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는 입술을 비틀며, 완전히 체념한 듯했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이 사람이 날 책임지고, 내 아이에게 정당한 자리라도 줄 거라고?’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윤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가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일어섰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자연스럽게 말한 뒤, 가희는 방을 나섰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가 담긴 작은 봉지를 꺼내, 근처 물잔에 조용히 부었다. 가루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약이 녹은 물은 맨눈으로는 평범한 물처럼 보였다.가희는 그 물을 윤호에게 건넸다.윤호는 의심 없이 물을 들이켰고, 가희는 조용히 남자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윤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쓰러졌다.가희는 입술을 깨물며 남자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이윤호? 대표님? 이 대표님?”윤호가 전혀 반응하지 않자, 가희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쓴 뒤 방을 나섰다.하지만 그녀는 잠들어 있어야 할 윤호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가희가 차에 올라탄 순간, 예나는 기사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진민주를 바라보았다.“진민주 씨, 할 일은 다 끝났어요. 이제 선택은 당신 몫이에요.”민주의 눈빛은 텅 빈 듯했다. 며칠 만에 그녀는 몇 년은 늙어버린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직후, 의사가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선언했을 때, 우준서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혼하자.”민주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그 순간, 민주 아버지는 준서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준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단 한마디의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민주를 떠나는 것이 그에게는 하나의 숙명이라도 되는 것처럼.결국, 침묵을 깨뜨린 건 민주였다.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됐어요.”민주 아버지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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