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บทที่ 1551 - บทที่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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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백지환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한테 술을 부으면서 아첨할 기회조차 없었다.그저 성공하길 바라면서 묵묵히 걸었지만 그 길 끝에 남아 있는 건 행복이 아니라 분노와 좌절이었다.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백지환은 재벌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을 위해 잡일을 했다.그는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얼마 후, 남우미를 알게 된 백지환은 재벌가 모임에 낄 수 있게 되었다.상상조차 할 수 없던 대우를 받게 되었고 사치스러운 삶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백지환은 남우미를 디딤돌로 삼아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노미혜도 그저 이용만 하다가 벌릴 카드였다.백지환은 박한빈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용하려고 했다. 박한빈을 짓밟고 올라가려고 했지만 계획이 흐트러지면서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되었다.그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빠졌다. 분명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박한빈이 언제 그의 약점을 알아채고 움직였는지 몰랐다.박한빈은 백지환을 궁지로 내몰고 다시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백지환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른 거예요?”그 말에 백지환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피식 웃었다.“박 대표님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해요.”“네? 나는 백지환 씨를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싫어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요? 박 대표님은 처음부터 내가 하는 일을 방해했잖아요. 나를 싫어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내가 성공했을 때 박 대표님이 가진 것을 빼앗길까 봐 두려웠나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처음에는 남우미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박 대표님은 남우미와 친한 사이도 아니었죠. 남우미를 위해 그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렇다면 박 대표님은 나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방해하려고 마음먹은 거겠죠.”백지환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박 대표님, 왜 나를 싫어하는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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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백지환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해서 실소했다.“단 한 번도 나를 적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나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왜 이곳에 온 거예요? 내가 어떻게 되든 박 대표님과 상관없잖아요. 왜 굳이 나를 만나러 왔는지 알고 싶어요. 회사 일 때문에 바쁘다고 들었어요.”그 말에 박한빈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백지환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에 적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백지환처럼 비열한 인간에게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을 내서 만나러 왔다.사실 박한빈은 어젯밤에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성유리와 백지환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솟구쳐 올랐다.다시 생각해 보아도 어이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성유리와 백지환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박한빈은 꿈속에서 두 사람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꿈에서 본 광경이 너무 생생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성유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한빈은 화가 나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그는 성유리가 발버둥 치지 못하게 붙잡고는 입을 맞추었다. 얼마 후, 성유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박한빈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겨우 화를 억눌렀지만 백지환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비록 꿈일 뿐이었으나 백지환이 성유리에게 그런 짓을 한 것을 떠올리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백지환은 그의 꿈속에서조차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성유리를 건드렸다.박한빈이 백지환을 만나러 온 건 실수였다. 처참한 꼴을 보려고 왔지만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억눌렀던 화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박한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백지환은 다급히 물었다.“박 대표님, 어디에 가려고 그러는 거예요? 아직 얘기를 다 하지 못했잖아요. 나를 적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면서 왜 내가 하는 일마다 방해했는지 알려줘요. 비참한 꼴을 보니 기분이 좋던가요? 도대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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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백지환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박한빈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분노보다 더 큰 절망이 백지환을 집어삼켰다. 그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꿈꿔왔던 것이 모두 수포가 되었고 한평생 감옥에서 지내다가 허무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백지환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의식을 잃고 힘없이 쓰러졌다.한편, 회사로 돌아간 박한빈은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윤 비서한테 물었다.“윤 비서, 유리는 어디에 있어?”“사모님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그러자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사도우미한테 전화를 걸었다. 알고 보니 성유리는 지금까지 자고 있었던 것이다.박한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피식 웃었다.“알겠어요. 아주머니, 유리가 깨어나면 알려주세요.”그는 윤 비서를 쳐다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두 회의실에 모인 건가?”“네. 언제든지 회의를 시작할 수 있게끔 준비했어요.”“알겠어.”말을 마친 박한빈은 다급히 회의실로 향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기획팀 팀장이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하자 박한빈은 그의 말을 끊으면서 턱을 들어 올렸다.“앞부분은 들을 필요 없으니 프로젝트 핵심이 무엇인지 말해보세요.”그의 엄숙한 모습에 깜짝 놀란 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 알겠어요.”박한빈은 팀장이 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회의 자료 내용을 전부 훑어보았다.“1차 평가 때 얼마 정도 예상했어요?”“1200억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현지에 답사를 다녀왔나요?”“아직 그러지 못했어요.”“추후 상품의 업데이트 계획은 무엇인가요?”“확정된 것이 없어서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회의 자료를 다시 훑어보았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팀장은 긴장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박 대표님, 죄송해요. 자세한 상황을 조사하지 못했어요.”“앞으로 이런 걸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준비하지 못했다면 회의할 필요가 없어요. 다른 팀에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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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노예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눈앞의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너랑 성노을은 같은 반이지?”머리를 올려 묶은 여자아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이 선물을 성노을한테 전해주면 안 될까?”그러자 노예린은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 네가 직접 가져다주지 않고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너는 성노을과 같은 반이잖아. 네가 주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 그래.”말을 마친 여자아이는 가방에서 이미 포장을 뜯은 초콜릿을 꺼냈다.“성노을한테 선물을 전해주면 이 초콜릿을 너에게 줄게. 우리 아빠는 외국에서만 파는 초콜릿을 나한테 사 줬어. 특별히 너한테 주는 거니까 받아.”노예린은 지난번에 설윤지가 택배로 보내 준 초콜릿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맛있는 초콜릿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냉큼 받았다.“알겠어. 성노을한테 전해줄게.”그 말에 여자아이는 두 눈이 반짝였다. 노예린이 초콜릿을 들고 뒤돌아섰을 때, 누군가가 키득거리면서 말했다.“노예린은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나 봐. 고작 초콜릿 몇 개에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하잖아.”“차라리 잘 되었지. 노예린이 전해주겠다고 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애한테 부탁해야 하잖아.”여자아이들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걸어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노예린은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교실로 들어갔다.성노을은 노예린의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 대화한 적이 없었고 별로 친하지 않았다.그는 박한빈의 아들이었기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대부분 학생이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했고 친하게 지내려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성노을은 무뚝뚝한 편이었고 아이들 앞에서 웃은 적이 별로 없었다. 노예린은 친한 친구와 놀았기에 성노을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성노을에게 선물 상자를 건넸다. 책을 보고 있던 성노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잘 포장된 선물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교실에 있던 여자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중 일부분 여자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노예린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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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며칠 후, 성노을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던 여자아이는 노예린을 또 찾아갔다.친구와 매점에서 나오던 노예린은 그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다시 그 여자아이와 마주쳤을 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네가 노예린이지?”그 여자아이는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저번에 선물을 성노을에게 전해달라고 했잖아.”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그시 쳐다보았다.“성노을한테 준 거 맞아?”“바로 교실에 가서 줬어.”“그런데 성노을은 왜 나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야?”“그건 성노을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그러자 여자아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노예린을 째려보았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성노을과 얘기하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러면 직접 찾아가서 말하면 되잖아.”노예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그 여자아이는 입술을 깨물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성노을이 초콜릿을 받을 때 뭐라고 했어?”“너한테 다시 돌려주라고 했어. 그래서 직접 돌려주라고 했거든. 성노을의 짝꿍이 그 초콜릿을 먹은 것 같아.”그 여자아이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손을 덜덜 떨었다.괜히 솔직하게 말했다고 생각한 노예린이 다시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여자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가버렸다.여자아이는 몇 걸음 앞으로 가더니 고개를 돌리고 노예린을 노려보았다.노예린은 당황했지만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계속 먹었다.“성노을이라면 너희 반 반장 아니야?”그녀의 친구 하은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맞아.”“박씨 가문 지화 그룹 대표 아들이지?”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금성에서 제일 좋은 귀족 학교가 아니었지만 교사 실력이 강해서 이름을 날렸다.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들어온 아이들도 있었기에 학교 안에 여러 계층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성노을은 전교에 소문이 난 학생이었다. 금성 주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지화 그룹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하은진은 혀를 끌끌 차면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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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정말 미안해.”노예린은 눈치를 살피면서 재빨리 사과했다. 그러나 그녀와 부딪힌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노예린이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노예린은 그의 차가운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코끝을 매만졌다.하은진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사람이 바로 성노을이지? 진짜 소문대로 잘 생겼네.”그러자 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성노을의 아빠는 얼굴이 조각상처럼 완벽하고 엄마는 아주 미인이거든.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성노을은 박한빈과 성유리의 예쁜 곳을 쏙 빼닮았다.박한빈의 날카로운 턱선과 얇은 입술, 성유리의 맑은 눈동자와 높은 콧대 그리고 차가운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아주 완벽했다.지화 그룹 대표의 아들인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줄을 섰다.“지난번에 부모님과 같이 연회에 갔을 때 성노을의 부모님을 봤어.”하은진은 감자칩을 입에 넣으면서 천천히 말했다.“부모님의 금슬이 좋아 보이더라. 성노을의 엄마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빛이 나. 볼수록 매력이 넘치고 예뻐서 반할 뻔했단 말이야.”사실 노예린도 성유리와 박한빈을 만난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설윤지가 귀국하자마자 노예린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갔다.성유리와 박한빈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고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노예린은 구석에 서서 그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네 말이 맞아. 성노을의 엄마는 정말 다정하고 좋은 분이야.”노예린은 하은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의 성격은 아주 좋아 보이던데, 성노을은 왜 저런 거야? 네가 사과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갔잖아.”“나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아.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없나 보지.”노예린은 성노을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앞으로 걸어갔다.“얼른 교실로 돌아가자.”“감자칩을 더 먹을래?”노예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직 점심시간이 좀 남았기에 대부분 학생이 휴식실에서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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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성노을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때 소설을 읽고 있던 노예린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읽고 있었다.주인공의 감정에 대입하는 순간, 성노을이 그녀를 건드리는 바람에 몰입이 깨지고 말았다.노예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성노을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움찔했다.“초콜릿이네?”“맞아.”“지난번에 그 여자아이가 너한테 준 거 아니야? 아까 매점에 갔다가 마주쳤어. 네가 선물을 받고도 그 애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화가 난 것 같아.”성노을은 시선을 피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노예린은 그의 심기를 건드린 줄 알고 잔뜩 긴장한 채 설명하려고 했다.이때 성노을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그 여자아이가 준 초콜릿이 아니야.”“그러면 뭔데?”“내가 직접 고른 거야.”노예린은 성노을이 말을 이렇게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나만 먹어도 돼?”노예린의 말에 성노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초콜릿을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고마워.”노예린은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소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뒤에 앉아 있던 성노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그러고는 그녀가 조금 전에 준 사탕을 매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성노을은 별장에 가사도우미들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엄마랑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사모님께서 오늘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 같이 나갔어요.”성노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박한빈은 인터뷰하기 싫어했지만 성유리가 인터뷰할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 주었다.성노을은 박한빈이 성유리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자주 봐서 별로 놀랍지 않았다.방으로 돌아간 그는 책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 숙제 책과 오늘 학교에 가져간 초콜릿이 들어있었다.성노을은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번에 노예린이 초콜릿을 먹기 좋아하는 것 같아서 집에 있는 것을 가져갔을 뿐이었다.아주 자연스럽게 꺼내서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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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노을아, 요즘 학교에서 별일 없었어?”기사는 일정한 속도로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뒷좌석에 올라탄 박한빈은 서류를 검토하면서 성노을한테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박한빈은 서류 파일을 훑어보다가 고개를 들고 성노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성노을은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그와 눈을 마주쳤다.박한빈은 성노을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더 물어보지 않았다.“그렇다면 다행이고...”얼마 후, 차량은 학교 앞에서 천천히 멈춰 섰다. 성노을은 예의 있게 인사하고는 차에서 내렸다.박한빈은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더니 기사한테 회사로 가라고 지시했다.이때 성노을은 고개를 돌리고 박한빈의 차량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뒤돌아섰다.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그는 박한빈이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성노을은 심호흡하고는 학교로 들어갔다.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던 그는 한쪽에 서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노예린을 발견했다. 그녀는 오늘도 머리를 올려 묶었다.머리카락이 짧아서 안으로 살짝 말려든 모양이 마치 토끼 꼬리 같아서 귀여웠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노을은 저도 모르게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예린아, 여기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그의 목소리를 들은 노예린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아, 노을이구나. 다른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성노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등교 시간이라 대문 쪽에 멈춰 선 차량이 많았다.성노을은 어디를 가나 주목받았다. 주위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자 노예린은 다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 조금 있으면 종 칠 테니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나랑 같이 서 있다가 지각할 수도 있어.”“별일 아니라면서 왜 들어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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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노예린은 성노을의 교복을 들고 재빨리 지나갔다. 학생부 선생님은 성노을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느라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녀는 교복을 들고 재빨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교실에 들어간 후, 그녀의 짝꿍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이건 네 교복이 아니잖아. 누구 교복이야?”이 학교의 남학생과 여학생 교복 외투는 조금 달랐다. 겉보기에는 비슷했지만 옷깃 쪽에 덧댄 원단의 색깔이 달랐다.노예린이 들고 있는 교복 외투는 누가 봐도 남학생의 것이었다. 짝꿍은 연필을 그녀의 목에 갖다 대면서 상황극을 시작했다.“어느 남자의 옷인지 말해! 말하지 않는다면 당장 네 목을 베어버리겠어.”노예린은 짝꿍의 연필을 떼어내고는 교복 외투를 뒷자리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짝꿍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설마 성노을의 교복을 들고 온 거야?”그러자 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솔직하게 말했다.“조금 전에 하마터면 학생부 선생님께 걸릴 뻔했어. 성노을은 어차피 입지 않아도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않잖아. 그래서 나한테 빌려준 거야.”“성노을이 왜 너를 도와준 거지?”그 말에 노예린은 의아스러운 듯 물었다.“왜 그래? 나를 도와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뭐?”“그렇잖아. 반급 친구끼리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하지만...”노예린이 논리정연하게 말하자 짝꿍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짝꿍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계속 물었다.“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그건 아닌데... 성노을이 너를 도와준 게 이상해서 그래. 왜 굳이 너를 도와줬을까?”“정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그랬겠지.”말을 마친 그녀는 소설책을 꺼내 들고 읽었다. 성노을이 그녀에게 교복 외투를 빌려준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의 짝꿍은 뭐라고 더 말하려 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로 들어온 성노을은 책상 위에 놓인 교복 외투를 발견했다.그는 소설을 읽고 있는 노예린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소설에 빠져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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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노예린은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혀를 씹을 뻔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 여학생이 바로 나야.”“뭐라고? 정말 너란 말이야?”노예린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어이가 없네. 그저 교복 외투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소문이 난 거지?”“성노을이 평소에 다른 애들과 거리를 두잖아. 잘 보이려고 아첨하는 애들이 줄을 섰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게다가 지화 그룹 대표 아들이니 생각하는 것도 좀 다르겠지. 안하무인인 줄 알았던 성노을이 여학생한테 교복 외투를 건넸으니 이 기회를 타서 누군가가 소문을 냈을 거야.”노예린은 구설수에 휘말릴 뻔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하은진의 식판에 놓인 고기 한 점을 슬쩍 빼내면서 생각에 잠겼다.소문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 뻔했다. 노예린은 하은진이 고기를 빼앗긴 후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서 장난을 쳤다.하은진은 고기반찬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분석하고 있었다.“그런데 성노을은 왜 갑자기 너를 도와준 걸까?”“마침 정문 앞에서 마주쳤을 뿐이야.”노예린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하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도 일리가 있어. 그런데...”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던 노예린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조금 전에 하은진이 노예린을 바라보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그런데 뭐?”“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소문이 퍼진 게 웃겨서 그래.”노예린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발로 다리를 걷어차자 하은진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너는 참 귀엽게 생겼고 매력이 흘러넘쳐. 하지만...”“왜 자꾸 말하다가 말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노예린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너도 성노을의 엄마를 만난 적 있지? 착하고 실력이 강한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잖아. 성노을은 엄마처럼 훌륭하고 정말 예쁜 여자를 만나지 않을까?”하은진은 말하면서 노예린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너는 예쁘다기보다 귀여운 편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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