치다 꺾여버린 무수한 인간들일 뿐이지.”열무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럴듯한 말씀이군요.”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전하, 그토록 자비로운 체면을 쓰고 사는 게, 지치지는 않으십니까?”그 눈빛은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는 듯 깊고 날카로웠다. 잠시 서왕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갔다.“나는 그대를 존중하고 아낀다…”“대체 저랑 무슨 친분이 있단 말입니까!”열무신의 목소리가 매섭게 갈라졌다.“그런 허울뿐인 말은 집어치우십시오! 좋습니다. 저 짐승 같은 자에게 물과 마른 양식은 주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따위 가엾은 눈빛을 제 앞에서 보이지 마십시오.”그가 이를 갈았다.“역겹습니다.”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동정은 모두 칼날이었다. 한때 열정으로 불타던 소년의 심장을 찌르는 날선 칼날.열무신은 홀연히 몸을 돌려, 홀로 무리의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은 그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을 뿐,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잠시 뒤, 유화가 나아와 조심스레 아뢰었다.“전하, 열무신이 감히 전하의 말을 거역했으니, 혹여…”서왕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쓸데없이 나서지 말거라. 우리는 그저 속히 황성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Ler mais

제1692화

담대연이 보낸 편지에는 원비가 입궁하기 전 이미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소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글을 읽으며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의심이 깊어졌다. 그의 생모가 정말 숙비가 아니란 말인가.곰곰이 생각해 보니 실마리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는 예전에 궁 안의 노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모친은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입궁했다고 했다. 원래 친정은 세력이 약했고, 역병으로 혼자만 살아남은 채 궁 밖에서 선황을 만나 총애를 입었으며, 궁에 들어온 지 몇 달 되지 않아 숙비로 봉해졌다는 것이다..."폐하?"봉구안의 부름에 흩어졌던 그의 생각이 다시 다잡아졌다.소욱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만약 원비가 이미 선황의 아이를 낳았다면 어찌 곧장 입궁하지 않았겠느냐. 남제로 보내졌을 때 선황을 가까이해 해치려 한 것이 아니었더냐."봉구안은 차분하게 대꾸했다."원 노인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원비마마를 미인계로 쓰게 된 일은 억지가 아니었다고요. 원바마마 스스로의 뜻이었다고 말입니다. 겉으로는 동산국을 위해 남제로 와서 선황 폐하를 해치려 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원비마마 본인은 다른 의도를 품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원가의 가보인 적연검을 요구하고 또 천문산에서 적연암검을 빼앗으려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원비마마가 남제로 온 것은 억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소욱은 냉소 어린 웃음을 흘렸다."결국 우리가 본 것이 곧 진상은 아니었구나. 설령 원비가 내 생모라 하더라도 나를 버리고 뱃속의 소무까지 죽이려 했으니... 무엇이 그분을 그토록 잔혹하게 만든 것이더냐."봉구안은 눈을 곧추세우고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폐하의 말씀이 저를 빗대어 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저 역시 아이들을 두고 떠난 적 있지만 결코 그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완부옥 또한 그러하지요. 결이를 위하지 않았다면 남강을 버리고 서왕과 함께 황성으로 올 리 없었을 것입니다."소욱의 얼굴빛
Ler mais

제1693화

현릉풍은 원 노인의 속내를 이미 꿰뚫어본 듯 태연히 입을 열었다.“만약 원비마마의 일을 물으러 오신 거라면, 두 분은 헛걸음을 하신 것이오.”원 노인의 눈썹이 깊게 찌푸려졌다. 원담은 현릉풍을 똑바로 응시하며 공손히 손을 모았다.“어르신, 저희는…”현릉풍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막았다.“제게 그런 무거운 예를 갖출 것 없습니다. 저는 이미 세상일에 등을 돌린 몸. 여러분들이 찾는 답은 제가 줄 수 없습니다.”원담이 다시 묻고자 했으나, 원 노인이 먼저 나섰다.“예의도 모르는 것이냐! 어르신께서 모르신다 하셨으니, 더 캐물어 무엇 하겠느냐!”원담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예, 조부님.”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챈 소무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스승님, 아까 밥 먹으러 가자 하셨잖아요! 저 배고파 죽겠어요!”현릉풍은 자애로운 눈길로 소무를 바라보았다.“이놈, 밖에서 오래 지냈다더니 어찌 살만 더 찐 게냐.”소무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잡히고 끌려다니기는 했어도, 먹을 것만은 모자라지 않았던 까닭이었다.스승과 제자가 앞장서 걸어가고, 원담과 원 노인은 그대로 자리에 남았다. 원담이 낮게 물었다.“조부님, 정말 더는 안 물으실 겁니까?”그 현릉풍이라는 자,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었다.원 노인은 담담히 대꾸했다.“더 물을 게 뭐가 있느냐. 본래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잊지 마라, 우리가 무애산에 온 까닭은 살 길을 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너와 소무를 위해서 말이야. 나는 이미 다 늙은 몸이라 오늘 쓰러져도 미련이 없지. 하지만 너희는 다르다. 젊고,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느냐.”원담은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속엔 여전히 가시가 남아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담대연이 행한 모든 일이 결국 남제를 위해 닦아놓은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이제 남제가 천하를 통일했으나, 그 대가로 동산국이 무너졌고,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무엇보다 그의 부모가 희생되었다…원 노인은 손자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깊이 가라앉은 눈빛만 봐도,
Ler mais

제1694화

현릉풍은 소무가 도망치는 뒷모습을 힐끗 보더니, 관자놀이가 불쑥불쑥 뛰었다. “이 못난 자식… 토끼보다 더 빠르구나!”봉구안은 소욱과 함께 무애산에 올랐다. 겉으로는 선제와 원비의 일을 직접 캐묻기 위함이었고, 또 하나는 예전 동산국에 갇혔을 때 현릉풍이 미리 예견하여 소무와 원가의 인연을 빌미로 원 노인을 끌어들여 간접적으로 구해준 일이 있었으므로 감사의 뜻을 전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목적이 따로 있었다.소준열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손을 꼭 잡고 태어나 처음으로 독차지하는 그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어째서 형님들이나 아우는 데려오지 않으시고 저만 데려오신 겁니까? 저 하나만 사랑하시는 거예요?”왜 오직 자신만 데려온 걸까.봉구안과 소욱은 눈빛을 마주쳤다.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실은 그에게 무예를 가르쳐 줄 사부를 찾기 위해 데리고 온 것인데…무애산 제자가 길을 안내하여 정원으로 인도했다.문에 이르러 봉구안은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소욱 역시 기운을 느꼈다. 허나 이 무애산은 고수가 즐비한 곳이고, 그 위에 현릉풍이 버티고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을 터였다. 아마도 제자들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몰래 숨어 보는 것뿐일 터였다.그 시각, 은밀한 곳.소무는 고개를 반쯤 내밀고 놀란 토끼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퍽!누군가 불쑥 어깨를 치자 그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뒤를 돌아보니 원담이었다.소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으악! 깜짝이야! 형님이셨군요!”원담은 눈빛을 굳히고 물었다. “몰래 숨어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게냐?”소무는 멋쩍게 웃어넘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큰 나무 밑이 시원해서 잠시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뭘 그리 의심하십니까?“원담은 그를 곧장 붙잡았다. “거짓말 마라. 얼굴이 새하얗고 땀에 흠뻑 젖어 있지 않느냐. 꼭 귀신이라도 본 듯한 꼴이다.”소무는 다급히
Ler mais

제1695화

왜 하필 소욱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느냐 하면, 소준열은 비록 나이는 어렸으나 이미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마마마는 그를 사랑했으나, 일단 결심한 일이라면 소준열이 아무리 울며 매달려도 뜻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아바마마는 달랐다. 겉보기에는 엄하고 무섭게 굴었으나, 소준열이 눈물 한 번 보이면 무엇이든 들어주곤 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소준열은 콧물과 눈물을 뒤섞으며 훌쩍거렸고,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련했다.그 울음소리에 소욱의 눈가마저 붉어졌다. 그는 주저 없이 아들을 안아 들고 곁에 있던 봉구안을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구안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산속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지 아느냐. 준열이는 아직 이렇게 어린데, 어찌 차마 떼어놓겠느냐? 설사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장차 자라서 쓸모없는 자가 된다 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얼마든지 호의호식하게 지켜줄 수 있지 않겠느냐. 우리가 천하를 통일한 것도 결국은 아이들이 근심 덜고 편히 살게 하려는 것 아니었느냐?”봉구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녀는 소욱을 향해 은근히 눈짓을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일깨웠다.“폐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냉혹해 보이는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어르신의 공로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소욱이 고개를 돌리니, 현릉풍의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폐하, 보아하니 무애산이 폐하께는 몹시 모질게 굴었나 봅니다.”쾅!문이 닫히며 소욱과 소준열은 밖으로 밀려났다.방 안에서는 봉구안과 현릉풍이 소준열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소욱은 아들을 품에 꼭 안은 채,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을 후회했다.소준열은 훌쩍이며 코를 들이마셨다.“아바마마… 어마마마께서 저를 버리신 겁니까? 아바마마도 저를 버리시는 겁니까?”소욱은 가슴이 저릿해져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어찌 그럴 리가 있겠느냐.”곁에서 지켜보던 오백은 황제가 둘째 황
Ler mais

제1696화

소무는 줄곧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소준열이 버림받는 모습을 보고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뛰쳐나왔다.그의 몸놀림은 너무도 빨라, 원담조차 붙잡을 틈이 없었다.원담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담대연 같은 적수는 무섭지 않다. 오히려 소무 같은 아군이 제일 두렵지.”행랑 처마 아래, 소욱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소무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분명 죽지 않았더냐.”봉구안은 그 말에 숨은 뜻을 바로 알아챘다.소무는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되는 존재였다.그러나 소무는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리며 히죽 웃더니, 멍청한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아… 제가 죽었어야 했죠. 진작 죽었는데… 이 귀혼이 환생한 겁니다.”“왜 다들 저를 볼 수 있는 거죠?”“여러분이 나 같은 귀혼을 볼 수 있는 건, 이곳 무애산이 정말 신령하고 특별한 땅이기 때문이죠!”어색하게 두 번 웃은 소무는 갑자기 두 팔을 쭉 뻗고 두 발을 모은 채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오백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외쳤다.“아니, 이렇게 대놓고 연기를?!”그러나 그 순간 소무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더니 울음을 터뜨렸다.“사형! 으흑흑…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그냥 죽은 걸로 해주세요!”그때, 현릉풍이 울음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제자의 모습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디서 온 외로운 귀신이냐, 어서 물러가거라.”오백은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그 노인의 표정, 연기가 너무나 진지했다.‘아니, 다들 이렇게 대놓고 연기를?’‘과연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 했던가…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소무 역시 멍해졌다.지금 이 틈에 도망쳐야 할지, 그대로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감히… 어디 한 번 도망쳐 봐라!”소욱이 그 자리에 선 채 입꼬리를 씰룩이며 화를 냈다.그의 눈빛엔 노기가 서려 있었다.‘나를 바보로 아느냐…
Ler mais

제1697화

소무가 고개를 돌려 원담을 바라봤다.“하? 진짜 제가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세요? 형님, 그저 비유한 겁니다. 그걸 또 진짜로 먹으라는 줄 아세요?”“내가 정말 아무 말이나 한 줄 아나…”소욱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그만! 그 입에서 다시는 그런 말 안 나오게 하거라!”그러자 현릉풍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소무야, 사부가 알려주마. 네가 어렸을 적에… 정말 똥을 먹은 적이 있단다.”“?!!”“사부님! 그, 그게 정말이세요?! 거짓말이죠?”바로 그때, 마당에 있던 한 제자가 나섰다.“사실이다.”“내 눈으로 직접 봤단 말이다!”“네가 아직 기지도 못할 때였는데, 어느 날 마루 위에 똥을 싸놓고는, 우리가 수련 마치고 돌아와 보니 네가 그걸 손가락으로…”소무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벼락 맞은 듯 눈을 부릅뜨고 입을 딱 벌렸다.봉구안은 점점 산으로 가는 대화를 보다 못해 얼른 화제를 돌렸다.“폐하, 소무가 죽었다 살아난 이상, 이 일은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소욱이 침착하지만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 소무란 자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소무는 몸을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지를 뻔했다.“사, 사형! 또 저를 죽이시겠다는 겁니까?”현릉풍이 피곤하다는 듯 말했다.“폐하께서 없다고 하신 건 '소무'지. 네가 소무냐?”그제야 소무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소무가 누구죠? 전 대무예요! 대무!”소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대무’를 한 대 치고 싶을 심정이었다.봉구안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이게 바로 세상이 경계하던 대주의 역적?사람들이 ‘위험하다, 제거해야 한다’고 외쳤던 그 자?그는 생각했다.‘저건 들개보다도 덜 위협적이잖아. 적어도 들개는 사람을 물긴 하니까…’……교무당 관련 일은 봉구안과 현릉풍이 이미 협의했다.무애산의 제자들 또한 곧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들 중 상당수는 어릴 적부터 부모를 잃고 현릉풍에게 이끌려 무애산에서 자라난 이들로, 산속 생활에 익
Ler mais

제1698화

이때 원담은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식사 후, 원 노인은 그를 따로 불렀다.“담아, 너도 나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동산국은 이제 더는 희망이 없다는 걸 말이다.”“과거는 네 발목을 붙잡을 수는 있어도, 너를 가두는 감옥이 되어선 안 된다.”“원가가 너를 이렇게 길러냈으니, 네가 아직 나를 조부로 여기고 있다면 내 말을 들어라.”“남제 황제를 따라 산을 내려가거라. 이제 네가 가야 할 길을 걸어야지.”원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부님, 걱정됩니다. 조부님을 소무에게 맡기는 것은 역시나 불안합니다.”원 노인의 안색에 잠시 주저함이 떠올랐다.“흠… 소무 그놈은 확실히 아직 아이 같은 구석이 있지.”“하지만 너무 걱정 말거라. 이 무애산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름 복이다.”“자, 너도 소무처럼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살 순 없지 않겠느냐?”그 순간, 어디선가 소무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조부님, 형님을 칭찬하시는 건 좋지만, 왜 꼭 저를 깎아내리셔야 합니까? 제가 그렇게 못났나요?”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원 노인과 원담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원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너는 여긴 또 무슨 일로 왔느냐?”소무는 히죽 웃었다.“설득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궁금해서요. 제가 도와드릴까요?”원담은 소무의 태평한 표정을 보며 가슴속 어딘가가 복잡하게 뒤엉키는 기분을 느꼈다.소무가 다가와 원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형님, 조부님 말씀을 들으세요.”“걱정 마세요. 조부님은 제가 책임지고 잘 모시겠습니다! 형님께선 안심하시고 이만 하산하십시오!”‘하산? 왜 이렇게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원 노인은 손으로 소무를 밀쳐내며, 구겨진 얼굴로 말했다.“저리 가거라! 개 입에서 상아가 나올 리가 있겠느냐!”소무는 진심으로 원담이 산을 내려가 자신의 뜻을 이루길 바랐다.비록 그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외조부의 말처럼 원담은 자기처럼 빈둥거리며 살아갈 인물이 아니었으니
Ler mais

제1699화

봉구안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독엔 독으로 맞서야죠.”“소무에게 보냈습니다. 준열이는 앞으로 소무가 재워줄 거예요.”소욱은 잠시 안도하던 중,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소무에게 자기 아들을 맡겼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일이었다.소무는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찬 놈 아닌가.그의 마음을 간파한 듯, 봉구안이 슬며시 어깨를 눌렀다.“이렇게 늦었는데, 폐하께서도 좀 쉬셔야죠.”“준열이는 폐하께서 너무 오냐오냐 키우셨습니다. 뭐든 다 들어주시잖아요. 황자라 해서 그렇게 응석받이처럼 굴게 놔두시면 곤란합니다.”“준연이는 이미 우리랑 떨어져서도 혼자 잘 자지 않습니까?”소욱은 억지로 스스로를 설득했다.“그렇긴 하지… 단련이라고 생각하자.”그 시각.황성, 궁궐 안.유모는 어린 태자의 세면을 정성껏 시중들고 있었다.소준연은 스스로 잠옷을 갈아입고 침상에 올라가 이불을 덮었다.가슴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작고 여린 손으로 스스로를 토닥이며 중얼거렸다.“준연이 착하지, 잠자자…”그 모습을 본 유모는 마음이 짠하면서도 웃음이 났다.황제와 황후가 출궁한 지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그리움에 지쳐 혼이 나간 아이가 그래도 나름대로 애쓰는 게 안쓰러웠다.사실, 황자를 하나 더 데리고 나가시는 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었을까.유모는 몰래 눈물을 훔치고 전각을 조용히 빠져나왔다.전각 밖.녕비는 유모를 보자 안색이 단번에 어두워졌다.“왜 눈물을 흘리는 것니야? 혹시 태자 전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유모는 허겁지겁 예를 올리며 대답했다.“아, 아닙니다… 소인은 그냥, 전하께서 안쓰러워서 그만…”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안쓰럽다니?한 달 전, 황제와 황후가 소준연을 데리고 기분 전환 삼아 출궁하려 했을 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제가 그 자리에서 당장 선위라도 할 뻔했던 걸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태자는 어려서부터 달랐다.“어쩌면 저렇게 근심이 많을까.”“어쩜 정말 태자 전하
Ler mais

제1700화

소무는 방 한구석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침상 쪽에서는 사형이 소준열을 바라보며,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준연아… 아비와 어미가 너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단다. 잘 지내고 있느냐…”“아비가 궁으로 돌아가면, 너에게 황위를 물려주마…”‘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쌍둥이 사이에 감응이 있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이승에서 저승까지 연결되는 감응은 정말 생전 처음이었다.사형이 큰아들을 그리워하다 미쳐버린 게 아닐까?소무는 그렇게 의심하며 충혈된 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감히 눈 한번 붙이지 못했다.다음 날 유독 그만 죽을 듯 피곤한 얼굴이었고, 다른 이들은 모두 활기가 넘쳤다.원 노인은 떠나는 원담을 배웅하며 그의 보따리에 건량을 가득 넣어주었고, 관직 생활의 크고 작은 주의사항까지 일일이 짚어주며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그 뒤를 졸졸 따르던 소무는 하품을 연발했다.눈 밑에는 시커먼 그림자가 선명히 자리잡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돌아보니 소준열이었다. 착하고 착한 그의 조카였다.소준열은 키가 너무 작아 손가락을 까딱이며 몸을 낮추라는 신호를 보냈고, 소무는 순순히 몸을 숙였다.그런데 소준열이 갑자기 손을 뻗더니, 그의 이마에 탁 무언가를 붙이는 게 아닌가.노란 부적 한 장이, 영문도 모른 채 소무의 이마에 착 붙어버렸다.소무의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사형! 아드님 좀 단속 좀 하세요!”아니, 부적까지 준비해 오는 건 또 뭐야?!게다가 소준열은 그를 꼭 끌어안았다.아이의 품이 작고 따뜻해서 소무는 오히려 얼떨떨해졌다.곧이어, 어린 목소리가 천진난만하게 속삭였다.“숙부님, 부디 좋은 사람으로 환생하세요.”소무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악의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는 소준열을 꼭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으흑…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다니! 하지만… 난 진짜 귀신이 아니라니까!”봉구안은 그 모습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저 아이는… 그 많은 걸 대체 어디에 숨
Ler mais
ANTERIOR
1
...
166167168169170171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