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241 - Chapter 1250

1432 Chapters

제1241화

강소연 위에 올라탄 두 남자는 잠시 이유 모를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힘없이 눈동자만 굴려보았지만 입은 더러운 천으로 막혀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한편, 바깥에서 강소연을 부르며 헤매던 배경빈의 눈에 길가에 벗겨진 신발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아까 강소연의 옷차림을 자세히 본 건 아니었지만 이 신발이 분명 그녀가 평소 즐겨 신던 스타일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순간 얼굴이 굳으며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풀숲에는 누가 끌려간 듯한 자국이 또렷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배경빈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장면들이었다.배경빈은 더는 강소연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풀숲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숲속으로 발을 옮겼다.숨어 있던 유선과 황수광은 잠시 움직임을 멈춘 뒤, 밖에서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비열하게 웃었다.“봐, 진짜 가버렸잖아.”유선은 벌써 윗옷을 벗은 채 강소연을 내려다보며 더러운 이를 드러냈다.“그 남자는 널 좋아하지도 않는 거야. 그래도 오빠가 널 ‘아껴’줄 테니 걱정하지 마.”강소연은 역겨움에 구토가 치밀었지만 입이 막혀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전신이 절망으로 가라앉고 눈동자마저 움직이기 싫을 만큼 무기력했다.유선이 낮게 낄낄거리며 마지막 속옷마저 벗어 던지려는 순간.쾅!묵직한 충격이 그의 뒤통수를 강타했다.놀란 유선이 눈을 치켜뜨고 돌아보려 했으나 이미 시야는 검게 가라앉아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황수광은 그 광경에 겁을 집어삼키며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배경빈이 순식간에 팔을 붙잡아 꺾어버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황수광의 비명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이윽고 배경빈이 손전등을 켜자 날카로운 빛과 함께 드러난 그의 눈빛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사신 같았다.“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 죽고 싶어?”이미 기절한 유선은 움직이지 못했고 분노에 휩싸인 배경빈은 황수광을 향해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렸다.평소 잡범 짓이나 하던 황수광은 싸움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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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강소연의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리더니 이내 허공을 향해 멍하니 굳어졌다. 마치 금세라도 부서질 듯한 인형 같았다.배경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그녀 입을 막고 있던 더러운 헝겊을 빼냈다.“병원에 데려가겠다.”손전등 불빛에 비친 강소연의 창백한 피부에는 수많은 상처가 흩어져 있었고 부어오른 얼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배경빈은 순간, 두 인간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끝내버리기에는 오히려 아까운 짐승들이었다.그는 몸을 굽혀 강소연을 안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순간, 그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나... 나 건드리지 마.”강소연의 쉰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배경빈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췄지만 끝내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그녀를 들어 올려 품에 안고 숲을 빠져나갔다.몇 걸음 나아가자 마침내 달려온 배씨 가문의 경호원들과 마주쳤다. 배경빈은 쓰러져 있는 유선과 황수광을 흘깃 돌아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저놈들 끌고 가. 내가 직접 천천히 다뤄주지.”“알겠습니다.”경호원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황급히 그들을 제압했다.배경빈은 강소연을 안은 채 도로변으로 향했고 대기 중이던 차량의 문이 곧장 열렸다. 배경빈은 조심스럽게 강소연을 태우고는 옆에 앉아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차가 병원으로 달려가는 동안, 이미 소식을 접한 배지훈이 병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강소연을 안고 들어오는 배경빈을 보자마자 배지훈은 말없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미친놈! 대체 누가 여자애를 한밤중에 산에다 내버려두라고 했어!”배씨 가문 같은 집안에서는 작은 일도 금세 퍼져나가기 마련이었다. 배경빈이 집안 경호원을 움직인 이상, 배지훈이 사건 전말을 모를 리 없었다.평소 같았으면 배경빈은 맞받아치거나 당장 주먹이 오갔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만큼은 묵묵히 그 싸늘한 손길을 받아냈다. 그러고는 고개만 돌려 낮게 말했다.“형이 한 대 더 때릴수록 소연이는 더 오래 고통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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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배경빈은 응급실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이를 악물며 말했다.“내가 책임질 거야.”단호한 눈빛에 배지훈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책임? 이제 와서 책임진다고?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지.”배경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결국 잘못은 자기에게 있었다. 차를 몰고 산에 올라간 것도 강소연을 혼자 두고 내려온 것도 다 자신이었다. 어떻게 봐도 피할 수 없는 그의 잘못이었다.배경빈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거칠게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다음 순간, 배경빈은 병원 벽에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배경빈, 강소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널 가만두지 않는다.”급히 달려온 강현우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서늘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복도를 단숨에 짓눌렀다.평소라면 절대 강현우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을 배경빈도 지금만큼은 기세에 눌려 말을 잃었다.무엇보다 자신도 잘못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뒤따라온 윤하경은 강현우 뒤에 서서 깊이 찌푸린 미간으로 배경빈을 바라봤고 눈빛 속에는 실망이 역력했다.조금 전 집에 막 도착했을 때 강현우가 배경빈의 전화를 받았고 옆에서 듣던 윤하경은 그 자리에서 등골이 서늘해졌다.윤하경 눈에 비친 배경빈은 철없고 제멋대로인 구석은 있어도 최소한 해선 안 될 선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강소연을 한밤중에 산 정상에 혼자 두다니.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뻔히 알면서도.여자로서 윤하경은 그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배경빈은 윤하경의 눈빛이 너무 따갑게 느껴져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그러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뱉었다.“걱정하지 마. 이번 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질 거야.”“책임?”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냉정하게 뱉었다.“네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데? 내가 끝까지 지켜볼 거야.”강현우는 강씨 집안 대부분에게 정이 없었지만 강소연만큼은 달랐다. 집안 자식 중 대다수가 아들이었고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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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나자 윤하경은 강현우 곁으로 돌아와 조심스레 말했다.“의사 말로는 골절은 심하지만... 그 외에는 다행히 큰 피해는 없대요.”그 말은 사실 강현우에게만 전한 게 아니었다. 옆에 서 있는 배경빈과 배지훈도 듣도록 일부러 덧붙였다. 소문이 잘못 퍼지면 강소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을 테니 미리 막으려는 배려였다.아직 스무 살 갓 넘은 여자를 두고 ‘그런 일’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생의 굴레가 될 수 있음을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다.말을 들은 배지훈은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다 고개를 홱 돌려 배경빈의 다리를 걷어찼다.“이 자식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그 순간 강현우의 싸늘한 눈빛이 배지훈을 스쳤다.“너, 지금 그게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들리는데?”“그 말이 아니잖아.”배지훈은 혀를 차며 변명했지만 강현우가 강소연을 두고 이성을 잃을 만큼 예민해 있다는 걸 잘 알았다.날이 훤히 밝아 올 무렵, 강소연은 마침내 응급실에서 나왔다.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밀려 나오는 그녀를 본 순간, 배경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강소연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게 잠든 건지 아니면 세상을 마주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없었다.부모는 외국에 있어 당장 돌아올 수 없어 곁을 지킬 수 있는 혈육은 강현우뿐이었다.당연하게도 강현우는 강소연의 보호자 자격으로 모든 걸 챙겼고 배경빈을 보는 시선은 한없이 차가웠다.강현우는 보디가드들에게 지시해 강소연을 병실로 옮기고는 단 한 번도 배경빈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윤하경은 그의 곁을 따라 들어갔다. 병실 안, 강소연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초점 없이 허공에 고정돼 있었다. 원래 또렷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남은 건 공허와 절망뿐이었다.그러다 윤하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겨우 눈동자가 조금 움직였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걱정하지 마. 그 두 인간, 네 오빠가 이미 붙잡아 놨어. 쉽게 끝나진 않을 거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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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윤하경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지만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소연은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돌려 힘겹게 말했다.“오빠가 알아서 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랑 그 사람, 앞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을 거니까.”“그래.”강현우는 짧게 대답한 뒤 민진혁을 불렀다. 그러자 민진혁이 곧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강현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배경빈을 묶어. 배씨 집안에 전해. 팔 하나로 사과할지, 다리 하나로 사과할지 직접 고르게 해.”민진혁은 순간 멍해졌다.“네?”강현우의 시선이 서늘하게 스쳤다.“못 알아 들었어?”민진혁은 몸을 곧게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가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쉰 목소리가 병실 안을 울렸다.“잠깐만.”발걸음을 멈춘 민진혁이 돌아보자 강소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고 강현우를 바라봤다.붉어진 눈은 토끼처럼 촉촉했고 그 안에는 억울함이 번졌다.“오빠, 이건 그냥 화풀이잖아.”“화풀이?”강현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비웃듯 말했다.“뭐가 화풀이야? 다 너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강소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윤하경 쪽을 흘깃 보았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겨우 입을 뗐다.“오빠도 알잖아. 배경빈이 형수 좋아하는 거. 괜히 직접 건드리면 속 좁아 보일까 봐,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나를 핑계 삼는 거잖아.”윤하경은 그 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니 왜 얘기가 내 쪽으로 오는 건데...’강소연은 삐죽이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형수가 워낙 예쁘잖아. 오빠 말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걸? 그래서 늘 문제의 원인이 되는 거지.”“...”윤하경은 당혹스러워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이게 지금 칭찬인지, 욕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그러자 강현우의 얼굴이 단단히 굳더니 손을 뻗어 윤하경의 손을 감싸 쥐었다.그리고 차갑던 눈빛이 곧 서슬 퍼렇게 바뀌었다.“누가 형수한테 그런 말 하라 그랬어?”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병실 공기를 누르듯 무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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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강소연은 두 사람이 병실을 나서는 모습을 끝까지 눈으로 좇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살짝 떨었다.병실 문을 닫자마자 복도 한쪽에 서 있던 배경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는 병실 앞을 지키고 선 강현우 측 경호원들을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강소연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들 앞에서 배경빈은 단 한 발짝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처지였다.윤하경은 힘이 빠진 듯 서 있는 배경빈을 보고 잠시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대신 옆에 있던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냐?”차갑게 던진 그의 목소리에는 서릿발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배경빈은 시선을 돌려 그와 마주하며 물었다.“강소연은... 괜찮아졌어?”강현우는 냉소를 터뜨리듯 짧게 대꾸했다.“네 덕에 목숨은 붙어 있지.”그는 곧장 걸음을 옮겨 배경빈 앞에 섰다. 키 큰 두 사람이 마주했지만 배경빈은 강현우보다 조금 낮아 그 순간 기세부터 꺾인 듯 보였다.강현우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서늘했다.“내일 아침까지, 내가 납득할 결과를 내놔라.”그 말만 남기고는 더는 대화할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안고 성큼 걸어 나갔다.차 안.윤하경은 내내 강현우를 힐끔거렸다. 몇 번이나 눈길을 느낀 강현우가 마침내 못 참고 손을 뻗어 그녀의 뒷머리를 가볍게 눌렀다.“보고 싶으면 그냥 보지, 왜 눈치 봐?”그의 눈빛이 옆으로 기울며 장난스럽고도 위험하게 빛났다. 윤하경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보니까 현우 씨가...”말을 잇지 않자 강현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퍼지자 윤하경은 얼른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며 능청스럽게 웃었다.“화내는 거 아니죠? 칭찬하려던 참이었는데.”강현우의 목젖이 살짝 오르내렸다. 그는 그녀의 귀 옆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낮게 속삭였다.“그럼 해봐. 칭찬 제대로 못 하면... 벌받아야 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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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윤하경을 내려다봤다. 그의 커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움켜쥔 채 낮게 물었다.“왜 그렇게 배경빈 걱정을 해? 설마 마음이라도 있는 거야?”윤하경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단호히 말했다.“그럴 리 없잖아요.”강현우는 비웃듯 냉소를 흘렸다.“정말? 배경빈한테 한 번도 다른 생각 해본 적 없어? 아무래도 젊잖아.”그 말에 윤하경은 눈길을 멈추더니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며 강현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빤히 보다가 일부러 코끝이 스치듯 가까이 다가왔다.“이상하네. 혹시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조롱하듯 건네는 윤하경의 말에 강현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다음 순간, 그는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어 번쩍 들어 침대 위로 내던졌다.그리고 곧 몸을 겹쳐 누르며 낮게 속삭였다.“질투했는지 안 했는지, 직접 확인해 보면 되잖아.”말이 끝나자마자 강현우의 입술이 윤하경의 입술을 세차게 덮쳤다.준비할 틈도 없이 기습을 당한 윤하경은 숨이 막혀 신음이 흘러나왔다. 강현우의 키스는 거칠고 집요했으며 그녀의 호흡마저 빼앗아 가려는 듯했다.본능적으로 밀쳐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저항할수록 그의 동작은 더 격해졌다. 그의 손길은 이미 옷 속으로 파고들어 부드러운 피부 위를 거칠게 훑었다.불규칙하게 번져오는 뜨거운 감각에 윤하경의 몸은 저도 모르게 떨렸다. 수없이 가까워졌던 사이였지만 매번 강현우는 윤하경을 무너뜨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곧 윤하경은 힘이 풀려 그의 품속에서 물처럼 흘러내렸다. 강현우는 어디가 그녀의 약점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불씨가 번져갔다. 감당할 수 없는 열기에 윤하경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휘말렸다.하지만 강현우는 불을 지펴놓고도 쉽게 꺼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괴로운 몸부림과 억눌린 눈빛을 즐기듯, 의도적으로 끝을 미뤘다.윤하경은 숨 막히는 열기에 억눌린 채 결국 원망스러운 눈빛을 그에게 던졌다. 다문 입술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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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강현우가 윤하경의 턱을 움켜쥐어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차갑고 깊은 눈빛이 내려앉으며 아무 말이 없어도 압박이 느껴졌다.강현우의 뜻은 분명했다.윤하경은 억지로 턱을 치켜들며 입술을 꾹 다물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강현우가 비스듬히 눈썹을 올리더니 손길을 천천히 그녀의 몸 선을 따라 내렸다.순간, 윤하경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그의 손을 붙잡으며 다급히 외쳤다.“안 돼... 하지 마요!”“뭐라고?”강현우는 못 들은 척,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더 곤란하게 몰아붙였다.윤하경은 입술을 꽉 깨물며 버텼지만 끝내 그의 집요함 앞에 무너졌다.“자기야.”그 목소리는 힘없이 부드럽고 달콤해, 마치 은밀한 초대 같았다.예상대로 강현우는 곧장 몸을 기울여 그녀의 붉게 물든 입술을 덮쳤다. 차갑고도 뜨거운 입맞춤이 닿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빠르게 달아올랐다.창밖에는 짙은 달빛이 드리워졌고 방 안은 금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강현우의 입맞춤에 눈을 떴다.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녀의 이마에 닿는 간질거림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가까이서 보이는 강현우의 얼굴이었다.“깼어?”차갑고 단정한 인상의 그는 몸을 일으킬 때 이미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윤하경은 아직 몽롱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다, 그가 이미 정장을 입은 걸 알아차렸다. 오늘은 평일, 출근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맞춤 슈트가 그의 넓은 어깨를 감싸며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아직 일곱 시예요. 벌써 나가려는 거예요?”강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병원에 들러야 해. 배지훈한테 연락이 왔는데 삼촌이랑 이모가 벌써 병원에 도착했대.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내가 직접 가야 돼.”윤하경은 곧장 상황을 이해했다.강소연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그녀의 부모가 배경빈을 가만두지 않을 건 뻔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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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윤하경은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뒹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며칠 사이에 일이 너무 뒤엉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소지연을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오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집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보양탕을 부탁해 끓이고는 점심 무렵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소지연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고요하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순간, 윤하경은 마음이 짠해지면서도 자책이 스쳤다.소지연은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윤하경이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깨물다 이윽고 부드럽게 불렀다.“지연아.”그제야 소지연이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하경아, 어떻게 왔어?”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으로 윤하경을 불렀다.윤하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스럽게 물었다.“뭐야, 내가 왔는데 별로 반갑지 않은 거야?”소지연은 헤헤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그럴 리가.”그러고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그냥 네가 요즘 많이 바쁠 거 같아서. 어제 간호사한테 들었는데 병원에 강씨 가문 쪽 환자가 들어왔다던데? 강현우 아니지?”소지연과 강소연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강소연이 강씨 집안 사람이니 주목받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강소연이 겪은 일은 섬뜩하기도 하고 여자들이 특히 꺼리는 일이기도 했다.윤하경은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고 짧게만 답했다.“현우 씨는 아니고 현우 씨 여동생이야.”그러고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넌 좀 어때?”며칠 만에 다시 본 소지연은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 보였다. 얼굴의 붓기도 많이 빠졌고 가까이 보지 않으면 상처 자국도 거의 티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복수심이 풀려서인지 표정이 한결 밝고 정신 상태도 좋아 보였다.윤하경은 가져온 음식을 꺼내 이동식 테이블 위에 올린 뒤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다.“맛 좀 봐. 괜찮은지.”소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물었다.“네가 직접 끓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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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유호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젓가락을 들어 자신이 가져온 반찬을 소지연의 그릇에 하나둘 올려놓았다.“한번 먹어봐. 네 입에 맞는지.”둘 사이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소지연은 윤하경이 가져온 국을 묵묵히 먹었고 유호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찬을 채워 넣었다. 그 기묘한 분위기에 옆에서 지켜보던 윤하경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왠지 불편했다.소지연의 그릇이 꽉 차려질 즈음, 그녀가 마침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 듯 잠시 멈추더니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유호천 씨,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던 게 그렇게 이해하기 힘드셨나요?”유호천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소지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입에 안 맞아? 그럼 다시 만들어 오라고 하면 돼.”그는 곧바로 뒤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시선을 돌렸다.“다시 만들어 오라고 해.”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네.”그 순간, 식탁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소지연이 유호천이 가져온 도시락과 반찬을 모두 밀어 바닥에 쏟아버린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싸늘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네가 주는 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그리고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고.”소지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하게 덧붙였다.“이번에 날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이제부터는 깨끗이 끝이야. 서로 얽히지 말자고.”그리고 다시 차갑게 물었다.“혹시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그녀의 목소리에는 감정이라고는 없었다. 눈빛 속에는 지친 듯한 피로와 짙은 거부감만 남아 있었다.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내쳐진 적 없는 유호천은 고개를 숙인 채 휠체어에 앉아 바닥에 흩어진 반찬들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들지 않아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윤하경은 그의 주먹이 하얗게 힘주어 쥐어진 걸 보았다. 무언가 벼랑 끝에서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유호천은 고개를 들어 오히려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오늘은 네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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