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1411 - Bab 1420

1438 Bab

제1411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창밖의 달빛이 박한빈의 눈 속에 담긴 부드러움과 어딘가 어우러진 듯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성유리는 그 시선을 잠시 마주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박한빈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순순히 눈을 감았다.“이제 편히 자도 돼요.”말을 마친 그녀는 수건을 가져가려 했지만 박한빈이 불쑥 성유리의 손을 붙잡았다.“먼저 자요. 전 세수 좀 하고 올게요.”성유리의 말에도 그는 그녀의 손을 쉽사리 놓지 못했다.곧 그녀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려는 순간, 박한빈은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그렇게 성유리는 거부할 틈도 없이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이내 박한빈은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힘을 세게 준 것도 아니었기에 먼저 느껴진 것은 묘한 간지러움이었다.성유리는 고개를 젖히며 웃음 아닌 숨을 삼켰고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은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그러나 그 이상은 없었다.잠시 뒤, 박한빈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그대로 잠들었다.그런데도 그의 두 팔은 여전히 성유리를 감싼 채, 놓아주지 않았다.성유리는 잠시 기다리다 박한빈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의 팔을 조심스레 풀고 침대에 눕혔다.박한빈은 습관처럼 몸을 돌려 옆자리를 더듬었다.하지만 손끝에 아무것도 닿지 않자 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성유리는 서둘러 그의 옆에 누웠다.박한빈은 눈을 뜬 채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진짜 성유리가 옆에 있다는 걸 확인하곤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그녀는 이제야 박한빈이 깊게 잠든 줄 알았다.그런데 잠시 후, 그는 또다시 눈을 뜨더니 손을 뻗어 성유리의 코에 가져다 댔다.성유리가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박한빈은 팔에 힘을 주어 단단히 그녀를 안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성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하지만 입꼬리가 저절로 막 올라가려는 순간, 왠지 모를 시큰한 감정이 가슴속 깊이 차올랐다.그녀는 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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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괜찮아요. 아침 드실래요?”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물었지만 셀레나는 여전히 턱을 약간 치켜들고 있었다.아마도 거절하려는 것 같았고 이런 곳에서는 식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그녀의 위장이 먼저 대답했다.꼬르륵!갑작스러운 소리에 셀레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하얀 피부 위에 번진 붉은 기운이 더 도드라졌다.성유리는 모른 척, 부드럽게 말했다.“같이 먹어요. 이미 도우미에게 준비하라고 했어요.”그러자 셀레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성유리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도우미는 원래 죽을 끓여 놓았지만 셀레나의 입맛을 고려해 서양식 아침도 따로 준비해 두었다.곧 셀레나는 주저 없이 자리에 앉았다.어젯밤 만찬 이후, 하늘이와 성노을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하늘이는 고개를 돌린 채 한국어로 성유리에게 물었다.“저 아줌마는 왜 우리 집에 있어?”“여기서 하룻밤만 묵을 거야.”“왜? 아줌마는 집이 없어?”“있지. 그래서 하룻밤만 묵는다고 했잖아.”“알았어.”하늘이는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삐죽이며 옆자리에 앉았다.셀레나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하늘이의 시선과 표정만으로도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래서일까, 셀레나는 고개를 돌려 성유리에게 물었다.“방금 무슨 얘기를 한 거죠?”“별거 아니에요.”성유리가 살짝 웃으며 답했다.“이따 알리 쪽으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라온시로 바로 돌아가실 건가요?”“라온시요.”“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돌아가실 계획이세요?”그 말에 셀레나는 순간 멈칫하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저를 안 데려다줄 생각인가요?”뜻밖의 반응에 성유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필요하세요?”셀레나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제야 그녀의 속뜻을 알아챈 성유리는 다시 말했다.“그럼 한빈 씨가 깨어나면 얘기해 둘게요.”“네.”셀레나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러자 하늘이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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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아니요.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알리는 성큼성큼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고 성유리는 서둘러 도우미에게 하늘이와 성노을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알리가 셀레나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나왔을 때의 분위기는 어쩐지 다정해져 있었다.셀레나는 더 이상 라온시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성유리 가족을 자신 근처의 개인 섬으로 놀러 오라고 초대했다.성유리 또한 웃으며 수락했다.떠나기 전, 알리는 성유리를 한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셀레나는 곧바로 그를 노려봤다.알리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그녀에게 무언가 짧게 말했다.하지만 셀레나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부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성유리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을 무사히 보내고 나니 하늘이가 그녀보다 먼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엄마, 우리 게 잡으러 가자!”곧 하늘이가 성유리의 손을 잡아끌었다.그 말을 듣자 성노을의 눈빛도 단번에 반짝였다.그리고 곧장 도구를 챙겨오더니 기대 어린 눈으로 성유리를 바라봤다.“노을이도 가고 싶어?”성노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시 한 편만 읊어 봐.”그 말에 성노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옆에 있던 하늘이도 거들었다.“맞아, 아침에 내가 가르쳐 준 거 있잖아. 그거 해봐.”“나 이미 다 외웠어.”성노을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응. 우리도 알아. 네가 다 외웠다는 거.”하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그냥 한 번만 더 듣고 싶은 거야.”성노을은 괜히 옷자락을 꼬집으며 긴장하더니 성유리를 한번 힐끗 보고는 돌아서 버렸다.“난 안 갈래.”그 말을 끝으로 노을이는 곧장 위층으로 달려갔다....“아빠!”박한빈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또렷한 아이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옆을 보니 성노을이 성이 잔뜩 난 채 서 있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듯 아이를 바라봤다.“왜?”“엄마랑 누나가 나 괴롭혔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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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모든 준비를 마친 박한빈은 먼저 성노을을 데리고 해변으로 갔다.그곳에는 성유리와 하늘이가 있었다.하늘이는 모래를 헤집으며 작은 게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성유리는 조개껍질을 주우며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그녀는 청록빛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어깨에는 손가락 한 마디 폭의 얇은 끈이 걸려 있었다.바람에 얇은 시폰이 살짝살짝 흔들리고 머리카락은 댕기 모양으로 곱게 땋아 가슴 앞으로 늘어져 있었다.박한빈이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성유리는 금세 눈치챘다.곧 그의 뒤로 성노을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성유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성노을은 콧방귀를 뀌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심술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에 성유리는 피식 웃고 나서 박한빈을 바라봤다.“일어났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요?”“없어.”박한빈이 짧게 대답했다.“노을이 데리고 잠수하러 가려고 했어. 너희도 갈래?”잠수라는 말에 게를 잡고 있던 하늘이가 금세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도 갈래! 나도!”“아빠!”그러자 성노을이 불같이 외쳤다.“엄마랑 누나는 빼기로 했잖아!”“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박한빈이 되물었다.성노을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성유리가 장난을 멈추며 대답했다.“괜찮아. 엄마가 안 갈게.”“난 갈래.”하늘이가 재빨리 말했다.“누나는 안 돼.”“왜?”“그냥 안 돼.”그렇게 두 아이의 말싸움이 시작됐다.평소라면 늘 누나 말을 잘 듣던 성노을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고집을 꺾지 않았고 목소리까지 점점 커졌다.결국 박한빈이 두 아이를 제지했다.“그럼 아빠가 너랑 같이 잠수하고 누나는 강사가 맡는 거 어때?”박한빈의 말에 성노을은 그나마 조금 진정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섭섭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이내 박한빈이 몸을 숙여 아이에게 속삭였다.“아빠가 너한테만 해파리 보여줄게. 누나는 못 보게 할 거야.”그 한마디에 성노을의 눈이 반짝이더니 곧 신나서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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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제 딸이 좋아하거든요.”“좋아한다고 꼭 직접 만들어야 해요?”“음... 사실 저도 좋아하거든요.”성유리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셀레나는 말문이 막힌 듯 조용해졌다.곧 성유리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먼저 말을 걸었다.“같이 만들어 볼래요?”“싫어요.”하지만 셀레나는 단칼에 거절했다.사실 이럴 바엔 그냥 호텔에 있어도 됐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온 휴가를 그렇게 보내는 건 너무 아까웠다.게다가 함께 온 친구들도 이곳에 없어서 알리가 자리를 비운 뒤로는 셀레나 또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그렇게 무심히 걷다 보니 성유리 근처까지 오게 된 것이다.그렇지만 두 사람은 원래 대화 주제가 맞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몇 마디 나누다 금세 침묵이 내려앉았다.조개를 다 주워 담은 성유리가 셀레나를 바라봤다.“저희 집에 갈래요? 제가 차 대접할게요.”셀레나는 본능적으로 또 거절하려 했지만 성유리의 눈빛을 보고는 연속으로 퇴짜를 놓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곧 성유리는 작은 빨간 플라스틱 통을 들고 앞장섰고 뒤따르던 셀레나가 못 참고 말했다.“그래도 성유리 씨는 로얀 씨 아내잖아요. 이런 거 하면 좀 없어 보이지 않아요?”그 말에 성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든 빨간 통을 바라봤다.“그럼 어떻게 해야 있어 보이는 거죠?”예상치 못한 질문에 셀레나는 말문이 막혀 조금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당연히 그림을 감상하거나 꽃꽂이를 하거나 아니면...”셀레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유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 셀레나는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박한빈 씨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어떤 일을 해도 남 눈치 안 보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고 했어요.”그 말에 셀레나는 대꾸하지 못했다.태어날 때부터 귀족 가문에서 자라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늘 주입받으며 살았다.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렇게 살아온 것이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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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혹시... 솜사탕?”성유리는 처음에 셀레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다.그런데 셀레나가 또박또박 너무나 명확하게 자신의 필명을 말하자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놀람과 함께 밀려오는 난처함.직업을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큰 소리로 필명을 들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성유리는 재빨리 휴대폰을 되찾았다.“맞죠? 진짜 솜사탕 맞죠?”방금까지만 해도 늘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성유리를 보던 셀레나의 눈이 지금은 별처럼 반짝였다.“진짜 솜사탕 맞아요?”“저를 아세요?”“당연하죠!”셀레나는 성유리의 손을 꽉 잡았다.“제가 당신 작품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작년에 금성까지 갔었어요. 사인회 가려고 했는데 가족이 반대했죠. 그런 건 보지 말라고... 세상에! 성유리 씨가 솜사탕이었다니!”또다시 자신의 필명이 그녀 입에서 나오는 걸 듣자 성유리는 더더욱 얼굴이 화끈거렸다.“고마워요. 그렇게 말해 주셔서.”“저 정말 팬이에요!”셀레나는 흥분해 있다가 자신의 신분을 떠올린 듯 잠시 멈칫했다.그러나 곧 손을 휙 내저으며 계속 말했다.“차는 됐고 제가 소유하고 있는 섬에 초대할게요! 거기에 숨겨둔 보물이 얼마나 많은데요.”...한편, 박한빈 일행은 정오가 조금 지난 뒤에야 돌아왔다.성노을은 바다에서 실컷 논 탓에 돌아오는 길에 지쳐서 잠이 들었고 배에서 내릴 때도 박한빈이 안아서 내려 주었다.그리고 이후에는 아예 박한빈의 등에 업혀 움직였다.하늘이는 그나마 나았지만 기운이 반쯤 빠져 연신 하품을 했다.“가서 낮잠이나 좀 자자.”“응.”아이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이런 말을 내뱉었다.“아, 엄마한테 사진 보여줘야지.”이곳의 해양 동물은 보호법 때문에 함부로 잡을 수 없어서 사진만 잔뜩 찍었다.그것만으로도 하늘이는 신나게 자랑할 거리였다.아이는 박한빈이 성노을을 업고 천천히 걷는 사이 혼자 폴짝폴짝 뛰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한 바퀴를 빙 둘러본 뒤, 다시 나왔다.그 모습을 본 박한빈은 왠지 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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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하지만...”“누구예요?”성유리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셀레나가 물었다.“남편이요.”“남편이라고요? 성유리 씨한테는 왜 전화했는데요?”“저 데리러 온대요.”“네? 성유리 씨 혼자 집에 못 가요?”셀레나의 목소리엔 노골적인 경계심과 의아함이 묻어났다.그러고는 대뜸 말했다.“남편한테 말해요. 오늘 밤은 여기서 잘 테니까 걱정 마시라고. 내일 제가 직접 잘 모셔다드린다고 전해요.”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수화기 너머 박한빈에게 말했다.“들으셨죠? 저는 굳이 반복 안 할게요.”“안 돼.”박한빈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거기서 밤새우면 위험해.”성유리가 뭔가 반박하려 했지만 셀레나는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채서 대신 말했다.“저랑 유리 씨는 할 일이 많아요. 심심하시면 알리한테 가 보세요. 거기 파티 중이니까. 저희는 신경 안 쓸 테니까 제발 저희한테서 신경 꺼주세요.”말을 마친 셀레나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박한빈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내 다시 알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에릭이 받았다.“알리 씨는?”“왜?”곧 에릭이 뭔가를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아무 반응 없네. 취한 것 같아. 무슨 일인데?”“셀레나 씨가 소유하고 있는 섬이 어디야?”“그걸 왜 물어? 설마 두 사람... 밀회라도 하려는 거야?”에릭이 낄낄 웃었지만 박한빈은 이게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박한빈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셀레나 씨가 내 아내를 데려갔어.”“뭐라고?”에릭은 여전히 침착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너희 사이에 별 갈등도 없는데 데려가서 뭐 하겠어? 그냥 친구 사귀려는 거겠지. 걱정 안 해도 돼.”“네 아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계속 말했다.“위치만 알려 줘.”“나도 몰라. 알리가 취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너 지금 어디야?”이번엔 에릭이 순순히 주소를 불러줬고 박한빈은 전화를 끊자마자 밖으로 향했다.그런데 그 뒤로 ‘’꼬리’가 따라붙었다.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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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빨리해요. 저희 시간 없어요.”성유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셀레나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디 가는데?”그러자 박한빈이 재빨리 성유리에게 물었다.그제야 셀레나는 그를 힐끗 보았다.“왜 이렇게 질문이 많으세요? 제가 심심하면 알리 찾아가시라고 말했잖아요. 저희는 저희끼리 놀 거라고요.”셀레나는 말을 마치고 성유리를 쳐다봤다.그러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박한빈에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셀레나 씨가 근처 섬에 놀러 가자고 하네요.”“방금도 개인 섬에서 놀다가 돌아온 거잖아?”“네. 그런데 이번엔 친구분이 저희를 초대했대요.”“안 돼. 절대 안 돼.”박한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러면서 성유리를 자기 쪽으로 살짝 끌어당기고 셀레나 앞을 가로막았다.“제 아내는 당신이랑 갈 시간이 없습니다.”“왜 이렇게 독단적이세요?”셀레나가 미간을 찌푸렸다.“유리 씨는 사람이지 로얀 씨 소유물이 아니에요. 스스로 어디 갈지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요.”“저희는 부부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가르칠 자격 없습니다.”박한빈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고 곧 옆 사람을 향해 말했다.“손님 내보내세요.”“그러는 당신은 뭔데 막 결정하는 거죠? 성유리 씨 의견은 묻지도 않고!”셀레나는 짜증이 나 이를 살짝 악물었다.이내 박한빈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성유리가 앞으로 나섰다.“그럼 같이 갈까요?”박한빈은 전혀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너 정말 가고 싶어?”“흥, 이번 선물 챙겨서 가려고 했어요. 당연히 가고 싶지...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셀레나는 성가신 듯 대꾸했지만 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다.“난 안 가.”몇 초 후, 들려오는 그의 대답은 짧았다.“그럼 저 혼자 가요?”박한빈은 여전히 침묵했고 지켜보던 성유리는 조심스레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그러자 하늘이가 그녀 손을 덥석 잡았다.“엄마, 나도 갈래.”성유리는 대답 대신 셀레나를 보았다.아이에게는 원래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이던 셀레나였지만 성유리의 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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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박한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유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저희 갈게요.”그는 제자리에 서서 미묘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성유리와 셀레나는 고작 어제 처음 만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밀해져서는 심지어 박한빈을 두고 떠나버렸다.두 사람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박한빈은 무표정하게 돌아섰다.그때 에릭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기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 시간 있어?”평소 같으면 바로 거절했겠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바로 대답했다.“있어.”어차피 성유리도 나갔으니 자기도 나가서 즐기면 그만이라고, 고작 하룻밤 집에 안 들어온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박한빈은 문득 떠올렸다.성노을이 아직 위에서 곤히 자고 있다는 것을....“네 아내는?”박한빈이 아이만 데리고 나타난 걸 본 에릭이 의아해하며 묻더니 뒤를 계속 살폈다.“안 왔어.”곧 박한빈이 담담히 대답했다.“두 사람 섬에서 돌아왔다던데?”“응. 그런데 다시 나갔어.”그 말에 에릭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러니 네가 시간 있다고 하지.”“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후련해?”날 선 박한빈의 대꾸에도 에릭은 웃어넘겼다.그때 저택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짧은 금발에 오십에서 예순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표정은 다소 엄격했다.에릭이 곧 웃음을 거두고 소개했다.“내가 소개하지. 이분은 스티븐 씨야.”“안녕하세요.”박한빈이 곧장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스티븐 또한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에릭이 당신 얘길 많이 했습니다. 에릭이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겠죠.”“과찬이십니다.”박한빈은 손을 거두며 옆에 있는 성노을을 살짝 끌어당겼다.“이 아이는 로얀 씨 아들인가요?”스티븐의 시선이 금세 성노을로 향했고 박한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이번엔 따로 가르칠 필요도 없이 성노을은 이내 스스로 또박또박 대답했다.“안녕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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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도우미가 성노을을 뒤뜰로 데리고 가 놀아주는 사이, 박한빈과 다른 사람들은 거실에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스티븐은 늘 라온시 쪽에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국내 경제가 꽤 괜찮게 발전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이날 그는 박한빈과 바로 그 점에 대해 상담하고 있었다.최근 몇 년간 지화 그룹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빨랐으니 박한빈이 중간에서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일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었다.하지만 사실 박한빈은 굳이 끼고 싶지 않았다.스티븐 같은 외부인이 국내에 들어와 돈을 벌고자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사실 그들은 국내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박한빈은 열혈 애국자는 아니었지만 자기 영역만큼은 지키는 사람이었다.자신이야 상관없지만 남이 함부로 짓밟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그는 티를 내지 않고 옅은 웃음을 띤 얼굴로 스티븐에게 국내 시장을 분석해 주었다.“솔직히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습니다.”“지화 그룹과 외국 기업과의 협력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지금 다른 길을 열 계획은 없어요.”“국내에 여행을 오시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박한빈의 말은 매끄러웠다.스티븐은 만족스럽지 않은 듯했지만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면서 받아들였다.에릭은 곧 주제를 바꾸어 회사의 다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스티븐도 주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회사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에릭이 말을 꺼내자 귀 기울여 들었다.박한빈은 잠시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뒤를 쓱 돌아봤고 성노을은 여전히 정원 쪽에 있었다.잠시 생각한 끝에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정원에 다가가기도 전에 제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와 말다툼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옆에 있는 성노을은 태연했다.아이는 고개 한번 들지 않고 손에 든 큐브만 만지고 있었다.성노을의 손은 매우 빨라 몇 초 만에 큐브를 완성하고 다시 섞었다.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걸 느낀 제이크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성노을 손에서 큐브를 빼앗으려 다가갔지만 아이는 발을 뻗어 제이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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