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971 - Bab 980

1052 Bab

제971화

그 물음은 다른 아닌 최지습을 향한 것이었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천막 안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모든 이의 시선이 최지습에게로 쏠렸고 그는 본능적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김단은 놀란 듯 얼른 시선을 피했다. 사실 그녀도 그의 대답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지금은 차마 그를 응시할 수 없었다. 김단이 고개 숙인 모습을 본 최지습은 조용히 눈길을 거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부인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부인을 맞이하지 않겠다고? 그 말은 돌궐 공주를 맞이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 누구도 부인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일까? 최지습의 말을 곱씹어 볼수록 김단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파문이 일었다. 그녀가 미처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도령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편지에는 분명 돌궐 공주를 우리 조선의 대군자가에게 시집보낸다고 적혀져 있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형님 뿐이잖아요.”예전에는 명정 대군이 있었지만 지금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편지에서 말한 혼인 상대는 최지습을 뜻할 것이다. 도령의 말을 듣은 김단은 긴장한 듯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굳은 표정이 이 모든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지습은 그녀의 긴장한 기색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두 번째 도령은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슬쩍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그건 그냥 돌궐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오. 공주가 누구와 혼인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 아니겠소?”“맞소.”아홉 번째 도령이 덧붙였다.“전쟁에서 졌으면서도 우리 형님과 혼인시키려 하다니... 말도 안 되오! 내가 제일 먼저 반대할 것이오.”그러나 세 번째 도령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우리가 돌궐 공주를 다른 이와 혼인시킬 수는 있소. 하지만 그건 돌궐인에게 전쟁의 구실을 만들어줄 뿐이오.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그들이 힘을 회복하게 된다면 이를 빌미로 다시 침략할 것이오. 그때는 또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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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김단은 조용히 최지습의 천막을 빠져나왔다. 도령들의 말이 귀에 맴돌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결국 항복서도 공주도 이미 도착한 마당에 이제 와서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그 공주와 혼인하게 될지는 김단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최지습이라면 자신은 더 이상 그의 곁에 머무를 수는 없을 것이다. 김단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 한편이 아리고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숙희가 김단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아가씨, 들으셨나요? 돌궐 공주가 왔대요. 그렇게 예쁜 얼굴은 처음 본다고 아주 떠들썩하던데 한 번 가서 보실래요?”김단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숙희의 손에 이끌려 공주의 천막으로 향했다. 천막 앞에서는 두 명의 병사가 서 있었고 그들은 김단을 알아보고는 경례만 할 뿐 막지 않았다. 숙희는 조심스레 천막 문을 젖히더니 안을 들여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김단은 그런 숙희의 반응에 호기심이 일어 조용히 천막 안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그녀 역시 숨이 멎은 듯 멈춰 섰다. 그곳에는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칠흑 같은 머리칼은 금빛 비녀로 곱게 땋여 있었고 이마 위에는 붉은 보석이 줄지어 내려앉아 은은히 빛났다. 녹색 눈동자는 마치 신비로운 숲속 요정처럼 사람을 사로잡았고 새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은 한 송이 꽃처럼 돋보였다. 김단은 속으로 중얼댔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지?’그때, 뜻밖에도 공주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당신들은 누구십니까?”놀랍게도 그녀는 조선의 말을 할 줄 알았다. 발음이 조금 어색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김단은 정신을 가다듬고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저는 김단이라 합니다. 조선의 의녀로서 공주님을 뵈러 왔습니다.”그 말을 들은 공주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한 걸음 물러섰고 무의식적으로 소매를 움켜쥐었다. 그 작은 움직임은 김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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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김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조심스레 돌궐 공주의 팔에 남은 상처들을 바라보았다.“그럼 공주님은요...?”그러자 공주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저는 가장 귀한 공주가 아니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어머니는 마구간의 하찮은 시녀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강제로 저를 낳게 하셨죠. 그래서 저는 신분이 낮아요.”그녀는 김단이 믿지 않을까 두려운 듯 황급히 머리의 보석 장식 몇 개를 잡아당겼다.“이건 전부 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좋은 것들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그녀는 갑작스럽게 끌려와 혼인에 내몰렸으며 급하게 값비싼 옷과 장신구로 치장했던 것이었다. 공주의 말투는 서툴렀지만 김단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낮은 신분의 어머니, 총애 받지 못하는 공주, 그리고 그녀가 견대야 했던 수많은 학대와 멸시들. 그리고 이번 혼인도 그녀의 뜻과는 무관했으며 또다시 이렇게 희생의 제물로 내던져진 것이었다.김단의 가슴 한편이 찌르듯 아파왔다. 그녀는 문득 얼마 전 자신이 품에 안았던 작은 생명을 떠올렸다. 낮은 신분의 어머니가 권력자의 손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귀한 여인의 손에 길러지며 언젠가는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숙희가 급히 약을 들고 뛰어왔다. 김단은 숙희와 함께 조심스레 공주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두 사람의 손길은 마치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다가온 따듯함 같았다. 공주가 아픔에 몸을 움찔할 때마다 김단은 살며시 입김을 불어 상처를 식혔다. 서늘한 바람이 닿자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제야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흘러내렸다. 처음 받아보는 따뜻한 손길, 처음 느껴보는 위로였다. 그녀의 눈물에 숙희는 깜짝 놀라 다급히 물었다.“왜 우십니까? 혹시 제가 너무 세게 했나요?”김단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괜찮다. 공주님께 먹을 것을 좀 가져다주겠느냐? 아마 배가 고프신 것 같구나.”숙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공주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맛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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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김단은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그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고지운의 마음 한편에도 처음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준 이는 오직 엄마뿐이었다. 앞으로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김단의 따뜻한 위로는 그녀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었다.“저는 고지운이라고 합니다. 구름 운 자를 쓰고 있어요.”그녀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낭자와 친구가 될 수 있습니까?”“물론입니다.”김단은 침울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활짝 웃었다. 같은 여자로서 고지운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혼인이라는 이름 아래 홀로 떠밀려 온 그녀의 외로움과 공포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지원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은 조선의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기에 김단의 마음에도 자연스레 호감이 피어났다.“저는 김단이라 합니다. 모두들 저를 단이라고 부르지요.”고지운은 그 이름을 한 번 따라 읊더니 조용히 웃었다.“정말 예쁜 이름이오.”그러나 그 미소는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단이, 대군자가는 어떤 사람이오? 무서운 사람인 것이오? 그런데 나는 무서워도 괜찮소. 때리지만 않으면 되오. 밥이라도 잘 주면 그걸로 충분하오.”고지원은 이미 자신이 최지습과 혼인하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김단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때 숙희가 양손에 따끈한 음식을 가득 들고 천막으로 돌아왔다.“공주님,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숙희의 활기찬 말투에 고지원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방금 전의 질문은 까맣게 잊은 채 밝은 얼굴로 손을 뻗었다.“정말 맛있습니다!”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숙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따라 웃었다.“공주님께서 우리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했어요.”“돌궐에서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이렇게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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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아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결국 눈치 빠른 숙희가 멍하니 흐트러진 김단의 눈빛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단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아니다. 그냥... 공주가 안쓰러워서 그런다. 이 병영에는 우리 셋뿐이잖니. 앞으로 자주 놀러 가서 같이 있어주는 게 좋겠구나.”“좋습니다.”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어느새 김단의 팔을 붙잡아 그녀들을 위한 작은 천막으로 이끌었다. 그 후로 김단과 숙희는 거의 매일같이 고지운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때로는 천막 안에서 은방울처럼 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다.한편, 병영의 다른 곳에서는 둘째 도령이 갓 따온 과일 한 접시를 들고 천막을 걷어 올리며 들어섰다.“방금 전에 보니 단이가 또 그 돌궐 공주를 찾아갔더군요.”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문서를 넘기던 최지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웃고 떠드는 걸 보니 꽤 친해진 모양입니다.”도령이 말을 덧붙였지만 최지습은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러자 그는 과일 접시를 내려놓고 최지습 옆에 털썩 앉았다.“만약 단이가 형님을 좋아한다면 그 공주와 친하게 지내겠습니까?”최지습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짙은 어둠이 깔린 눈빛으로 도령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둘째 도령은 억울한 듯 손을 들며 말했다.“제가 무슨 틀린 말 했습니까? 그날 형님께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단이가 목숨을 걸고 사막으로 뛰어간 거 모르십니까? 그게 형님에 대한 마음 아니겠습니까?”그날 돌궐 병영에서 단이를 만났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사막 한가운데서 홀로 자신을 찾아 헤매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둘째 도령은 과일을 한 입 베어 물며 투덜거렸다.“이리 무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진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최지습은 손에 쥔 붓을 내려놓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단이는 우리 모두를 걱정해. 그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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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둘째 도령은 최지습의 천막에서 나온 뒤 곧장 김단을 찾아갔다. 그때 김단은 막 고지원의 천막에서 나오는 길이었고 방금 전까지 들은 초원과 사막의 이야기에 마음이 한껏 들떠있었기에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다.“도령님, 무슨 일이세요?”도령은 김단이 고지원과 친하게 지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떻게 그녀와 이렇게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 그는 고지원의 천막을 한 번 흘깃 보고는 천천히 물었다.“그 돌궐 공주와 그렇게 친한 것이오?”김단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친구거든요.”둘째 도령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무겁게 내쉬었다.“지금은 친구겠지. 나중에는? 그때도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것이오?”그 말에 김단은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둘째 도령의 입에서 또 다른 물음이 떨어졌다.“뭐 그럼 나중에는 형수님이라고 부를 것이오?”그 말에 김단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녀는 시선을 서서히 아래로 떨구었다. 그녀의 반응에 둘째 도령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김단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려 애썼다. 그런데 이렇게 얼굴에 다 쓰여 있다니. 속상한 마음과 억누른 질투는 감추려 해도 이미 그녀의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다. “그렇지? 싫은 것이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이오?”그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속으로는 김단이 용기를 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김단의 대답은 그 예상에서 조금 비껴갔다.“공주님은 화친을 위해 온 겁니다.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라면...”둘째 도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다.“잊었소? 화친 문서에는 공주가 대군자가와 혼인하되 정실부인으로 삼으라고 되어 있소. 형님께서 이미 정실이 있다면 전하도 혼인을 명할 수 없다는 뜻이오.”김단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제가 큰 도령님과 혼인을 해라는 건가요?”드디어 그 말을 입 밖에 내자 둘째 도령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낭자가 형님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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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언젠가 그들이 혼인하게 된다면 김단은 자신의 작은 별채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곳에 있어도 그녀는 잘 살 수 있을 테지만 가슴 언저리를 타고 흐르는 그 쓰라린 감정은 어찌할 방도가 없이 그녀를 너무도 아프게 했다. 애써 눈을 감아봐도 소용이 없어 결국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곁에서 고운 숨결을 내쉬며 잠든 숙희를 깨울까 봐 최대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겉옷을 들고 천막 밖으로 나섰다. 밤이 깊었던 터라 경비에 선 병사들조차 고개가 꺾일 듯 졸고 있었다. 그들은 김단을 보고 잠시 정신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의녀님, 어디 가십니까?”김단은 살짝 웃으며 속삭였다.“잠이 오질 않아 바람이나 쐬려고요.”호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조심하십시오. 병영 밖으로는 나가지 마시고요.”“알겠습니다.”김단은 조용히 대답한 뒤 옆 천막을 바라봤다. 이미 등불은 꺼진 지 오래었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그 안을 채우고 있었다. 최지습은 이미 꿈나라에 들었겠지. 이 깊은 밤, 복잡한 생각으로 뒤척이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김단은 괜스레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쯤, 도령님의 말처럼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는 날이 올까…’밤하늘은 눈부시게 맑았다. 이곳 변방의 달은 한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찬란해 보였다. 그녀는 달빛을 길삼아 천천히 군영을 거닐다 어느새 연병장 끝자락에 이르렀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높다란 기둥 위에 걸려있던 시체는 사라지고 텅 빈 두 줄의 밧줄만 남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얼마 전 최지습은 모든 용의자를 샅샅이 조사했고 첩자는 단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일로 군의관은 김단을 찾아와 고맙다며 한참을 이야기했었다.“대군자가는 제가 여태 본 장수들과는 다르더군요.”그 말을 떠올리자 김단의 입가에도 작은 웃음이 번졌다. 그렇지, 최지습은 분명 특별한 사람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찼던 찰나, 어둠 속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스쳤다. 김단은 화들짝 놀라며 날카롭게 외쳤다.“거기 누구십니까?”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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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반 시진이 지난 후에야 김단의 실종 소식이 최지습의 귀에 들어갔다. 막사 앞을 지키던 호위병이 그녀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의심을 품고 병영을 이리저리 수색했지만 끝내 그녀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다급하게 최지습에게로 달려갔고 잠에서 깨어난 그는 화들짝 놀라며 잠옷 차림 그대로 뛰쳐나왔다.“무슨 일이냐?”호위병은 헐떡이며 말했다.“의녀님께서 도통 잠에 들 수 없어 산책을 나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여 찾아보았더니... 연병장에서 이런 것을 발견했습니다.”그가 내민 것은 두 개의 은침이었다. 달빛 아래 은빛이 번뜩이는 그 침 끝에는 붉은 핏자국이 아른거렸다. 그러자 최지습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그는 매섭게 눈썹을 찌푸렸고 은침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김단을 찾거라!”놀란 호랑이 군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김단이 사라지다니요?”“저희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설마 누가 납치라도 한 건가요?”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최지습은 곁에서 잠자코 앉아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깊은 걱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때 막사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사람이 뛰어들어왔다.“이건 분명 목 가의 소행입니다.”임학은 최지습 앞까지 달려와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거칠게 말했다.“예전에 목 가의 사람들이 병영에 침입한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그들일 겁니다.” “임학,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마시오. 목 가가 왜 김단을 납치하겠소?”셋째 도령이 그를 부드럽게 달랬다.“보물 지도 때문입니다. 김단이 그들의 열쇠이니까요.”그의 뇌리 속에는 잔혹한 상상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손이나 발을 자르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심장을 꺼내려고 그러는 걸까? 설마 김단의 몸을 통째로 어떤 장치 속에 넣어 열쇠로 쓰는 것일까? 임학의 공포가 최지습에게도 전달이 된 듯 그의 눈빛은 불안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말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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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허락이 떨어지자 고지운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막사 안으로 뛰어들었다.“단이는요? 찾았습니까?”그녀의 얼굴에는 참다못한 초조함이 역력했고 평소라면 결코 벗지 않았을 면사포마저 미처 챙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미모를 보는 순간 둘째 도령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는 예전부터 돌궐 여인들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지만 고지운처럼 눈부신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최지습의 차디찬 목소리였다.“찾으면 알려줄 테니 나가시오.”그 한마디에는 눈곱만큼의 자비도 담겨있지 않았다. 고지운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최지습을 쏘아보며 말했다.“단이가 말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네요. 당신은 전혀 다정하지 않습니다.”그녀는 끝내 서러움에 북받쳐 돌아서며 막사를 뛰쳐나갔다. 둘째 도령은 입을 열려다 말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최지습을 바라보았다.“공주도 걱정되어 그런 것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최지습은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은 그늘졌고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끓고 있었다. 혼인 동맹이라는 굴레가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최지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식사며 의복이며 최선을 다해 챙겨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단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가득 차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둘째 도령은 문득 미소를 머금었다.“예전에 정암과 형님께서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말입니다. 그때도 이렇게 초조했었나요?”뜻밖의 질문에 최지습은 잠깐 멈칫했다. 그때의 그는 침착하고 냉정했다. 심지어 정암을 달래며 싸움의 국면을 함께 돌파할 여유까지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죽음 앞에서도 차분한 사람이었고 그의 냉철함 덕분에 오왕의 난에서 다섯 형제들을 무참하게 베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지금 이토록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지습은 한 번도 이렇게 충동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방금 전, 생각할 틈도 없이 무작정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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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김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최지습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가 둘째 도령을 거칠게 밀쳐냈다.“이게 무슨 짓이냐?”그의 손길은 거칠었고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 그는 빠르게 몸을 낮춰 김단의 손발에 묶인 끈을 풀어주었다. 둘째 도령은 휘청거리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어깨를 으쓱였다.“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은 계속 자기 마음을 숨기고만 있을게 뻔하니까요.”최지습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위에 감도는 긴장감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는 김단의 입을 막고 있던 헝겊을 떼어내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둘째 도령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용서해 줄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오늘 동원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하느냐? 전투가 벌어졌다면 어쩌려고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인 게야?”그는 김단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그 말들을 쏟아냈다. 둘째 도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알고 있습니다. 오늘 동원한 병력이 그날 돌궐 수장을 유인할 때보다 더 많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형님한테 있어 김단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이제는 조금 알겠습니까?”“그렇다고 이렇게 묶어둘 필요가 있었느냐?”“제가 단이를 묶고 형님의 막사에 데려왔습니다. 그건 명백히 제 잘못이니 벌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형님께서는 왜 눈치채지 못한 겁니까?”둘째 도령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최지습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장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신속한 그가 왜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한없이 무디고 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최지습은 할 말을 잃고 입술을 깨물었다. 왜 몰랐을까? 대체 언제 들어온 거지? 인원을 대동한 사이 데리고 온 것일까? 평소 같으면 누구보다 예민했을 텐데 오늘은 왜 이렇게 충동적이었는지 그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 순간 김단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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