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들이 혼인하게 된다면 김단은 자신의 작은 별채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곳에 있어도 그녀는 잘 살 수 있을 테지만 가슴 언저리를 타고 흐르는 그 쓰라린 감정은 어찌할 방도가 없이 그녀를 너무도 아프게 했다. 애써 눈을 감아봐도 소용이 없어 결국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곁에서 고운 숨결을 내쉬며 잠든 숙희를 깨울까 봐 최대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겉옷을 들고 천막 밖으로 나섰다. 밤이 깊었던 터라 경비에 선 병사들조차 고개가 꺾일 듯 졸고 있었다. 그들은 김단을 보고 잠시 정신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의녀님, 어디 가십니까?”김단은 살짝 웃으며 속삭였다.“잠이 오질 않아 바람이나 쐬려고요.”호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조심하십시오. 병영 밖으로는 나가지 마시고요.”“알겠습니다.”김단은 조용히 대답한 뒤 옆 천막을 바라봤다. 이미 등불은 꺼진 지 오래었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그 안을 채우고 있었다. 최지습은 이미 꿈나라에 들었겠지. 이 깊은 밤, 복잡한 생각으로 뒤척이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김단은 괜스레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쯤, 도령님의 말처럼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는 날이 올까…’밤하늘은 눈부시게 맑았다. 이곳 변방의 달은 한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찬란해 보였다. 그녀는 달빛을 길삼아 천천히 군영을 거닐다 어느새 연병장 끝자락에 이르렀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높다란 기둥 위에 걸려있던 시체는 사라지고 텅 빈 두 줄의 밧줄만 남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얼마 전 최지습은 모든 용의자를 샅샅이 조사했고 첩자는 단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일로 군의관은 김단을 찾아와 고맙다며 한참을 이야기했었다.“대군자가는 제가 여태 본 장수들과는 다르더군요.”그 말을 떠올리자 김단의 입가에도 작은 웃음이 번졌다. 그렇지, 최지습은 분명 특별한 사람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찼던 찰나, 어둠 속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스쳤다. 김단은 화들짝 놀라며 날카롭게 외쳤다.“거기 누구십니까?”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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