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1011 - บทที่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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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강경원은 고통에 겨워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만 이때 강현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이 사람, 정말 내가 알던 그 강현우가 맞나...’그의 무자비함을 실감한 순간이었다.“말하고... 싶지...”아직도 버티려던 강경원의 입에서 미적지근한 말이 흐르려는 찰나, 강현우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총을 다시 들어 올렸다.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리는 순간, 누군가가 강경원을 감싸안으며 몸을 던졌다.총구가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리고 강현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강호준을 바라봤으며 예상했던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강호준은 그래도 어른이니 혹시 강현우가 자신을 의식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세를 세워 외쳤다.“현우야, 네가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아니지! 가족들까지 이렇게 몰아세우면 되겠어? 네가 어른도 안 보고 이렇게까지 하는 게 좀 아니지.”하지만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총성이 방 안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강호준은 말끝이 뚝 끊기더니 이내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어깨를 움켜잡았다.“시끄럽네요.”피가 번지며 얼굴이 일그러진 강경원이 소리쳤다.“할아버지!”그는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강호준을 부여잡으며 일어나려 애썼다.하지만 강현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원하는 대답 못 들으면 오늘 둘 다 이 집에서 못 나가.”방 안의 공기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강경원은 이쯤 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강현우가 이 정도까지 하는 건, 이미 자기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끝까지 버티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직감한 강경원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부터 내보내 줘. 그러면... 윤하경이 어디 있는지 말할게.”강현우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처음부터 말만 잘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아플 필요도 없었을 텐데.”곧바로 민진혁에게 눈짓하자 민진혁이 강경원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건넸다.“딱 삼십 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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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윤하경은 이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게 이번이 처음일 거라고 짐작했다. 말할 때 숨소리도 일정치 못할 정도로 다들 긴장해 있었다.그래서 윤하경은 침착하려 애썼다.‘처음이라는 건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려고 하다가 바로 옆에 쓰러져 있던 민청아가 갑자기 깨어나는 소리가 들렸다.“당신들 누구예요?”민청아가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중얼거리자 윤하경은 다시 얼른 눈을 감았다.민청아가 깨어난 걸 본 납치범들은 잠시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봤다.“큰일 났다. 얼굴을 봐버렸잖아. 이젠 어쩔 수 없어, 처리해야 해.”아까부터 불안해하던 남자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낮게 말했다.민청아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곧바로 알아챘다. 그들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걸 깨닫자 즉시 울기 시작했다.“제발, 제발요.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민청아는 엉엉 울면서 몸을 묶은 상태로 겨우겨우 땅바닥을 기어 도망가려 했다.그러나 납치범들이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었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바닥에 침을 탁 뱉더니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민청아 쪽으로 손을 뻗었다.“제기랄, 저 여자는 분명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절대 못 놔둬.”칼끝이 내려오는 순간, 윤하경이 재빨리 눈을 뜨고 외쳤다.“잠깐만!”그 소리에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이 일제히 윤하경 쪽을 바라봤다. 윤하경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민청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두 분, 진짜 대표님 부인은 이 사람이에요. 저는 아니에요.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저만 내보내 주세요. 절대 아무 말도 안 할게요!”그녀는 겁에 질려 연신 변명하며 울먹였다.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민청아라면 정말 이렇게, 남의 침대에 올라타서라도 출세하려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씁쓸했다.‘그러고 보니 나도 현우랑 처음에는 그랬었지.’그 생각이 스쳐 가며 잠시 어이없음에 윤하경은 멈칫했다.하지만 민청아가 뭐라 해도, 납치범들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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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두 납치범이 서로를 힐끗 바라보고는 한 명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형, 내 생각에는 괜찮을 것 같아. 강현우라는 이름은 나도 들어봤어. 분명히 우리가 이번에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이 줄 수 있을 거야.”“그래, 우리...”윤하경은 분위기가 조금 풀린 걸 눈치채자 재빨리 말했다.“40억, 40억 어때?”두 사람은 다시 한번 눈을 맞췄고 그중 우두머리가 윤하경을 향해 돌아섰다.“60억. 돈만 들어오면 바로 풀어줄게.”윤하경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60억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이 상황에선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돈을 받고 저들이 도망가더라도, 결국 집으로 돌아가면 강현우가 이 모든 걸 뒤집어줄 거라는 믿음이 윤하경에게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새벽이 밝아오는 하늘에 하얗게 빛이 번져가고 있었다. 이미 꽤 오랜 시간 납치된 채 있었는데 강현우는 지금쯤 자신이 사라진 걸 알았을까.잠깐의 상념을 접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윤하경은 납치범에게 말했다.“계좌번호 알려줘. 그리고 휴대폰도 하나만 줘. 바로 계좌이체 할게.”납치범은 윤하경의 말에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진 듯 손을 풀어주고 휴대폰을 건넸다.그런데 윤하경이 막 전화하려던 순간, 조용히 있던 민청아가 어찌 손목의 끈을 풀었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신 앞에 쭈그려 있던 납치범을 세게 밀치고 도망쳤다.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윤하경이 반응할 새도 없이 납치범 하나가 뒤로 넘어졌고 곧바로 다른 납치범들이 우왕좌왕 달려들었다.“저 여자 도망간다! 빨리 잡아!”우두머리는 화들짝 놀라며 윤하경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역시! 둘이서 짠 거지? 네가 내 주의를 끄는 동안 저 여자를 도망치게 만든 거잖아!”윤하경은 억울하게도 변명할 겨를도 없이“아니야. 그런 적 없어...”하지만 우두머리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있었고 손에 든 칼을 번뜩이며 윤하경에게 내리쳤다. 다행히 몸을 틀어 피했지만 칼끝이 팔을 스치고 지나가며 따가운 통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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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사모님, 제가 늦었습니다.”노한성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격으로 첫 발은 납치범의 칼날을 쏴서 떨어뜨리고 두 번째 총알은 그 남자의 팔을 바로 못 쓰게 만들어 버렸다.아직 쓸모가 있으니 당장은 죽일 수 없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납치범을 거칠게 한 번 걷어차더니 곧장 윤하경 곁으로 다가와 손목의 결박을 풀어주었다.“아...”노한성이 그녀의 팔을 건드리자 윤하경은 참았던 신음을 터뜨렸다.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선지, 상처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서야 노한성도 윤하경이 다친 걸 눈치챘다.“일단 대표님께 연락드리고 바로 병원부터 모시겠습니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레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뼈를 저미는 듯한 통증에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래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일어서려던 찰나 노한성은 이미 강현우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대표님이 일단 병원부터 가라고 하셨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오신다고 했어요.”윤하경은 별말 없이 그를 따라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일부 인원은 현장을 정리하고 일부는 납치범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아마 곧 강현우 앞에 데려갈 거라 생각하니 윤하경도 따로 따지지 않았다.차에 오르자 윤하경은 직접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강현우의 낮고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윤하경은 최대한 평소처럼 밝게 대답했다.“네, 저 괜찮아요. 한성 씨가 정말 제때 와주셨어요.”“그래, 우선 병원 가 있어. 끝나는 대로 내가 바로 갈게.”강현우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지만 윤하경은 그가 이 짧은 시간 안에 자기를 찾으려고 얼마나 애썼을지 잘 알고 있었다.잠시 망설이다가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늘은 회장님 장례식이잖아요. 그 일부터 마무리하고 와요. 나야 한성 씨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요.”그 말에 강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강현우는 곧장 앞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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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강호석의 장례식이 끝난 뒤, 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강현우가 보낸 주식 양도 계약서를 한 통씩 받았다.그 안에는 돌아가신 강호석이 생전에 강현우에게 남긴 유산이 담겨 있었고 그는 그중 일부를 집안 식구들에게 나눠줬다. 전날 밤의 소동에 대한 일종의 사과라고 했지만 사실 강현우가 예전부터 잘 쓰는 방식이었다. 즉 한 번 강하게 누르고 나서 다시 달콤한 보상을 내미는 것.어차피 자기 돈도 아니고 전부 쥐고 있어 봤자 괜히 원망만 더 커질 뿐이었다. 조금 내어주는 게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데에 더 유리했다.그 덕분인지, 아까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뜨리던 집안 어른들도 일제히 조용해졌다.한선아는 이 소식을 듣고도 한숨을 쉬며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현우가 너무 통이 커. 그렇게 많은 지분을 나눠주면 자기 세력만 약해지는 거잖아.”뒤에 서 있던 이 집사는 조용히 눈빛을 내리깔았다가 한선아에게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께서는 분명 깊은 생각이 있으실 거예요.”이 집사는 고개를 깊게 숙여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교차한 두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마치 속내를 꾹꾹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한편, 윤하경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상처가 깊어서 바늘로 꽤 오래 꿰맸고 마취를 했어도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그래도 한마디 비명도 내지 않은 채, 악물고 참아냈다.간호사에게 치료를 마치고 병실로 나올 때쯤, 강현우가 문 앞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깊은 눈매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밤새 한숨도 못 잔 듯 살짝 지쳐 보였다.윤하경이 조심스레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저 정말 괜찮아요.”강현우는 굳게 다문 입술로 윤하경의 하얀 붕대를 한참 바라봤다. 곧이어 윤하경이 병실로 옮겨지고 강현우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상처가 깊고 피도 많이 흘려서 며칠은 병원에서 쉬어야 한다고 해.”말수가 적어진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배어 있었다.윤하경은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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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진해리가 과일 바구니를 든 경호원과 함께 병실로 들어왔다.윤하경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해리 씨, 어떻게 오셨어요?”진해리는 이미 윤하경과 많이 가까워졌기에 별다른 격식 없이 침대 앞 의자에 앉았다. 손짓으로 경호원에게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게 한 뒤, 조용히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그러고는 피곤한 얼굴로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들으니까, 하경 씨가 납치당해서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숨으러 왔어요.”“숨으러요?”윤하경이 어리둥절해하며 진해리를 바라봤다. 진해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윤하경과 눈을 마주치더니 한숨을 쉬었다.“누구겠어요. 그 사람 피해서요...”그때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여보.”진해리는 갑자기 말이 막혔고 윤하경은 어리둥절하게 문 쪽을 바라봤다.잠시 뒤, 배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억울한 표정까지 짓고 있었다.윤하경은 순간 당황해서 진해리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진해리는 그걸 못 알아채고 짜증 섞인 얼굴로 배지훈을 바라봤다.“왜 또 왔어?”배지훈은 서운한 얼굴로 다가와 진해리 팔을 꼭 잡았다.“그렇게 말하면 나 진짜 서운해. 네가 내 아내인데 내가 안 따라다니면 누가 따라다녀? 그리고 지금 네 뱃속에 우리 아기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한시라도 떨어져 있을 수가 있어.”아무리 잘생겨도 저렇게 애교를 부리니 윤하경은 도저히 그 모습을 쳐다볼 수가 없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둘이 이렇게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차라리 침대 밑으로 숨고 싶었다.다행히 그때 배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으려던 배지훈은 진해리를 한 번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 끝에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켰다.“대표님, 회사에 급한 일 있습니다. 지금 어디 계세요?”비서의 목소리였다.“방해하지 마, 지금 와이프랑 같이 있어.”진해리는 짜증이 난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빨리 나가. 하경 씨랑 얘기 좀 할 테니까. 곁에 있을 필요 없어.”배지훈은 상처받은 얼굴로 중얼거리다 진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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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알고 있어요.”진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맞다. 그날 문자로 말씀드렸던 일 있잖아요...”윤하경은 진해리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는지 금방 눈치챘다.“그때 연락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그날 밤 일이 생각나서 윤하경은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사실 오해였어요. 그 여자분은... 그냥 현우 씨 한 번 만나보려고 왔던 거였어요. 별일 아니었어요.”진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이네요. 사실 현우처럼 하경 씨한테 마음 쓰는 사람도 별로 없을걸요.”잠시 머뭇거리던 진해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저번에 하경 씨 실종됐을 때, 현우가 정말 미친 사람처럼 찾으러 다녔던 거 혹시 몰랐죠? 저도 듣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윤하경은 그저 현우가 애써 찾았겠거니 했는데 진해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상황의 일부를 실감할 수 있었다.강현민에게 복수한 이야기 등은 대부분 진해리도 남편인 배지훈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이었다.“사실 예전에는 우리 집이랑 현우네 집이 저랑 현우를 엮으려 하기도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 보니까, 정말 하경 씨 같은 사람이 아니면 곁에 설 수 없겠더라고요. 그런 사람 옆에 있으려면 진짜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진해리가 감탄하듯 웃었고 윤하경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현우가 성격은 쉽지 않지만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도 다들 탐내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해리는 단 한 번도 강현우에게 마음을 둔 적이 없었다.진해리는 한참 더 머물다가 윤하경이 몸 좀 더 회복하면 꼭 같이 쇼핑 가자며 가볍게 손을 흔들고 병실을 나섰다.윤하경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해리가 돌아간 뒤에야 긴장이 풀린 윤하경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방금까지 진해리가 옆에 있어 내색 못 했지만 전날 밤 한숨도 못 자고 위험한 일을 겪었으니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듯했다.결국 그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언제 왔는지, 강현우가 병실 맞은편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평소와는 달리 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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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강현우는 윤하경이 억울하게 입을 내민 모습을 보자 그제야 미소를 머금었다.“손은 이제 안 아파?”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아파요. 그래도 왼손으로는 먹을 수 있어요.”오른손이 다친 탓에 식사하는 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방금 전까지 왼손으로 어떻게든 먹으려던 참이었다.강현우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숟가락을 들어 죽을 떠서 윤하경 입 앞에 내밀었다.갑작스럽게 식사를 챙겨주는 그 모습에 윤하경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국 순순히 입을 열어 죽을 받아먹었다.솔직히 이렇게까지 강현우가 챙겨주는 게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는 평소처럼 담담하고 태연했다.섬세하게 음식을 먹여주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윤하경은 속으로 이 사람이 이렇게 세심한 면이 있었나 싶어 새삼 놀랐다.식사를 마치고 나자 몸을 뒤로 살짝 기대며 강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신기한 생물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강현우는 우아하게 그릇과 수저를 내려놓은 뒤, 민진혁을 불러 식탁을 치우게 하고 나서야 윤하경을 바라봤다.“왜 그렇게 봐?”윤하경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밖에서 사람들이 만약 대표님이 이렇게 젊고 돈도 많으면서 세심하기까지 하단 걸 알면 또 마음 흔들릴 여자들이 늘겠네요.”윤하경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한 번 흘겨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보니까 납치범들이 좀 약하게 굴었나 봐. 아직 농담할 힘은 남았네.”윤하경은 삐진 얼굴로 다친 손을 흔들며 투정했다.“이런 말까지 하실 거예요? 정말 너무하신 거 아세요?”강현우는 그녀의 붕대 위로 피가 스며 나온 걸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다.“이미 범인들은 잡혔어. 그리고 강경원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고 배후로서 처벌도 받게 될 거야.”윤하경은 하루 사이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그제야 제대로 실감했다.“혹시 더 바라는 거 있어?”강현우가 진지하게 물었다.“아니요, 없어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강현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곧 강호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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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윤하경은 소지연의 전화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깐 폰을 귀에서 멀리 뗐다가 다시 귀에 대며 말했다.“그래서 당분간 회사에 못 나갈 것 같아.”차마 다친 몸을 이끌고 출근할 수는 없었고 괜히 회사 분위기까지 흐릴까 걱정됐다.그러자 소지연 쪽에서 뭔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야, 지금 그런 게 중요하냐? 일단 가만히 있어. 나 당장 서울로 갈 거야!”“아니 굳이 그렇게까지...”윤하경이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소지연이 벌써 전화를 끊어버렸다.윤하경은 멍하니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참, 얘는 늘 이렇지.’아무래도 빨라도 내일 아침쯤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소지연은 한밤중에 병원에 도착했다.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윤하경 병실로 달려온 것이다.도착하자마자 병실 앞에서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혔는데 윤하경이 흐릿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잠이 깨 눈을 떴다.“들여보내 주세요.”몸을 일으켜 밖을 향해 말하자 경호원이 그제야 소지연을 들여보냈다.비몽사몽한 윤하경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기도 전에 소지연이 성큼 다가와 물었다.“너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소지연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지만 이토록 오래 가까이 지내다 보니 소지연은 이제 친자매나 다름없었다.“너는 어쩌다 이렇게 밤중에 왔어? 나 정말 별일 없어. 그렇게 서둘러 올 필요 없었는데...”소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윤하경을 향해 시원하게 눈을 흘겼다.“네가 납치에 다치기까지 했다는데 내가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걸 그냥 넘어가면 내가 친구냐?”손수 윤하경의 상처 부위를 살펴보며 진짜로 크게 다친 데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소파에 털썩 앉았다.늦은 봄이건만 서울에는 아직도 눈이 흩날리고 있었고 허겁지겁 달려온 소지연의 속눈썹에도 하얀 성에가 맺혀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웃으며 물었다.“이번에 여행 다녀온 건 어땠어?”소지연은 어깨를 으쓱였다.“괜찮았어. 머릿속이 복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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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소지연은 주차장 한쪽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멀찍이 자동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현우를 바라보았다.아마 윤하경을 챙기러 병원에 왔겠구나 싶어서 인사를 건네려고 다가가려던 순간, 민진혁이 다른 쪽에서 걸어왔다.“대표님.”민진혁이 강현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신인아 씨가 깨어나셨습니다. 대표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민진혁이 휴대폰을 내밀었고 소지연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잠시 망설이다가 옆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강현우는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주차장은 워낙 조용해서 소지연도 어렴풋이 그의 목소리와 신인아와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내일 다시 갈게.”신인아가 뭐라고 말했는지, 강현우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고 잠시 고민 끝에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강현우는 바로 윤하경의 병실로 올라가지 않고 민진혁에게 말했다.“가자.”그는 이내 차 문을 열고 올라탔고 민진혁도 조수석에 탔다.강현우의 차는 소지연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을 빠르게 떠났다.소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택시를 세워 따라가기로 했다. 강현우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멀찍이 따라가 달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경찰 도와서 용의자 미행해 본 적 있습니다. 이런 건 노하우가 있거든요.”소지연은 잠깐 어이없었지만 이미 택시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뒤따라 달리고 있었다.차 안에서 소지연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 강현우가 윤하경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간 건 아닐까, 별의별 걱정과 의심이 들었다.택시 기사도 옆에서 계속 수군댔지만 소지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봤다.“설마 바람피우는 거 아니에요? 저 앞에 탄 남자가 혹시...” 택시가 멈추자마자 그녀도 황급히 내렸다.다행히 강현우와 민진혁은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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