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211 - Chapter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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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소지연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윤하경을 바라보지도 못했다.윤하경은 그 초라하게 고개를 떨군 모습에 게다가 방금까지 그렇게 심한 폭행을 당한 처지를 떠올리니 더는 뭐라 하기가 어려웠다.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앉아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소지연을 곧게 노려보았다.“이제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 네 몸에 난 상처,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야?”소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윤하경의 얼굴을 조심스레 올려다봤다. 그녀가 조금은 화를 가라앉힌 걸 확인한 후에야,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일부는 임호원, 그리고 일부는 주명화.”“임호원?”윤하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를 터뜨렸다.“그 개자식이 감히 네게 손을 댔다고?”소지연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나도 원래 걔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 약혼을 받아들인 건 임호원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어.”“증거?”윤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증거?”소지연은 몸을 조금 움직이려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고는 다시 등을 침대에 기댄 채 힘겹게 말을 이었다.“우연히 이옥연과 주명화가 얘기하는 걸 엿듣게 됐어. 겉으로는 멀쩡한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윤하경을 똑바로 바라봤다.“사실은 밀수였어.”윤하경은 놀라 눈살을 잔뜩 좁혔고 상상도 못 한 진실에 머리가 복잡해졌다.“그래서 네가 몸을 던져 위험을 감수한 거야? 스스로 희생하면서까지?”소지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주명화는 줄곧 임씨 가문에 붙어보려고 했잖아? 난 그가 꿈꾸던 게 산산조각 나는 순간, 바로 감방에 넣으려고 했을 뿐이야.”그 말에 윤하경은 문득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결심했었다.“우린 정말 친구 맞나 봐. 복수하는 방식까지 이렇게 닮을 줄이야.”소지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원래, 우리가 비록 서로 가까워질 수는 없어도 최소한 적으로는 남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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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아니야.”소지연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힘겹게 말을 이었다.“내가 지금 이 꼴이라 직접 갈 수가 없어. 증거는 주씨 가문 저택 내 방, 침대 밑에 있어. 네가 대신 찾아서 경찰에 넘겨 줘.”윤하경은 고개를 단단히 끄덕였다.“알았어.”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나서려는 순간, 문 앞에 휠체어에 앉은 유호천이 서 있었다.둘은 잠시 눈을 마주쳤을 뿐, 윤하경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소지연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그였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윤하경은 못 본 척 하이힐 소리를 남기며 병실을 빠져나갔다.문이 쾅 하고 닫히자 병실 안에는 정적만 가득했다.유호천과 소지연, 두 사람 사이에는 인사도 감사도 없었고 말 없는 침묵이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한참 후, 유호천이 휠체어를 천천히 밀어 소지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얼굴이며 팔에 선명히 남은 상처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많이 아프지?”유호천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오랜만에 입을 연 듯 서툴렀다.소지연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그의 다리에 둘린 석고를 바라봤다.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임호원은 원한을 품으면 반드시 갚는 잔인한 인간이었다.“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된 거야.”소지연은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넌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어.”그 웃음에는 분명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마치 그를 원망하듯, 애써 거리를 두는 표정이었다.유호천의 손이 휠체어 손잡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며 꾹 눌러온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렇게 한참을 버티던 그는 결국 눈가가 붉어지고 말았다.“소지연, 너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잔인해야 해?”소지연은 그 시선을 피했다. 두 손을 꼭 맞잡아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간신히 마음을 붙들었다.소지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유호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곧 고맙단 인사는 따로 할게. 근데 지금은... 너무 지쳐서 좀 쉬고 싶어.”결국은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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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소지연은 눈을 감은 채,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한편.윤하경이 다시 주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강현우가 붙여둔 경호원들의 위압적인 기세가 밤새 집안을 짓눌렀는지, 주명화와 이옥연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윤하경이 들어서자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움찔했다.“하경 씨, 드디어 오셨군요.”이옥연은 전날 고함을 지르던 기세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잔뜩 굽신거리며 다가와 억지웃음을 지었다.“제발 이제 사람들 좀 데려가세요. 저희가 잘못한 건 알지만 밤낮으로 지켜서 살 수가 없어요. 장을 보러 나가는 것도 막고 밥해 먹는 것조차 못 하게 하니...”윤하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과하다고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오히려 강현우가 붙여둔 경호원들이 절도 있고 얌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이옥연은 순간 말문이 막혀 더는 할 말이 없었다.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앉아 두 팔을 꼬았다. 강현우 특유의 여유로운 태도를 그대로 흉내 낸 듯한 모습이었다.“지연이는 지금 병원에서 의식도 못 차릴 만큼 크게 다쳤어요. 이제 얘기해 보죠.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윤하경은 이미 오는 길에 결심을 굳혔다. 소지연은 이 도시에 기댈 가족 하나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대신 목소리를 내야 했다.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주명화는 억울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그건 저희 잘못이 아닙니다. 지연이가 다친 건 임씨 가문 쪽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따질 게 있으시다면 그쪽을 찾아가셔야죠.”윤하경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두 쪽 다 책임이 있죠. 소지연이 다친 건 이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책임을 피하려는 건 말도 안 되죠.”말을 이어가며 윤하경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물론, 제가 원한다면 다른 방법도 있어요.”주명화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건 어디까지나 집안일인데...”“집안일?”윤하경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소지연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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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주명화는 윤하경이 하나하나 따져 물으며 빚까지 계산하는 모습에 얼굴빛이 굳어졌다.옆에 있던 이옥연 역시 얼굴이 잿빛으로 처졌다.하지만 눈앞에는 경호원들이 버티고 있으니 억울해도 삼켜야 했다.오늘은 돈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 여자를 도저히 돌려보낼 수 없다는 걸 주명화도 잘 알았다.이를 악물던 그는 끝내 발을 구르며 말했다.“10억!”윤하경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웠다.“좋습니다. 바로 송금하세요.”윤하경은 소지연 계좌번호를 꺼내 들이밀었다.“지금 여기로 보내세요.”윤하경의 성격은 늘 단호했다. 소지연에게 필요한 건 당장 쓸 수 있는 돈, 그리고 그 돈은 원래부터 주명화가 갚아야 할 빚이었다.주명화는 재무팀에 전화를 걸어 이체를 지시하려 했지만 윤하경이 곧장 제지했다.“법인 계좌 말고 개인 계좌에서 보내시죠.”주명화는 눈을 흘기며 윤하경을 노려봤지만 결국 자기 휴대폰으로 직접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이제 됐죠?”이옥연이 옆에서 억눌렀던 말을 끝내 토해냈다.목소리에는 피가 마르는 듯한 고통과 함께, 뼛속까지 저린 아까움이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비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관여할 자격도 없는 분은 끼어들지 말고 조용히 계시죠.”이옥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떨었다.윤하경은 돈을 챙기고는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이옥연이 재빨리 물었다.“어디 가는 거예요?”윤하경은 비웃듯 고개를 돌려 말했다.“지연의 물건을 챙기러요. 이 지경이 됐는데 설마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하세요?”윤하경은 차갑게 내뱉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소지연의 방에 들어선 윤하경은 침대 밑을 살펴보다가 곧바로 서류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안에는 각종 데이터와 주명화의 불법 거래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윤하경은 대충 훑어본 뒤, 필요한 물건 몇 개를 챙겨 들고 내려왔다. 그녀가 떠나자 경호원들도 함께 철수했는데 그때 뒤에서 이옥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나가셨지만...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이실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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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윤하경과 소지연이 한참 장난스레 붙어 있던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문가에 기대선 강현우의 큰 체격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지만 길게 뻗은 몸매와 묵직한 기운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다. 담담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윤하경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강현우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짧게 뗐다.“네가 여기 있는 거 알아서. 겸사겸사 유호천도 보려고.”말은 담담했지만 시선은 곧장 소지연이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그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자 소지연은 얼른 손을 거두며 헛웃음을 흘렸다.그러더니 살짝 눈을 굴리며 속으로 투덜댔다.‘내가 강현우 눈치를 왜 봐야 해? 내가 하경이를 안 세월이 더 긴데.’그러면서 괜히 흥하고 소리를 내더니 다시 윤하경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애교를 부렸다.“하경아, 내일 꼭 일찍 와야 해.”옆눈으로 강현우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는 걸 본 소지연은 입꼬리를 더 올리고는 일부러 더 달콤하게 말을 이어갔다.“너 없으면 난 진짜 어떻게 살아.”윤하경은 그런 속셈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고맙다는 뜻으로 하는 말인 줄 알고 웃으며 손을 들어 소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평생 같이 살자.”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갑자기 다가온 커다란 손이 윤하경을 확 끌어냈다.“이제 가자.”강현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윤하경은 여전히 눈치를 못 채고 떠나면서 뒤돌아 소지연에게 윙크했다.“내일 봐.”소지연은 장난스럽게 웃었고 그 모습을 본 윤하경은 피식 웃었지만 강현우는 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차에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기사 없이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윤하경은 그제야 민진혁이 아직 모성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강현우는 윤하경을 조수석에 태우고는 아무 말 없이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윤하경이 강현우의 옆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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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윤하경은 강현우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장난스럽게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손등 위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간질거리는 감각에 강현우는 잠시 참고 있었지만 곁눈질로 윤하경을 흘깃 바라봤다.마침 차가 별장 차고에 멈춰 섰다.강현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윤하경의 부드러운 손을 움켜쥐어 확 끌어당겼다.억눌린 열기가 어린 눈빛이 그녀를 정면으로 꿰뚫었다.“먼저 덤빈 건 너잖아.”낮게 내뱉은 말과 동시에 강현우의 입술이 윤하경의 붉은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그는 마음껏 탐하듯 그녀의 입술을 훑고 짓누르고 가볍게 깨물었다.윤하경은 애써 밀쳐낼 힘조차 없었고 사실 밀쳐낼 마음도 없었다. 몇 분이 흐르자 혀끝마저 감각이 마비되는 듯 얼얼해져 와, 온몸이 힘없이 가라앉았다.그제야 강현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음...”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가볍고 맑은 소리가 흘렀고 윤하경은 겨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차 안의 뜨겁고 아슬아슬한 기운은 한층 더 고조됐다.강현우는 혈기 넘치는 나이였다. 오랫동안 억눌러온 욕망이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윤하경의 흐려진 눈을 보자마자 거친 숨이 섞여 나왔다.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격하게 오르내리는 가슴 위로 올라갔다.옷자락을 풀려는 순간, 윤하경이 서둘러 그의 손을 붙잡았다. 눈가와 입매에는 이미 붉은 기운이 번져 있었고 목소리는 간절하게 떨렸다.“안 돼요... 여기서는.”말하는 순간 숨결이 그대로 강현우의 얼굴에 닿아 축축하게 번졌다.그는 얄궂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숙여 다시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듯 스치며 낮게 웃었다.“오랜만이네. 기분 전환도 나쁘지 않잖아. 안 그래? 하경아.”그 말과 함께 강현우의 손이 그녀의 안전벨트 위로 내려가 딸깍 소리와 함께 버클이 풀렸다.윤하경은 뜨겁게 달아오른 손길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 몸이 번쩍 들어 올려져 그대로 강현우의 품에 안겼다.그는 단 한 번의 동작으로 둘의 위치를 단숨에 뒤집었다.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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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윤하경은 놀랐다. 분명 숨소리조차 죽이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치챘는지 의아했다. 순간 강현우의 까칠한 턱이 목덜미에 스치듯 닿아 오싹하게 간질거렸고 몸을 조금 비틀자 곧바로 강현우가 다시 끌어안으며 낮게 속삭였다.“오늘은 약속 없어. 그냥 자.”윤하경은 작게 대답하며 눈을 감았지만 곧 떠오른 생각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제 한선아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이 떠올랐다.오늘은 한선아의 생일이라 가족 모임을 연다고 했는데 바쁘다 보니 강현우에게 전하지 못했다. 괜히 자신이 뒤집어쓸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말했다.“현우 씨,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 주셨어요. 오늘 생신이라 가족 모임을 하신다고... 전해 달라고 했어요.”방금 전까지 눈을 감고 있던 강현우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빛났다.“안 가.”그는 윤하경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쉰 목소리로 단호하게 뱉었다.“잘 거야.”그 말속에 묻어나는 불만이 분명 느껴졌다. 윤하경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래도 안 가시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나중에 어른들께 불효자라는 소리 들으시면...”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불효자 하나쯤이야. 이미 덮어씌워진 죄명이 몇 개인데 그게 대수겠어.”윤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사실 세상에서 떠도는 강현우에 대한 소문은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잔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말부터, 형제를 해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그를 겨냥한 공격이었다.하지만 정작 강현우 본인은 단 한 번도 그런 말들을 개의치 않는 듯했다.윤하경은 짧게 감탄한 뒤, 굳이 더 따지고 들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도 한선아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으니 가지 않는다고 해도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모처럼 마음 놓고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윤하경은 포근한 머리를 강현우의 품에 더 깊숙이 파묻으며 몸을 기댔다.“그런데 현우 씨, 어제는 왜 그렇게 화를 내신 거예요?”강현우는 짧게 기침을 했다. 윤하경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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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윤하경은 눈치채지 못했다. 강현우가 눈을 감은 채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막 고요하게 번져가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협탁 위에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리며 방 안 공기를 단숨에 갈라놓았다.강현우의 미간이 바로 찌푸려졌다.막 눈을 붙였던 윤하경도 다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현우 씨, 전화 왔어요.”강현우는 팔을 뻗어 전화를 집어 들었다.“여보세요?’강현우가 뱉은 목소리에는 분위기를 깨뜨린 전화에 대한 불쾌감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전화를 건 사람은 우지원이었다. 그는 순간 멈칫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오전 열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그런데 강현우의 목소리는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처럼 들렸다.평소라면 아침 일곱 시에 정확히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극도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 바로 강현우였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우지원은 슬쩍 웃음을 머금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냈다.“형, 분위기 깨고 싶은 건 아닌데... 급히 보고드릴 일이 생겼어.”“진짜 급한 일이 아니면 죽여 버릴 거야.”강현우의 목소리는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우지원은 목을 움츠리며 조심스레 한마디를 전했다. 반쯤 졸린 윤하경은 그 말뜻을 또렷이 듣지 못했지만 다음 순간 강현우가 벌떡 몸을 일으키는 소리에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방금 한 말... 다시 해.”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서늘한 위압이 실려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윤하경도 분위기만으로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잠시 뒤, 전화를 끊은 강현우는 곧장 침대에서 내려섰다. 윤하경도 따라 일어나려다, 어젯밤 샤워 후 강현우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입히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불 밖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드러날 판이었다.그녀는 황급히 이불을 움켜쥐며 물었다.“어디 가세요?”강현우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낮게 대답했다.“본가로.”역시 결국 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윤하경은 강현우가 마음을 바꾼 건 분명 우지원이 전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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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하경아, 현우야, 오늘은 또 이렇게 일찍 왔구나.”강현우의 표정이 썩 밝지 않은 걸 본 한선아는 곧장 윤하경의 팔을 붙잡고 사모님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자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집 며느리예요. 윤하경. 아마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은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윤하경은 한선아가 이렇게 다정한 척 손을 붙잡는 게 썩 달갑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굳이 얼굴을 붉히며 분위기를 깨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녀는 얌전히 서서 모두를 향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경성 사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강씨 집안의 이야기도 어지간히는 알고 있었다. 한선아가 윤하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미 다 아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두 사람이 화목한 척하고 있으니 괜히 나서서 흠잡을 사람은 없었다.그때 누군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사모님, 며느리를 이렇게 소개하실 정도면 이제 슬슬 결혼식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한선아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곧 할 거예요. 지금 준비 중이랍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요즘 결혼식 준비라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웬만한 드레스 하나 맞추려 해도 1, 2년은 잡아야 하니.”그러면서 웃음을 더 짙게 띠며 덧붙였다.“아무튼 곧 좋은 날 잡아서 꼭 우리 아들, 며느리의 결혼식에 모실게요.”말하는 태도는 마치 정말로 윤하경이 마음에 쏙 든다는 듯했다.윤하경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저 정도 연기면 무대에 서도 손색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저 꼭두각시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그러던 중, 허리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강현우가 곁으로 다가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집안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모임은 다음에 다시 하시죠.”말끝을 듣는 순간, 응접실의 공기가 서늘해졌다.모두를 향한 노골적인 내쫓음이었다. 사모님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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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강현우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제가 굳이 여기까지 온 건...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 있어서요.”한선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겉으로는 언제나 효자와 다정한 모자의 모습으로 보였지만 정작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을 얼마나 차갑게 대하는지.특히 윤하경과 관련된 일이 있었던 후로는 강현우의 마음이 더더욱 멀어져 버렸다.그래서 이번에도 일부러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계를 회복하려 했는데 선물이라니. 한선아는 살짝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띠며 맞장구쳤다.“그래도 아직은 철이 있구나. 선물? 뭔데?”강현우는 그 웃음을 잠시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스쳤다.“잠시만요.”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여유로운 동작이었지만 묘하게 사람을 위축시키는 기운이 흘렀다.“들고 와.”잠시 후, 현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우지원이 두 명의 건장한 남자와 함께 들어섰고 그들이 끌고 온 건 온몸이 묶인 채 입까지 막힌 한 소년이었다.우지원은 특유의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한선아를 향해 인사했다.“사모님, 생신 축하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빕니다.”그리고 능청스럽게 말을 보탰다.“우리 형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선물입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실 겁니다.”보디가드들이 소년을 거실 한가운데 세워 두자 언제나 기품을 잃지 않던 한선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늘 기품 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이게... 이게 뭐니 현우야. 무슨 뜻이야?”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다잡아 보려 했지만 불안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소년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지만 눈빛만큼은 매섭게 살아 있었다.그 시선은 원망을 넘어 차라리 증오에 가까웠고 강현우를 향해 마치 같이 끝장내겠다는 기세로 불타올랐다.하지만 강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한선아를 향해 물었다.“마음에 안 드십니까?”피붙이인 아들 앞에서조차 한선아는 온몸이 땀에 젖고 긴장으로 굳어졌다. 아들을 마주한다기보다 낯선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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