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231 - Chapter 1240

1432 Chapters

제1231화

“응?”민진혁은 갑자기 불린 이름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의아한 기색이 스친 순간, 백지유가 조심스레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민진혁은 순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았다.그가 가만히 있는 걸 보고 용기를 얻은 백지유는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면서도 더 깊숙이 다가갔다. 조심스레 그의 입술을 스쳐 지나가던 혀끝에 은은한 샤워 후의 향이 배어 있었다.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진 민진혁은 한동안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나이 차도 있고 세상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뜨거운 고백 앞에서는 심장이 통제 불능으로 뛰었다.그러나 이내 정신을 다잡은 그는 어깨를 잡아 그녀를 떼어냈다.“지금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낮게 울린 목소리는 밤공기 속에서 더욱 거칠게 들려왔다.백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마치 갓 익은 사과처럼 붉어진 뺨을 떨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아요. 제가 뭘 하는지.”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진혁 오빠, 저... 평범한 거 알아요. 하지만 오늘 이런 행동을 한 건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거예요. 충동적으로 한 게 아니에요.”그 진지한 눈빛을 마주한 민진혁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멈칫했다. 그러다 생각이 스쳐 지나간 듯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물었다.“설마... 날 이용해서 강현우 곁에 다가가려는 건 아니지?”“뭐라고요?”백지유는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상처받은 얼굴로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오빠 눈에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민진혁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다만...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히 믿기 힘들어서. 내겐 그저,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 같아서.”그 말에 백지유의 표정은 한순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금세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라 곧이라도 쏟아질 듯 흔들렸다.“맞아요. 저 잘못한 거 많아요. 현우 오빠에게도 안 될 마음 품은 적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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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민진혁은 눈앞에 바짝 다가온 백지유를 보며 순간 몸이 굳었다. 그녀는 눈부시게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았다. 작은 얼굴은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여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살짝 벌어진 입술은 마치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아슬아슬했다.민진혁의 목이 천천히 움직였다. 삼키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긴장한 순간이었다.“지유야... 너 정말 나 좋아하는 거야?”백지유는 대답 대신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돌려 피했다.민진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잡아 돌리며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대답해. 정말 좋아하는 거냐고.”순간, 백지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또 저를 모욕하려는 거예요?”그녀는 울먹이며 목소리를 높였다.“나 오빠 안 좋아해요. 오빠는 나쁜 사람이에요. 제일 싫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은 다시 막혔다.백지유의 눈이 커지며 놀람이 번졌다. 하지만 민진혁은 단호히, 그리고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깊어지는 입맞춤에 그녀는 결국 저항을 잊고 몸을 맡겼다.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작은 가슴이 터질 듯 뛰었고 낯선 달콤함이 퍼져갔다.사랑에 대해 책과 영화로만 배워왔던 그녀는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듯 민진혁의 움직임에 응답했다. 그 서툰 반응조차 민진혁의 안에 쌓여 있던 불씨를 단숨에 불태웠다.그는 뜨겁게 타오르며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숨이 가빠오는 사이,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나는 한 번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지켜. 그러니까... 네가 지금 마음을 바꾼다면 아직 늦지 않아.”백지유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화가 나 울던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두려움과 설렘이 한꺼번에 얽혀 더 뜨겁게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안고 속삭였다.“저...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살살 해줘요.”떨리는 목소리와 그 속에 담긴 두려움에 민진혁은 이를 꽉 물었고 곧 그녀를 안아 침실로 향했다.하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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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윤하경은 잠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애써 묻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진혁 씨, 혹시... 지유 씨랑 두 사람...”민진혁은 거리낌 없이 담담하게 답했다.“네, 우리 사귀기로 했습니다.”그의 말은 솔직하고 당당했다. 원래부터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으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옆에서 그 대답을 들은 백지유는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숙였다. 수줍게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저... 저 먼저 씻고 올게요.”도망치듯 욕실로 향하던 그녀는 전날 밤의 여파로 다리에 힘이 풀려 문 앞에서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민진혁이 재빨리 달려가 부축하자 백지유는 눈길조차 주지 못한 채 황급히 욕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민진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전화를 귀에 댔다.“형수님, 무슨 일이십니까?”윤하경은 애써 속내를 감추며 물었다.“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오늘 시간 되면 잠깐 들를 수 있어요?”민진혁은 욕실 쪽을 흘깃 본 뒤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오늘은 좀 어렵습니다. 사정이 있어서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대표님께 제가 일이 있다고 전해 주시겠습니까? 정리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윤하경은 눈치로 상황을 짐작하고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 전해 드릴게요.”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본래의 질문을 꺼냈다.“그럼... 모성 쪽은 어떻게 됐나요? 하석호는 무사하죠?”“네. 멀쩡합니다.”민진혁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다친 것도 그냥 연기일 뿐입니다. 정리 끝내고 나면 따로 어르신 산소를 다시 모실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하셨습니다.”“그렇군요.”윤하경은 안도하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지유 씨랑 푹 쉬세요.”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마음이 복잡했다.그때, 닫혀 있던 서재 문이 열리며 강현우가 걸어 나왔다. 하룻밤을 고요히 보낸 탓인지 다시 예전처럼 절제된 기품이 돌아와 있었고 그의 주위는 여전히 차갑고 위압적인 기운으로 가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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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윤하경은 소지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가자.”소지연이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근데 강현우가 허락하겠어?”윤하경은 어깨를 으쓱였다.“결혼했다고 내 인생까지 다 맡긴 건 아니잖아.”그러면서도 강현우의 집착에 가까운 소유욕이 떠올라 순간 마음이 움찔했다. 그래도 애써 고개를 곧게 들고 말했다.“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뜻밖에도 유호천이었다. 그녀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어쩜 올 때마다 꼭 마주치네...’윤하경은 곧장 소지연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럼 난 이만 갈게.”문 쪽으로 걸어가다 유호천을 향해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뒤에서 유호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연아, 방금 너 해외에 나가고 싶다던데... 내가 같이 가면 안 돼?”윤하경의 발이 잠시 멈췄다. 병실 쪽을 힐끗 돌아보며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린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발걸음을 옮겨 나왔다.윤하경이 강현우와 함께 사는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배씨 가문 저택.그곳에 도착하니 이미 소식을 들은 진해리가 정원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임신 중이라 더위를 많이 타는 진해리는 오늘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헐렁한 옷차림 덕분에 배가 불러온 건 아주 희미하게만 드러났다. 영양사가 매일 끼니마다 챙겨주고 돌본 덕에 살이 불지 않고 오히려 임신 전보다 얼굴빛이 더 좋아 보였다.진해리는 윤하경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아유, 귀한 손님 오셨네. 드디어 왔네? 우리 지훈이가 나서지 않았으면 끝내 못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윤하경은 장난스럽게 눈을 굴리며 받아쳤다.“다음에 또 그런 농담하시면 저 진짜 안 올 거예요.”“아이고 참.”진해리가 웃으며 윤하경의 손을 꼭 잡았다.“농담이죠, 뭐.”두 사람은 정원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진해리는 하인을 불러 차를 내오게 했고 윤하경은 무심코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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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진해리가 나타나지 않자 윤하경은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 했다. 그 순간, 어깨 위에 갑자기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누나.”익숙한 호칭이 들려오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고개를 돌리니 배경빈이 옅은 웃음을 띠고 서 있었다. 윤하경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이름 부르세요.”평범한 말이었지만 배경빈 입에서 나오면 괜히 묘한 기운이 섞였다. 불필요하게 친밀하고 선을 넘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 윤하경은 불편하기만 했다.오랜만에 마주한 얼굴이었다. 진해리를 보러 올 때도 그가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윤하경은 그의 손을 조용히 치워내며 시선을 피했다.그러자 배경빈이 서운하다는 듯 낮게 물었다.“왜 제 연락을 다 막으셨어요?”윤하경은 곁눈질로 그를 흘겨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이유 모르세요? 제 목숨이 아까워서였죠.”예전에 무모하게 끌려 나갔다가 자동차 레이스에 휘말려 사고까지 난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을 일이다.배경빈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짧은 침묵 끝에 그는 다시 물었다.“하경 씨, 강현우랑 결혼했다는 거... 사실이에요?”윤하경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식 올릴 때 부를게요. 와서 축의금 내세요.”너무 담백하고 냉정한 대답에 배경빈은 가슴을 움켜쥐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한테는 이제 정말 기회가 없는 건가요?”윤하경은 하늘을 보듯 눈을 굴리며 황당해했다. 진지하게 대답해 주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강한 손이 뻗어와 그녀의 손목을 단번에 끌어당겼다.순간, 윤하경의 몸은 익숙한 품에 안겼다.“내가 있는 한, 넌 기회 없어.”낮고 묵직한 강현우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자 흐릿한 불빛 아래 드러난 그의 매끈한 옆얼굴이 보였다.강현우는 윤하경을 단단히 끌어안은 채 배경빈을 내려다봤다.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하경이는 늘 성숙한 사람을 좋아하지, 철없는 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배경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독기 어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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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나 고기 먹을래.”오랜만에 이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본 진해리는 배지훈이 괜히 분위기를 깨는 게 싫어 짐짓 투정을 부렸다.배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기를 챙겨주었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윤하경은 더 이상 젓가락을 들지 않고 자리를 빌미로 진해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강현우도 일어서며 곁눈질로 배경빈을 바라봤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그를 향하자 배경빈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강현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짧은 말만 남기고는 윤하경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배지훈은 참다못해 배경빈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방금 전까지 윤하경 앞에서 억지로 웃음을 띠던 배경빈은 이내 표정을 굳히며 매섭게 물었다.“왜 이러는 거야?”“내가 왜 이러겠어?”배지훈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윤하경이 강현우랑 이미 결혼한 거 몰라?”“알지.”배경빈은 코웃음을 치며 태연하게 답했다.“결혼이 뭐 대수라고? 마음만 먹으면 못 흔들 담장이 어디 있겠어.”그 뻔뻔한 말에 배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배경빈이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등을 보이며 사라지는 배경빈을 바라보던 배지훈은 이를 악물었다.자신도 한때는 철없다 불릴 만큼 방탕했지만 지금의 배경빈은 도를 넘어 있었다.하필 눈길을 준 여자가 강현우의 아내라니. 온 경성을 통틀어 감히 강현우와 맞설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배지훈은 확신했다. 자신이 중간에서 막아서지 않았다면 강현우는 벌써 배경빈을 땅속에 묻어버렸을 거라고.진해리는 흥분한 배지훈의 손목을 붙잡아 진정시키려 했다.“아직 어리잖아. 괜히 화내지 마. 내가 보기에는 강현우도 크게 화내진 않은 것 같아.”“그건 평소에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이야. 그러니 저 모양이지.”배지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진해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아기 때부터 내가 지켜봐 와서 알아. 본래는 참 착한 애였어. 다만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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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싫어!”강소연이 단호하게 소리치며 고개를 홱 돌렸다.“오늘이 내 생일이야. 그런데 왜 전화도 안 받았어? 내가 식당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배경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윤하경 앞에서 보였던 태도와는 달리, 강소연에게는 훨씬 거칠고 매서웠다.“마지막으로 말한다. 내려.”그의 목소리는 냉랭했다.그러자 강소연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싫다니까... 안 내려.”배경빈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렸다.“후회하지 마.”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갑자기 시동을 걸고 액셀을 힘껏 밟았다. 차가 튀어 나가며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강소연은 깜짝 놀라 급히 안전벨트를 채우고 두 눈을 토끼처럼 붉게 만든 채 배경빈을 노려봤다. 겁에 질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꾹 참으며 소리 한마디 내지 않았다.원래도 스피드를 즐기던 배경빈은 이번에는 아예 장난처럼 속도를 더 높였다. 차는 도로 위를 이리저리 가르며 달렸고 그에게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레이싱의 쾌감이 스며들었다.그는 흘끗 옆을 보았다. 창백해진 얼굴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강소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억지로 굳힌 표정이 오히려 그의 마음을 거슬리게 했다.순간, 그는 핸들을 세게 꺾었다. 차가 요동치며 도로를 가로질러 회전한 뒤 방향을 바꿔 도시 외곽 쪽으로 내달렸다.도심보다 차가 적은 외곽 도로에서도 그의 운전은 여전히 위험했고 강소연의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조여 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자존심을 지켰다.차는 산을 향해 이어진 굽이진 길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어두워질수록 길은 더 험해졌고 배경빈의 발끝에 짓눌린 액셀은 끊임없이 엔진음을 울려댔다.마침내, 마지막 굽잇길 앞에서야 차가 멈춰 섰다.강소연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며 차가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안전벨트를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배경빈은 차를 멈추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깃 보며 비웃듯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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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배경빈은 이렇게 뻔뻔한 여자는 난생처음 보는 듯했다.담배를 쥔 손이 잠시 멈추고 배경빈은 고개를 숙여 강소연을 진지하게 훑어보았다.강소연의 얼굴에는 간절한 기대가 서려 있었고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배경빈은 잠시 착각했다. 마치 윤하경 앞에 서 있던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그는 결국 독한 말을 삼켰지만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짧게 내뱉었다.“됐어, 말해봐.”배경빈이 마침내 허락하자 강소연은 환호성을 내질렀다.“야호! 그럼 오늘 밤 여기서 나랑 같이 있어 줘. 스무 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보내고 싶어.”강소연은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며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었다. 좋아하는 남자도 갖고 싶은 물건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배경빈은 달랐다. 그녀의 마음을 단호히 뿌리치는 첫 번째 사람이었다.처음에는 화가 나야 하는데 오히려 그는 멀리할수록 더 가까이 가고 싶어졌다.‘나는 정말 미친 게 틀림없어....’배경빈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피식 웃으며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감아올렸다. 그러고는 힘껏 당겨 순식간에 둘의 자리를 바꿔버렸다.강소연은 차체에 몸이 밀려 붙여지며 순간 멍해졌다. 곧 얼굴이 발갛게 물들고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니야?”배경빈은 강소연이 오래도록 쫓아다닌 사람이었지만 막상 이렇게 가까워지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듯했다. 가슴은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쳤다.배경빈은 비웃는 듯 낮게 말했다.“못 할 것도 없지.”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하지만 내가 너 소원 들어줬으니 너도 내 부탁 하나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강소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배경빈의 깊은 눈빛을 마주쳤다.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며 원하는 남자를 골라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배경빈만을 쫓아다니는 건 이유가 분명했다.그는 정말 잘생겼다. 어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목구비, 또래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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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강소연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 듯 서러움에 잠겨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필이면 자기의 형수인 윤하경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상처였다. 눈물이 커다란 알갱이로 뚝뚝 떨어지며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죽어라, 배경빈... 못돼 먹은 배경빈!”그녀는 나무를 마구 발로 차며 이를 갈았다.그러나 등 뒤 숲속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두 쌍의 눈빛은 눈치채지 못했다.유선과 황수광은 시내에서 사고를 치고 경찰의 눈을 피해 이 산 중턱 동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낮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밤에만 숲 가장자리로 나와 공기를 쐬고는 했다.이런 늦은 시각,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방심했는데 뜻밖에도 조금 전 강소연과 배경빈이 차를 몰고 올라온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 황급히 풀숲에 몸을 숨겼고 그 틈에서 벌어진 일들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지금, 혼자 남은 강소연이 여전히 산 정상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유선이 음흉하게 웃으며 황수광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야, 이런 게 천운이지 뭐냐. 딱 좋은 기회 아냐? 너 여자 안 만난 지 얼마나 됐어?”황수광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노랗게 빛나는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강소연은 눈물이 번진 얼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여리고 사랑스럽게 보였다.“벌써 일 년 넘었지. 몸이 미칠 지경이라고.”그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괜히 바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금세 주저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근데... 아까 그 남자 차, 몇 억은 족히 하던데.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나는 거 아냐?”유선은 비웃듯 침을 뱉었다.“에이, 눈도 없냐? 그놈, 애초에 저 여자 눈곱만큼도 안 좋아하더구만. 신경 쓸 게 뭐 있어. 여기 CCTV도 없고 누가 알기라도 하겠냐.”황수광은 여전히 망설였지만 유선은 성질 급하게 풀숲을 걷어내며 앞으로 나섰다.“겁나면 뒤에 처박혀 있어. 난 더 못 참겠다.”욕지기가 섞인 그의 목소리를 듣자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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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강소연은 몇 발짝 달리기도 전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사내가 불쑥 튀어나와 그녀를 거칠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순간 코끝을 찌르는 역겨운 냄새가 온몸을 감쌌다.“놔요! 제발 놔요!”강소연은 겁에 질려 거의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 순간, 그녀는 뼛속 깊이 후회했다. 예전에 힘들다는 이유로 운동이나 호신술을 배우지 않은 게 너무 뼈아팠다.곧, 위에서 몸을 짓누르던 황수광이 옆에 있는 유선에게 욕을 내뱉었다.“X발, 괜히 꾸물대서 애 도망칠 뻔했잖아.”뒤따라온 유선이 히죽거리며 다가왔다.“걱정하지 마. 네가 있으니까 잡은 거지. 빨리 숲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묶어. 오늘 밤은 마음껏 즐겨야지.”그는 역겨운 웃음을 흘리며 더러운 손을 뻗어 강소연의 몸을 더듬었다.강소연은 이를 악물고 몸부림치며 외쳤다.“제발 이러지 마세요! 난 강씨 가문의 딸이에요.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드릴게요. 원하는 대로 줄 테니까 그냥 보내주세요!”그 말에 황수광이 움찔하며 유선을 돌아봤다.“강씨 집안이라고? 그럼 차라리 납치하는 게 낫지 않냐?”그러나 곧장 그의 뺨에 거친 손이 날아왔다.“병신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먼저 즐기고 나중에 돈 뜯으면 되잖아. 강씨네가 돈을 안 내겠어?”그 대답을 들은 순간, 강소연의 심장은 얼음장 밑으로 곤두박질쳤다.“살려주세요!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강소연은 온 힘을 다해 외쳤지만 곧 유선의 악취 섞인 손이 그녀의 입을 거칠게 막아버렸다.“닥쳐. 더 소리 지르면 바로 죽여버린다.”유선의 음습한 숨결이 귀 옆으로 스며들며 차가운 협박이 꽂혔다.다음 순간, 두 사내는 강소연을 억지로 붙들고 숲속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한편, 배경빈은 차를 몰아 산길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두 눈은 도로 앞만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자꾸만 조금 전 자신 앞에 서 있던 강소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젠장, 진짜 귀찮게 하네...”그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더 높였다. 하지만 불현듯 마음이 불편해지자 갑자기 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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