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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Author: 송진
성유리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저 가방 거의 4000만 원하던데요?”

생각보다 높은 가격이었지만 성유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옆 사람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왜 안 놀라는 거지?’

그제야 성유리는 뒤늦게 어색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마도 성유리의 반응이 너무 무덤덤했던 탓인지, 상대는 잠깐 말문이 막힌 듯했다.

성유리는 귀 뒤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이런 거 잘 몰라서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자 상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 성유리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저기... 혹시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맞아요. 작년에 졸업했어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근데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원래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생각이었는데,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요. 이번에 그 마을에 가서 마음에 들면 집 하나 구해서 장기로 살면서 작업하려고요.”

성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던 찰나, 앞자리의 나다빈이 끼어들었다.

“그 동네는 그냥 며칠만 살아보는 게 나아요. 진짜 장기적으로 살면 못 버틸걸요?”

“왜요? 공기 맑고 풍경도 좋고... 살기 딱 좋은 것 같은데요?”

“밥은 어떻게 먹게요? 거긴 배달도 안 되고 밤엔 가로등 하나 없어요. 게다가 여자 혼자 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도 모를걸요?”

나다빈의 말투는 살짝 귀찮은 듯했지만, 말 자체는 나름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성유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던 여자는 결국 입술을 움찔거리며 작게 말했다.

“그냥 생각만 해봤어요.”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해야죠.”

결국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사실 진짜 살기 좋은 동네 찾으려면 선택지는 꽤 많아요.”

성유리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그리고 저희도 오늘은 그냥 한번 가서 둘러만 보고 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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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5화

    성유리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어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저 가방 거의 4000만 원하던데요?”생각보다 높은 가격이었지만 성유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옆 사람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왜 안 놀라는 거지?’그제야 성유리는 뒤늦게 어색한 감탄사를 내뱉었다.아마도 성유리의 반응이 너무 무덤덤했던 탓인지, 상대는 잠깐 말문이 막힌 듯했다.성유리는 귀 뒤를 긁적이며 말했다.“저는 이런 거 잘 몰라서요.”“그럴 줄 알았어요.”그러자 상대도 고개를 끄덕였다.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 성유리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저기... 혹시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어요?”“맞아요. 작년에 졸업했어요.”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근데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원래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생각이었는데,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요. 이번에 그 마을에 가서 마음에 들면 집 하나 구해서 장기로 살면서 작업하려고요.”성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던 찰나, 앞자리의 나다빈이 끼어들었다.“그 동네는 그냥 며칠만 살아보는 게 나아요. 진짜 장기적으로 살면 못 버틸걸요?”“왜요? 공기 맑고 풍경도 좋고... 살기 딱 좋은 것 같은데요?”“밥은 어떻게 먹게요? 거긴 배달도 안 되고 밤엔 가로등 하나 없어요. 게다가 여자 혼자 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도 모를걸요?”나다빈의 말투는 살짝 귀찮은 듯했지만, 말 자체는 나름 일리가 있었다.그래서 성유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던 여자는 결국 입술을 움찔거리며 작게 말했다.“그냥 생각만 해봤어요.”“생각해도 현실적으로 해야죠.”결국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알겠어요.”“사실 진짜 살기 좋은 동네 찾으려면 선택지는 꽤 많아요.”성유리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그리고 저희도 오늘은 그냥 한번 가서 둘러만 보고 오는 거잖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4화

    “박한빈 씨.”영상 통화 너머로 성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민박집 1층 거실에 있었는데 마침 외출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머리엔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고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드디어 나한테 영상 통화할 생각이 난 거야?’불만 섞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박한빈은 결국 그것을 꾹 참고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거렸다.“하늘이는요?”성유리가 박한빈에게 묻자 그는 잠시 멈칫한 후, 조용히 상기시켰다.“오늘 월요일이야.”“아, 맞다. 제가 깜빡했네요.”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박한빈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너 오늘 비행기 아니었어?”“아 맞다. 안 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했어요.”성유리는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좀 더 조용한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그 모습에 박한빈은 이미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영상 속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그게... 저희 지금 어디 좀 보러 가려고요.”성유리는 계속 말했다.“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 몇 명이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쪽 풍경이 너무 좋대요. 영감 얻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하길래... 저도 같이 가보려고 해요.”박한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니까... 아마 한 모레쯤 돌아갈 것 같아요.”성유리는 말을 하면서도 내내 그의 반응을 살폈다.박한빈은 잠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물었다.“성유리, 이게 지금 무슨 뜻이야? 기정사실화부터 하고 나서 알리는 거야?”“저도 원래는 그럴 생각 없었어요.”성유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근데 어제 그 동네 사진을 찾아봤는데 풍경이 진짜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네 맘대로 해.”박한빈이 툭 내뱉듯 대답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성유리는 오히려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더 할 말 있어?”박한빈이 물었다.“아니요.”“그럼 끊을게.”박한빈은 원래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그렇게 말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3화

    박한빈이 이미 말을 꺼낸 상황이라 맞은편 사람들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못하고 얼른 아까 하던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하늘이의 시선은 다시 태블릿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아이는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잠시 박한빈을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회의실 앞쪽 스크린으로 천천히 돌렸다.그날 하루 종일, 하늘이는 박한빈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점심도 같이 먹었고 오후엔 박한빈이 일부러 그 유명한 케이크 가게에 사람을 보내 에그타르트를 사 오게 했다.그렇지만 박한빈의 일은 정말 너무 많았고 해 질 무렵엔 현장 점검 때문에 공사장까지 다녀와야 했다.공사장 쪽은 워낙 시끄럽고 위험한 환경이라 어린 하늘이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결국 그는 비서실 사람들에게 하늘이를 잠시 맡겼다.박한빈이 돌아왔을 때, 하늘이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늘이가 박한빈을 많이 닮았다고 했지만 박한빈이 보기엔 오히려 하늘이의 성격은 성유리를 더 닮아있는 것 같았다.겉보기엔 순하고 얌전하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고집이 세고 독했다.박한빈은 한참을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담요 대신 하늘이에게 덮어주고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그러자 하늘이는 바로 잠에서 깼고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엔 박한빈을 바라보며 아빠라고 불렀다.“응. 아빠가 집에 데려가 줄게.”박한빈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피곤하면 그냥 아빠 어깨에 기대서 조금 더 자.”“응.”하늘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박한빈의 말대로 어깨에 기대 다시 눈을 감았다.박한빈은 하늘이를 안고 그대로 주차장까지 걸어갔다.그 일요일 하루는 두 사람 모두 그런 식으로 보냈다.박한빈은 일하고 하늘이는 조용히 옆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고 가끔 태블릿으로 게임을 했다.정 할 일이 없다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밤에 성유리와 영상 통화를 했을 때, 하늘이는 아주 진지하게 오늘도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두 사람이 영상 통화를 하는 동안, 박한빈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2화

    “그럼 저 진짜 가요!”성유리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박한빈은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박한빈이 바라본 성유리의 뒷모습은 꽤 행복해 보였다.마치 탈출에 성공한 고양이처럼 발걸음도 가볍고 경쾌했다.게다가 손을 흔든 그 순간 이후, 성유리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박한빈이 출장 갈 때마다, 성유리가 배웅을 나왔으면 그는 늘 세 걸음에 한 번씩 뒤를 돌아봤었다.하지만 정작 성유리는?하늘이는 옆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말했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그 말을 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이미 자유를 얻은 성유리에게 자신들 따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아빠, 우리 어디 가?”하늘이의 목소리에 박한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그제야 그는 고개를 숙여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할머니 댁에 데려다줄게.”“응.”하늘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뜻밖에도 엔젤 월드 입구에서 그들은 문전박대를 당했다.“사모님께서 요 며칠 절에 가 계십니다.”집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일주일 정도 거기 머무르실 거라고 하셔서...”박한빈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서영이 가끔 절에 가는 건 알고 있었고 절에 머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굳이 지금 이 타이밍에 갔다니?박한빈은 본능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아빠, 그럼 우리 어디 가?”하늘이가 다시 묻자 박한빈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아빠는 회사 가야 돼.”하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들어 그를 바라봤다.마치 그럼 자기는 어떡하냐는 듯한 표정으로.결국 박한빈은 하늘이를 회사로 데려갔다.물론, 하늘이가 지화 그룹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때는 항상 성유리와 함께였고 그들이 오면 박한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빨리 끝내고 둘에게로 갔었다.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1화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도우미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슬쩍 다가가 박한빈의 뺨에 입을 맞췄다.“고마워요.”박한빈은 그저 웃어 보였다.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조금은 가셨지만 여전히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그는 고개를 푹 숙여 젓가락으로 앞에 있는 애꿎은 생선 살만 툭툭 찔렀다.하얀 살이 다 으깨질 때까지 찌르고 나서야 박한빈은 한 조각을 집어 성유리의 밥그릇에 넣었다.“먹어.”“전 안 먹을래요. 한빈 씨나 드세요.”성유리가 그렇게 말하자 박한빈은 눈을 점점 내리깔았다.길고 짙은 속눈썹이 내려앉은 그의 눈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보여 성유리는 그제야 허둥지둥 생선 살을 다시 자기 그릇으로 옮겼다.“알겠어요. 알겠어. 먹으면 되잖아요.”하지만 박한빈은 크게 기뻐하지는 않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성유리는 그가 아직도 자기의 외출 계획에 대해 마음이 안 풀렸다는 걸 알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어차피 지난 2년 동안, 성유리의 삶은 줄곧 금성에서만 유지되었고 여행을 가든, 활동을 하든 전부 박한빈과 함께였으니까 말이다.이런 행사에 혼자 참석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그래서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이 일 때문에 그 며칠 동안 박한빈의 기분은 계속 가라앉아 있었다.그리고 성유리가 떠나는 날이 되자 그 감정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성유리는 아침 10시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아침 6시에 박한빈이 서둘러 그녀를 깨웠다.무언가를 메우려는 듯이.박한빈은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겼고 마지막엔 성유리의 손가락까지 살짝 깨물었다.“아파요!”성유리는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당신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개예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성유리는 원래 더 말하려고 했지만 이후의 말은 박한빈의 움직임에 모두 흩어져버렸고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둘이 ‘엉켜 붙어’있는 시간이 두 시간 넘게 흐르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40화

    “알겠어. 알겠다고.”박한빈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는데 성유리 눈에도 그게 너무 성의가 없어 보였다.잠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성유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마침 저도 할 말이 있었어요.”“응?”“출판사에서 저를 연회에 초대했는데 도한시에서 열리는 거예요.”그 말에 박한빈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며칠 가야 되는데?”“왕복 포함해서 3일 정도 될 것 같아요.”“언제 갈 건데? 내가 일정을 조정해 볼게.”“아니, 박한빈 씨. 지금 제 말 못 알아들으셨어요?”성유리가 계속 말했다.“그 출판사에서 초대한 사람은 저 혼자예요. 혼자 가고 싶다고요.”“알았어. 나도 방해하지 않을게. 도한시에는 나도 일 때문에 가야 하니까 그때 너는 네 일 하고 나는 내 일 할게.”성유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박한빈은 잠시 자리에 앉아 성유리와 눈을 마주친 뒤, 마침내 그녀의 의도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가고 싶다는 거야?”“네.”“그럼 하늘이는?”“당신이 돌봐주면 되죠. 아니면 하늘이를 어머니한테 맡겨도 되잖아요.”성유리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한빈 씨가 출장 갔을 때, 저도 그랬어요.”“그거랑 그게 같아?”“어디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데요?”박한빈은 마땅히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해 입을 꾹 다물었다.성유리는 잠시 기다린 뒤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저도 한빈 씨가 하늘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3일 동안 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당신 혼자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잖아요?”“하늘이 돌보는 건 문제 없어.”박한빈은 깊게 숨을 쉬며 대답했다.“문제는 네가 혼자 도한시에 갈 수 있냐는 거야. 출판사는 왜 너를 초대했지? 같이 가는 사람은 누구야? 연회는 어디서 열어? 활동 내용은 뭐가 있는데? 너는...”“그만.”성유리가 박한빈의 말을 끊더니 약간 웃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말한 그런 걸 저는 알겠어요? 저도 활동 기획자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저랑 비슷한 이유로 갈 거예요. 저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39화

    “네?”“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어.”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 말했다.“나는 그냥 하늘이가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분석해 줬을 뿐이야. 그리고 너는 이 세상에서 하늘이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하늘이 편을 들지 않겠냐고 했어.”말을 하던 박한빈은 잠시 멈춰있다 이내 다시 물었다.“내가 뭘 잘못 말했나?”박한빈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 성유리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박한빈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들게 만들어 미간을 더 잔뜩 찌푸렸다.“누가 잘못 말했다고 했어요?”성유리가 물었다.“그럼 아까 하늘이는 왜 내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거야?”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원래부터 불안했던 그는 성유리가 조용해지자 두 주먹을 꽉 쥐었다.“왜 그래?”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박한빈을 바라보았는데 입가의 미소는 더 깊어졌다.박한빈은 잠시 기다린 뒤,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응?”“많이 긴장하셨어요?”성유리가 물었다.“보면 모르겠어?”“왜 긴장하셨는데요?”성유리는 다시 물었다.“네 생각에는?”성유리는 갑자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박한빈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사소하게 변한 그녀의 감정은 박한빈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이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이 매우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박한빈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대방이 조건을 내세우길 기다릴 때보다 더 초조한 기분이 들어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성유리가 먼저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한빈 씨 완전 잘하고 계시니까.”성유리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마치 봄날의 따스한 바람이 박한빈의 마음속 초조함을 한순간에 진정시킨 듯했기에 그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방금 하늘이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묻는 건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성유리가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어떻게 하늘이를 위로했는지 알고 싶어서 저도 이참에 배워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38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널 사랑한다고 생각해?”“엄마.”하늘이가 주저 없이 대답하자 박한빈은 잠시 멈칫했다.그 후, 그는 웃으며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맞아. 그럼 엄마가 어떻게 하늘이 편이 아니겠어? 엄마는 그냥... 네가 나쁜 길로 가지 않길 바랄 뿐이야.”“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최악의 방법이야. 이번엔 네가 이겼지만 다음엔 어쩌지? 네가 더 강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에게 다치면 엄마는 정말 슬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니?”하늘이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그리고 엄마가 말한 추도윤이 불쌍하다는 이야기는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엄마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단지 엄마가 착한 사람이라서 그래.”“너는 엄마가 착한 사람이 아닌 걸 바라지 않겠지?”하늘이는 즉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천천히 고개를 푸 숙였다.박한빈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화를 내서 엄마는 한밤중 내내 불안했어. 내가 돌아왔을 때 엄마 눈은 이미 새빨개졌어.”하늘이는 즉시 불안해졌다.“나는... 엄마를 일부러 슬프게 한 게 아니야.”“그럼 이제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니? 가서 사과할래?”하늘이는 약간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박한빈과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좋아!”박한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말한 대로 하늘이는 에그 타르트를 먹지도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박한빈은 그대로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박한빈은 시선을 돌려 하늘이의 책상 위에 놓인 그림들을 보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아주 오래전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그 당시의 그는 자신이 어떤 아버지가 될지 고민했었다. 책임감 있고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그것이 박한빈이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그는 자신이 언젠가 이렇게 아이를 이렇게 가르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그것도 처음 해본 일이었다.박한빈은 자신이 꽤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놀랐다.아마도 성유리와 하늘이의 관계에서 배운 것이 있어서 말을 할 때도 자연스럽고 유창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037화

    박한빈은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곧바로 고개를 돌려 아래층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저도 하늘이 보고 싶어요.”성유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날 믿지 못하는 거야?”그러자 박한빈이 물었다.“아니, 그게 아니고...”“그럼 먼저 내려가 있어.”박한빈은 성유리에게 말하며 어느새 하늘이 방 앞에 도달했고 이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하늘아, 나야.”기다리다 못한 박한빈이 입을 열었다.비록 여전히 대답은 없었지만 박한빈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그리고 곧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하늘이는 그 안에 서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박한빈을 바라보고 있었다.박한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능글맞게 웃으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왜? 일주일 동안 출장 간 사이에 아빠를 잊었어?”하늘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 후, 그녀의 시선이 박한빈 옆의 선반으로 향했다.그때, 도우미가 에그 타르트를 방에 가져다주었지만 하늘이가 문을 열지 않아서 그것을 문 앞에 놓고 간 것이다.“먹고 싶어?”박한빈이 물었다.하늘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빠가 들어가도 될까?”박한빈의 질문에 하늘이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문을 더 활짝 열었다.동의를 구한 그는 손에 든 에그 타르트를 함께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그 후, 문은 닫히는 바람에 성유리는 듣고 싶어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아빠가 일부러 사 왔어.”박한빈이 에그 타르트를 하늘이에게 건네며 계속 말했다.“지난번에 못 샀다고 했잖아?”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타르트를 받아 들었다.박한빈은 서두르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봤다.하늘이의 방은 성유리가 직접 꾸민 방이었다.분홍색 침대 커버부터 테라스의 식물들, 책상 앞에 붙어있는 성유리가 하늘이를 위해 그린 만화 그림까지.그리고 그 외의 인형들까지 전부 다 성유리의 손을 거쳤다.박한빈은 성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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