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봄이 되어도 완부옥은 여전히 서왕과 혼례를 올리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부부 관계는 명목상으로만 없을 뿐, 실질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였다.완부옥은 왕부에서 지냈고, 왕부의 하인들 역시 그녀를 ‘왕비’라 부르며 섬기고 있었다.봄이 오자 결이도 부쩍 자라났다.다만 회복은 여전히 더디기만 했다.완부옥은 아들이 안쓰러워 사방으로 명의를 수소문하며 수시로 약재를 구해 다녔다.같은 해 초여름, 염신의가 세상을 떠났다.‘약쟁이’라 불리던 자의 독을 해독했던 그 인의는 평온히 숨을 거두며, 인간 세상을 떠나 진정한 ‘영생’의 길로 나아갔다.출상 당일, 황제 소욱이 직접 상여에 임했고, 도성의 모든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궁 안에서는 애도 음악이 하루 종일 울려 퍼졌다.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어떤 이는 영생을 추구했지만, 또 어떤 이는 그 영생을 두려워했다.담대 일족은 여전히 감금된 채 감시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그러던 중 담대정이 아들을 낳았고, 그 아이는 특별한 아이였다.고통을 ‘느낄 수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들은 담대정은 마치 망각했던 감정을 되찾은 사람처럼 아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대연아… 드디어 돌아온 게냐…?”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오랫동안 흐느꼈다.봉구안이 담대정의 최후를 전해 들은 것은 추석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마마, 담대정이 자기 아이를 목 졸라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놀라기는 했지만,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오히려 그녀는 그 끝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봉구안은 막내아들을 품에 안고 부드러운 눈길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얘야, 우리 아바마마께 여쭤보자. 네가 언제쯤 이름을 얻어 황실 족보에 오를 수 있을지 말이야.”막내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흔들렸다.마치 자신에게 이름이 없고, 아비에게 아직 중시되지 못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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