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다 말고 그 소리를 멈췄다.“무슨 뜻이야, 또 질리면 버리겠다는 거야?”윤하경은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기침을 삼켰다.“저도 약에 취해서 그랬던 거잖아요.”강현우는 코웃음을 흘리며 성큼 다가와 윤하경의 턱을 움켜쥐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분하던 얼굴은 단숨에 얼어붙은 듯 냉혹하게 굳어졌고 그의 시선에는 폭풍 전야 같은 긴장이 감돌았다.“윤하경, 다시 내 앞에서 이혼 같은 소리 꺼내면 두고 봐.”“저...”윤하경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을 울렸다.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삼키며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잠시만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대꾸 없이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윤하경은 조심스레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자 발밑이 꺼지는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신자는 하석호였다.새벽 한밤중, 그가 이런 시간에 전화를 걸어올 리가 없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불길한 예감이 가시지 않은 채 그녀는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하경아, 어디야?”다급한 목소리 속에 불길한 예감은 더 짙어졌다.“지금 강성에 있어, 왜?”“빨리 모성으로 돌아와. 외할아버지, 위독하셔.”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윤하경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 숨이 막혀왔다.“뭐라고? 거짓말이지? 나 떠날 때만 해도 외할아버지 정정하셨는데...”“지금 가족들이 전부 모성으로 가고 있어. 나도 밤새 달려가는 중이야.”뚝, 차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통화는 끊겼고 윤하경은 핸드폰을 든 채 멍하니 굳어 서 있었다.강현우는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가신 듯한 표정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외할아버지... 상태가 그렇게 안 좋으신 거야?”윤하경은 눈물이 차오른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저, 지금 바로 모성으로 가야 해요.”그러나 두 걸음도 못 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고 강현우가 곧장 그녀를 붙들어 부축했다. 굳센 팔이 허리를 감싸자 그녀는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내가 데려다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