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영은 술에 취하고 싶어서 술을 연거푸 마셨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짜증이 난 안리영이 웨이터를 불렀다.“술에 물 탄 거 아니에요?”“저희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왜 안 취하는 거야...”안리영은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됐어, 그만 마셔야겠어. 괜히 배만 부르네.”안리영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조시언이 같이 일어났다. 안리영은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거기 서서 멍을 때리더니 결국 쪼그려 앉았다.조시언은 그 옆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안리영은 본인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도 들지 않고 얘기했다.“나 안 취했어요, 정신 말짱하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보통 이 말을 들으면 다들 떠나갈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은 가지 않았다.안리영은 얼굴을 무릎에 묻고 말을 이어갔다.“안 가요? 그럼 내가 막장인 얘기 하나 해줄게요. 어느 정도냐면... 한 여자와 삼촌이 있었어요.”안리영은 옆에 서 있는 조시언을 지나가는 중 하나로 생각하고 안리영과 조시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여자는 선을 지키려고 애썼어요.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니까, 인륜을 저버리는 일을 할 수 없었으니까 삼촌을 거절했죠. 그런데 그 삼촌도 참, 바로 여자 친구를 사귄 거예요. 게다가 동거까지... 그랬더니 여자가 드디어 본인이 삼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아 버렸어요. 하지만 여자 친구가 생긴 삼촌을 건드릴 수도 없잖아요. 그저 홀로 감정을 정리해야죠.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그럴만하다고 생각해요?”조시언은 안리영의 정수리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또 한편으로는 가슴 아팠다.“그럼 삼촌이랑 얘기해 봐요. 삼촌을 좋아한다고.”안리영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이거 조시언 목소리 아니야? 아니,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귀가 이상해졌네.’“나더러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을 흔들어 놓으란 말이에요? 그럼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게다가 내가 먼저 거절한 건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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