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1271 - Bab 1280

1428 Bab

제1271화

윤하경과 강현우는 복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식당으로 향했다.강현우가 예약해 둔 자리에는 이미 음식까지 차려져 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윤하경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할 틈도 없었던 윤하경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젓가락을 들었다.그런데 코끝에 불현듯 역한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윽...”속이 울렁거려 윤하경은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화장실로 뛰어갔다.막 자리에 앉으려던 강현우는 순간 몸을 멈추고 윤하경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곧장 따라나섰다.화장실에 도착했을 때, 윤하경은 세면대에 몸을 기대 토해내려 했지만 나오지도 않고 얼굴만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모습이 안쓰러워 강현우는 그녀의 등을 넓은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뭐 잘못 먹은 거야?”한참 뒤에야 속이 좀 가라앉은 윤하경은 수도꼭지를 틀어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고는 눈가가 벌겋게 충혈된 얼굴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하지만 본인도 확신할 수 없었다.강현우의 눈매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진해리가 약을 먹인 일들이 스쳐 지나가자 그의 입술은 단단히 다물어졌다.곧 그는 윤하경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밖으로 향했다. 윤하경은 예상치 못한 힘에 이끌리며 당황해 물었다.“어디 가는 거예요? 식사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눈길이 테이블 위 가득한 음식으로 향하자 다시 속이 울렁거릴 것만 같았다.그제야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분명 전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왜 이렇게 거북한지, 윤하경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차에 오르자 강현우가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 괜히 진해리처럼 당하고도 모르는 일 생기면 안 되잖아.”윤하경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그의 옆으로 몸을 기울이며 잘생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설마... 현우 씨 바깥에도 저를 해치려고 약까지 먹일 여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겠죠?”강현우의 눈빛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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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강현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고 화면을 확인한 그는 배지훈이 병원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보았다. 그는 가볍게 눈썹만 치켜올린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잠시 후 차가 병원 앞에 도착했다.윤하경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느꼈지만 막상 병원에 들어가 피를 뽑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안해졌다.차 안에서 머뭇거리던 윤하경은 차 문을 열어주려는 강현우를 바라보며 헛기침했다.“저기... 굳이 안 가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속이 좀 안 좋았던 것뿐 같아요.”강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괜히 마음이 쪼그라든 윤하경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피했다.“그럼... 내일 아침에 올까요? 혹시 공복이어야 하는 검사도 있을지 모르니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하경은 비명을 질렀다.“아, 뭐 하는 거예요! 저 내려놔요!”강현우는 늘 그렇듯 기다림 따위 없는 사람이었다. 윤하경이 질질 끌며 미루자 단박에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메고는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내려놔요! 현우 씨!”윤하경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병원 복도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고 본래 눈에 잘 띄는 외모의 강현우가 여자를 어깨에 메고 걸어 들어오자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심지어 지나가던 강아지조차 빤히 올려다볼 지경이었다.윤하경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속으로만 울부짖었다.‘이대로는 정말 창피해서 못 살겠다...’곧바로 의사 진료실에 도착하자 강현우는 윤하경을 의자에 앉히듯 내려놓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검사 좀 해주세요. 몸이 안 좋아서요.”의사는 강현우를 알아보자마자 반갑게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아, 대표님. 어떻게 직접 오셨습니까?”이곳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개인 병원, 게다가 강현우가 지분까지 가지고 있는 병원이었기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곧 간호사가 들어와 피를 뽑고 각종 검사를 준비했다.한창 진행되던 중, 의사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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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두 시간이 흐른 뒤, 윤하경은 손에 쥔 검사지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고작 얇은 종이 한 장일 뿐인데 그 무게는 천근만근처럼 느껴졌고 손끝까지 떨려, 제대로 붙잡는 것조차 힘들었다.옆에 서 있던 강현우 역시 고개를 숙인 채 결과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굳게 다문 표정 위로 깊은 주름이 이마에 드리워져 있었다.“나... 나 진짜 임신한 거야?”윤하경은 믿기 힘들다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자신의 뱃속에서 또다시 작은 생명이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게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기뻐해야 할 일인 건 분명한데 문득 진해리가 떠오르자 마음이 흔들렸다.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윤하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버지가 된 기쁨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무거운 그늘만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순간, 윤하경의 숨이 턱 막혔다.‘혹시... 강현우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걸까?’그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현우 씨가 싫다면... 우리 그냥 이혼해요. 아이는 제가 혼자 키울게요.”엄마도 외할아버지도 세상에 없는 지금, 뱃속의 이 아이는 윤하경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핏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낼 생각이었다.그런데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강현우가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노려봤다.“네가 감히 그런 말을 해?”이를 악물며 뱉은 목소리는 낮게 떨렸고 눈빛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네가 도망치면...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윤하경은 원래 쉽게 눈물 보이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강현우의 말 한마디에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서러움이 밀려오며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흐윽...”참으려 했지만 끝내 터져 나온 울음은 병원 복도에 크게 울려 퍼졌다.강현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허둥지둥했다.“야, 아니... 울지 마. 그게,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평소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던 그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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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한참이 지나서야 강현우가 윤하경의 입술에서 물러났다. 그는 윤하경의 입술이 붉게 물든 걸 보며 비웃듯 낮게 웃었다.“또 울어봐.”윤하경은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홱 돌렸다.“저 임신했는데... 하나도 안 기뻐하시네요.”잠시 머뭇거리더니 억울한 듯 낮게 물었다.“혹시 배지훈 씨처럼 밖에 다른 여자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웅얼거리듯 흘러나온 말이 강현우의 귀에 꽂히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말도 안 돼요? 아까 분명히 표정이 안 좋았잖아요.”윤하경이 고개를 돌려 쏘아보자 강현우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시선을 그녀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고 눈빛이 서서히 깊어졌다.그는 손을 들어 윤하경의 귀 옆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낮게 말했다.“기분 나쁜 게 아니고... 겁이 나서 그래. 해리가 애 낳을 때 너무 힘들어하는 걸 봤거든. 너까지 그렇게 될까 봐 걱정돼.”윤하경은 잠시 멍하니 그 말을 듣다가 조심스레 손을 내려 평평한 아랫배를 쓸어내렸다.“어쨌든 이 아이는 꼭 낳을 거예요. 지난번에는...”그 순간 예전 기억이 떠올라 눈빛이 어두워졌고 강현우의 얼굴에도 똑같이 그늘이 드리웠다. 서로에게 아픈 기억이었다.윤하경은 곧 고개를 들며 말끝을 바꿨다.“뭐가 됐든, 남자는 없어도 되지만 이 아이는 절대 포기 못 해요.”원래 모성애가 유별난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달랐다. 아직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명인데도 묘한 애착이 생겼다. 호르몬 때문일 거라 짐작하면서도 그 감정이 싫지는 않았다.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속수무책으로 윤하경의 배를 바라보다가 차갑게 웃었다.“딸이면 다행인데... 아들이면 나랑 네 엄마 두고 경쟁할 거잖아. 그땐 혼 좀 내야지.”강현우는 늘 진지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건 드문 일이었다.윤하경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순간, 눈가까지 환하게 빛나 보였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눈빛이 더 깊어졌다.지금의 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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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아!”윤하경은 갑작스러운 강현우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뭐 하는 거예요, 저 아직 다 못 썼는데요!”윤하경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강현우를 노려보았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말했다.“자 이제 자야지. 의사가 그랬잖아. 아기는 엄마가 푹 자야 잘 큰다고.”“의사요?”윤하경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아까 의사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하셨어요?”순간 강현우의 얼굴에 잠시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사실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전국 최고라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본 내용이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윤하경이 알 필요는 없었다.강현우는 가볍게 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그랬어. 네가 대충 듣느라 못 알아들은 거지.”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오래 누워 있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창밖에서는 풀벌레와 새소리가 들려왔지만 윤하경의 머릿속은 온통 배 속 아이 생각뿐이었다.그녀가 무심코 손을 올려 배를 만지려던 순간, 더 큰 손이 그보다 먼저 내려왔다.강현우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바닥이 아랫배를 덮었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살며시 윤하경의 배를 쓰다듬었다.윤하경은 놀라서 눈을 뜨고 강현우를 바라보았다.“사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어요. 아직 아주 작은데요.”강현우의 손길이 너무 살살 닿으니 간질간질하기까지 했다.강현우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차갑게 물었다.“아직도 안 자?”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작은 몸을 강현우 품으로 파고들었다.“잠이 안 와서요. 아... 근데 현우 씨는 제가 가진 아기가 아들일 것 같아요, 딸일 것 같아요?”강현우는 즉시 고쳐 말했다.“현우 씨 말고 여보.”윤하경은 잠시 멈추더니 지난번에 강현우가 꼭 그렇게 불러달라고 고집했던 게 떠올랐다.‘이 나이에 웬 애처럼...’속으로 중얼거리며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여보, 제 뱃속에 있는 게 아들일까요, 딸일까요?”강현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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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강현우 씨 아이가 제 아이기도 하잖아요.”윤하경이 괜히 입버릇처럼 내뱉은 말을 듣고 강현우가 의미심장하게 웃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윤하경은 순간 민망해져 헛기침하고 얼른 말을 고쳤다.“제 말은... 우리 애를 밖으로 내보내기만 해보세요. 저도 같이 나가버릴 거예요. 둘 다 사라지면 현우 씨 혼자 덩그러니 남는 거죠...”“읍!”끝까지 말도 못 하고 윤하경의 수다스러운 입술은 강현우의 거친 키스에 막혀 버렸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며 항의했지만 강현우는 오히려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서야 물러났다.강현우는 단단히 경고하는 눈빛으로 윤하경을 노려보았다.“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평소라면 미신 같은 얘기를 코웃음 치고 넘겼을 강현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힘겹게 손에 넣은 이 행복을 누구도, 무엇도 망치게 둘 수 없다는 두려움이 마음 깊숙이 번졌다.윤하경은 그의 눈빛에 움찔하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억울함이 묻어난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강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됐어, 이제 자. 늦었어.”강현우는 윤하경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윤하경도 더는 반항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에 몸은 금세 나른해졌고 귀에 닿는 강현우의 힘 있는 심장 박동이 괜스레 안심을 주었다.잠시 후,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퍼졌다. 강현우는 잠든 윤하경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노란 스탠드 조명이 그녀의 옆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었다.잠든 윤하경은 그저 고운 인형 같았다. 강현우는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깨어 있었다....다음 날 아침.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열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허기진 배가 아니었다면 아마 더 늦게까지도 잘 수 있었을 것 같았다.대충 씻고 내려오며 부엌 쪽을 향해 물었다.“유 집사님, 아침 남은 거 있죠? 배고파요.”하지만 거실에 들어선 순간, 윤하경은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이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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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유 집사는 윤하경이 화난 걸 눈치채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사실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지금은 윤하경이 집안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간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했다. 그래서 일단 대답부터 하고 서둘러 식탁 위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치워냈다.그제야 윤하경은 수저를 들었다.식사를 하면서도 윤하경은 이맛살을 찌푸렸다.아이를 가진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강현우가 해주는 배려가 너무 과하다 싶었다. 그 세심함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압박처럼 느껴졌다.식사를 마친 윤하경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차를 몰고 향한 곳은 소지연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지난번에 유호천의 눈을 피하려고 일부러 경성 밖의 다른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 두었기에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소지연이 고개를 들었다. 윤하경은 가방을 소파에 던지듯 두고는 힘 빠진 듯 몸을 던져버렸다.“뭐야? 무슨 일 있어?”소지연은 반가움보다 먼저 윤하경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아니야. 그냥... 좀 답답해서.”소지연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또 강현우랑 싸웠어?”“아니. 싸운 건 아니야.”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싸운 건커녕 말다툼조차 없었다.다만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강현우가 자신을 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 마음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그래?”소지연은 짧게 대꾸하더니 다시 베개에 기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윤하경은 괜히 서운해져서 그녀를 노려봤다.“왜 계속 안 물어봐? 내가 왜 답답한지.”소지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럼 말해 봐. 도대체 왜 그래?”윤하경은 무릎을 소파 위에 올리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러자 얼굴은 조금 귀여운 투정처럼 일그러져 있었다.“나... 임신했어.”“뭐?”소지연은 벌떡 일어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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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소지연은 윤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하듯 말했다.“그런 거 당연한 거야. 임신하면 호르몬 영향 때문에 괜히 별의별 생각 다 하게 돼.”윤하경은 그 말이 괜히 마음에 와닿았다. 진해리와 배지훈의 일을 곁에서 본 뒤로 자신도 모르게 불안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강현우처럼 지위와 재력이 있는 남자라면 주변에 달라붙는 여자들이 셀 수도 없을 것이다.혹시 언젠가 강현우도 배지훈처럼 아내가 아이를 품고 있는 순간 다른 여자를 선택해 버린다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스치자 윤하경은 숨이 막히듯 답답해졌다.결국 그 불안을 소지연에게 털어놓았다.소지연은 잠시 말이 없더니 손을 뻗어 윤하경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 만약 강현우가 널 배신한다면 우리 그냥 멀리 떠나자. 넌 엄마가 되고 난 아빠 할게. 우리 둘이서 같이 아이 키우면 돼.”“...”윤하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소지연을 바라봤다.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도 어쩐지 가슴 한편이 뭉클해져서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윤하경이 환하게 웃는 걸 본 소지연도 안도하듯 미소를 지었다.“그건 그렇고 너는 요즘 몸은 어때?”윤하경이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응, 괜찮아. 의사 말로는 며칠 뒤면 퇴원할 수 있대.”“그럼 다행이네. 퇴원하면 뭐 하고 싶어?”그 질문에 소지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윤하경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바짝 앉아 대답을 기다렸다.한참 뜸을 들이다가 소지연이 낮게 말했다.“하경아, 나... 당분간 떠나 있을까 해.”“어디로?”윤하경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소지연의 팔을 덥석 잡았다.“무슨 일 있어도 나한테 숨기면 안 돼. 바보 같은 짓은 절대 하면 안 돼.”윤하경의 눈빛 속 걱정을 알아챈 소지연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마. 그냥... 나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것 같아. 이제야 엄마 대신 한을 풀었으니 좀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소지연의 오랜 꿈은 세계 여행이었다. 그동안은 어머니를 돌보느라 움직이지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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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강현우가 냉소 섞인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어디 가는지도 말 안 하고 그냥 사라져?”윤하경은 헛기침하며 얼버무렸다.“저... 그냥 지연이랑 얘기 좀 하러 온 건데요.”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현우를 노려봤다.“잠깐,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저를 찾으신 거예요? 설마 따라오신 거예요?”윤하경은 억울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현우를 몰아붙였다.강현우의 미간이 순간 깊게 찌푸려졌다.윤하경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훅 내뱉었다.“이제 임신했다고 자유도 없다는 거예요?”강현우는 말없이 시선을 고정한 채, 눈빛만 점점 더 깊어졌다.하지만 윤하경은 눈치채지 못한 채, 눈가가 벌겋게 물든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 이를 꽉 물고 있었다.결국 강현우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살짝 헝클듯 쓰다듬었다.“됐어. 다음부터 어디 가든 나한테 말만 해.”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문 채 고개를 돌려 버티고 옆에 있던 소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손사래를 쳤다.“두 분 제발 제 앞에서는 좀 사라져 주세요. 솔로 앞에서 이러는 거 고문이거든요.”말이 끝나자 윤하경이 소지연을 째려봤고 소지연도 바로 눈을 흘겨 받았다.윤하경이 뭔가 더 말하려던 순간, 강현우는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듯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냈다.윤하경이 버둥거리며 반항했지만 강현우는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예전 같으면 그냥 어깨에 메고 갔겠지만 이제는 윤하경의 뱃속에 아이가 있기에 그는 조심스레 품에 안을 수밖에 없었다.1층으로 내려와 윤하경을 차에 태우고 그대로 집으로 차를 몰았다.“현우 씨, 이건 좀 심하잖아요. 저 이제 자유도 없는 건가요?”윤하경이 이를 꽉 물고 따졌다.강현우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자유야 있지.”그는 잠시 운전대를 돌리다가 덧붙였다.“하지만 나 없이 혼자 다니는 건 안 돼. 어디든 보디가드랑 같이 가.”윤하경은 말문이 막혀 허탈하게 웃었다.“그게 자유예요? 결국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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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경성으로 돌아온 강현우는 곧장 ‘포레스트’로 차를 몰았다.“주방장이 새 메뉴를 만들었다더라. 맛 좀 보자.”그는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윤하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윤하경은 메뉴판을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금세 얼굴을 찡그리며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왜 그래?”“이거 보니까 속이 울렁거려요.”말 그대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이었고 아마 뱃속 아기가 싫어하는 모양이었다.강현우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뭐 먹고 싶어?”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현우 씨, 예전에 제가 입원했을 때 사다 주신 매운 국수 있잖아요. 그거 기억나요?”말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고였다. 강현우는 잠시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몸에 안 좋다고 할 뻔한 말을 꾹 눌러 삼켰다. 대신 차 키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어디요?”“먹고 싶다며. 그 매운 국수.”윤하경은 그가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게 놀라웠다.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강현우의 팔을 꼭 잡았다.“우리 남편, 진짜 최고예요!”강현우는 순간 몸이 굳었다.“방금 뭐라 불렀어?”“남편이요. 그렇게 부르면 안 돼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태연하게 몸을 숙여 윤하경의 입술을 훑었다. 옆에 종업원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계속 그렇게 불러. 난 그 말이 좋아.”윤하경은 얼이 빠져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강현우가 오히려 더 철없는 모습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부르지 못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저절로 튀어나왔다.하지만 막상 강현우가 재촉하니 다시 부르기 쑥스러워졌다. 윤하경은 눈을 굴리더니 배를 감싸안으며 말했다.“저... 너무 배고파요. 밥 먹고 나서 부를게요.”강현우는 피식 웃었다.“그래, 잊지 마라.”그는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안고 식당을 나섰다. 차는 곧장 윤하경이 대학 시절 자주 다니던 학교 근처로 향했다.해가 기울며 거리는 저녁을 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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