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러자 윤하경이 말했다.“친구 일 때문에 잠깐 들어왔어요. 왜요?”주승엽이 말했다.“저도 지금 같은 도시에 있어요. 시간 되면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강현우는 윤하경이 전화받으러 복도로 나가는 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지켜보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 문가까지 따라왔다.그때 윤하경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며칠 뒤에 봐요. 일이 좀 정리되면요.”윤하경이 다시 주승엽을 만날 거라는 말을 듣자,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강현우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살짝 올라가 있던 강현우의 입꼬리는 내려앉았고 온몸에서 거슬리는 기운이 뿜어 나왔다.전화를 끊고 돌아선 윤하경의 시선이 강현우의 어두운 눈빛과 딱 마주쳤다. 오랜만에 보는 강현우의 그런 표정에 윤하경의 심장이 본능적으로 한 번 움찔했다. 윤하경은 금세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왜 그래요?”강현우가 어금니를 한 번 꽉 물고는 고개를 조금 젖히며 물었다.“주승엽 씨의 전화였어?”윤하경은 잠깐 멈칫했지만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강현우 앞에서는 주승엽과의 약혼 이야기가 이미 드러난 상태였다.“맞아.”강현우는 길게 찢긴 눈매를 반쯤 좁히고 나른하게 윤하경을 바라봤다. 윤하경은 잘못한 게 없었지만 강현우의 눈빛에 괜히 가슴이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윤하경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왜 저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건가요? 제 약혼자인데 만나자고 하면 만나는 게 정상 아닌가요?”그러자 강현우가 짧게 코웃음 쳤다.“윤하경, 넌 참... 무심하네.”“...”윤하경이 변명이라도 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민을 불렀다.“하민아, 가자. 이제 돌아가야지.”“...”윤하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강현우가 화가 난 걸까?’곰곰 생각해 보니 강현우가 화낼 이유는 애초에 없었다.지금 윤하경에게 강현우는 윤하민의 친아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래. 딱 그 정도야.’윤하경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서 소지연의 병실로 들어갔다.문을
소지연이 배를 어루만지며 힘없이 웃었다.“이제야 모든 게 나아질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큰일을 겪다니.”윤하경은 소지연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둘 다 이 세상에 마음 기댈 가족이 많지 않으니, 피붙이에 대한 갈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소지연은 평생 아이를 못 가질 거라 생각하며 내색은 안 했어도 마음속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가 겨우 자리 잡았는데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 상심하지 않을 리 없었다.“아이는 괜찮을 거야.”윤하경이 애써 미소 지으며 달랬다.“이만큼 큰 변고도 버텼는데, 반드시 건강하게 널 만나러 나올 거야.”그 말을 들은 뒤라서인지 소지연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잠시 뜸을 들이던 소지연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너는... 어떻게 돌아왔어?”윤하경이 눈을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안 오면 대체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었어?”소지연은 말문이 막혀 한동안 있다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널 걱정시키기 싫었어. 그리고 유호천과의 이혼은 오래전부터 마음먹은 일이었어.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오래전부터?”윤하경은 이를 꽉 악물었다.“유호천이 아니었으면 네가 이 지경이 됐겠어?”말을 내뱉고서야 소지연의 얼굴이 더 쓸쓸해진 걸 알아챈 윤하경은 더는 유호천을 거론하지 않았다.“일단 푹 쉬어.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준비해 달라고 할게.”소지연은 고개를 저었다.“입맛이 없어.”“그래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영양식은 챙겨야지.”윤하경은 더 묻지 않고 방숙희에게 전화를 걸어 영양 있는 음식을 부탁했다.그런데 오후가 되어 병실로 음식을 들고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강현우였다.강현우가 휠체어에 앉은 채, 윤하민이 휠체어를 밀고 소지연의 병실로 들어오자, 소지연이 놀란 눈으로 윤하경을 올려다봤다.윤하민이 강현우와 함께 온 것도, 강현우가 다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의아한 듯했다.윤하경은 별다른 설명을
강현우와 윤하민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윤하민은 강현우를 은근히 좋아했다.오래 망설이던 끝에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곳 상황이 좀 풀리면, 바로 하민이를 데리러 갈게요.”“응.”강현우는 짧게 대답하자 민진혁은 이미 휠체어를 밀고 돌아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렸다. 윤하민이 이미 강현우의 집에 도착했다며 카메라를 집 안으로 돌렸다.“엄마, 여기 엄마 사진이 엄청 많아요. 그냥 우리 집에 사는 것 같아요.”윤하경은 말이 막혔다. 화면 너머에서 강현우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모습이 스쳤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밤은 엄마가 지연 이모를 돌봐야 해서 우리 하민이랑 같이 못 있으니까, 얌전히 쉬고 있어. 알겠지?”“엄마, 알겠어요!”윤하민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화면에 입을 쭉 내밀어 굿나잇 뽀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내려다보니, 윤하경은 조금 전 영상통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윤하경은 곧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숨을 한 번 고르고, 침대에 누운 소지연을 바라보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지연아, 제발 빨리 눈을 떠줘.’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지연은 이틀이나 지나서야 깨어났다.그때 윤하경은 침대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어렴풋이 소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물...”윤하경은 그 소리가 처음에는 환청인가 했다. 잠시 뒤, 메마르고 쉰 목소리가 다시 흘렀다.“물...”그 순간, 윤하경은 번쩍 눈을 크게 떴다.그러자 눈이 떠져 있는 소지연의 모습이 보였다.오래 혼수 상태였던 탓에 소지연의 눈빛에는 아직 초점이 없었고, 소지연은 한 단어만 반복했다.“물...”윤하경이 급히 소지연을 부축해 앉히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건넸다.“어때? 지금은 좀 괜찮아?”“하경아... 콜록... 콜록...”며칠 내내 말을 못 했던 탓에 소지연은 한 마디 꺼내자마자 기침이 쏟아졌다. 윤하경은 정신이 아찔해져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곧장 침상
윤하경은 서명을 하면서도 손이 떨렸다. 간신히 이름을 쓰고 나서, 윤하경은 응급실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 복도의 긴 의자에 털썩 앉았고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방금 유호천을 너무 약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차라리 더 세게 한 대라도 더 갈겼어야 속이 내려앉겠다는 후회가 들었다.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끝에 의료진이 소지연을 응급실에서 밀고 나왔다. 한바탕 응급 처치를 받았건만 소지연의 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고 의식도 돌아오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상태가 어떻습니까?”윤하경이 다가가 물었다.“지금은 전신 쇠약이 심합니다. 내일 깨어나는지 경과를 보아야 합니다.”담당 의사의 표정도 무거웠다.지금 있는 병원이 이 일대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 사실은 윤하경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이를 악물고 마음을 가라앉힌 윤하경은 의료진과 함께 소지연을 중환자실로 옮겼다. 아이는 일단 지켰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이 곧이어 붙었다.중환자실 앞에 서서 윤하경은 아무것도 모른 채 누워 있는 소지연을 깊고 무거운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았다. 그때 강현우가 휠체어를 타고 도착했다. 다리에 다시 붕대를 감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렸다.“다리는... 괜찮아요?”윤하경은 생각을 거두고 다가섰다.강현우의 다리는 예전 사고 이후 남은 후유증이 있었고 방금 선실의 문을 걷어차며 무리한 것이 분명했다. 혹여 다시 휠체어 신세가 되는 건 아닐지 윤하경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섞였다.그때 강현우는 담담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의사가 당분간 잘 쉬면 된다고 했어. 걱정하지 마. 난 그렇게 약하진 않아.”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하는 강현우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윤하경은 강현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지연 씨는 어때?”강현우가 소지연 쪽을 흘깃 보며 물었다.“아까 호천이가 다녀갔어?”윤하경은
배후가 주아연이라는 듣자 윤하경은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고 옆으로 내려뜨린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마치 주아연의 목을 움켜쥔 듯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알겠어요. 고마워요.”윤하경이 고개만 살짝 돌려 우지원을 보며 물었다.“그 자식들은 어떻게 했어요?”우지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형님께서 경찰서로 보내라고 했습니다.”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좁혔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하필 그때,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유호천이 딱 맞춰 달려왔다.소지연을 찾을 때는 보이지도 않더니, 막 찾아냈다 하니 나타난 셈이었다.“지연이는? 지연이는 어디에 있어?”유호천은 미친 사람처럼 응급실 문을 붙잡고 흔들었다. 윤하경은 그 난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차갑고 어두운 눈빛으로 유호천을 쏘아보았다.아무도 상대하지 않자 유호천이 돌아서서 윤하경을 보면서 물었다.“소지연은... 지연이는 괜찮지?”“짝!”윤하경은 유호천의 조급하기만 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그런 얼굴이 지겨웠다. 윤하경의 손바닥이 크게 휘두르자 체격이 큰 남자인 유호천의 고개가 한쪽으로 꺾였다.소지연에게는 의지할 친척 하나 없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소지연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윤하경뿐이었다.유호천은 맞대응하지 않고 고개만 떨군 채 말했다.“지연이가... 무사하다고만 말해 줘.”“짝!”따귀를 때리는 또렷한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윤하경이 냉정하게 말했다.“방금 따귀는 소지연 몫이고, 지금 이 한 대는 지연의 뱃속 아이 몫이야. 유호천, 비겁한 자식... 지연이가 지금 겪는 고통과 모욕은 정말 모두 네 탓이야.”유호천은 자기 잘못이 뻔하니 한마디 대꾸도 못 했고 반항조차 없었다.윤하경이 손을 거두자 유호천은 오히려 윤하경을 보며 말했다.“계속 해.”유호천은 몸이 아프면 마음이 덜 아플 것만 같았다.그러자 윤하경이 차갑게 비웃었다.“처음에 소지연이 너랑 같이 살겠다 했을 때부터 나는 네가 내키지 않았어. 해외까지 쫓아가 죽자 살자 매달린 건 너였지. 그런데
윤하경은 몸이 심하게 떨렸다.“제가 할게요.”뒤따라 선실로 들어온 우지원이 몸을 숙여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지연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윤하경의 코끝이 시큰하고 눈가도 뜨겁게 아려 왔다. 하지만 윤하경은 울지 않으려 애썼다. 세상에서 가장 소용없는 것이 눈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지원의 품에 축 늘어진 소지연을 보자 끝내 참지 못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잠깐만요.”윤하경이 선실을 벗어나 차에 타려는데, 우지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형수...” 우지원이 윤하경을 돌아보며 습관처럼 부를 뻔하다가 말을 멈추고 가볍게 헛기침했다. “왜요?”윤하경이 다가가 소지연의 코끝에 손을 대어 숨을 살폈다. 한참 만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빨리 병원으로 가요.”손끝에 닿는 소지연의 숨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주 미약한 호흡이 있었다. 윤하경은 곧장 우지원을 재촉해 소지연을 차에 태웠고, 자신도 바로 뒤에 올라탔다. 급해진 마음에 강현우가 같은 차를 타지 않은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현우는 뒤따르는 다른 차량에 올랐다.그 시각, 민진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살폈다.“대표님, 다리는 괜찮으세요? 의사도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민진혁의 걱정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가 옆으로 차갑게 눈길을 보냈다. 날 선 기세는 아니었지만, 민진혁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강현우가 어금니를 한 번 깨물고 낮게 말했다.“먼저 윤하경과 소지연을 병원으로 보내.”민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도 이따가 다리를 검진받으셔야 합니다.”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강현우의 다리는 과거 큰 부상 탓에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아까 문을 발로 찰 때 힘을 너무 줘서 강현우는 거의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윤하경이 못 보는 사이 강현우는 민진혁에게 부축받아 뒤쪽 차에 올라탔고 아예 윤하경과는 같은 차를 타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 소지연을 응급실로 들여보내고서야 윤하경은 함께 왔던 강현우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니 곁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