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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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야 윤하경은 조용히 강현우 곁에 앉았다.하지만 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윤하경은 아마도 아침에 자신이 했던 말을 강현우가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다면 방금 전 상황에서 자신을 변호해 주거나, 자신이 사실은 이 집의 안주인이라고 밝혀줬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던 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하얗고 가느다란 손끝으로 강현우의 소매를 살짝 집었다.강현우는 시선을 주지 않고 냉정하게 옆모습만 보였다. 감정을 알아채기 어렵게 얼굴에 아무 표정도 띠지 않았다.윤하경은 슬며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소매를 살짝 흔들며 조심스레 말했다.“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이제 그만 화 푸세요, 네?”얼굴을 강현우 쪽으로 가까이 들이밀며 얄밉지 않게 웃었다.강현우는 그녀를 곁눈질로 쳐다봤다.마침 환하게 웃는 얼굴과 순한 눈망울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짧게 코웃음을 치고는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윤하경은 한 번 더 입술을 삐죽이며 아예 그의 무릎 위로 앉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억지로라도 자신만 보게 만들었다.“진짜 미안하다니까요. 아직도 화났어요?”“아침에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은 세연이가 현우 씨를 좋아하는 게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유부남을 좋아하는 게 잘못된 거라는 의미였어요.”강현우는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내가 오해한 거였네.”윤하경은 재빠르게 분위기를 맞추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원래부터 제 잘못 아니에요. 오히려 현우 씨가 오해해 놓고 저한테 괜히 차갑게 군 거잖아요.”강현우는 그녀의 투덜거림에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쩌면 이렇게 말이 많은지, 그 작은 입에서 계속 쏟아지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윤하경은 그가 입술만 바라보는 걸 느끼고는 갑자기 볼을 붉히며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다시 애교스럽게 속삭였다.“이젠 화 풀어줘요, 응?”강현우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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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얼른 들어가.”이가영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작았고 두 눈은 도둑이라도 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며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조마조마한 모습이었다.민청아는 옷자락을 꼭 쥔 채 이가영을 애처롭게 바라봤다.“엄마, 저 무서워요. 현우 오빠, 뭔가 좀... 무섭잖아요.”이가영은 그 말에 눈을 부릅떴다.“우리 아까 얘기한 거 잊었어? 네가 망설이다가 나랑 네 아빠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민청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건 아닌데...”민청아는 정말 무서웠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나쁜 짓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자신을 길러준 은혜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무엇보다 이가영이 다시 화를 낼까 봐 겁이 났다. 그 생각을 하니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가영은 대문 옆 등불 아래에서 민청아를 바라보다가 살짝 한숨을 내쉬고 딸의 머리를 토닥였다.“청아야, 엄마도 이게 네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아. 그래도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오늘 오후에 네가 봤듯이 강현우 집안에서 우리 도울 생각 전혀 없어.”오늘 오후, 이가영은 한수아를 살짝 떠봤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대답뿐이었다.지금 집안이 복잡해서 도울 수 없다는 이야기뿐 민씨 집안을 도와주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사실 두 집안은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이가영이 이번 상가를 틈타 어렵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대접을 받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민청아는 엄마의 말을 듣고 더욱 입술을 깨물며 마치 결심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만약 저... 돌아오지 못하면 엄마라도 꼭 도망가세요...”“에이 무슨 그런 소리를 해!”이가영은 민청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얼른 들어가. 일이 다 끝나면 바로 연락해. 내일 아침에 내가 직접 들어가서 모든 걸 확인할 거야.”“네.”민청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고는 대문을 열고 아주 결연한 표정으로 강현우의 집 쪽으로 들어섰다.이가영은 이미 모든 걸 준비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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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침대 곁에 다가간 민청아는 이불 아래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를 듣고 그 사람이 깊이 잠든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조심스럽게 이불 반대쪽을 들어 올려 자기 몸을 쏙 집어넣었다.마침 그때, 윤하경은 깊이 잠들어 있다가 누군가 침대에 올라오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처음에는 강현우가 돌아온 줄 알고 꿈결처럼 눈을 감은 채로 몸을 움츠렸다.그러나 곧 작은 손이 허리를 더듬는 것이 느껴지자 민청아가 조용히 속삭였다.“현우 오빠, 저... 근데 왜 이렇게 허리가 얇지?”민청아는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현우처럼 큰 사람이 이렇게 가느다랄 리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윤하경이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꺅! 누구세요?”윤하경은 황급히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의 불을 켰고 그 빛에 민청아 역시 깜짝 놀라며 이불로 머리를 감쌌다.“잠깐, 너... 오후에 봤던 그 청아 맞지?”잠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 윤하경은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민청아는 자신과 강현우의 관계를 모르는 터라, 자신이 침대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민청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혹시 언니도... 현우 오빠 침대에 ‘올라온’ 거예요?”윤하경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이 아이, 생각보다 단순하네...’ 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 조용히 말했다.“지금이라도 현우 씨 안 계실 때 얼른 나가. 오늘 일은 못 본 걸로 해줄게.”민청아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다가온 걸 들켜버려, 부끄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윤하경의 말투에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단단히 고집을 부렸다.“언니도 그렇게 잘난 척할 입장 아니잖아요. 우리... 결국 같은 처지 아닌가요?”민청아는 부끄러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얼굴로 이불을 움켜쥔 채 내려오지 않았다.그녀는 이가영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 오늘 반드시 일을 성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만약 실패하고 돌아가면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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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제는 윤하경도 어느새 강현우에게서 배운 말투와 태도를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있었다.하지만 방 안에 들이닥친 이들에겐 그런 경고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그들은 곧 결론을 내렸다.“그냥 두 명 다 데리고 가자.”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윤하경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고 망설임 없이 바로 민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러는 겁니까? 여기는 강 대표님 집이에요. 제정신이에요?”윤하경은 상대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온 것만 봐도 이들이 무슨 꿍꿍이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중 한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집? 내가 딱 그 강 대표님 집을 노리고 온 거야. 누가 시켜서 왔으니까, 얌전히 따라 와.”그가 다가와 보니 윤하경이 통화 중인 걸 알아채고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리쳤다. 휴대폰이 산산조각 나는 걸 보며 윤하경은 이를 악물었다.“감히 전화질이야? 죽고 싶냐?”남자는 거칠게 다가와 윤하경과 민청아의 손을 묶으려 들었다. 윤하경은 이들이 이렇게 안으로 들어온 걸 보니 이 집안에 지금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게다가 민청아처럼 어린 여자도 쉽게 들어온 걸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윤하경은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다가 순간 민청아를 한번 돌아봤다.그러더니 범인들에게 말했다.“당신들이 진짜로 강 대표님 부인을 노리고 왔다면 그건 나예요. 이 아이는 아무 상관 없어요. 저만 데려가면 되잖아요. 내가 알아서 따라갈 테니 얘는 그냥 내버려둬요.”이렇게 말한 건, 민청아라도 밖으로 나가 도움을 청할 시간을 벌어주고 싶어서였다.하지만 범인의 대장은 비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멍청할 줄 알아? 만약 네가 거짓말이면 어떡해? 내가 잘못 데려가면 어떻게 책임지냐?”그리고 다시 민청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둘 다 여기 있는 이상, 그냥 둘 다 데려가면 그만이지.”겁에 질린 민청아는 벌써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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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그 말을 들은 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원을 나갈 듯 걸음을 옮겼다가 문득 중환자실 안에 누워 있는 신인아가 떠올라 잠시 멈춰 섰다.잠시 고민하다가 민진혁에게 지시했다.“집에 있는 집사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봐.”민진혁은 이미 다 알아보고 온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이미 전화해 봤습니다.”강현우는 그의 표정을 보더니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 있었어? 말해.”민진혁이 잠시 침을 삼키고 보고했다.“집안일이 너무 많아서 집사들도 집에 돌아간 시간이 많이 늦었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방에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옷은 그대로 있는데요.”강현우의 미간이 한껏 좁혀졌다.곧장 휴대폰을 꺼내 윤하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까 민진혁이 말한 대로, 아무리 걸어도 신호조차 연결되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강현우는 머뭇거림 없이 병원을 나서려 했지만 바로 그때 신인아의 주치의가 중환자실에서 나왔다.“대표님, 대표님.”강현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의사를 돌아봤다.“어때?”주치의는 마스크를 벗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번에도 간신히 고비를 넘겼지만 오늘 오후 들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뭔가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몸의 병은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의 병까지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대표님만이 도울 수 있어요.”강현우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고 의사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옆에 서 있던 민진혁도 마찬가지로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강현우가 신인아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오랜 침묵 끝에 강현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인아를 살려야 해.”“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신인아를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옮길 준비를 했다.강현우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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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다행히도 그 남자가 뭔가 음흉한 말을 내뱉자마자 방 안에서는 짝 하고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곧장 또 다른 남자가 살짝 위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경고하는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우리는 그냥 돈 받고 이 여자 둘만 안전하게 넘기면 되는 거야. 이번 일은 그냥 맡은 일만 깔끔하게 끝내면 돼. 괜히 딴마음 먹었다가 너 진짜 큰일 난다. 사람 잘못 건드리면 강현우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사람 소문 못 들었냐?”얼굴을 맞은 남자는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대장 목소리에 더 이상은 반항하지 못하고 슬쩍슬쩍 윤하경을 곁눈질로 쳐다볼 뿐이었다.대장은 한숨을 쉬며 옆에 앉은 남자에게 가볍게 등을 쳤다.“근데 이번 일,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거냐? 강현우 아내까지 납치하라고 시키는 사람이면 보통 배짱으로는 못할 텐데.”그는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었다.“이런 집안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우리 같은 사람보다 더 지저분해.”다른 남자가 또 물었다.“진짜 누가 시킨 거예요?”대장은 냉소적으로 쏘아붙였다.“그걸 알고 싶으면 네 목숨부터 내놔야 할 걸?”그 말에 다들 일순 조용해졌다.납치범들의 대화를 곰곰이 듣던 윤하경도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누가 자신을 노렸는지 정확히 짐작할 수는 없어도 강씨 가문 쪽에서 이 일을 꾸민 건 분명해 보였다.한선아 혹은 강씨 가문 내에서 강현우의 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누군가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일지도 모른다.그래도 다행히 목숨을 해칠 생각은 아닌 듯해서 윤하경은 긴장하던 마음을 조금 놓았다. 적어도 지금 당장 심각한 위험에 처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언젠가 강현우가 자신을 구하러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한편, 민진혁이 운전하는 차가 아직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강현우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강씨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마당에 거의 다다랐을 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강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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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강현우는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때 다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아까 그 납치범의 번호였고 강현우는 그 번호를 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어둑한 방 안, 남자는 핸드폰 화면이 꺼진 것을 보고는 분을 못 이겨 바닥에 핸드폰을 내던졌다.그러자 곁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어떻게 됐습니까?”전화하던 남자는 잔뜩 어두운 얼굴로 돌아보며 소리쳤다.“네가 분명히 그랬지, 강현우가 윤하경을 엄청 아낀다고! 근데 봐라, 윤하경이 납치됐는데도 이 남자 아무 반응도 없어!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냐, 강현우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은데.”뒤쪽에 서 있던 남자가 목을 손으로 그으며 말했다.“그냥 바로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반면 민진혁은 강현우 옆에서 잔뜩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대표님, 지금 당장 사람들을 시켜서 누가 이렇게 무모하게 사모님을 납치한 건지 확인해 보겠습니다.”게다가 지금 같은 중요한 때 이런 일이 터지다니 상대가 완전히 강현우를 우습게 본 셈이었다.강현우는 이를 악물며 조명 아래로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을 더욱 단단히 다잡았다.“그럴 필요 없어. 겉으로만 수습할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근본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해.”그는 냉랭하게 민진혁을 쏘아보며 손짓했다.“이리 와 봐.”민진혁은 즉시 다가왔다.강현우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였고 민진혁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나가 그대로 실행하러 갔다. “네, 알겠습니다.”강현우가 자기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가영은 소파에 앉아 하인들에게 거칠게 따지고 있었다.“몰라, 우리 청아가 여기서 사라졌으니 나는 현우를 찾아가서 따질 거야!”강현우가 조용히 거실로 들어서며 이가영을 쏘아봤다. 얼음장 같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자 아무리 뻔뻔한 이가영도 순간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그, 그게... 현우야, 내가 괜히 이러는 거 아니야. 사실 청아가 안 보여서 그러는데 마지막으로 이 집에 들어오는 걸 누가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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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이제 이 집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함부로 나갈 수는 없으니 참고하세요.”이가영은 한껏 언짢은 얼굴로 방 안을 둘러보며 보디가드들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들의 표정은 냉랭하고 살벌하기까지 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가영은 뭔가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포기하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집 안 곳곳에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설마 청아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게 아니면 내가 뭘 잘못해서 강현우가 나한테 보복하려는 건가?’이가영은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 사람들아, 나 좀 놔둬! 이거 놔, 이놈들아!”고개를 돌려보니 일흔이 훌쩍 넘어 보이는 강호준이 건장한 보디가드 두 명에게 양팔이 붙잡혀 방 안으로 거의 던져지듯 들어왔다.“너희들, 정말 해도 너무하네!”강호준은 기가 막혀 소리쳤지만 보디가드들의 손길은 전혀 조심스럽지 않았다.이어 집안의 여러 친척도 차례차례 보디가드들 손에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왔고 모두 엉겁결에 거실 한가운데로 몰려들었다. 한선아조차 예외가 아니었다.내일 아침이면 어르신 장례가 치러져야 했기에, 한선아는 그동안 손님들 접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막 마무리하던 참에, 보디가드들이 그녀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나마 강현우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조금은 예의를 차리려는 듯, 보디가드는 고개를 낮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한선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지만 결국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모인 거실은 삽시간에 시끄러워졌고 한선아는 그 모습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강현우가 원래 성격이 단호한 건 알았지만 이런 날까지 가족들을 한데 모으는 건 생각지 못했다. 혹여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앞으로 강현우가 집안을 이끌어 가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한선아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자 강호준이 성큼 다가와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쏘아붙였다.“네 아들이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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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매서운 눈길로 강호준을 힐끗 바라봤다.바로 그때, 강호준 발치에서 탕 하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화가 나서 씩씩거리던 강호준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몸이 뒤로 확 젖혀졌다가 간신히 옆 장식장에 손을 짚고 겨우 버텼다.강호준뿐만 아니라, 거실에 있던 모두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가영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고 속으로 후회만 가득했다.‘아, 진작 나갈걸.’“다들 조용히 하세요.”강현우 뒤에서 민진혁이 권총을 쥔 채 앞으로 나섰다. 각진 얼굴에 기세등등한 표정, 한 번 화를 내면 아무도 덤빌 수 없을 것 같았다.“이제부터는 우리 대표님 말씀만 들으세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은 꾹 참고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민진혁은 오랜 시간 강현우 옆에서 일하며 그의 카리스마와 기세까지 쏙 빼닮았다. 거기에다 손에는 총까지 들고 있으니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쉽게 나설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숨죽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현우는 모두 조용해진 거실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았다.한선아가 그 앞으로 다가오며 걱정 반, 질책 반의 목소리로 말했다.“현우야, 이렇게 한밤중에 가족들 다 모아놓고 총까지 들이대면 어떡하니? 정말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니?”하지만 강현우는 대꾸조차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방 안을 훑기만 했다.나이는 이들 중 가장 어릴지 몰라도 이 남자가 풍기는 묵직한 기운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단숨에 제압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직 한 명 더 남았으니까 그 사람 오면 얘기할 거예요.”강호준은 아직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한선아 역시 얼굴을 찡그렸다.아까 민진혁이 총을 쏜 뒤로는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잘못 말했다가 다음 총알이 바닥이 아니라 자기 몸을 향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렇게 거실은 한순간에 기묘한 정적에 휩싸였다.삼십 분쯤 지났을까, 느긋하게 들어선 우지원이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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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거실 한가운데에서 가장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은 우지원이었다.이때 강현우는 냉정한 눈빛으로 방 안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을 여기 부른 이유는 딱 하나예요. 지금 이 중 한 명이 제 아내를 납치했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싸늘한 시선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을 하나씩 짚어 내렸다. 그는 손에 쥔 권총을 천천히 만지작거리다가 한 박자 멈춘 뒤 다시 천천히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이 누군지 찾을 때까지 아무도 이 집을 못 나갑니다.”한선아는 그 말을 듣고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윤하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설마... 정말 하경이가 납치를 당했다는 거야?’한선아는 눈살을 더 찌푸리고 방 안의 사람들을 돌아봤다.“도대체 누가 그랬어요? 솔직하게 말해요!”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 한선아는 답답함에 이를 악물었다. 자기조차 이렇게 밤중에 강현우에게 불려 왔으니 설마 자신까지 의심하는 건가 싶어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였다.하지만 가족들 앞에서 함부로 감정을 터뜨릴 수 없어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누가 우리 하경이한테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하경이를 풀어주세요.”강현우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불쾌한 듯 나섰다.“아니 누가 납치했는지 알면 그 사람한테 가서 따져. 왜 우리까지 모아놓고 이러는 거야!”그 사이 강호준이 강경원 곁으로 다가가 손을 얹으며 물었다.“괜찮냐, 경원아?”강경원은 입술을 꾹 다물고 대꾸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강현우의 차가운 시선이 강경원 쪽으로 스쳤다.“경원아, 오늘 밤 네가 집안일도 안 도와주고 어디 있었는지... 설명 좀 해줄래?”강경원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어디 갔는지까지 왜 형한테 일일이 보고해야 해?”바로 그 순간, 탕 하는 총성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강경원의 다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너무 놀라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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