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됐죠?”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비로소 만족한 듯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방금 의사 선생님께 다녀오셨어요?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성유리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다 괜찮대. 이틀만 더 지켜보면 퇴원해도 된다던데.”박한빈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며칠 후면 날씨가 추워질 거야. 네 상태만 안정되면 아이들이랑 같이 어디로 여행 좀 갈까 하는데... 어때?”성유리는 그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마침 두 아이도 겨울방학에 들어섰기에 박한빈은 바로 하와이행 항공편을 예약했다.물론 가족 여행이라 해도 단지 네 식구만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아이들을 돌보는 가사도우미와 요리사, 그리고 하늘이의 과외 교사까지 전원 다 함께 출발했다.그 인원만 해도 꽤 ‘대규모’였다.다행히도 박한빈은 현지에 별장을 갖고 있었고 모두가 함께 머무를 공간은 충분했다.놀라운 건, 성유리가 머무는 이 별장이 그녀에게 익숙한 실버 포레스트의 구조와 너무도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일까, 여행 둘째 날 아침 성유리는 눈을 뜨며 지금 자신이 한국인지, 아니면 외국인지 한순간 혼란스러울 정도였다.박한빈은 여전히 곁에서 자고 있었다.성유리의 작은 움직임에 반응하듯 그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몸을 돌렸고 그녀를 팔로 끌어안았다.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옷자락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성유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박한빈도 딱 그 타이밍에 눈을 떴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박한빈의 손은 조금 더 위로 올라갔고 성유리는 그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러던 그때,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도우미의 목소리에 성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러고는 박한빈의 손을 조심스럽게 빼냈다.“당신이 나가보세요.”박한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러다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을 열고 나가자 예상대로 방문자는 에릭이었다.“넌 쉬지도 않냐?”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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