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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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소지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윤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막 잠들었던 윤하경은 갑작스러운 전화에 게으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응, 지연아. 무슨 일이야?”소지연은 당장이라도 강현우가 윤하경 모르게 다른 여자 만나러 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막상 그 말을 하려다 멈췄다.혹시라도 윤하경이 이 얘기를 듣고 상처받거나 몸까지 더 안 좋아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이 꼭 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자 윤하경이 다시 물었다.“왜? 무슨 일 생긴 거야?”“아니 아무 일 아니야. 그냥 나 집에 잘 도착했다고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소지연은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윤하경이 안도하는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그래, 다행이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지. 얼른 푹 쉬어.”“응...”전화를 끊기 직전, 소지연은 다시 망설이다가 윤하경을 불렀다.“저기, 하경아...”“응? 무슨 일 있는데?”윤하경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소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밤에는 너 혼자 병원에 있어? 강현우는 안 와?”그러자 윤하경은 웃으며 대답했다.“설마 그게 궁금해서 전화한 거야? 현우 씨 요즘 정말 바빠. 이제 막 대표 자리로 돌아왔고 할아버지 장례도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아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못 오는 거 아닐까 싶어.”그 대답을 들은 소지연은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무슨 바빠... 남의 여자나 만나러 다니는 주제에... 정작 자기 아내는 병원에 두고서...’하지만 윤하경의 몸 상태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는 생각에, 차마 더 이상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꾹 참았다.잠시 망설이다가 소지연은 힘없이 말했다.“그래, 알겠어. 얼른 쉬고... 아프지 말고.”사실 아직까지 강현우가 그 여자와 뭔가 결정적으로 잘못한 현장을 본 것도 아니라 섣불리 말해서 윤하경의 마음만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소지연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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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소지연은 유호천의 허스키하고 약간 서러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어릴 적 품었던 풋풋한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이젠 정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스무 해가 넘게 살아오며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사랑에 평생을 얽매여 살 수는 없었다. 특히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한 그런 관계라면 더더욱 말이다.한참을 말없이 있자 유호천이 불만스럽게 소지연을 다시 끌어당겼다.유호천은 거칠게 어깨를 움켜쥐고 거실에 들어오는 불빛 아래 그녀를 내려다봤다.“너 그동안 어디 있었어? 왜 나한테 연락 한번 없었어?”소지연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유호천을 똑바로 바라봤다.그의 눈빛은 술기운에 잔뜩 흐릿했고 표정도 평소답지 않았다.잠시 생각한 뒤, 소지연은 조심스럽게 유호천의 손을 자기 어깨에서 떼어냈다.“너 술 마셨어. 일단 좀 진정하고 내일 정신 차리면 말해.”만약 유호천이 여기 있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허리를 꽉 끌어안는 손길이 다시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놀랄 새도 없이 유호천의 입술이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익숙한 체온에 알코올 냄새까지 뒤섞여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지연은 힘껏 유호천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곧바로 입안에 피 맛이 퍼졌지만 유호천은 끝까지 그녀를 놓지 않았다끝내 소지연이 더 세게 힘을 주어 밀쳐내자 그제야 입술이 떨어졌다.짝 하는 소리와 함께 소지연은 주저 없이 유호천의 뺨을 힘껏 내리쳤고 텅 빈 집 안에 손바닥 소리가 크게 울렸다.유호천은 한쪽 볼을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가 조용히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에는 흔들림이 가득했다.소지연은 한숨을 내쉬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호천아,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더는 애처럼 굴지 말자.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둘이 잘 될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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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윤하경은 소지연의 속뜻을 전혀 모르고 감동 받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지연아, 정말 고마워. 사랑해.”손가락으로 하트를 날리자 소지연도 장난스럽게 받아줬다.“당연하지, 난 언제나 네 편이야.”그러면서도 소지연은 괜히 의미심장하게 강현우를 또 한 번 노려봤다.강현우 역시 그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소지연과 눈을 마주쳤다.짧은 눈 맞춤만으로도 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전해졌다.소지연은 잠시 위축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위해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목을 쭉 세운 채로 강현우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마지막에는 콧방귀를 퉁 하고 뀌며 고개를 돌렸다.윤하경은 소지연이 내는 소리에 케이크 상자를 열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왜? 무슨 일 있어?”“아니야, 아무 일도.”소지연은 대수롭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그래?”윤하경은 다시 케이크를 한입 떴다. 식사가 끝나자 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사에 볼 일이 좀 있어서. 너는 푹 쉬고 일 끝나면 다시 올게.”소지연은 옆에서 곁눈질로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비꼬듯이 입꼬리를 올렸다.강현우는 그런 소지연의 표정을 보며 잠깐 시선을 주었지만 별말 없이 병실을 나섰다.강현우가 나가고 나서야 소지연은 윤하경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경아, 너 요즘 현우 씨랑... 괜찮아?”윤하경은 케이크 맛에 한껏 기분이 좋아져, 숟가락을 한 번 더 뜨며 말했다.“응? 뭐가 괜찮냐는 거야?”그녀는 한 입 먹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말차 향에 저절로 눈이 실룩 감겼다. 평소에는 특별히 먹는 걸 좋아하지 않던 윤하경이지만 이 집 케이크만큼은 정말 좋아했다.하지만 늘 두 시간씩 줄을 서야 하다 보니 번거로워서 자주 사 먹지는 않았다. 오늘은 마침 생각나던 참에 소지연이 사다 줬으니 역시 오래된 친구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지연은 케이크만 신나게 먹는 윤하경의 모습이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강현우가 다른 여자에게 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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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소지연 씨, 너무 캐묻는 거 아닌가요?”강현우가 냉소를 지었다.“제가 어디서 뭘 하는지 꼭 당신한테 보고해야 합니까?”말을 마치자 강현우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날씨였지만 그 시선이 닿자 소지연은 마치 주위 온도가 뚝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눈을 피하지 않고 강현우를 정면으로 바라봤다.“대표님이야 바쁘신 거 알지만 처음부터 하경이랑 결혼할 때 대표님 방식대로 밀어붙이신 거 다 알죠. 만약 하경이한테 정말 못할 짓을 했다면 하경이 성격상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무너져도 같이 무너질 사람이라는 것도 아실 테고요.”소지연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만약 이제 하경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으시면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괜히 뒤에서 딴 여자 만나고 바람피우는 일은 그만하시고요.”강현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정말 윤하경 친구답다고 생각했다. 자기 앞에서 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소지연은 할 말을 다 하자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뒤돌아섰다.길가에 나가 택시를 타고 차가 출발할 때까지도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아, 진짜 심장 쫄렸다...”강현우의 기운은 확실히 남달랐다. 말없이 서 있기만 해도 앞에 있는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소지연은 속으로 윤하경이 이런 남자랑 어떻게 같이 사는 건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한편, 강현우는 주차장에 홀로 서서 이마에 깊은 주름을 지었다. 그는 결코 둔한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지나치게 예리한 사람이었다.아까 소지연이 했던 말을 곱씹으면서 그녀가 어젯밤 자신이 신인아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을 눈치챘거나, 혹은 누군가를 통해 들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하지만 그녀의 태도를 보니 이 사실을 아직 윤하경에게 말하지 않고 자신에게 먼저 경고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그때 운전석에 앉아 있던 민진혁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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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민진혁은 말하다가 점점 차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순간 백미러로 강현우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니 이미 얼굴빛이 짙게 어두워져 있었다.“크흠, 대표님, 방금 말씀드린 건 그냥 제 헛소리였습니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주세요.”민진혁은 민망한 웃음을 억지로 지으며 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마침 강현우의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 대표님 전화 오네요. 얼른 받으시죠.”강현우가 전화를 받는 사이, 민진혁은 이마의 식은땀을 조심스럽게 닦았다.‘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역시 입조심해야 해.’3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퇴원하는 날이 되어도 강현우는 바빠서 오지 못했고 대신 민진혁이 퇴원 절차를 다 알아서 처리해 주고 있었다.윤하경은 병실에서 가방을 챙기며 기다리던 중, 전혀 예상 못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사모님.”놀란 윤하경은 침대에서 얼른 일어났다.한선아는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예전에 안 좋았던 일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자상한 시어머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벌가의 세계에서는 이런 친절한 표정도 얼마든지 가면이 될 수 있다는 걸 윤하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미소를 억지로 지어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어떻게 오셨어요?”한선아는 윤하경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팔을 붙잡으며 웃으며 말했다.“내가 내 며느리 한 번 보러 오는 것도 안 돼?”윤하경은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한선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현우도 바빠서 집안일은 거의 내가 도맡아 하고 있어. 오늘에서야 겨우 시간이 나서 온 거야. 현우가 오늘 바쁘다길래, 내가 직접 데리러 왔지.”말투는 따뜻했지만 윤하경은 일부러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바쁘실 텐데 직접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저는 곧 퇴원할 거고 현우 씨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데리러 올 거예요.”이렇게 거리를 두는 윤하경의 태도를 한선아도 바로 알아챘다. 그런데도 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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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제 며느리가 얼마 전 납치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만큼, 여러분께서 너무 많은 취재와 질문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제 비서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한선아가 손짓하자 함께 온 남자 직원이 곧장 앞으로 나섰다.윤하경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한선아의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운전석에서는 민진혁이 몰래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차에 오르고서도 한선아와 윤하경은 각자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한선아가 입을 열었다.“당황했어?”윤하경은 솔직하게 말했다.“솔직히 사모님이 왜 이런 일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윤하경은 수십 년 동안 재벌가에서 굳세게 버텨온 이 여자를 여전히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한선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요즘 밖에서는 현우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소문이 많잖니. 나는 오늘 일부러 이 소문을 뒤집으려고 한 거야. 진짜로 어떤 사람이 수단을 안 가리는지, 그리고 누가 사주해서 우리 집안에 이런 일까지 생겼는지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 이렇게 되면 현우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돼. 사람들은 언제나 약자를 동정하거든. 그리고 재벌가 이야기라면 늘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지.”그러면서 한선아는 다시 윤하경을 바라봤다.“그리고 또 하나, 오늘은 네가 현우 아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려고 했어. 강한 그룹의 주인이 누군지 분명하게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는 생각을 못 하게 되지.”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윤하경은 이제야 한선아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건 결국 현우와 강한 그룹을 위한 선택이었다.그렇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강현우와 상의도 없이 진행한 건 분명히 강현우가 알게 되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일이었다.역시나, 윤하경과 한선아가 막 강씨 저택에 도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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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강현우의 시선이 윤하경의 하얀 손이 얹힌 자신의 와인잔에 머문다.그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윤하경의 얼굴에 멈췄다. 강현우는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윤하경은 그가 분명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잠시 고민하던 윤하경은 억지로 웃으며 강현우의 팔에 살짝 기대었다.“술 마시지 말고 오늘은 저랑 같이 쉬면 안 돼요?”그러면서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아, 손이 너무 아파요.”윤하경이 고개를 들고 눈망울을 촉촉하게 흔들자 아무도 거절할 수 없을 만큼 애처로운 표정이 되었다.강현우는 잠깐 턱이 굳어지더니 이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윤하경을 안아 올렸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윤하경은 소리까지 내며 당황했다.“뭐 하시는 거예요?”갑자기 번쩍 안겨드니 불안해서 얼굴까지 하얘졌다. 손까지 다친 터라 한 손으로만 강현우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을 내려다보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네가 아프다면서 내가 옆에 있어 줘야지.”윤하경은 억울한 듯 항의했다.“손이 아픈 거지, 발이 아픈 게 아니잖아요. 저 혼자 걸을 수 있는데...”하지만 강현우는 못 들은 척 윤하경을 그대로 안고 2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도착하자 강현우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을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시선을 그녀의 흐트러진 옷깃 근처에 잠시 멈췄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 나 샤워 좀 하고 올게.”귓가에 닿는 그 목소리에 윤하경은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저 지금 다쳤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세요?”그녀는 남은 한 손으로 가슴을 감싸듯 올려, 부끄럽고 억울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가볍게 입꼬리만 올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뒤, 욕실 안에서 샤워기 물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강현우가 좀처럼 나오지 않자 윤하경은 병원에 있을 때부터 제대로 쉬지 못했던 탓에 금세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녀는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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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소지연은 가방에서 부동산 등기증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두었다.“이 집은 호천이가 제게 준 거예요. 이제는 서로 정리해야 할 때니까, 깔끔하게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만나주지 않으니 직접 사모님을 뵙고 전해드리러 나왔습니다.”장미자는 순간 눈썹을 치켜올리며 믿기지 않는 듯 소지연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소지연이 자신에게 매달리거나, 아니면 유호천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랑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소지연이 내민 것은 집문서와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듯한 단호한 태도였다.“정말 호천이랑 헤어질 생각이야? 그 집이 아까워서라도 네가 이렇게 쉽게 손 놓을 리 없잖아?”장미자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늘 집안도 없는 평범한 여자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얻은 남자를 어떻게든 붙잡으려 들 테니 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지연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가볍게 턱을 들었다.“그냥 남자 하나일 뿐이잖아요.”그녀의 태도는 당당했고 기죽지 않으려는 오기로 가득했다.장미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지연이 자리를 뜨는 것을 바라봤다. 소지연은 마지막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그것까지 풀어 장미자에게 건넸다.“이것도 전해주세요. 호천이가 준 선물이에요. 저는 이제 가봐야겠어요. 회사에 일이 많아서요.”소지연은 한마디 더 덧붙이지 않고 또렷하게 걸음을 옮기며 카페를 떠났다. 장미자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쳐다보고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별걸 다 하네. 돈에 연연하지 않는 척, 이런 건 나한테 안 통하지.”오랜 시간 많은 사람과 상황을 겪어온 장미자에게 이런 감정적인 이별 퍼포먼스는 그저 유치하게만 보였다.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곁에 있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저것들 챙겨.”차에 오르자마자 기사에게 명령했다.“유호천을 당장 데려와. 어딨는지 못 찾겠으면 붙잡아서라도 집에 데려와.”얼마 지나지 않아, 유호천은 억지로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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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유호천은 소지연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걸 보며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진짜 헤어지겠다는 거야?”“나는 동의 못 해.”그 말을 하자마자 유호천은 소지연의 손목을 꽉 붙잡고는 그대로 끌고 가려 했다.“놓으라고 했지!”지금은 딱 퇴근 시간이라 회사 앞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은 소지연은 힘껏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너무 달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유호천은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소지연을 어깨에 번쩍 들어 올렸다.“유호천! 진짜 이럴 거야? 당장 내려놔!”아무리 소리쳐도 유호천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녀를 차 쪽으로 데려갔다.도저히 답이 없다고 느낀 소지연은 마지막으로 유호천의 어깨를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남자의 어깨는 정말 돌덩이처럼 단단했고 소지연은 한참을 깨물다가 오히려 턱이 아플 지경이었다.겨우 입을 뗀 순간, 유호천은 그녀를 그대로 조수석에 태워 안전벨트까지 매 주고는 재빠르게 문을 잠갔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달리는 차 안에서 소지연은 잠시 유호천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유호천, 이런다고 뭐가 바뀌어? 재미있어?”유호천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차는 그대로 두 사람이 살던 아파트 앞에 멈췄고 그는 내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연기 너머로 소지연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늘 세상을 가볍게만 보던 그가 오늘만큼은 한없이 외로워 보였다.소지연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유호천의 목소리는 낮고 떨려 있었다.차 안은 고요해서 그 한마디가 유독 또렷이 들렸다.소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이상,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유호천의 집안은 자신과 유호천의 관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대로 계속 이어가는 건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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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윤하경은 소지연이 울음을 터뜨리자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다.“지연아, 무슨 일인데 그래?”소지연은 원래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기에 윤하경이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오면서 마지막으로 소지연이 울던 모습을 본 건 소지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뿐이었다. 그래서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큰일이 생긴 걸 느꼈다.“하경아, 나... 오늘 정말 옆에 있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혹시 잠깐만이라도 나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소지연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고 윤하경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지연아, 주소 보내. 지금 갈게.”전화를 끊고 나서 윤하경은 조용히 침실로 돌아가 아직 깊게 자고 있는 강현우를 한번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옷장으로 가서 붕대 감은 팔이 잘 보이지 않게 소매가 넓은 코트를 꺼내 입었다.옷을 다 챙겨 입고 나가려던 찰나, 무심코 침대 쪽을 보다가 윤하경은 순간 놀라고 말았다. 자고 있던 줄 알았던 강현우가 이미 눈을 뜬 채,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어디 가?”강현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순간 윤하경은 괜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마치 자신이 무슨 큰 실수라도 한 사람처럼 위축된 기분이었다.‘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겁이 날까?’마음을 가다듬으며 윤하경은 등을 곧게 펴고 말했다.“지연이가 좀 안 좋은 일 있는 것 같아서요. 잠깐 다녀오려고요.”소지연의 이름이 나오자 강현우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그는 손가락을 까딱하며 윤하경을 불렀다.“이리 와 봐.”윤하경은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그런데 강현우는 갑자기 윤하경의 다치지 않은 팔을 잡아당겨 침대 위로 눕히고는 이불까지 덮어줬다.“이게 뭐예요? 저 나가봐야 하는데...”당황한 윤하경이 묻자 강현우는 짧게 대답했다.“나가지 마. 넌 지금 다쳤으니까 집에서 쉬어야 해.”“그래도... 지연이가 지금 정말 힘들어 보여서요.”윤하경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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