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때 다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아까 그 납치범의 번호였고 강현우는 그 번호를 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어둑한 방 안, 남자는 핸드폰 화면이 꺼진 것을 보고는 분을 못 이겨 바닥에 핸드폰을 내던졌다.그러자 곁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어떻게 됐습니까?”전화하던 남자는 잔뜩 어두운 얼굴로 돌아보며 소리쳤다.“네가 분명히 그랬지, 강현우가 윤하경을 엄청 아낀다고! 근데 봐라, 윤하경이 납치됐는데도 이 남자 아무 반응도 없어!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냐, 강현우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은데.”뒤쪽에 서 있던 남자가 목을 손으로 그으며 말했다.“그냥 바로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반면 민진혁은 강현우 옆에서 잔뜩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대표님, 지금 당장 사람들을 시켜서 누가 이렇게 무모하게 사모님을 납치한 건지 확인해 보겠습니다.”게다가 지금 같은 중요한 때 이런 일이 터지다니 상대가 완전히 강현우를 우습게 본 셈이었다.강현우는 이를 악물며 조명 아래로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을 더욱 단단히 다잡았다.“그럴 필요 없어. 겉으로만 수습할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근본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해.”그는 냉랭하게 민진혁을 쏘아보며 손짓했다.“이리 와 봐.”민진혁은 즉시 다가왔다.강현우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였고 민진혁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나가 그대로 실행하러 갔다. “네, 알겠습니다.”강현우가 자기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가영은 소파에 앉아 하인들에게 거칠게 따지고 있었다.“몰라, 우리 청아가 여기서 사라졌으니 나는 현우를 찾아가서 따질 거야!”강현우가 조용히 거실로 들어서며 이가영을 쏘아봤다. 얼음장 같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자 아무리 뻔뻔한 이가영도 순간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그, 그게... 현우야, 내가 괜히 이러는 거 아니야. 사실 청아가 안 보여서 그러는데 마지막으로 이 집에 들어오는 걸 누가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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