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령은 술잔을 입에 대던 손을 멈추고 슬쩍 최지습의 팔꿈치를 툭 찔렀다.“오늘 일, 누구 덕을 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어떤 사람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후회는 안 하게 됐으니 말입니다.”최지습은 피식 웃으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술잔을 들어 올리며 둘째 도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그 은혜, 마음 깊이 새기겠소.”“이보시게, 형님! 저도 있습니다.”다섯 번째 도령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김단한테 침을 맞은 건 저란 말입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맞았다고요. 얼마나 아픈지 아십니까? 허벅지에 힘이 풀려 걷기도 힘들었다고요.”“그뿐인 줄 아십니까? 저는 물리기까지 했습니다.”일곱 번째 도령이 팔을 걷어 올리며 손등을 내보였다.“이 자국, 아직 희미하게라도 남아 있으니 보일 것 아닙니까? 김단이 발버둥 치다 제 손을 확 깨물었다고요.”“어디? 아무리 봐도 안 보이는데?”열 번째 도령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사람아, 큰 형님께 술 한 잔 받으려고 별소리를 다 하는군.”“허튼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형이지 자네가 형인가? 어서 일곱 번째 형님 하고 불러 보시오.”장난 섞인 말들이 터져 나오고 막사 안은 금세 웃음꽃이 피었다. 최지습은 형제들의 그런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마침내 술잔을 들며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다른 형제들도 모두 따라 일어났고 방금 전의 농담과 웃음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공적으로 보자면 오늘 너희들은 장수의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움직였다. 이것은 명백한 군율 위반이기에 연병장을 열 바퀴 달리는 것으로 책망했지. 하지만 사적으로 보자면...”그는 시선을 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대장의 사사로운 일에 마음을 쓰고 수고해 준 너희들에게 형님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그리고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형제들도 잇따라 술잔을 비워내고 다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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