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31 - Chapter 1040

1046 Chapters

제1031화

윤하경이 택시를 타고 소지연이 알려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소지연은 이미 소파에 드러누워 술병을 껴안고 있었다. 많이 마신 듯 얼굴이 붉고 기운도 빠져 보였다.“지연아, 대체 무슨 일이야?”윤하경은 걱정스럽게 다가가 소지연의 품에서 술병을 빼앗았다. 소지연은 윤하경을 보자마자 코끝이 시큰해져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하경아, 나 이제 유호천이랑 진짜 끝났어.”사람 마음이란 참 아이러니해서 머리로는 이게 맞다 생각해도 막상 현실이 닥치면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소지연도 그걸 알지만 진짜 이별을 겪으니 가슴이 미어졌다.윤하경은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소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미 마음 정했다면 다 지나가게 내버려둬.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괜찮아질 거야.”이렇게 말하면서도 소지연이 그동안 유호천을 얼마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지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잠시 후 소지연은 억지로 웃으려 애쓰며 고개를 들었다.“뭐, 남자야 다시 만나면 되지 뭐.”이미 술에 취한 채, 그녀는 윤하경의 허리에서 손을 떼고 소파 위에 휘청이며 일어섰다.“오늘 밤에는 우리 둘이서 실컷 마시고 절대 그냥 안 들어간다!”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있던 아직 따지 않은 술병을 집어 들었다가 문득 윤하경의 다친 팔을 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아, 너 다쳤잖아. 술 마시면 안 돼. 나 혼자 마실게.”윤하경은 소지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취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이런 밤에는 그냥 실컷 울고 마시고 마음을 털어내는 게 낫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말리지 않고 옆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술이 확 돌기 시작한 소지연은 이내 잠에 빠졌다. 윤하경은 혼자 힘으로는 소지연을 침대에 눕힐 수 없어서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침대에 눕혔다.시계를 보니 어느새 열 시를 넘겼고 그제야 강현우가 열 시 전에 들어오라는 말이 떠올랐다.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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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쾅!신인아가 링거가 꽂힌 손으로 침대 머리맡에 있던 물컵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왜요? 그 여자 때문이에요?”신인아는 뒤돌아 강현우를 바라보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억울하게 말했다.“현우 오빠, 정말 저한테 이렇게까지 냉정해야 해요? 저를 이렇게 싫어하면서 왜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는 거예요? 왜요? 제가 죽으면 오빠도 더 이상 저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고 이젠 저 같은 짐도 없을 텐데... 저 그냥 죽게 해주세요, 제발요!”신인아는 점점 더 격해지며 울부짖더니 갑자기 몸에 꽂혀 있던 주삿바늘을 확 빼버렸다. 그러고는 바닥의 유리 파편을 집어 들고 자기 몸을 해치려고 했다.하지만 강현우가 재빨리 손을 잡아챘고 신인아를 침대 위로 밀어붙였다.“너 지금 제정신이야?”강현우의 표정은 차가웠지만 그의 눈빛에는 어딘가 모르게 걱정스러운 기색이 숨어 있었다.신인아는 그 미묘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가녀린 팔로 강현우의 허리를 껴안으며 애처롭게 말했다.“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 다시는 하경 언니한테 그런 짓 안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외국으로 안 보내면 안 돼요? 제발요, 네?”얼마 전, 강현우가 전에 윤하경이 당한 일에 신인아가 연루된 걸 알아내고는 그녀를 아예 해외로 내보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그때 신인아는 귀국 하고 싶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 들었다.결국 강현우는 그런 신인아를 못 본 척할 수 없었고 서둘러 의료진을 데려와서 신인아를 겨우 살려냈다.강현우는 그런 신인아를 바라보며 언젠가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어린 소녀가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게 이해되지 않았다.다른 누가 이런 식으로 목숨을 내던지려 하면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겠지만 신인아만은 달랐다.강현우는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인아야, 더 이상 애처럼 굴지 마.”신인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진짜예요, 앞으로는 하경 언니한테 잘할게요. 오빠, 저를 외국 안 보내면 안 돼요. 저 혼자 외국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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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방 안에 들어온 남자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하더니 바로 윤하경을 지나쳐 소지연을 힘껏 일으켜 세웠다.소지연은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깊이 잠들어 있었고 갑자기 사람들이 자신을 끌어올리자 멍한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누, 누구세요?”그러고는 곧바로 윤하경을 바라보며 또다시 물었다.“하경아, 무슨 일이야?”윤하경은 고개를 저으며 막 휴대폰을 들고 신고하려 했지만 그 순간 한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폰을 낚아채 버렸다.“신경 꺼. 괜히 나서지 마. 괜히 끼어들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협박 섞인 말을 남기고 남자들은 소지연을 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윤하경도 한쪽으로 밀쳐지면서 다친 팔이 눌려 숨이 멎을 정도로 아팠지만 이를 악물고 곧장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이미 소지연을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있다는 걸 목격했을 뿐이었다.엘리베이터 층수가 순식간에 내려가는 걸 보며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윤하경은 곧장 호텔 직원에게 신고를 부탁하고 자신도 정신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절망감이 밀려왔다. 곧장 방으로 되돌아간 윤하경은 급히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강현우도 막 일어난 듯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윤하경은 다급하게 말했다.“누가 지연이를 데려가 버렸어요. 현우 씨, 제발 도와주세요.”강현우는 침대에서 바로 몸을 일으키며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진정해. 위치 보내. 바로 갈게.”호텔에서 약 삼십 분을 기다린 끝에 경찰이 도착해 진술을 받는 동안, 강현우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호텔방 안으로 들어섰다.큰 키와 날카로운 이목구비 때문에 그가 들어서는 순간,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윤하경은 곧장 그 앞으로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지연이를 데려갔어요.”“응.”강현우는 바로 경찰 쪽으로 돌아서 물었다.“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범인에 대해 단서 잡힌 거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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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윤하경과 강현우가 함께 유호천의 집에 도착했을 때, 유호천도 막 도착한 참이었다.유호천은 윤하경과 강현우를 한 번 바라보고는 이를 꽉 악물더니 말없이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그 시각, 거실에서는 장미자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유호천이 강현우와 윤하경을 데리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장미자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가 곧장 웃는 얼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현우야,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왔니? 모두 들어와서 앉으렴. 오 집사, 커피 좀 준비해.”장미자는 겉으로는 무척 친절하고 여유롭게 보였지만 시선이 윤하경에게 머물 때마다 은근한 경멸이 서려 있었다.장미자의 눈에 윤하경은 그저 또 다른 소지연일 뿐이었다. 운이 좋아서 강현우의 마음을 얻긴 했지만 그게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이 여자도 나름의 수를 쓴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손님 대접에 빈틈이 없었다.유호천은 두 사람이 앉기도 전에 장미자의 손목을 붙잡았다.“엄마, 이제 그만하세요. 지연이를 어디에 숨기셨어요?”장미자는 유호천이 뜬금없이 묻자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무슨 말이야? 내가 걔를 왜 숨기겠어?”유호천은 이를 악물며 목소리를 높였다.“엄마, 저랑 소지연은 이미 끝났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마시고 그냥 보내 주세요.”장미자는 유호천이 확신에 찬 얼굴로 따져 묻자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치듯 드러났다.“호천아, 너 혹시 술 마셨어? 내가 네 엄마인데 이런 일로 너를 속이겠어?”아들이 손님 앞에서 자신을 의심하는 모습에 장미자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유호천은 장미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윤하경은 이미 마음을 진정시킨 뒤, 장미자 앞으로 한두 걸음 다가서 정중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이렇게 아침부터 불쑥 찾아뵈어 죄송해요. 오늘 아침에 지연이가 누군가에게 갑자기 납치돼서 연락이 끊겼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최근에 지연이랑 오해가 있으셨던 분이 아주머니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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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유호천은 집안의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억지로 위층으로 끌려 올라갔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소용이 없었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장미자를 바라봤고 손끝은 잔뜩 움켜쥔 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장미자의 얼굴에서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들킨 듯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장미자가 한 일이 아닌 걸까?’그렇다고 해도 윤하경은 도무지 소지연이 누구와 원한을 가질 만한 상황이 또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유호천을 처리한 장미자는 다시금 단정한 태도로 강현우와 윤하경을 바라보았다.“현우야, 친구가 납치됐다니까 너희도 많이 급할 텐데 어서 가봐.”장미자는 품위를 지키는 척했지만 그 태도에는 오히려 상대방을 재촉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강현우는 잠깐 그녀를 쳐다보더니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안고 집을 나섰다.집을 나와 차에 오른 윤하경은 초조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여기서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소지연과 알고 지내는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혹시 최근에 소지연이 누군가와 원한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강현우가 차를 출발시키며 그녀가 계속해서 연락을 돌리는 모습을 슬쩍 바라봤다. 윤하경은 간간이 전화를 받고 또 문자를 보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데려갔다는 건, 어지간한 배짱 아니면 못 하는 짓이야.”강현우의 말에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에요? 혹시 지연이가 정말 대단한 사람한테 미운털이 박힌 건가요?”“내 말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끌고 갔다면 오히려 지연이한테 당장 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는 거지.”강현우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두드리며 이어 말했다.“내가 곧 우지원한테 알아보라고 할게. 그리고 사실 지금 유진 그룹 개편 중이라 함부로 나서서 이런 일을 꾸밀 여유가 없어. 괜히 더 큰 일 만들 이유도 없고.”윤하경은 잠시 말이 없어졌고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현우 씨 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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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경찰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윤하경은 급히 붙잡듯 말했다.“죄송한데 혹시 지금 지연이가 있는 주소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직접 소지연을 눈으로 보기 전에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윤하경은 경찰이 알려준 주소를 곧장 강현우에게 전했고 강현우는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전속력으로 달렸다. 차는 곧 한 대저택 앞에 멈춰 섰다.윤하경은 그 집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결국 이 많은 세월 동안, 지연이 아버지는 계속 경성에 있었던 거네? 그런데 단 한 번도 지연이나 어머니를 제대로 돌봐준 적이 없었던 거야?’이런 생각이 드니 소지연 아버지에 대한 반감만 더 커졌다.잠시 뒤, 대문이 열리고 경비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빠르게 걸어 나왔다. 그는 차창 너머로 두 사람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분, 누구를 찾으시죠?”“지연...”윤하경이 대답하려는 순간, 강현우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들고 있던 명함을 차창 밖으로 내밀었다.“이 명함을 주면서 제가 여기 왔다고 전해주세요.”경비원은 명함을 받으며 긴장한 듯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네, 네! 바로 어르신께 전하겠습니다!”그는 대답도 끝나기 전에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윤하경은 그제야 강현우의 방법이 옳았음을 실감했다. 괜히 자신이 소지연을 찾으러 왔다고 직접 말했다면 아마 대문조차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남자가 급하게 뛰어나왔다. 그는 연배가 더 있어 보이지만 강현우를 보자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가왔다.“이렇게 먼 곳까지 직접 찾아오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주명화라고 합니다. 잠깐 안에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하시겠어요?”과거 주명화가 소지연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뒤, 소지연은 성을 바꿔 어머니의 성을 따라 살았다.윤하경은 말없이 그 중년 남자를 유심히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건 오직 가식뿐이었다. 주명화는 직접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안으로 들어오세요. 차 한잔 대접해 드리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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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강현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손끝으로 소파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딱히 볼일은 없습니다. 제 아내가 주명화 씨의 따님과 할 얘기가 있어서요.”“제 딸이요?”주명화가 잠시 멈칫하며 강현우 옆에 앉아 있는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 사모님이 저희 막내와 아는 사이였군요? 그렇다면 우리끼리야 식구나 다름없네요.”그렇게 말한 뒤, 주명화는 곧장 하인을 불렀다.“위층에 가서 아진이를 좀 내려오라고 해.”윤하경은 그 이름이 소지연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곧장 주명화를 불렀다.“주명화 씨, 저는 아진이라는 분을 만나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소지연을 찾으러 왔어요.”윤하경의 목소리는 분명했고 눈빛에는 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는 주명화를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다.강현우가 딸이라고만 말했을 뿐인데 주명화는 아무 망설임 없이 자기의 또 다른 딸을 부르려 했다. 애초에 그에게 소지연은 딸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어릴 적부터 아버지 윤수철에게 차별을 받으며 자란 윤하경은 이런 위선적인 중년 남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소지연이 처한 상황이 마음에 걸렸다.주명화는 소지연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듣자 표정이 잠깐 굳었다. 한참 동안 윤하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주명화 씨, 혹시 제 아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들으신 겁니까?”강현우는 한참 말을 잇지 못하는 주명화를 시선으로 쏘아붙였다. 그 눈빛에 주명화는 심장이 움찔해 얼른 정신을 차렸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태도를 바꿨다.“아, 지연이 친구셨군요.”고개를 숙여 눈동자를 굴리던 주명화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럼 친구라면 아마 아실 겁니다. 저와 지연이는 정말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지연이를 집으로 데려올 때 많이 흥분했던 것 같고 술도 좀 마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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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그러니까...”이옥연이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상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의도가 드러났다.윤하경은 코웃음을 지으며 이옥연을 바라봤다. 거짓말을 할 거면 좀 더 그럴듯한 핑계를 댔어야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소지연이 자신을 안 만나고 싶다는 말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지연이가 몸이 안 좋다면 그래서 더더욱 제가 직접 확인하고 싶네요. 우리 사이에 그런 예의 따질 것도 없어요. 지연이 어떤 모습도 다 봤으니까요. 수고스럽겠지만 아주머니께서 직접 방으로 안내해 주시죠.”말을 마친 윤하경은 곧장 계단을 올라가려 했다.이옥연은 윤하경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는지, 순간 당황해서 주명화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러고는 황급히 앞으로 다가와 윤하경의 팔을 붙잡았다.“안 돼요.”이옥연은 윤하경이 계단을 오르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았다.윤하경은 전날 외출했던 그 넉넉한 코트를 그대로 입고 있었고 붕대 감은 손도 소매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옥연은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었고 하필 윤하경의 다친 팔을 꽉 잡아버렸다.“아...”아무렇지 않던 상처에서 다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강현우가 재빨리 다가와 윤하경을 품에 안으며 이옥연과 주명화를 차갑게 노려봤다.“주명화 씨, 이게 무슨 뜻이죠? 제 아내한테 손까지 대시겠다?”강현우의 싸늘한 눈빛이 두 사람을 휩쓸고 지나가자 그 분위기만으로도 방 안이 얼어붙었다.주명화는 비록 강현우와 직접 부딪힌 적은 없지만 사업하는 사람이라 요즘 강현우에 대해 들은 소문이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강한 그룹의 후계자들을 모두 밀어내고 살아남은 사람도 자기 발밑에 꿇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한 번 찍히면 누구도 버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설이었다.강현우가 냉랭하게 노려보자 주명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얼른 상황을 수습했다.“아, 대표님 오해입니다. 제 아내가 지연이 걱정하다 보니 실수했습니다.”그러면서 이옥연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뭐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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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이옥연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주명화를 한 번 흘겨봤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두 사람의 미묘한 표정에서 자신이 예전에 친정집에서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물고 혹시 이 짧은 시간 동안 소지연이 주명화 부부에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주명화는 강현우와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우선 잠깐 앉으세요. 금방 내려올 거예요.”강현우는 태연하게 윤하경을 안아 자리에 앉혔다. 마치 자기 집인 듯 침착하게 앉아 있었고 조용히 윤하경 손을 잡고 안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윤하경의 시선은 계단 쪽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그 시각, 3층 작은 방 안.이옥연은 방문을 열고 묶여 있는 소지연을 내려다봤다.“네가 운이 좋긴 하지? 어떻게 강한 그룹 대표랑 사모님까지 아는 거냐?”소지연은 윤하경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차갑게 이옥연을 노려봤다. 그 눈빛에는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이옥연은 전혀 겁내지 않고 미소까지 지으며 소지연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그렇게 노려봤자 아무 소용 없어. 우리가 널 데려온 것도 다 잘되라고 그런 거야. 앞으로 좋은 인생 살라는 뜻이거든.”그러다 이옥연은 일부러 낮게 말했다.“아, 네 엄마 유골 말인데... 내 말 잘 들어. 말 안 들으면 앞으로 힘든 일만 남을 줄 알아.”...잠시 후, 소지연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 원피스를 입고 1층으로 내려왔다. 평소와 달리 어색한 스타일의 옷이었지만 그래도 윤하경은 소지연이 다치지 않고 내려온 것만으로도 안심하며 달려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지연아, 괜찮아?”소지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동안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모든 감정을 삼킨 듯 억지 미소를 지었다.“응, 나 이제 괜찮아. 내 친아버지도 찾았고 더 이상 혼자 아니니까.”윤하경은 그 말을 듣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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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주명화 집에서 나온 윤하경은 강현우 차 조수석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강현우는 길게 뻗은 손으로 운전대를 한 번 돌려 차를 유턴했다.그는 옆에서 윤하경을 곁눈질로 한 번 살피고 입꼬리를 약간 내렸다.그는 짧게 기침을 내뱉으며 다시 한번 곁눈질로 윤하경을 바라봤지만 윤하경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그러자 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귀를 가볍게 만지며 장난스럽게 비틀었다. 까슬까슬한 손끝이 부드러운 귓불을 문지르는 순간 윤하경은 정신이 돌아와 강현우를 바라봤다.“왜요?”강현우는 심드렁하게 말했다.“내 와이프가 내 앞에서 딴 사람 걱정하고 있으면 그거 좀 너무한 거 아니야?”“지연이에요.”윤하경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응. 그래서 그건 남이지.”윤하경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지연이, 뭔가 이상해요. 원래 그런 애가 아니거든요.”“주명화 씨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갑자기 ‘이제 혼자가 아니다’ 이런 말 할 리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그래서?”강현우는 앞만 보며 나른한 표정으로 핸들 위를 두드렸다. 금빛 햇살이 차창 너머로 그의 얼굴을 비췄고 그 표정에서 왠지 모르게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풍겼다.윤하경이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네?”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다 어른인데 자기가 말하고 싶으면 알아서 하겠지. 굳이 네가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잖아. 필요하면 분명 너한테 먼저 연락할 거고 아무 말 없는 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너 괜히 혼자 걱정하는 거 아니야?”그 말에 윤하경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실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친구로서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윤하경은 입술을 꽉 다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강현우는 옆으로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곧장 액셀을 밟았다.차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 쪽으로 달려갔다. 윤하경이 다시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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