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해리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조카가 퇴원할 때 제가 큰 선물 따로 준비할게요.”장난스러운 말투에 진해리의 얼굴에도 모처럼 진심이 담긴 웃음이 번졌다.“보니까 내 딸이 아주 괜찮은 대모를 얻었네요. 앞으로 기대해야겠네요.”윤하경이 오자 진해리의 얼굴빛이 한결 밝아졌지만 그 웃음도 오래가진 못했다. 진해리는 슬쩍 시선을 문 쪽으로 돌리더니 조심스레 물었다.“그 사람, 아직도 밖에 있죠?”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되물었다.“누구 말이에요?”진해리는 입술을 희미하게 올리며 힘겹게 웃었다.“제가 누구를 말하는지 하경 씨도 알잖아요.”그제야 윤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길을 떨구었다. 진해리가 전혀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답게 이미 모든 걸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윤하경은 진해리의 손을 꼭 잡으며 낮게 말했다.“지금 해리 씨가 할 일은 몸부터 회복하는 거예요. 다른 건 가족이랑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요.”진해리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그 사람...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와서도 저를 못 보는 거예요?”윤하경은 대답하지 못했다.진실을 말해줄 수는 있었지만 그건 너무나 잔인했고 자신의 입으로 진해리의 가슴을 찢을 수는 없었다.윤하경의 침묵에 진해리는 이미 짐작한 듯 숨을 고르더니 낮게 말했다.“하경 씨, 그 사람 좀 불러줄래요? 직접 묻고 싶은 게 있어요.”윤하경은 거절하려 했지만 진해리의 여린 눈빛과 갓 아이를 낳은 여린 얼굴이 겹쳐 도저히 매몰차게 말할 수가 없었다.잠시 망설인 끝에 윤하경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솔직히 지금은 안 보는 게 나아요. 몸이 좀 더 회복된 다음에...”“하지만 지금 안 보면 계속 마음만 괴로울 거예요. 하경 씨, 제발 부탁이에요. 저는 움직일 수도 없고 휴대폰도 부모님이 가져가 버렸어요.”윤하경은 속으로 곧장 눈치를 챘다. 진경호와 이문주가 일부러 진해리의 연락 수단을 막아둔 것이다. 그만큼 알려주고 싶지 않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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