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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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잠시 후, 온자신은 북진연의 앞으로 끌려왔다.북진연은 바닥에 기절한 채 널브러진 그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내가 데려오라고 했지 기절시켜서 데려오라고 한 적은 없는데?”고요는 억울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왕야, 소인이 어찌 감히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겠습니까! 온 공자가 저희를 보자마자 진국공의 부하로 오해하여 격하게 반항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북진연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데려다가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 상태를 보니 아마 그른 것 같았다.“끌고 가서 방을 내어주고 성녀께도 소식을 전하거라.”“예.”고요는 재빨리 명을 수행하고 온사의 서신을 들고 복귀했다.“왕야, 성녀 전하의 친필 서신입니다.”섭정왕부, 서재에서 문서를 읽고 있던 북진연은 급히 편지를 뜯어 읽더니 허를 찔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모든 게… 무우의 계획이었단 말인가.’그렇다면 온자신을 계속 이곳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다만 진국공부로 직접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북진연은 고개를 들고 고요에게 말했다.“고요, 온자신을 진국공부로 돌려보내도록 해. 다만 온장온의 손에 직접 넘기도록. 저택의 그림자 호위에게 들키지 않토록 조심하고.”밤새 일하고 왔는데 또 나가야 한다니 고요의 눈빛에 원망이 스쳤다.북진연은 피식 웃고는 한심한 눈으로 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일을 마치면 하루 휴가를 주지. 내일은 안 나와도 돼.”“역시 왕야는 현명한 분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왕야!”고요는 싱글벙글 웃으며 온자신을 등에 메고 재빨리 서재를 나갔다.반 시진 후, 아직 동 트기 전 새벽.고요는 조용히 진국공부 큰 공자의 대문을 두드렸다.잠자고 있던 온장온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온장온 역시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라 청각이 일반 사람들보다 몇 배는 밝았다.“누구냐!”온장온은 눈을 뜨고 입구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옷을 걸치고 재차 물었다.“밖에 누구야!”돌아오는 건 또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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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둘째야? 대체 무슨 일이냐? 어쩌다 이렇게 됐어?”온장온은 서둘러 동생을 방 안으로 데려갔다.침대에 눕히고 이름을 불러보았으나 온자신은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온장온의 표정이 싸하게 굳으며 깊은 불안감에 휩싸였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둘째가 돌아온 건 알고 있었지만 처소로 찾아갔을 때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래서 온자신이 이미 남산 산기슭에 있는 오두막으로 돌아갔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 저택에 있을 줄이야.게다가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대문 밖에 쓰러져 있었다.‘설마 아버지께서 둘째에게 뭔가를 한 건가?’온권승을 신뢰할 수 없는 지금, 온장온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상태를 보니 그냥 기절한 것뿐이고 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니 일단 내일 그가 정신을 차리면 물어보기로 했다.온장온은 방 안에서 잠깐 쉬다가 다음 날이 되어서 당직을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이때, 온자신이 드디어 의식을 회복했다.“윽… 머리….”그는 여전히 어젯밤 습격자가 자신을 추격하던 그림자 호위인 줄만 알고 있었다.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젯밤 머리를 맞고 즉사할 뻔했던 일이 떠올라 욕설을 퍼부으며 일어나서 앉았다.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달은 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큰 형님?”온자신은 병풍 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온장온을 바라보았다.“둘째 너 일어났구나?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넌 어쩌다가 내 방 문 앞에 쓰러져 있었어?”“잠깐. 제가 언제 어젯밤에 형님 대문 앞에 왔다고 그러세요?”온자신의 마지막 기억은 골목에서 갑자기 나타난 습격자에 의해 정신을 잃은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쓰러지기 직전에 그는 분명 아버지에게 끌려갈 거라고 확신했다.그런데 큰 형의 방에서 눈을 떴고 온장온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이상했다.온장온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온자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일단은 내 방에서 쉬도록 해. 하인들을 다 다른 처소로 보내서 안성 말고는 들락날락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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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쾅!온장온이 서재의 문턱을 밟는 순간 찻잔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안으로 들어서자 아침에는 방 안에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했던 동생이 아버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의 주변으로 부서진 찻잔의 파편들이 가득한 거로 보아 찻잔 여러 개가 깨진 모양이었다.“온자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내 서재에서 뭘 찾으려 했던 거지?”온자신은 아무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방금 이곳으로 끌려온 이후부터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온권승이 아무리 압박해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꾹 닫고 있었다.온권승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었다.“좋아. 네가 수치도 모르고 도둑질을 선택했으니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여봐라! 채찍을 가져오너라!”입구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온장온은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잠시만요, 아버지! 혹시 오해가 있을지도…. 차라리 제가 둘째와 얘기를 해볼게요. 저에게라면 뭔가 말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온권승은 고개를 들고 장남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탄했다.‘어째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나 같이 내 말을 안 들어?’셋째는 원래 괴팍하고 감정적인 성격이라 속을 끓이고 넷째는 늘 몸이 안 좋으니 속을 끓이고 둘째도 고집쟁이에 감정적이라 속을 끓였는데 이제는 장남마저 점점 변해가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네 아들 중에 그를 가장 닮은 사람이 온장온이었다.그래서 줄곧 온장온에게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집안의 중책을 맡을 수 있도록 교육했다. 그는 자신이 은퇴한 이후에 진국공의 작위를 장남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진국공부 내부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셋째와 넷째, 그리고 막내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둘째 아들은 불효녀인 온사를 따라 집을 나가고 장남은 점점 아버지인 자신과 마음이 멀어지고 있었다. 평소 조회를 하러 황궁에 입궁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었다.한심한 둘째가 사고를 치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의 서재로 걸음하지 않았을 것이다.온권승은 음침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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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하지만 방금 전까지 소리 지르던 온자신은 또 입을 꾹 닫아버렸다.그러고는 고집스럽게 얼굴까지 돌려버렸다.온장온은 화를 참으며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그럼 이제부터 내 말만 들어. 내가 하라는 말만 하고 절대 아버지 말에 반박하지 마.”온자신이 불만스러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온장온은 그의 귀를 잡고 쭉 잡아당겼다.“이래도 내 말을 안 들어?”“아… 알겠어요! 들으면 되잖아요!”온자신은 통증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다급히 대답했다.“형님 말을 들을게요. 그러니 이 거 좀 놔주시겠어요?”“혼을 안 내면 네 눈엔 이 형님도 안 보이지?”온장온은 그대로 동생의 귀를 잡고 낮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곧이어 짝 하고 귀뺨을 치는 소리가 구석에서 들려오더니 형제가 나란히 밖으로 나왔다.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온자신의 퉁퉁 부은 얼굴로 시선이 닿았다.자세히 보니 선명한 손자국이 보였다.온권승은 다시 고개를 돌려 온장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장남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동생에게 많이 실망한 모습이었다.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뭐라고 대답했어?”온장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자신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유는 이미 말했어요.”“그래. 말해 보거라.”온장온은 그제야 온권승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버지, 둘째와 셋째의 장원을 이미 거래 조건으로 내놓았다고 했지요?”온권승은 흠칫하더니 답했다.“그랬지. 온사 그년에게 주었지. 안 그랬으면 셋째랑 둘이 이렇게 멀쩡히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겠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자신은 분노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어찌 제 허락도 없이 장원을 넘길 수 있어요!”그 모습을 본 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러니까, 내 서재로 몰래 잠입한 게 땅문서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고?”온자신이 씩씩거리며 답했다.“예! 땅문서 가지러 왔습니다! 집을 나갈 때 아버지께서 진국공 저택의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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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이게 다 누구 탓인데요! 저 진국공부를 나갈 때 정말 땡전 한푼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 좁고 쪼잔한 분이 땅문서를 쉽게 넘겼을 거라 어디 생각이나 했겠어요?”온자신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리고 그의 말은 온권승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무엄하다!”온권승은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나 온자신을 노려보았다.“이게 아비를 대하는 태도야?”온자신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그럼 제가 어떻게 대해드렸으면 좋겠습니까?”“너!”온권승은 너무 화가 나서 현기증이 일었다.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추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 넘어갈 수도 없엇다.“좋아. 이제 막나가는구나. 여봐라! 불효자식에게 매를 들어야겠으니 채찍을 가져오너라!”그런데 온자신은 여전히 굽히지 않고 약을 올렸다.“불효자식이요? 진국공 어르신, 설마 잊으셨습니까? 저는 이미 당신네 진국공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어르신이 왜 저를 가르칩니까? 무슨 자격으로요?”짝!온권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의 귀뺨을 쳤다.“내가 정말 너를 못 때릴 거라 생각했니?”온권승이 다시 손을 치켜든 순간, 온장온은 다급히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아버지! 그만하세요!”“저리 비켜!”온권승은 분노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아버지, 노여움을 푸십시오! 둘째 성격 잘 아시잖습니까. 자기 몫의 장원을 잃어서 기분이 안 좋아 무례한 말들을 한 것입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온장온은 동생이 맞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봐서 둘째는 그나마 다른 형제들보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동생이 어젯밤 서재로 와서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왔을 리 없었다.심지어 시퍼런 대낮에까지 몰래 아버지의 서재에 잠입하지 않았는가.온장온은 이유를 모르지만 어떻게든 아버지에게서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뭘 너그러이 이해해? 너라면 이해하겠어? 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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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들었니?”온권승이 싸늘히 말했다.“둘째가 이제 컸다고 바깥세상을 더 원한다지 않니. 뭘 이런 애를 대신해서 내게 사정을 해?”“하지만….”뭔가 더 말하려는 온장온의 팔을 온자신이 잡았다.“그만하세요, 형님!”온자신은 이를 갈며 말했다.“제가 여기 남기를 바란다는 것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지긋지긋해요.”온자신의 눈에 비친 깊은 실망감이 온장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결국 온장온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 마음대로 하렴. 떠나고 싶으면 떠나….”그렇게 말하는 온장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모든 건 그의 바람이었다.하지만 그 자신마저도 이 집안에 실망이 사무치는데 자신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동생은 오죽할까.어쩌면 이곳은 그에게 밖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보다도 못한 곳이 되어버렸을 것이다.그러니 그는 동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아버지,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벌하지 마시고 그냥 보내주세요.”온장온은 온권승의 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간청했다.온권승은 장남과 분노로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둘째 아들을 번갈아보다가 담담히 말했다.“마음대로 하거라.”온장온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온자신의 팔을 붙잡고 바깥으로 이끌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지. 배웅만 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온자신을 붙잡고 한발 한발 서재를 나갔다.나가는 내내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일단 동생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고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보따리를 온자신의 손에 쥐여주었다.“앞으로 몸 잘 돌보고… 온사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온장온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온자신의 어깨를 다독였다.“예, 형님도요.”온자신은 보따리와 온장온을 번갈아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계속 온사의 곁에 있겠습니다. 그 아이가 어디를 가든 따라가서 잘 지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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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동생은 보내주고 스스로 벌을 자청하러 오다니. 참으로 끈끈한 형제애로구나.”온권승은 책상 위에 놓인 채찍을 집어들고 한발 한발 온장온에게로 다가가 싸늘한 눈으로 장남을 내려다보았다.“아버지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온장온은 고개를 들지 않고 공손히 답했다. 이제 곧 혹독한 매가 떨어질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전혀 후회가 없었다.적어도 둘째를 무사히 내보냈으니 아버지의 화풀이는 기꺼이 홀로 감당할 것이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짝!온권승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매정하게 채찍을 휘둘렀다.그는 자신을 실망시킨 아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동생들을 잘 주시하고 제때에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했거늘, 지금 이 집안 돌아가는 꼴을 좀 보렴. 하나 같이 잘났다고 집안을 떠나지를 않나, 아비에게 불손한 말을 하지 않나, 이것도 네가 가르친 거니?”온장온은 아무 말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온권승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화가 치밀어 주저없이 채찍을 휘둘렀다.짝!“동생들을 대신해 벌을 받겠다고 했으니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오늘 다 풀고 넘어가자꾸나.”짝!“이건 네 동생 온사가 귀족 아씨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인이 된 것에 대한 벌이다. 그 애가 집안의 체면을 바닥에 떨어뜨렸어.”온장온은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술만 꽉 깨물었다.짝!“이건 둘째가 집안을 나간 것에 대한 벌이다. 귀공자 신분을 내팽개치고 거지꼴로 살고 있으니, 참으로 불효 막심한 자식 아니더냐!”짝!온권승은 말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모든 것이 끝난 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앞으로 집 나간 것들은 절대 찾아가지 말거라. 또 나한테 들키면 나도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온장온은 가슴이 철렁해서 고개를 들고 충격에 빠진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왜 이러시는 거지? 아버지는 대체 뭘 하시려는 걸까?’피를 나눈 친남매이고 아버지의 자식들이었다!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온권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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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하지만 온장온은 결국 아무런 질문도 할 수 없었다.이미 그동안 혼자 고심하며 이미 마음속에 답이 있었다.그것을 피해 도망치듯 살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알겠습니다, 아버지.”말을 마친 그는 지친 발걸음으로 서재를 나갔다.처소로 돌아오니 등에 난 상처를 본 안성이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큰 도련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엎드리세요! 소인이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떠나려는 안성을 온장온이 붙잡았다.“아니, 의원을 부를 필요 없어.”그는 담담한 표정을 안성에게 말했다.“채찍에 맞은 외상일 뿐이다. 호들갑 떨지 말고 약상자에서 약을 가져다 바르면 돼.”그의 입장에서는 의원을 부를 필요가 없었다.그날 밤 그가 여동생인 온사에게 휘두른 채찍 오십 대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안성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아직 부상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처소를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또 새 부상을 입고 돌아왔으니 어찌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이것은 분명 진국공 저택에서 입은 상처일 것이다.이 집에서 감히 큰 도련님에게 매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진국공 나리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지금까지 자라오면서 한 번도 채찍을 맞아본 적 없는 큰 도련님인데 다 큰 아들에게 매를 들었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히 물어볼 수도 없었다.안성이 약상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밖에서 대문을 억지로 열더니 한무리가 우르르 정원으로 몰려들었다.“뭣들 하는 거지? 큰 도련님께서는 나 외에는 시종이 필요 없다고 하셨어.”맨 앞에 앞장선 집사가 말했다.“큰 도련님, 이자들은 진국공 나리가 보낸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도련님의 처소에서 시중을 들게 될 것입니다. 눈치 빠르고 일도 잘하는 아이들이니 마음에 드실 겁니다. 물론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제가 진국공 나리께 말씀드려 다른 애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장온은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방금 전에 둘째를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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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그가 어젯밤 서재에 있을 때 들키지 않고 조금 더 조심성 있게 행동했더라면, 차라리 그 장부를 돌려놓지 않고 그걸 들고 도망쳤더라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 장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거기에 적힌 것은 아버지와 란씨 가문 사이에 얽힌 비밀이었다.란 집사의 말을 들어보면 아버지는 외조부께서 변을 당했을 시 방관을 택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장부를 보고 점점 더 의심이 드는 점은 어쩌면 방관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다.어쩌면 그는 그보다 더 많은 무언가를 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장부가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아침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온권승의 서재로 가서 몰래 다시 장부를 빼내오려고 했던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고 겨우 큰 형인 온장온의 도움을 받아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뭘 해야 할까?온자신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남산으로 향했다.온자신이 자리를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무리의 인원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온장온이 이곳에 있었더라면 그들이 진국공이 최근에 새로 육성한 그림자 호위라는 것을 알아보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지금 이곳에 없었고 온자신도 누군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그가 수림에 들어서자마자 비도가 날아왔다.챙그랑!그 순간 번뜩이는 검이 허공을 가르며 비도를 공중에서 떨어뜨렸다.“누구냐!”소리를 들은 온자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수림 속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의 주변으로 검은 야행복을 입은 자들이 모여들더니 물 샐 틈없이 그를 포위했다.온자신은 그들의 가까스로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그들과 격전을 벌였다.한참 지난 후에야 그들의 목표가 자신이 아닌 자신이 들고 있는 보따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역시나 한 놈이 검으로 그가 들고 있는 보따리를 찔렀다.보따리가 찢어지며 안에 든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확인해 보니 옷 두 벌과 은화가 전부였다.“망할 자식들! 저리 안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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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온자신은 옷가지와 은화주머니를 챙겨 급급히 수림을 떠났다. 그가 떠난 후에야 북진연은 유유히 어둠 속에서 걸어나왔다.앞장섰던 고요는 아까 비도를 떨어뜨렸던 검을 챙겼다.“왕야, 왜 그 녀석들을 그냥 돌려보내라고 하셨습니까? 보기에 약해 보이던데 절대 저희의 상대가 아니에요.”고요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북진연은 한심한 눈으로 부하를 힐끗 바라보았고 고요는 그제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왕야께선 내가 사지만 발달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분명해.’북진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온사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둘째 온자신은 아마 완전히 아버지와 결렬하였고 그 집에서 뭔가 꼬리를 잡혔기에 온권승이 그림자 호위까지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괜히 걱정되는 마음에 북진연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최근에 남산 일대에 순찰 인원을 추가하고 동시에 진국공부의 동향을 잘 감시하도록 해. 그리고 수월관에 출입하는 자들도 유심히 지켜봐.”“예, 걱정 마십시오!”이런 일은 고요의 전담이었기에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이제 돌아가시는 겁니까?”고요의 질문에 북진연은 담담히 대답했다.“아니, 나는 수월관에 돌아와야겠으니 너 먼저 돌아가.”며칠이나 못 봐서 그런지 그는 온사가 뭐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고요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입을 삐죽였다.두 시진 후, 북진연은 온자신보다 먼저 온사의 처소 앞에 도착했다.조금 더 일찍 와서 온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온사는 최근 들어 무척 바쁜 모양이었다.밥 먹고 취침하는 것 말고도 매일 아침 공부와 기도를 드리고 남은 시간은 거의 약초밭에서 보냈다.뭔가 자신이 잊혀져 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북진연은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특히나 같이 돌아오는 온자신과 온사를 보자 서운한 감정은 더 깊어졌다.“돌아왔어?”서운함이 사무쳤지만 그래도 북진연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섭정왕 전하? 어찌 오셨습니까?”며칠만에 나타난 북진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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