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 듯 서러움에 잠겨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필이면 자기의 형수인 윤하경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상처였다. 눈물이 커다란 알갱이로 뚝뚝 떨어지며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죽어라, 배경빈... 못돼 먹은 배경빈!”그녀는 나무를 마구 발로 차며 이를 갈았다.그러나 등 뒤 숲속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두 쌍의 눈빛은 눈치채지 못했다.유선과 황수광은 시내에서 사고를 치고 경찰의 눈을 피해 이 산 중턱 동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낮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밤에만 숲 가장자리로 나와 공기를 쐬고는 했다.이런 늦은 시각,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방심했는데 뜻밖에도 조금 전 강소연과 배경빈이 차를 몰고 올라온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 황급히 풀숲에 몸을 숨겼고 그 틈에서 벌어진 일들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지금, 혼자 남은 강소연이 여전히 산 정상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유선이 음흉하게 웃으며 황수광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야, 이런 게 천운이지 뭐냐. 딱 좋은 기회 아냐? 너 여자 안 만난 지 얼마나 됐어?”황수광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노랗게 빛나는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강소연은 눈물이 번진 얼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여리고 사랑스럽게 보였다.“벌써 일 년 넘었지. 몸이 미칠 지경이라고.”그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괜히 바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금세 주저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근데... 아까 그 남자 차, 몇 억은 족히 하던데.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나는 거 아냐?”유선은 비웃듯 침을 뱉었다.“에이, 눈도 없냐? 그놈, 애초에 저 여자 눈곱만큼도 안 좋아하더구만. 신경 쓸 게 뭐 있어. 여기 CCTV도 없고 누가 알기라도 하겠냐.”황수광은 여전히 망설였지만 유선은 성질 급하게 풀숲을 걷어내며 앞으로 나섰다.“겁나면 뒤에 처박혀 있어. 난 더 못 참겠다.”욕지기가 섞인 그의 목소리를 듣자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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