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쪽으로 갈게.”“응, 좋아. 그럼 난 여기로 갈게.”“아빠, 이거 안 가질 거야?”“응. 너 가져.”하늘이는 신이 나서 깔깔 웃으며 말을 옮겨 박한빈의 졸을 차지해 버렸다.하지만 순간, 박한빈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장군.”하늘이는 조용해졌고 찡그린 얼굴로 바둑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계속할 거야?”박한빈이 묻자 하늘이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할래! 근데 아빠, 이번엔 두 개만 먼저 빼줘. 그렇게 해줄 거지?”“그래.”박한빈은 흔쾌히 허락했다.아빠와 딸은 한창 장기를 두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성유리가 깨어난 걸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조용히 한마디를 던지기 전까지는.“일은 안 해도 돼요?”성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하늘이는 곧장 달려와 그녀를 꼭 껴안았다.“엄마, 일어났어?”성유리는 요즘 하늘이가 점점 더 애교도 많아지고 더 잘 안긴다는 걸 느꼈다.그런데 그런 변화가 오히려 참 기분 좋았다.‘사랑받고 있으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기대는 거겠지.’“응. 일어났어.”성유리는 하늘이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물었다.“오래 기다렸어?”“아니, 별로 안 기다렸어. 아빠랑 장기 두고 있었어!”하늘이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엄마 장기 둘 줄 알아? 나 좀 도와줘. 아빠 이기게 해줘!”“엄마는 장기 잘 못 두는데...”“그럼 아빠가 도와줘!”하늘이는 재빨리 전략을 바꿨다.“나랑 아빠가 한 편을 하고 엄마 혼자 하면 되겠다!”아이의 말에 성유리는 박한빈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 뜻을 금세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난 잠깐 일에 관한 통화 좀 하고 올게. 너희 둘이 먼저 둬.”하늘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슬리퍼를 벗고 소파 위에 올라가 앉았다.성유리는 하늘이 맞은편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박한빈은 그런 두 사람을 한참 바라보다가 슬며시 웃었다.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어떻게 됐습니까?”“박 대표님, 상황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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