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안녕하세요.”추형석이 금세 인사를 건네며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걸었다.“박 대표님이랑 같이 오신 건가요?”“네.”“그럼 지금 이 자리에 계신 건...”“아, 그냥 잠깐 바람 좀 쐬러 나왔어요.”“그렇군요. 그럼 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추형석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성유리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요즘 방해준 씨랑 사이가 꽤 좋아 보이던데요?”성유리의 말에 추형석은 발걸음을 뚝 멈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봤다.그리고 성유리는 그 자리에 서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복도 천장의 조명이 밝게 빛나 그녀의 눈동자를 더욱 맑고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고 얼굴은 완벽하리만큼 섬세했다.추형석은 이래서 박한빈이 저렇게 좋아했구나 싶었다.몇 초간 눈을 마주치던 끝에 추형석이 웃으며 되물었다.“사모님, 그게 무슨 뜻이신가요?”“별 뜻은 없어요. 그냥 좀... 이상해서요.”“어디가 이상하다는 건지...”“지난번 강지연 씨 일로 박한빈 씨가 방해준 씨한테 꽤 화를 냈잖아요. 저는 그래서... 당신도 연루됐을 줄 알았어요.”강지연이 그렇게 된 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전 남편이자 처음 방해준에게 강지연을 소개했던 추형석은 그 일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오히려 지금은 방해준 옆에 앉아 함께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이게 이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박한빈은 추형석을 신경 쓰지 않는다.그에게 추형석 같은 사람은 고작해야 여자를 연결해주는 수준의 인물일 뿐, 눈에 들지도 않았고, 경쟁자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그날 밤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먼저 추형석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저 성유리의 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그래서 낚시하듯 조금씩 사실을 흘렸던 거다.그렇지만 성유리는 달랐다.전부터 강지연이 끼어든 후, 방해준이 박한빈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눈치를 챘다.그때부터 생각했다.‘이 일에서 추형석 씨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